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2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28화(128/466)
한편, 그 시각.
올림피아드 운영 본부는 난리가 난 상태였다.
“한국팀, 데빌 에이프와 조우한 뒤로 10초 경과! 여전히 도주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정확히는 운영 본부 중, 선수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호위팀에 난리가 났다고 해야겠지.
“아무래도 한국팀은 데빌 에이프를 토벌하는 게 목적인 듯합니다!”
“……정신이 나갔군.”
미궁 경기장 3구역에 자리 잡고 있는 데빌 에이프는 쓰러트리라고 있는 몬스터가 아니다.
도주를 전제로 한, 억제 장치.
미궁의 무서움을 형상화해 둔 사신 같은 존재다.
등급만 봐도 알 수 있다.
무려 A급 4티어.
6서클 마법사들이 다섯 이상 파티를 이뤄야 안전하게 쓰러트릴 수 있는 수준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자만하기는.”
그런 몬스터를 고작 학생 셋이서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니, 호위팀에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근처에 대응팀을 준비해 두도록.”
“네!”
호위팀 총대장이 이를 까드득 갈며 지시를 내렸다.
데빌 에이프를 토벌하겠다는 멍청한 선택을 한 신하율에게 분노가 치민다.
“선수들의 신변에 무슨 문제가 생길 경우 우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절대 한 눈을 팔아선 안 돼.”
경기 중에 사상자라도 나는 날엔 호위팀 총대장인 자신이 옷을 벗게 될 확률이 높다.
사상자가 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구조팀에게도 협조 요청을 보내라.”
“안 그래도 의료팀에게 지원을 요청해 뒀습니다. 지금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좋아.”
호위팀 총대장이 다소 안심한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조팀까지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면, 사상자가 날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대장님. 그냥 지금 당장 말리러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건 안 된다.”
“어째서입니까?”
“윗선에서 뭔가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지금 한국팀이 하려는 행위는 일종의 자살 행위다.
제 아무리 신하율이라고 해도 고작 세 명으론 데빌 에이프를 쓰러트릴 수 없다.
고로, 안전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뛰어들어 막는 게 낫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윗선이 나서지 못하게 하고 있다.
“윗선은 어째서 그런 명령을……? 괜히 한국팀의 신변에 문제라도 생기면,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힘들 텐데요.”
부하의 질문에 총대장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윗선이 대기 명령을 내릴 이유야 하나밖에 없다.
‘윗선은 한국팀이 여기서 탈락하는 것을 바라고 있으니까.’
현재 윗선은 한국팀의 탈락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확히는 미국이 127년이나 지켜왔던 최고 득점 기록이 새로이 덮어씌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야겠지.
그렇기에 윗선은 호위팀에게 움직이지 말라 명령한 것이다.
이대로 두면 한국팀은 데빌 에이프에게 당해 자연스럽게 탈락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록이 덮어씌워질 일도 없으니까.
“대장님?”
“……이유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높으신 분들의 생각이니만큼, 다 마땅한 이유가 있겠지.”
물론 이 얘기는 부하들에게 할 수 없는 류의 이야기다.
“하지만…….”
“생각은 나중에 해라.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아, 넵. 죄송합니다. 집중하겠습니다.”
총대장의 일갈에 부하 직원이 일단 생각을 접었다.
말마따나 지금은 이 상황을 무사히 넘기는 게 먼저다.
“데빌 에이프, 대상의 관찰을 마치고 움직입니다!”
때마침 데빌 에이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찰을 마친 데빌 에이프가 침입자를 배제하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인원 특유의 울퉁불퉁한 근육이 한층 더 팽창했다.
쿠오오오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를 내지르며 그대로 한국팀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데빌 에이프는 A급 몬스터들 중에서도 속도가 가장 느린 편에 속하는 몬스터다.
솔직히 속도만 두고 봤을 땐, B급 몬스터보다도 못 하다.
하지만 단점은 딱 이것뿐.
속도가 느리다는 것 하나뿐이다.
‘데빌 에이프의 무서움은 괴력에 있다.’
속도가 B급 이하 수준인 데빌 에이프를 A급으로 끌어 올린 특출난 장점. 괴력.
데빌 에이프의 어마 무시한 힘 앞에서 어지간한 방어 마법은 종잇장이나 다름없다.
6서클 이하의 마법사들은 데빌 에이프의 공격을 절대 막을 수 없다.
‘거기에 영장류답게 머리도 좋지.’
괴력만으로도 충분히 까다로운데, 누가 영장류 아니랄까 봐 데빌 에이프는 지능도 상당히 높다.
‘마지막으로 그 피지컬에서 파생된 강력한 맷집과 한계를 모르는 스태미너까지.’
속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능력치가 탑급.
그게 바로 데빌 에이프다.
‘그런 놈을 어떻게 쓰러트릴 생각이지?’
하늘 높이 뛰어올랐던 데빌 에이프가 그대로 자유낙하하며, 그대로 한국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일단 피하겠지.’
하지만 말했듯이 데빌 에이프의 단점은 속도.
저 정도 속도의 공격에 쉽사리 당해 줄 한국팀이 아니었다.
한국팀은 곧장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콰아아아아아앙-!
데빌 에이프의 주먹이 미궁 바닥과 격돌하며 귀를 찢는 굉음이 울렸다.
힘이 얼마나 강한지, 단단한 마석으로 만들어진 미궁 바닥이 평범한 콘크리트처럼 쩌저적 갈라졌다.
화르르르륵-!
지면에 주먹을 처박고 있는 데빌 에이프에게 청염이 날아들었다.
신하율이 사용한 ‘초열지옥’.
그것이 데빌 에이프의 텅 빈 옆구리에 정확히 명중했다.
그러나.
‘고작 저 정도 위력의 마법으론 데빌 에이프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다.’
데빌 에이프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태연하게 옆구리에 붙은 청염을 탁탁 털어내며 인상을 찡그릴 뿐.
마치 귀찮은 파리가 붙어서 털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태연한 모습에 지순찬과 강신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로 방어력이 높을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이제 깨달았으면 도망가라.’
초열지옥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봤으니, 이제 자신들이 얼마나 자만하고 있었는지 깨달았을 터.
우물 속 개구리가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도망을 택할 때가 됐다.
‘어서 도망가. 그게 너희와 우리 모두를 위한 거다.’
총대장이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그런 총대장의 바람과는 다르게, 한국팀은 물러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셋이 다시 모였어? 무슨 생각이지?’
데빌 에이프의 공격을 분산시키기 위해, 흩어져도 모자랄 판에.
세 명이 갑자기 한 곳으로 뭉쳤다.
맨 앞에 신하율이 서고, 그 뒤에 지순찬이, 그리고 맨 마지막에 강신우가 자리 잡았다.
그 순간, 데빌 에이프가 다시 한번 지면을 박찼다.
데빌 에이프가 다시금 하늘로 뛰어 올라 한국팀이 뭉쳐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뭘 하려고 했던 건진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일단 피하겠지.’
총대장은 당연히 피할 거라 생각했다.
데빌 에이프의 공격은 저 셋이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까.
하지만.
‘……방어 마법?’
그런 총대장의 예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설마, 데빌 에이프의 공격을 막겠다고?’
세 명은 데빌 에이프의 공격을 피하기는커녕, 막으려 하고 있었다.
총대장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저 멍청……!”
저 멍청한 놈들이!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데빌 에이프의 주먹이 배리어와 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무지막지한 폭음과 함께 미궁 전체가 떨렸다.
‘저걸 직격으로! 이러면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총대장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지금 당장 구조팀을……!”
아니, 소리치려고 할 때였다.
“……!”
총대장은 화면 속 광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마, 막았어?”
데빌 에이프의 주먹에 산산이 부서졌어야 할 터인 배리어는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 순간, 환호성이 들렸다.
―와아아아아아아!!
관중석을 비추고 있는 서브 카메라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함성 소리였다.
* * *
데빌 에이프가 붉은 눈을 빛내며 한 차례 뒤로 물러섰다.
우리를 한껏 경계하는 모양새다.
설마 방금 전 공격이 막힐 거라곤 생각도 못 한 것일까.
“우와. 위력 봐. 미쳤네. 이거, 손 떨리는 거 보여?”
내 뒤에서, 날 껴안은 듯한 자세로 배리어를 사용하고 있는 순찬이가 엄살을 부렸다.
“엄살은.”
방금 저 공격을 막은 것 자체가 기적인데, 고작 손 좀 떨리는 것 가지고 뭘.
“어때? 앞으로 한번 내지 두 번은 더 막아야 하는데. 버틸 수 있겠어?”
“어. 빡세긴 한데. 이 정도면 어찌어찌 막을 순 있을 듯?”
순찬이가 멀찍이 떨어져 이쪽을 경계하고 있는 데빌 에이프를 바라보며, 배리어를 해제했다.
“그나저나, 너. 언제부터 간섭을 두 개 동시에 발동 할 수 있게 된겨?”
“얼마 안 됐어.”
방금 전, 데빌 에이프의 공격을 막는 덴 내 힘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간섭을 통해 순찬이의 배리어를 강화시킴과 동시에 데빌 에이프의 주먹. 정확히는 데빌 에이프의 주먹을 감싸고 있는 마나 파장에 간섭하여 위력을 감소시켰다.
그 결과가 방금 전 방어다.
약화된 데빌 에이프의 주먹은 강화된 순찬이의 배리어를 뚫지 못 했다.
“히야. 진짜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구…….”
“잡담은 거기까지. 준비해. 또 온다.”
나는 순찬이의 말을 끊고 다시 자세를 낮췄다.
“눈치 없는 몬스터 놈. 말 할 기회도 안 주네. ……오케이.”
순찬이도 빠르게 준비에 들어섰다.
우우우우우우우-!
이번엔 조금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붓기 위함인지, 한층 더 높이 뛰어올라 우리에게 날아드는 데빌 에이프.
데빌 에이프의 거완이 순식간에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어허. 어딜.”
그 사이로 순찬이의 배리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팔각형 모양의 반투명한 배리어.
미미르의 샘에서 얻은 지식을 통해, 내가 직접 순찬이에게 전수해 준 ‘팔각문’이라는 마법이었다.
나는 그 팔각문에 손을 얹고 마나를 움직였다.
‘간섭(干涉).’
‘팔각문의 중심 74cm의 강도를 강화.’
내 마나를 머금고 한층 더 짙게 변한 팔각문.
쿠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데빌 에이프의 주먹이 팔각문과 격돌했다.
‘간섭(干涉).’
그 순간, 내 마나가 다시금 데빌 에이프의 주먹으로 흘러들어갔다.
데빌 에이프의 생체 마나 코드는 조금 전, 1분의 관찰을 통해 100% 파악했다.
데빌 에이프의 괴력이 ‘마법’의 일종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움직이지 않았기에, 위치 정보는 계산할 것도 없다.
‘간섭 조건 올 클리어.’
내 마나가 데빌 에이프의 마나와 하나가 되었다.
이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
‘괴력의 마법식을 아주 조금 비틀어, 힘의 방향을 일정치 되돌린다.’
그렇게 간섭을 완료한 순간.
콰아아아앙!
충돌음이 더욱 커졌다.
데빌 에이프의 힘 중 일정치가 역류하며, 충격음이 더욱 커진 것이다.
쿠오오오오-!
데빌 에이프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힘의 역류로 인해 주먹에 큰 고통을 느끼고 있으리라.
파아아앙-!
결과는 이전과 같았다.
데빌 에이프의 주먹은 순찬이의 배리어를 뚫지 못 했고.
당황한 데빌 에이프는 다시 거리를 벌렸다.
표정이 아까보다 심각하다.
우리를 향한 경계도가 한층 더 커진 듯한 표정.
그 상태로 조금씩 우리 주위를 돌며 눈을 빛냈다.
“진짜 똑똑하긴 한 것 같네. 바로 저렇게 거리를 벌리고 경계하는 거 보면.”
“그치.”
데빌 에이프의 지능은 몬스터 치고는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전투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능력이 탁월하다.
“또 안 오나?”
“안 올 거야. 방금 전 두 번의 공격으로 네 배리어를 뚫을 수 없다는 걸 학습했거든.”
“아하.”
현재 데빌 에이프는 두 번의 공격을 통해,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순찬이의 배리어를 뚫을 수 없다는 걸 학습했다.
그래서 지금 저렇게 거리를 벌린 뒤에 경계하고 있는 거다.
“그럼 1페이즈는 끝난 거야?”
“어.”
데빌 에이프 토벌 작전의 첫 페이즈. 데빌 에이프에게 순찬이의 배리어를 각인시키고 학습시키는 과정은 이걸로 끝났다.
“신우 선배.”
“음. 드디어 내 차례인가.”
이제 다음은 2페이즈로 넘어 갈 차례다.
“부탁드립니다.”
“그래.”
본디, 적당히 똑똑한 것들만큼 다루기 쉬운 건 없다고 했던가.
바야흐로 데빌 에이프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자.”
“옙.”
나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순찬이와 신우 선배를 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30초. 딱 30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 둬라.”
“그 정도야 누워서 떡먹기지.”
데빌 에이프가 따로 떨어져 나온 두 명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드루와. 이 뿔만 멋있는 풍선 근육아.”
“…….”
데빌 에이프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두 명을 뚫어져라 노려본다.
경계심이 더 깊어진 듯한 모양새.
‘후우. 시작하자.’
나는 두 명의 등을 바라보며, 조금씩 내 기척을 지웠다.
그리고 그 순간.
우우우우우우우웅-!
내 몸 속에 자리 잡은 다섯 번째 고리가 격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바라오니―.”
내 목소리가 마나를 타고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