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2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29화(129/466)
지순찬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데빌 에이프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실수하면 그대로 골로 간다!’
후우우우웅-!
삽시간에 시야를 가득 채운 거대한 주먹.
데빌 에이프의 주먹이 공기를 가르는 살벌한 소리가 지순찬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살짝만 스쳐도 중상!’
지순찬이 기겁하며 몸을 왼쪽으로 날렸다.
하체에 모든 마나를 담아, 그대로 대지를 박찼다.
지순찬의 신체가 하늘을 날았다.
콰아아아앙-!
지순찬이 주먹의 궤도에서 벗어나고, 데빌 에이프의 주먹이 지순찬이 원래 서 있던 자리를 후려 쳤다.
미궁 바닥이 산산조각 나, 사방으로 비산했다.
‘와 씨.’
지순찬은 그 광경을 보며 다시금 마른침을 삼켰다.
저 공격을 못 피했을 것을 살짝 상상해 봤다.
‘……쥐포처럼 변했겠는데.’
상상만 했을 뿐인데 몸이 부르르 떨렸다.
‘후. 진정하자. 안 맞으면 돼. 안 맞으면. 지금처럼 만하면…….’
지순찬이 불안감을 억지로 삼키며, 그대로 낙법을 취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자리에 섰다.
그리고 그 순간.
후우우우우웅-!
“으어어어억!”
지순찬의 신체가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아 뒤로 날아갔다.
마치 폭풍이 직접 지순찬의 신체를 강타한 것 같은 감각.
‘이건 또 뭐야!’
지순찬이 뒤로 날아가며 데빌 에이프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면에 주먹을 박아 넣고 있어야 할 데빌 에이프가 어느새 자세를 바꿔 지순찬을 향해 주먹을 내밀고 있었다.
마치 조금 전 허공에 주먹질을 한 것 같은 자세였다.
‘설마 이거, 권풍이야?’
저 자세.
놈은 허공을 후려 쳐서 풍압을 날린 것이다.
그거 외에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큭! 일단 낙법부터 취해야 해!’
데빌 에이프의 권풍에 직격을 맞아 하늘을 날던 지순찬의 신체가 지면에 격돌했다.
낙법을 취하려 했으나, 불안정한 자세였던 만큼 완벽한 낙법은 불가능했다.
“크읍!”
지순찬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몸 전체가 저리다.
특히 등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아픔이고 뭐고 어서 피해야……!’
허나 문제는 고통이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 빈틈이 생겼다는 것.
쿠오오오오오-!
그리고 데빌 에이프는 이 빈틈을 놓칠 만큼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지순찬이 빠르게 정신을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돼. 늦었어!’
하지만, 지순찬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데빌 에이프가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섬뜩한 안광을 내뿜으며 지순찬을 향해 자유낙하하는 데빌 에이프.
그 주먹이 품고 있는 마나량이 범상치 않다.
연속 공격을 위해서일까, 아까보다 위력은 약한 것 같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이 아니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저 공격에 맞으면 뼈도 제대로 추스를 수 없다.
‘막는 건 불가능.’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아까 전 전력을 다했을 때도 겨우 피한 공격이다.
지금 이 어정쩡한 자세로는 저 공격을 피할 수 없다.
팔각문을 사용할까 싶었지만, 이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신하율의 간섭 없이는 데빌 에이프의 괴력을 막을 수 없다.
팔각문 채로 저민 고기가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빠르게 커져가는 데빌 에이프의 주먹을 바라보며, 지순찬이 입술을 짓씹었다.
이대로 당하는 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제길.’
그렇게 지순찬이 후회를 곱씹고 있을 때였다.
“왼쪽!”
왼쪽에서 강신우가 소리쳤다.
“!”
그 외침에 지순찬이 곧장 몸을 왼쪽으로 날렸다.
생각하는 것보다 몸이 더 빨랐다. 무조건 반사였다.
지순찬의 신체가 강신우와 아주 조금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데빌 에이프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진 못 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지순찬은 이대로 큰 부상을 입고 리타이어할 것이다.
하지만.
“후우.”
그걸 그냥 지켜 볼 강신우가 아니었다.
강신우의 근육이 한층 팽창했다.
‘신무(神武).’
깊은 숨.
마나를 한껏 머금은 그 숨결이 느릿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태극(太極).’
그의 양손이 큰 원을 그렸다.
대칭을 이루며 크게 한 바퀴.
그 손의 움직임은 마치 태극 문양을 연상케 했다.
‘회류(回流).’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데빌 에이프의 주먹.
강신우의 양손이 그 주먹을 포근하게 감쌌다.
마치 폭포를 인간이 짊어진 것 같은 모양새.
‘방(放).’
강신우의 신체 밸런스가 우측으로 쏠리며, 힘의 탁류가 우측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마치 흐르는 물을 꺾어, 다른 곳으로 방류하는 듯한 모습.
그렇기에 회류, 방.
흐르는 물줄기를 놓는다.
콰아아아아앙-!
데빌 에이프의 주먹이 그대로 궤도를 빗겨나가, 지면에 격돌했다.
“윽!”
지근거리에서 주먹과 지면이 격돌하는 충격에 지순찬과 강신우의 신영이 하늘을 날았다.
그러나, 이번엔 볼품없이 바닥을 구르는 일은 없었다.
아까 전과 다르게 신체의 밸런스가 깨지지 않았다.
이 정도 후폭풍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괜찮나?”
“……예. 감사합니다.”
놈의 주먹이 만들어낸 폭풍을 이용해 오히려 거리를 벌린 둘.
두 명이 서로의 상태를 체크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지순찬이 입술을 짓씹었다.
“괜찮다. 신무는 신체 회복에도 영향을 준다. 이 정도 골절. 몇 시간이면 회복된다.”
강신우의 양팔은 완전히 부러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 데빌 에이프의 공격을 흘려낼 때 생긴 부상이었다.
“그나저나, 굉장하군. 제대로 흘렸음에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강신우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강자를 앞에 두고 오히려 즐거워하는 타고난 무인의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쿠오오오오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데빌 에이프가 크게 소리쳤다.
아까부터 계속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짜증이 치솟은 것이다.
“확실히 똑똑하긴 하네요. 저러고도 간을 보고 있는 걸 보면.”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포효하며 짜증을 드러냈을 뿐.
놈이 분노에 몸을 맡기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차갑게 분노를 삼키고 상황을 살피고 있다.
“그래. 무서운 놈이야.”
강신우의 등에 오한이 일었다.
저런 몬스터와 야생에서 만났을 걸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은 것이다.
“왜 32년 동안 아무도 못 쓰러트린 건지 알겠네요. 학생 수준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놈이 아니에요.”
신중한 몬스터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운 존재는 없다.
아마 한국팀이 아니었다면, 이놈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미궁 3구역의 패왕으로 강림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기록도 오늘로 끝이다.”
그래.
한국팀, 신하율이 없었다면 말이다.
“어정쩡하게 머리가 좋은 놈만큼 다루기 쉬운 것도 없다…… 인가.”
강신우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통로 구석에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신하율.
어떻게 한 건지, 마나고 뭐고 아무것도 느껴지는 건 없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심상치 않다.
저건 평범한 마법의 궤를 넘어선 미지의 무언가다.
무인의 감이 그렇게 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콰아아-!
공기가 변했다.
신하율을 중심으로 퍼져 나오는 무형의 압박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세.
그것이 피부에 닿은 것만으로도, 소름이 오소소 솟아났다.
“……이건.”
지순찬이 경악한 표정으로 신하율을 바라봤다.
신하율이 뿜어내고 있는 기운에 전신의 솜털이 솟아올랐다.
크르르…….
그 무시무시한 기운을 데빌 에이프도 느낀 듯, 눈을 크게 떴다.
신하율을 바라보는 데빌 에이프의 동공이 당황으로 떨렸다.
‘……두려움에 떨고 있어?’
상위 포식자를 만난 듯한 표정.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쿵!
아니나 다를까 데빌 에이프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려는 모습.
몬스터 특유의 뛰어난 감과, 데빌 에이프 특유의 지능이 어우러져, 평범한 몬스터라면 하지 않을 도망이라는 선택을 내렸다.
“선배!”
“안다!”
이대로면 데빌 에이프가 도망간다. 그렇게 둬선 안 된다.
두 명이 어떻게든 데빌 에이프의 발을 묶기 위해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
“그 대지는 뼈를 살라먹고―”
그때, 신하율의 목소리가 둘의 발을 묶었다.
그저 목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그저 그것뿐인데.
‘몸이 안 움직여.’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았다.
“감싸 안으며―”
화아아아아아악-!
신하율의 마나가 뻗어나갔다.
조금 전, 미세한 기세와 마나의 잔재와는 격이 다른 진짜.
그 순간 공기의 질이 변했다.
“잠재우리라―”
쩌저저저적-!
대지가 얼어붙었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세상이 얼어붙었다.
“영구동토.”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이 멈췄다.
전투의 후폭풍으로 하늘을 흩날리던 흙먼지도.
데빌 에이프의 발걸음으로 박살나 사방으로 비산하던 대지의 파편도.
데빌 에이프의 움직임마저도.
“…….”
“…….”
그의 마나가 감싸 안은 세상에는 오직 고요함만이 남았다.
* * *
벌떡!
신인혁이 경악한 표정으로 자리를 박찼다.
“저건…….”
더 놀랄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이상 충격적인 게 남아 있었단 말인가.
신인혁의 두 눈이 사시나무 떨리듯 바르르 떨렸다.
“가주님. 저 마법은 대체…….”
옆에서 신인혁과 함께 신하율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김석현의 표정도 신인혁과 그닥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신인혁 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다.
―데, 데빌 에이프 토벌! 데빌 에이프의 생체 신호가 완전히 끊겼다는 보고입니다! 한국팀 또 다시 파란을 일으킵니다!
이 둘과 마찬가지로, 거의 굳어 있던 해설자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다시 해설을 시작했다.
감동을 받은 듯한, 충격을 받은 듯한, 대충 봐도 복잡해 보이는 표정으로 데빌 에이프 토벌 사실을 전파한다.
―우와아아아아아!
그 후로, 관중석의 환호성 소리가 크게 울렸다.
메인 카메라에 관중석의 모습이 담겼다.
이렇게 표현하기 뭐하지만, 다들 거의 발광 수준으로 난리를 피우고 있다.
다들 카타르시스가 전신을 지배한 듯, 방방 뛰며 소리만 지르고 있다.
―레, 레이먼 해설자님. 방금 그 마, 마법은 뭐, 뭔가요?
캐스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나운서답지 않은 부적절한 발음이었지만, 관중들은 그 누구도 그 사실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캐스터도 자신들과 똑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음에 기뻐했다. 저 캐스터가 저렇게까지 말을 더듬는다는 건, 그만큼 놀랐다는 증거니 말이다.
―모르겠습니다! 저도 난생 처음 보는 마법입니다! 아니, 애초에 저게 정말 6서클 마법인 걸까요? 제 눈에 저 마법은 최소 7서클 마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레이먼이 자신의 양팔을 벅벅 문질렀다. 조금 전 광경을 다시 떠올리자, 또 다시 소름이 돋은 것이다.
―이, 일단 리플레이! 리플레이부터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 맞습니다! 리플레이를 봐야죠! 수십 번 돌려 봐야죠!
레이먼이 프로답지 않은 어설픈 동작으로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지난 세월 동안 수천 번은 눌렀을 리플레이 버튼인데, 이렇게 떨리는 건 처음이다.
―자, 보시죠!
곧바로 조금 전, 장면이 리플레이로 메인 모니터에 송출되었다.
홀로그램 모니터이기에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영구동토.
홀로그램으로 구현화된 신하율이 조용히, 아주 천천히 그렇게 읊조린 순간.
쩌저저저적-!
세상이 멈췄다.
그 광경에 다시금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다시 봐도 어이가 없는 마법이었다. 저게 어딜 봐서 18살의 마법이란 말인가.
“하하……. 하, 하하…….”
김석현이 완전히 넋이 나가서 웃었다. 마치 미친 사람 같기도 했다.
“정말……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보여주시는군요.”
신하율이 다시 가문에 복귀한 뒤로 어언 3달.
더 이상 놀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놀랄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방금 전, 하율이가 사용한 마법은……. 영창인가?”
“예.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
영창.
100년 전, 마도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장된 기술.
신인혁이 태어났을 땐, 이미 완전히 사장되어 있었기에 배울 기회도, 이유도 없었던 마법 체계.
“내가 아는 영창과…… 많이 다르군.”
영창은 아무리 길게 영창을 해도, 0.5서클 가량의 위력을 강화시키는 게 끝인 쓰레기 기술이다.
평범한 영창으론 절대 저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없다.
영창을 배우지 않은 신인혁도 저게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아무래도 가주님의 예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약 2달 전.
신인혁이 넌지시 했던 말을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하율 도련님께선 정말로 레이 벨 바이테너……. 위대한 신화 속 대마법사의 진전을 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