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3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32화(132/466)
“그럼 굳이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네?”
“그렇지.”
“그럼 5서클 마스터가 되면 알 수 있게 될 거라고 할 게 아니라, 5서클이 되면 알 수 있게 된다고 했어야 하는 거 아냐?”
과거 미미르는 내가 궁금한 모든 것들은 다 ‘5서클 마스터’가 되면 해소할 수 있을 거라 했다.
그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있었는데, 굳이 5서클 마스터가 되지 않아도 된다니.
뭔가 속은 기분이다.
“딱히 거짓말은 안 했어. 내 제약이 풀리는 건 계승자가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통과하고 난 뒤니까. 그리고…….”
미미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신에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건 맞는데. 계승자가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한 얘기를 듣긴 좀 힘들 거야.”
“왜?”
“걔 성격이 좀 까탈스럽거든. 물어 봐도 분명 ‘내게 명령하지 마라.’라던가. ‘내게 뭔가를 부탁할 수 있는 건 마스터뿐이다.’라던가. 그딴 말만 할 거야.”
“아하.”
다섯 번째 시험 페이지에 기다리고 있다는 가신이 어떤 성격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충성심과 자존심이 강한 기사 타입이야?”
“조금 다르긴 한데. 그런 느낌이긴 해. 나쁜 사람은 아닌데, 여러모로 귀찮아.”
미미르가 뚱한 표정으로 입술을 오므렸다.
미미르도 그 가신을 좋아하진 않는 듯한 분위기다.
“아무튼 좀 피곤한 타입이야. 자세한 건 직접 경험해 보면 알 거야.”
미미르가 더 말하기 싫다는 듯이 몸서리를 쳤다.
확실히 둘이 사이가 안 좋긴 한가보다.
“그래. 그럼 최대한 빨리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가 봐야겠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은 ‘영창을 무사히 성공할 것.’이다.
격의 영창, 영구동토를 성공한 지금이라면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로 향하는 마법진을 발동시킬 수 있을 거다.
“아, 지금 말고 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가.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는 한번 들어가면 나오고 싶을 때 못 나와.”
“아, 그래?”
그건 예상 못 했네.
“대충 몇 시간 정도 여유를 둬야 하는데?”
“음. 최소 10시간? 넉넉히 잡고 15시간 정도는 있는 게 좋아.”
“그럼 지금 들어가면 안 되겠네.”
현재 시간은 새벽 1시.
내일 7시에 경기장으로 향해야 하니까, 남은 시간은 6시간.
시간이 한참 모자라다.
“내일 있을 마지막 경기, 너희가 1선발이라서 먼저 경기를 치른다고 했지?”
“어.”
올림피아드 대망의 마지막 경기, 오픈 레이드의 예선은 각 팀의 등수로 조가 결정된다.
1위인 우리는 1조이고, 2위인 미국은 2조, 3위인 영국은 3조.
이렇게 차례대로 배치가 되어, 총 64팀 8조로 나뉘게 된다.
예선전은 하루 통째로 치르게 되고, 경기는 당연히 1조부터.
즉, 우리 한국이 첫 경기라는 말이다.
“그럼 예선전 끝나고 바로 들어가면 되겠네.”
“응. 안 그래도 그러려고 생각 중이었어.”
첫 경기가 끝나고 바로 돌아가면, 다음날 본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16시간가량의 여유가 생긴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가기에는 이때가 적기다.
* * *
다음날 아침.
우리는 8시 20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예선전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약 30분.
모두가 긴장으로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어야 할 시간.
한국팀의 대기실에선 그 어떠한 긴장의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아암.”
“선배. 여기, 머리 뻗치셨습니다.”
“아, 땡큐.”
누군가는 하품을 하고, 누군가는 수다를 떨며, 누군가는 장난을 치고 있다.
마치 경기가 아니라 마실 나가는 사람들 같다.
“다들 방심하고 있군.”
유일하게 긴장다운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강신우 선배 정도일까.
강신우 선배는 현재 팀원들의 태연자약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게요. 오늘따라 좀 산만하네요.”
물론 저러는 건 이해가 간다.
현재 한국의 전력은 압도적이다.
위기감 따윈 전혀 생기지 않겠지.
하물며 오늘 치를 건 예선전.
미국이나 영국을 상대하는 것도 아니니, 긴장이 풀리는 것도 당연했다.
‘근데 이건 좀 너무 풀린 거 같은데. 이러다가 실수가 나올 수도 있겠어.’
긴장은 너무 해도 안 좋지만, 너무 풀려도 안 좋다.
오늘 예선에서 무슨 일이 생길 확률은 적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내일 본선에서 문제가 생길 지도 모를 노릇이다.
이런 분위기는 미리미리 잘라내고 가는 게 좋다.
“선배.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래. 맡겨 둬라.”
옆에서 세상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강신우 선배가 따끔하게 한 마디 해 줘야겠다는 표정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예선전 1조에 속한 팀의 선수분들은 10분 뒤부터 경기장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순간, 스피커 너머로 경기 알람 방송이 들렸다.
“…….”
동시에 강신우 선배의 발걸음이 멈췄다.
참고로 딱히 방송에 집중하고 있다거나 한 건 아니다.
10분 뒤에 경기장에 이동해야 하는 건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다.
이제 와서 집중해야 할 내용이 아니다.
“다들 긴장을 풀고 있던 건 아닌가 보네요.”
“……그래 보이는군.”
신우 선배가 걸음을 멈춘 건, 팀원들의 분위기가 방송과 동시에 일변했기 때문이다.
언제 느슨했냐는 듯이, 날카로운 표정과 태도가 되었다.
적당히, 과하지 않을 정도만 하고 있는 긴장.
그러면서도 무덤덤한 눈빛.
완벽한 전투 태세였다.
“후우. 이제 딱 두 경기 남았네.”
순찬이와 낄낄대며 수다를 떨던 희윤 선배가 세상 진중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늘이랑 내일. 모든 걸 다 불태워 보자고.”
진석 선배가 그 뒤를 따랐다.
손에서 뚜둑뚜둑 소리를 내며 호탕하게 미소 짓는다.
“형님. 미궁 탐사에서 놀았다고 힘이 남아도시는 거 같은…… 으아악!”
“뭐라고 했니? 후배야.”
마진석 선배가 깝죽대는 순찬이에게 헤드락을 걸고 힘을 줬다.
“형님! 죄송합니다! 안 까불겠습니다! 으아악!”
“응? 미궁 탐사 선발에서 제외돼서 푹 쉬어서 그런가? 귀가 잘 안 들리네. 뭐라고?”
팔뚝에 우락부락하게 튀어나온 혈관들이 헤드락의 파워를 보여주는 듯했다.
“아파요! 아프다고요!”
“그래? 살살 누르고 있는데. 우리 후배님 덕분에 푹 쉬어서 그런가? 힘이 남아도네?”
“으어억!”
미궁 탐사 경기에서 순찬이가 대신 출전했다는 걸 은근히 마음에 품고 있는 듯했다.
“그만해. 멍청아. 경기 시작 전에 뭐하는 거야.”
진희윤 선배가 나서서 두 명을 떼어냈다.
“사, 살았다.”
마진석 선배의 품에서 벗어난 순찬이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예? 예.”
순찬이가 세상 미묘한 표정으로 답했다.
“어휴. 저 쪼잔한 놈. 고작 저런 걸로 애를 이렇게 갈구냐. 괜찮아? 많이 아팠지?”
“…….”
순찬이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제일 쪼잔한 사람이 할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순찬아. 표정에 감정 드러난다?”
희윤 선배가 순찬이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그리곤 등을 슥슥 문지른다.
“등이 간지러운가 봐?”
“아닙니다!”
순찬이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희윤 선배의 손이 진짜 맵긴 한 모양이다. 순찬이가 저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하는 걸 보니.
“농담이야. 농담. 짜식. 과민 반응하기는.”
희윤 선배가 껄껄 웃으며 순찬이의 머리를 마구 비볐다.
뭔가 그 사이에 둘이 더 친해진 듯 보였다.
아니, 희윤 선배가 순찬이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연 건가.
“슬슬 나갈 시간이에요.”
그런 우리에게 아델라가 다가왔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세상 태연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출발 시간이 다 됐음을 알렸다.
그 순간, 조금이나마 장난스러워졌던 분위기가 단숨에 묵직해졌다.
모든 감정을 지우고, 앞으로 있을 경기 하나만을 생각하는 듯한 표정.
내가 뭐라고 더 할 필요도 없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들이었다.
“갑시다.”
내가 할 말은 딱 이것뿐이었다.
“그래. 후딱 가서 처리하고 오자고.”
“가즈아.”
그렇게 우리는 다 같이 대기실을 떠나, 경기장으로 향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예선전에서 패배할 일은 없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 * *
―이변은 없었습니다! 한국팀, 압도적인 성적으로 예선전을 돌파! 1구역에서 4구역까지. 모든 구역을 완전히 독점하다시피 하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1등을 따 냅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예선전 1경기는 한국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독일의 전략이 엿보였는데요. 한국팀의 전략을 완전히 읽고 2등을 노린 전략이 주요했습니다.
―예. 대를 탐하다가 소를 잃지 않은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1조에서 함께 본선에 진출한 것은 독일팀.
한국팀이 모든 구역을 다 공략할 생각이라는 것을 읽고, 반대로 생각해 작은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것으로 2위를 차지했다.
전략의 승리라 할 수 있겠다.
―아, 정말 긴장되네요. 이제 내일 있을 마지막 경기. 본선으로 모든 게 정해지는 거잖아요.
―그렇죠. 과연 한국이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없을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앗. 말씀드리는 도중, 예선전 2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2경기에 출전할 선수들을 소개해야겠네요!
해설자들이 자연스럽게 2경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형식적인 해설이기에 딱히 주목해야 할 건 없었다.
“쯧.”
트키쉬가 혀를 차며 TV를 껐다.
방 안을 가득 채우던 해설자와 캐스터의 목소리가 사라지며, 방 안에는 정적만이 남았다.
“신하율.”
트키쉬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신하율에 대한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쥐새끼 같은 놈.’
처음엔 단순히 암살 대상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원한이 생겼다.
신하율은 무려 세 번이나 트키쉬에게 물을 먹였다.
그 중에 한 번은 트키쉬가 관리하던 렝 스미스가 실패한 것이기에 제외한다고 해도, 남은 두 개는 완벽하게 트키쉬의 실패였다.
‘신지한. 그놈이 의심받지 않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 힘을 뺐다곤 하지만…….’
뭐가 됐던 실패는 실패.
트키쉬의 실적에 큰 오점이 생겨 버렸다.
원한을 품는 건 당연했다.
‘후. 의뢰고 뭐고 지금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지만…….’
그건 안 될 일이다.
한번 맡은 의뢰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 트키쉬의 폴리시에 반한다.
신하율을 제거하는 건 철저히 의뢰 아래에 이뤄져야 한다.
‘죽이고 싶다.’
하지만 생각보다 감정의 폭주는 격렬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진정하자. 후우. 진정해.’
트키쉬가 분노로 뜨거워진 숨을 깊게 내뱉었다.
‘애초에 지금의 신하율은 제거하려고 해도 제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신지한의 안위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신하율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여도 문제다.
지금의 신하율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주위에는 어마어마한 호위 인력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그 정도의 호위를 뚫고 신하율을 제거할 방법은 없다.
적어도 트키쉬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인력을 추가로 동원하면 모르겠지만, 의뢰가 아닌 이상 추가적인 지원을 바라긴 힘들다.’
고로, 지금 트키쉬가 개인적으로 움직여도 신하율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트키쉬가 다시금 크게 숨을 내뱉었다.
아까 전보단 훨씬 안정화된 차가운 숨이었다.
상황을 정리하다보니, 머리가 어느 정도 차가워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3일 뒤에 있을 이송식에서 더 피스트를 제거하는 게 먼저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선, 사명을 떠올리며 모든 분노를 털어냈다.
평소의 무표정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 온 트키쉬가 무덤덤하게 폰을 꺼냈다.
‘……그나저나.’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
‘신지한. 이놈은 그 후로 왜 연락이 없는 거지?’
더 피스트가 신하율의 암살을 실패한 후. 신지한의 폭풍 같은 연락을 예상했는데, 이게 웬걸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연락조차 없었다.
마치 흑색 마탑과 더 이상 연락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완전히 연락을 끊어 버렸다.
‘설마 직접 움직일 생각은 아니겠지.’
트키쉬가 눈을 날카롭게 떴다.
신지한이 직접 움직이는 건 좀 곤란하다.
신지한은 추후, 한국을 지배하는 데 크나큰 힘이 될 존재다.
그런 존재가 지금 제거되는 건 흑색 마탑 입장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손해다.
‘그 정도로 멍청한 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섣부르게 행동을 하려 한다 해도 이상하진 않다.
짜증나는 놈이긴 하지만, VVIP 고객인 만큼 그냥 죽게 둘 수는 없다.
트키쉬가 작게 혀를 차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Code name : 헤르메스]착신음이 두 번도 채 들리기 전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헤르메스. 41번 VVIP고객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 바란다.”
―확인하는 즉시 전송하겠다.
“그래. 부탁하지.”
그게 끝이었다.
전화는 그걸로 끝.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는 듯 두 명은 동시에 전화를 끊었다.
이게 간부, 헤르메스와 대화하는 데 이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하다.
[Code name : 헤르메스]문자는 바로 왔다.
과연 흑색 마탑 최고의 정보통 헤르메스다운 속도였다.
문자에는 신지한에 대한 온갖 정보가 적혀 있었다.
대부분은 다 아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문항만큼은, 트키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미국으로 온다고?”
신지한이 신하율이 있는 미국으로 가려하고 있다.
신지한의 속이 뻔히 보이는 행동에 트키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