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2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26화(126/466)
찰나의 정적이 흘러.
“……30팀이 넘는 대연합?”
순찬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
“조금 전 연합한 3팀 끼리 사용한 합동 마법. 그게 제 가설의 근거입니다.”
나는 조금 전, 9명이 합동으로 사용한 마법의 완성도를 떠올렸다.
“합동 마법…….”
강신우 선배가 조금 전 습격을 다시 떠올리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침묵했다.
“신우 선배는 아시겠지만, 합동 마법이라는 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그렇지. 싱크로율을 맞추는 게 은근 까다로우니까.”
“그런 까다로운 조율을 오늘 처음 만난 9명이서 실시해서 성공한 데다가, 그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강신우 선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즉, 연합이 맺어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건가?”
“예. 훈련 시간을 생각하면 적어도 그제. 혹은 3일 전. 아마 그 시기에 연합을 맺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까 그 마법은 2~3일 정도 합을 맞춰 본 게 분명한 수준의 마법이었다.
“일리 있는 가설이군.”
3일 전부터 준비했다면, 그 정도 완성도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무슨 말인진 알겠는데, 그게 왜 서른 팀 가량의 대연합이라는 걸로 이어져? 그냥 세 팀이 3일 전부터 공조했다. 이것뿐 아니야?”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순찬이의 의견을 부정한 것은 내가 아니라 신우 선배였다.
“캐나다 정도의 나라가 3일 전부터 다른 나라와 연합을 맺으면서 다른 나라에게 제안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연합 탄생이 오늘이 아니라 3일 전이라면, 서른 팀 가량의 팀이 동맹을 맺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아.”
“예. 다른 나라도 신기록 경신의 제물이 되긴 싫은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한국이 신기록을 경신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그만큼 무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건 어떻게든 피하고 싶을 테지.
“……자존심이고 뭐고, 그냥 질투심 때문 아니야?”
“그 이유도 있긴 하겠지.”
질투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이니만큼, 한국의 성공은 다른 나라를 뭉치게 하는 핵이 됐으리라.
“……개 같은 새끼들. 아주 지랄났네.”
순찬이가 땅에 침을 뱉었다.
화를 주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근데 제 아무리 우리의 성공이 고깝고, 신기록 경신의 제물이 되기 싫다고 해도 그렇지. 갑자기 서른 팀에 가까운 팀이 연합을 맺는 게 가능해?”
“좋은 의견이야. 네 말대로 자연스럽게는 뭉치는 건 불가능하지.”
이번 일은 결코 자연스러운 사태가 아니다.
“그 말은 부자연스럽게는 가능하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맞아. 그렇게 말한 거야.”
순찬이도 대충 뭔가를 느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즉.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연합을 한데 모았다. 이거야?”
이 정도의 대연합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핵심이 되는 축이 필요하다.
서른에 가까운 나라를 하나로 뭉칠 강력한 축.
부정 동맹의 리스크를 뒷전으로 둘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힘을 지닌 중심축이 말이다.
“맞아. 아마 미국이겠지.”
“……역시 미국이구나.”
이번 일의 배후는 십중팔구 미국이다. 올림피아드 운영 측이자, 올림피아드 종주국인 미국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대대적인 사전 작업은 불가능하다.
“근데 미국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이유가 있을 거 아냐?”
“127년 동안 올림피아드의 최고 득점 기록 보유 국가는 미국이었어. 그게 갑자기 깨질 위기에 놓여 있으니, 안달이 난 거야.”
미국은 명예를 중요시하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127년이나 유지되어 왔던 기록이 덧씌워져 사라지는 것을 그냥 놔 둘 리가 없다.
“……치사하게 나오네.”
순찬이가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127년이나 깨지지 않은 대기록이라고 해서 그냥 대단한 기록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네. 지금까지 이렇게 기록을 지켜 왔다는 거 아냐?”
“기록에 남아 있진 않지만, 이런 일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긴 하겠지.”
연합의 탄생 속도로 보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분명 이전에도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나라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 심판에게 부정 동맹의 의혹을 전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을 거라는 말이군.”
“예. 유의미한 의미는 없을 겁니다.”
올림피아드 운영 측의 대다수는 미국 소속 마법사들이다.
부정 동맹 의혹을 제기해 봐야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하고 끝날 테지.
“실제로 지금 상황이 꽤나 애매하기도 하고요.”
“증거 불충분인가.”
“예.”
미궁 탐사는 미궁 공략을 표방한 경기다.
그런 만큼 약탈, 공조, 배신이 굉장히 자유롭다.
조금 전 습격에 대한 걸로 부정 의혹을 제기해도, 귓등으로도 들어주지 않을 거다.
이 정도 습격은 그리 대수로운 것도 아니니까.
“상당히 귀찮게 됐군.”
“예. 좀 귀찮네요.”
미궁 탐사는 점수의 획득이 다채로운 만큼, 시간이 중요한 경기다.
그런 경기에서 다른 팀의 잦은 습격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큰 페널티다.
“아무래도 계획을 좀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이대로는 점수를 얻는 게 굉장히 힘들다.
작전을 변경해야 한다.
“계획을 바꾸는 게 의미가 있나? 저쪽이 저렇게 대놓고 우릴 방해하려고 하는 이상 뭘 어떻게 해도 의미 없는 거 아냐?”
“아니. 그건 아니다. 보는 눈이 많아서 저쪽도 필요 이상으로 적나라한 부정을 저지를 순 없다.”
신우 선배가 순찬이의 말을 끊고 말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연합을 이용해서 우리를 습격하게 하는 정도가 고작이겠지.”
“네. 그렇죠. 만약 이 이상 적나라하게 부정을 저지른다면, 그땐 한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
지금 미국 측이 행하고 있는 부정은 ‘애매한 선’에 걸쳐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 선을 넘은 순간 공수는 역전되어, 한국의 공세가 시작된다.
미국도 그걸 잘 알고 있을 터.
고로, 룰 위반이나 외부 개입 같은 적나라한 부정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즉, 저흰 연합을 피해서 움직이기 만하면 됩니다.”
“연합을 피해서 움직인다…….”
“어? 그 말은…….”
신우 선배의 미소가 짙어졌고, 순찬이의 동공이 천천히 확장됐다.
“네.”
내 미소도 서서히 짙어졌다.
“사람이 없는 최고 난이도 공략 구역. 저흰 바로 3구역으로 갑니다.”
1~2구역을 패스하고, 바로 3구역으로 이동하여 네임드 몬스터를 처치한다.
그게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 * *
한편 그 시간, 미국 도로 어딘가를 달리고 있는 리무진 안.
신인혁은 재미있다는 얼굴로 TV를 보고 있었다.
“미국 놈들. 꽤나 재미있는 짓거리를 하는 군. 한국을 어지간히도 만만하게 보고 있는 모양이야.”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지만, 그 내면을 이 이상 없을 만큼 분노하고 있었다.
감히 한국을 떨어트리기 위해 연합을 맺는다는 부정을 저지른 미국 정부에게 분노가 치민 것이다.
“가주님. 항의 서신을 준비할까요?”
신인혁의 옆에 앉아 있던 보좌관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아직 부정 동맹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엔 증거고 뭐고 모든 게 부족하다.
지금 항의 서신을 보내 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오히려 과민 반응이라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럼…….”
“지금은 그냥 지켜본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증거가 추가로 쌓일 터. 항의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손에 쥐고 있는 비수의 날은 아직 완전히 벼려지지 않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 더 웅크리고 웅크려서, 조금 더 증거를 모은 뒤에 확실하게 적의 목을 취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증거를 모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보좌관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태블릿PC를 꺼냈다.
그리곤 빠르게 일처리를 시작했다. 과연 김석현의 대리를 맡은 보좌관다운 확실하고 빠른 일처리였다.
신인혁은 그대로 시선을 돌려, 홀로그램 TV 속에 송출되고 있는 신하율의 얼굴을 바라봤다.
1구역을 빠르게 통과하고, 2구역도 빠르게 통과하고 있는 신하율.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역시 하율이도 지금 상황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군.’
신하율이 3구역에 빠르게 진입한다는 선택을 내릴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신하율은 연합과의 교전을 통해 현재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다른 팀도 한국을 방해할 걸 알기에, 인적이 드문 3구역으로 빠르게 진입한다는 선택을 내린 거다.
‘상황 판단 능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군.’
신하율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
신인혁은 그런 신하율의 철두철미함과 신중함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하나 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신하율의 판단에는 한 가지 목적이 더 있다.
‘한국이 저렇게 빠르게 3구역으로 진입하게 되면, 한국팀을 방해해야 하는 다른 팀도 3구역에 빠르게 진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연합 측은 한국이 3구역에 들어선 것을 알게 된 순간, 3구역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3구역에 말이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난전이 발생하게 되고. 난전이 발생하면, 부정 동맹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증거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애초에 연합 측이 3구역에 들어선다는 것 자체도 하나의 증거다.
‘연합 측이 3구역에 들어서는 걸 포기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이득이다.’
그땐 한국은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홀로 3구역을 독점할 수 있게 된다.
‘뭐가 어떻게 되도 한국의 이득이 된다.’
이번 작전은 모든 상황이 다 한국에게 유리하도록 짜여져 있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다.
신하율이 우연찮게 3구역 행을 선택했고, 우연히 상황이 모두 신하율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 우연일 리가 없지.’
이번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금까지 신하율이 보인 행보가, 이게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애초에 하율이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있었다.’
우연이 아니라는 증거가, 신하율이 이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
‘지순찬.’
신하율의 절친이자 세계에 딱 두 명밖에 없는 방어 특화 마법사, 지순찬.
그를 출전 멤버에 넣은 게 그 증거다.
‘하율이는 원래 출전 멤버였던 마진석을 빼고 지순찬을 넣었다.’
전체적인 스테이터스로 봤을 때, 미궁 탐사에는 누가 봐도 마진석이 더 어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하율은 지순찬을 출전시킨다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왜일까?
지순찬에게 조금 더 출전의 기회를 주고 싶어서?
아니면 마진석이 컨디션 난조를 겪어서?
아니.
그런 하찮은 이유가 아니다.
‘3구역을 공략하는 덴 지순찬이 더 도움이 되니까.’
답은 이것밖에 없다.
즉, 신하율은 처음부터 미궁 1~2구역을 공략할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다.
‘하율이는 상황이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3구역 베이스캠프 공략에 더 도움이 되는 지순찬을 선발 멤버로 출전시켰다.’
이게 결론이다.
신하율은 모든 걸 예상하고, 미리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큭큭.”
신인혁의 입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구 아들인지. 아주 음흉하단 말이지.”
“예?”
신인혁의 중얼거림에 보좌관이 놀라 되물었다.
“하율이 말이야.”
“아. 예. 하율 도련님 말이죠. 예…… 음…….”
보좌관이 뭐라 할 말을 떠올리지 못한 듯 식은땀을 흘렸다.
속으로 ‘누가 누구보고 음흉하다고 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그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웃음을 지었다.
―아! 한국팀! 경기 시작 7시간만에 3구역에 진입합니다! 빠릅니다! 빨라요!
그 순간, TV에서 해설자의 흥분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자신감일까요? 3구역의 모든 걸 다 공략할 수 있다! 이런 걸까요? 과연 한국팀과 신하율은 3구역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신인혁은 그대로 다리를 꼬고, TV에 시선을 집중했다.
강신우와 지순찬에게 뭐라뭐라 지시를 내리고 있는 신하율.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웃음이 나왔다.
‘지한 형님은 물론 아버지도 깜짝 놀랄 만한 마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어젯밤. 신하율이 했던 말을 다시금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자. 뭘 보여 줄 거냐.’
신인혁의 입꼬리가 서서히 치켜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