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3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33화(133/466)
오픈 레이드 예선전이 끝나고.
곧장 호텔로 돌아온 나는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아델라, 순찬이와 가볍게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럼 내일 아침까진 방에서 푹 쉬는 거야?”
순찬이가 먹던 빵을 마저 삼키고 물었다.
“어.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컨디션도 좀 조절하면서 그간 쌓인 피로도 다 풀려고.”
“16시간 동안 잠만 자려는 건 아니지? 아서라. 그러다 컨디션만 더 망친다.”
“……내가 그런 것도 모르겠냐?”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려고.
“하긴 뭐, 컨디션 관리 마스터 신하율 선생님께서 그 정도도 모르실 리가 없지.”
순찬이가 픽 웃으며, 반쯤 남은 빵을 다시 한입에 털어 넣었다.
턱관절이 움직이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옆에서 다람쥐처럼 빵을 오물오물 거리고 있는 아델라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순찬이의 씹는 속도가 KTX급이면 아델라의 오물거리는 속도는 장난감 기차 정도다.
‘아델라는 진짜 다람쥐처럼 먹네.’
조금 씩 조금 씩 뜯어, 꼭꼭 씹 어 먹는 모습이 작은 동물 같아서 꽤나 귀여웠다.
“그럼 뭐, 방에서 혼자 명상이라도 하려고?”
그 사이에 빵을 다 삼킨 순찬이가 다시 질문했다.
“명상도 하고. 잠도 자고. 마나 순환도 하고. 그냥 뭐 여러 가지.”
사실 16시간 동안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갔다 올 거지만,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어서 적당히 둘러댔다.
“그래. 뭐, 너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알았어. 선배들한테도 내일 아침까진 너 찾지 말라고 말해 둘게.”
“어. 부탁할게.”
이걸로 내일 아침까지 누가 날 찾을 일은 사라졌다.
최소 흑색 마탑의 습격이나 마나 재해급의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 누구도 내 방을 찾아오지 않을 거다.
‘혹시 모르니까 석현 아저씨한테도 말해 두긴 해야겠네.’
내일 아침까지 그 누구도 내 방으로 들어오지 못 하게 해 달라.
그렇게 부탁하면 확실히 처리해 주시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고급스러운 단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단 맛 보다 짠 맛을 좋아하는 내 입에도 이렇게 잘 맞다니.
고급 호텔의 중식 아니랄까 봐, 엄청난 퀄리티다.
나는 은은한 단맛을 즐기며 빵을 수차례 씹고, 그대로 삼켰다.
“이 호텔 요리가 진짜 맛있긴 하단 말이지.”
순찬이가 네 번째 빵을 또 다시 흡입하듯이 먹고 엄지에 묻은 설탕을 핥았다.
“안 그래, 아델라?”
순찬이가 슬쩍 아델라에게 공감을 요구했다.
“…….”
그러나 아델라는 반응이 없었다.
우물우물.
빵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듯, 야무지게 턱관절만 움직이고 있다.
순찬이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하다.
“……쩝. 괜히 무안하네.”
순찬이가 머쓱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냥 놔 둬. 쟤 지금 아무것도 안 들려.”
“그러게. 거의 혼이 팔렸는데?”
그리곤 아델라를 빤히 바라봤다.
뭔가 진귀한 짐승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의외네. 마법에만 관심 있고 식탐 같은 건 아예 없는 줄 알았는데.”
먹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아델라가 아주 신기한 듯했다.
“식탐이 없는 애가 바나나 우유에 집착하겠냐.”
“오. 듣고 보니 그러네.”
아델라의 선호 음식은 딱 세 개로 분류할 수 있다.
바나나 우유와 빵.
그리고 단 것.
요컨대 달콤한 빵이라면 환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훌륭한 빵에 혼이 팔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물며 이건 평범한 빵이 아니라 리미티드. 한정판 중의 한정판이다.
“근데 이거 진짜 신기하네. 어떻게 바나나 우유로 이런 빵을 만들었지?”
무려 일반 우유가 아닌 ‘바나나 우유’로 만든 빵.
이 호텔의 셰프가 바나나 우유에 미쳐 사는 아델라를 위해 개발한 빵이다.
아델라가 저런 상태가 되는 건 당연하다.
“대단하신 셰프님이라곤 하더라. 수상 경력만 백 개가 넘던데.”
이 호텔의 메인 셰프의 실력은 세계에서도 세 손가락에 든다고 정평이 자자하다.
실제로 이 호텔의 요리 중에 맛없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이 호텔의 요리가 그리울 것 같다.
“흐으. 여기 요리를 먹는 것도 내일이 마지막이네. 그렇게 생각하니까 뭔가 좀 아쉽다.”
순찬이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듯하다.
“언제는 빨리 한국으로 좀 돌아가고 싶다더니.”
“한국이 좀 그립긴 한데……. 이 요리를 못 먹는 건 좀 아쉽네.”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를 만큼 이 호텔의 요리가 각별하다. 그런 의미였다.
“아, 그래. 좋은 생각났다. 나중에 또 오자.”
“또 오자고?”
“엉. 뭐 방학 때라든지. 연휴 때라든지. 여행차 오는 거지.”
“너랑 둘이? 그건 좀…….”
내가 세상 싫다는 표정을 짓자, 순찬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야. 나도 시커먼 남정네랑 둘이 여행가는 건 싫거든? 미쳤다고. 당연히 아델라도 껴서 와야지.”
“셋이서?”
“어. 2학년 황금 트리오끼리. 좋지?”
순찬이가 능글맞게 웃었다.
“걱정 마. 내가 또 한 눈치 하잖냐. 셋이 여행 오면 알아서 자리 피해 줄 게. 둘이 잘 해 봐.”
눈썹을 까딱 까딱거리는 것이 꽤나 띠꺼웠다.
저번에 희윤 선배가 이상한 말을 한 뒤로, 다들 나와 아델라의 사이를 오해하는 듯하다.
그런 거 진짜 아닌데.
“헛소리하지 말고 빵이나 처먹어.”
“또, 또 말 돌린다. 부끄러우십니까? 이거 자기감정에도 솔직하지 못하는 게. 우리 하율 씨. 의외로 순정남이었네?”
순찬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껄껄 웃었다.
뭔가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띠꺼운 표정이었다.
“아, 지금 이 자리도 피해 줬어야 하나? 이거, 내가 눈치가 없었네. 미안타.”
티끌만큼도 미안해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오늘은 좀 눈치가 없었는데, 셋이 여행 갔을 땐 또 기가 막히게 눈치껏 빠져 줄 테니까 걱정 마.”
간만에 공격 기회를 잡은 것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 하는 듯, 끝도 없이 날 놀린다.
오늘은 줄곧 자신의 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순찬이가 자못 가소로웠다.
“그래. 여행 좋지.”
자 그럼 어디 가볍게 반격해 볼까.
“대신, 남자 둘 여자 하나는 좀 그러니까. 한 명 더 데려가자.”
“…….”
순찬이가 뭔가를 느낀 듯, 불안한 표정이 됐다.
“희윤 선배까지 해서 넷이면 딱이지 않겠어?”
“거, 거기서 왜 희윤 선배가 나와……?”
“왜긴. 아델라랑 친하기도 하고…….”
나는 오묘한 표정이 된 순찬이를 바라보며 세상 해맑게 웃었다.
“순찬이 너, 희윤 선배한테 마음 있잖아.”
순찬이가 순간 말을 잃었다.
“내, 내, 내내내, 내가 어딜 봐서 그런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선배한테 마음이 있다고…….”
‘내’가 무려 여섯 번.
누가 봐도 동요하는 게 분명한 말과 표정으로 순찬이가 격렬하게 부정했다.
“어? 순찬 씨. 희윤 언니한테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 순간, 아델라가 정신을 차렸다.
“인마! 너는 계속 조용하다가 왜 지금 정신을 차려? 둘이 뭐 짰냐? 아니, 그보다. 아니야! 절대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진짜 마음 있구나.
혹시나 싶어서 찔러 본 건데.
진짜일 줄이야.
“야. 너 그 표정 뭐야. 아니야. 아니라니까.”
지순찬.
내 친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순진한 소년이었던 모양이다.
‘누가 누구보고 순정남이라고 놀리는 건지.’
나는 새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이 정보는 한동안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 * *
그 후, 가볍게 점심 식사를 끝내고.
나는 곧장 방으로 돌아와, 미미르의 서로 향했다.
미미르에게 짤막하게 오늘 오픈 레이드의 결과를 보고하고.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엔 환각 마법으로 감춰진 함정이 사방에 깔려 있어. 신안으로도 간파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니까, 항상 조심해야 해.”
아니,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대한 얘기라기보단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진입했을 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다고 해야 더 정확하겠지.
“그리고 해파리 같은 몬스터랑 만나면 조심해.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는 위험한 놈이야. 보이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
이걸로 주의 사항만 벌써 13개째다.
“그리고 또…….”
“잠깐만. 말하는 중에 미안한데. 질문 하나만 할게.”
나는 미미르의 말을 끊고 물었다.
“대체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가 얼마나 위험하길래 그렇게 호들갑이야?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갈 땐 아무 말도 없더니만.”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
무려 드레이크라는 괴물이 살고 있는 그린우드 숲에 들어갈 때도 말해주면 재미없다며 장난스럽게 웃기만 했던 게 바로 미미르다.
그런 미미르가 이렇게 극진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가며 주의를 하다니.
대체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가 얼마나 위험하길래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안 한 건, 거기서 기다리는 게 엘레나라서야. 드레이크고 뭐고 엘레나가 있는 이상 계승자의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길 일은 없으니까.”
드레이크고 뭐고, 엘레나 님이 있는 이상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길 일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아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는 달라. 말했듯이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신은 계승자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아. 네 신변에 위험이 생겨도 딱히 도와주지 않을 거야.”
“그 가신 분.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타입인가보네.”
“맞아. 일반인이라면 모르겠지만, 계승자는 절대로 안 도와줄 거야.”
“……대충 어떤 성격인지 알겠네. 스승님의 제자가 이 정도도 못 하면 안 된다. 뭐 이런 느낌인 거지?”
“정확해.”
앞서 얻은 충성심 높은 기사 타입이라는 정보에 저 말을 더하니, 얼추 그 가신이라는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가 보인다.
“이해했어. 네가 호들갑을 떨 만하네.”
요컨대 엘레나 님의 도움 없이 그린우드 숲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보면 된다.
즉, 내 목숨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미르가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도 당연했다.
“궁금한 건 풀렸지? 그럼 하던 얘기 계속 한다?”
“어. 경청할게.”
나는 세상 심각한 표정의 미미르와 눈을 맞췄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가면……. 음. 근데 어디까지 했더라?”
미미르가 갸우뚱 고개를 기울였다. 도중에 말이 끊겨서, 어디까지 얘기 했나 잊어버린 듯하다.
“해파리 같은 몬스터를 만나면 튀라고.”
“아. 거기까지구나.”
미미르가 목청을 큼큼 가다듬었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 어디가 스타팅 포인트일진 모르겠지만, 만약 폐성당 같은 데 떨어지면…….”
미미르가 계속해서 주의 사항을 읊어 나갔다.
20개, 30개, 40개.
미미르의 경고가 이어질수록 내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이거, 앞서 얘기한 13개의 주의 사항은 새발의 피였네.
이 얘기를 먼저 들었으면 왜 저렇게 호들갑을 떠냐고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미미르가 이 이상 없을 만큼 진지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맞췄다.
안 그래도 심각했던 내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그 누구도 믿지 마.”
“믿지 말라니?”
“말 그대로야.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선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돼.”
의미심장한 말임과 동시에, 사람을 굉장히 불안하게 하는 말이었다. 믿지 말라니.
“……그럼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가신 분도 믿지 말라는 거야?”
“아니. 걔는 믿어도 돼. 걔 빼곤 아무도 믿지…….”
그렇게 말하려던 미미르가 돌연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지. 그것도 안 되는구나…….”
그리곤 한층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바꿨다.
“걔도 믿지 마. 그냥 모든 걸 의심해.”
미미르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신신당부했다.
“그게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