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3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34화(134/466)
미미르에게 총 50개가량의 주의 사항을 전해들은 뒤.
마지막으로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미미르의 서를 나섰다.
미미르의 서는 마법 금고에 다시 넣고, 마법 금고에 넣어 뒀던 다른 한 권의 마법서, 이드레드의 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장 책을 펼쳐 맨 마지막 페이지, 20페이지에 걸쳐 각인되어 있는 특수 마법식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진짜 마지막이구나.’
마지막 페이지라는 것에 묘한 감정이 치밀었다.
이 책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이 책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책의 마지막 페이지라고 하니, 왠지 가슴이 떨렸다.
마치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페이지를 조금 앞으로 넘겼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이 책을 통해 계승자에게 내 말을 전하는 것도 이것으로 마지막.] [이드레드의 서의 역할도 이걸로 마지막이다.]마지막.
그 단어를 읽자, 이번에야 말로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건 작은 이별일 뿐. 우린 또 다시 만나게 될 거다.] [미미르의 서에서, 단테로아의 서에서, 할라마니움의 터에서.]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고유 명사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나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고로, 이것은 마지막이지만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 [그때 다시 만나자꾸나. 그리고…….]마지막 문장이기 때문일까.
조금은 정갈해진 스승님의 문자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음미하듯이 읽어 나갔다.
[졸업 축하한다. 제자야.]그 한 마디가 내 심장을 떨리게 했다.
나는 스승님의 마지막 축하 인사를 계속 곱씹으며, 살짝 눈을 감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내게 이런 기회를 준 스승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며, 다소 산만해진 마음을 가라앉혔다.
복잡한 감정으로 요동치던 마음 속 호수가 빠르게 잔잔해져 갔다.
“후우우.”
이내 내 마음 속에는 결의만이 남았다.
어떻게든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합격하리라.
그런 결의로.
“……가자.”
나는 그렇게 결의를 구현화하여 입 밖으로 내뱉은 뒤.
다시금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기하학적인 마법진의 연속.
여전히 1%도 이해할 수 없는 특수한 구조의 마법진을 눈으로 훑으며, 그 마법진의 중심에 손을 가져다 댔다.
“바라오니―”
내 영창과 함께 마법진이 빛났다.
웅, 웅, 웅!
첫 시동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인지.
마법진이, 아니. 이드레드의 서 전체가 요동쳤다.
그리고.
화아아아악-!
빛이 방 전체를 잠식했다.
“윽!”
눈을 감고 있었음에도, 눈꺼풀 너머로 빛이 전해져 온다.
그 정도로 거대한 광량 속.
소리가 들렸다.
‘네 성취를 기원하겠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장통 속에서도 분간할 수 있는 스승님의 목소리.
그리고 그 직후.
빛이 사라졌다.
나는 서서히 눈을 떴다.
“어서 오십시오. 계승자님.”
눈을 뜬 내 앞에, 익숙한 외견의 여성이 서 있었다.
만면의 미소임에도, 묘하게 기계틱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여성.
네 번째 만나는 것 같지만, 아마도 처음 만날 터인 마법 인격체.
“저는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의 안내를 맡은 ‘델타(Δ)’라고 합니다.”
알파, 베타, 감마에 이어 델타.
“지금부터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첫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연상케 하는 온통 새하얀 공간의 중심에서, 과거 알파가 했던 말을 연상케 하는 말을 그대로 읊었다.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
“어? 어.”
전혀 예상 못 했던 델타의 등장에 순간 넋이 나갔다.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선 마법 인격체가 나오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가 너무 위험해서, 안전장치용으로 배치시켜 둔 건 가보네.’
미미르가 그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로 위험한 곳이니만큼, 이 정도 안전장치는 있는 게 당연했다.
대충 여기서 델타에게 안내를 받고, 본격적으로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서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리라.
“계승자님? 설명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어. 부탁할게.”
“네.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델타가 작게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는 계승자님의 마법적인 능력치를 일괄적으로 검사합니다. 지금까지 배워 오신 모든 것들을 활용해, 시험관인 ‘아스란 폴로함루인’에게 인정받으십시오.”
굉장히 의외인 설명이었다.
난 또 영창의 숙달을 확인한다거나 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배운 모든 마법적인 능력을 시험한다니.
‘졸업이니만큼 총 점검을 한다. 이런 거구나.’
이해했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극독을 지닌 해파리. 귀여운 외견으로 사람을 속이는 식인 토끼. 환각을 이용해 먹이를 유인하는 유령. 사람을 양분으로 삼는 악마의 나무 등등.”
들어오기 전, 미미르에게 들었던 것들이 그대로 반복되었다.
“계승자님의 앞을 가로막을 모든 위협에서 벗어나, 감독관인 아스란 폴로함루인을 찾으십시오. 그게 첫 번째 관문입니다.”
역시 내 예상대로 델타는 안전장치용으로 이곳에 배치된 게 맞는 듯하다.
“첫 번째 관문이 아스란 폴로함루인을 찾는 거면, 두 번째 관문이나 세 번째 관문은?”
“그건 감독관을 찾아가면 알 수 있게 되실 겁니다.”
“네가 대답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거네.”
“네. 그렇습니다.”
요컨대 델타는 간단한 경고와 함께 최초의 목적을 제시하는 역할이고, 이후의 모든 건 그 아스란 폴로함루인의 관할이라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델타가 여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시험에선 그 누구도 믿지 마십시오.”
“…….”
이 또한 미미르가 신신당부 했던 말이다.
“감독관은 물론 평범한 동물, 벌레, 식물. 하물며 계승자님의 감각까지 모두 믿지 마십시오. 모든 것을 의심하십시오.”
마법 생명체 특유의 이질적인 미소가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그게 이곳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래. 충고 고마워.”
안 그래도 극한으로 치솟았던 경계도가 한층 더 치솟았다.
이후로는 그 어떠한 것도 절대 믿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했다.
“설명은 이상입니다.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
“아니. 없어.”
델타에게 들은 건 모두 미미르에게 들었던 말들이다.
굳이 들었던 말을 또 들을 필요는 없다.
“그럼 바로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 욕망의 미궁으로 보내드려도 되겠습니까?”
“욕망의 미궁이라고 하는구나.”
미미르에게 많은 말을 듣긴 했지만,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는 과거의 세계, 카피 월드의 지명은 듣지 못 했다.
욕망의 미궁이라.
이름만으로도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그래. 그럼 바로 이동시켜 줘.”
“네. 알겠습니다.”
델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지금부터 계승자님을 욕망의 미궁으로 전송하겠습니다. 제 손을 잡아 주십시오.”
“알았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때, 묘한 한기가 내 전신을 덮쳤다.
씨익.
‘잠깐만. 방금…… 웃었어?’
찰나였기에 정확하게 본 건 아니지만, 방금 전 델타가 웃은 것 같았다.
아까 전과 같은 기계틱하고 어색한 미소가 아닌 뭔가 인간적인 느낌이 드는 미소.
그것도 뭔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그런 미소였다.
‘뭐지?’
내 머릿속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득 채웠다.
뭔가가 이질적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이 상황.
괜히 꺼림칙하다.
“계승자님? 왜 그러십니까?”
내가 돌연 손을 멈춘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듯.
델타가 다시 나를 불렀다.
“…….”
나는 그런 델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지금 이 상황에 이상한 점이 없는가를 추가로 생각했다.
‘알파, 베타, 감마. 각각 첫 번째, 두 번째, 네 번째 시험의 페이지 때. 각 마법 생명체는 자신의 신체를 대가로 시험을 시작했어.’
앞선 시험의 페이지 때. 다른 마법 인격체들은 내게 손을 잡아달라거나 하는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냥 시험 시작과 함께 마나의 폴리곤으로 변했지.
‘물론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만 이중 구조라서 다른 걸 수도 있긴 한데…….’
앞선 세 명의 마법 인격체가 있던 시험의 페이지와 이번 시험의 페이지는 그 구조부터가 다르다.
델타만이 조금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냥 우연이라고 보기엔, 아까 그 웃음이 걸린다.
마법 인격체가 그런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그럴 리가.’
마법 인격체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건 마법 인격체가 아니라, 그냥 살아 있는 생명이다.
“계승자님. 손을 잡아주십시오.”
나는 다시 무감각하고 기계틱한 미소로 변한 델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아까 내가 본 꺼림칙한 미소가 거짓말 같다.
그게 더 내 의심을 팽창시켰다.
‘……확인해 보자.’
나는 천천히 인피니티 서클을 움직여, ‘신안’을 활성화시켰다.
5서클이 되며, 한층 더 성장한 신안은 델타의 신체 주위를 떠도는 마나를 완벽하게 꿰뚫어 봤고.
‘뭐야. 주위의 마나가 왜 이렇게 음습해?’
델타의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마나는 음습하고 사악했다.
‘마법 인격체라면 주위 마나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야 한다.’
마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건 생명체뿐이다.
같은 마나끼리는 영향을 줄 수 없다.
그리고 마법 인격체는 마나로 이루어진 일종의 마나 덩어리다.
고로, 마법 인격체의 주변을 감싸는 마나는 자연체 그대로여야 한다.
실제로 네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감마의 주위를 돌던 마나는 자연체 그 자체였다.
하지만 델타는 어떤가.
‘델타의 주위 마나가 그 형질을 바꿨다는 건, 델타가 주위 마나에 영향을 줬다는 것.’
델타가 주위 마나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건, 델타가 마법 인격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너…….”
내 등에 오한이 달리며, 내 양팔에 닭살이 오소소 돋아났다.
“너 뭐야.”
나는 두어 걸음 물러나며, 자세를 낮춰 전투태세에 들어섰다.
“계승자님?”
델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나는 델타를 경계하며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게, 본인도 포함한 거였어?”
“…….”
델타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승자님. 어서 제 손을 잡아 주십시오.”
그러나 그건 찰나였을 뿐.
델타는 금세 이전과 마찬가지로 기계틱한 표정이 되었다.
“……설마 이렇게 함정을 파 둘 줄은 몰랐어. 미미르가 그렇게 신신당부 할 만해.”
당연히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알파, 베타, 감마에 대한 신뢰는 충분히 쌓여 있었고.
다음 시험의 페이지에 만약 마법 인격체가 나온다면 델타일 거라 예상도 하고 있었으며.
마법 인격체에 대한 건 나만의 특별한 비밀이라 생각했기에 당연히 거짓일 리가 없을 거라 단언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미미르와 똑같은 말을 했다는 게 컸다.
‘미미르의 입에서 나왔던 말과 똑같은 말들이 연달아 나온 순간부터, 델타는 잠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분류됐어.’
누가 말했던가.
거짓은 진실 속에 숨겨야 비로소 완벽한 것이라고.
지금 이 상황이 바야흐로 그런 상황이었다.
델타, 아니. 델타로 위장하고 있는 ‘무언가’는 내게 진실을 고하는 것으로 자신의 거짓을 감췄다.
“다시 한번 묻겠어. 너, 뭐야? 그보다 나한테 했던 말들은 뭐야?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거야?”
내 마나가 강렬한 기세를 품고 델타를 억눌렀다.
“아쉽다.”
그 순간, 델타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평범한 사람의 입꼬리가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입꼬리가 광대를 넘어선 곳까지 솟았다.
그 모습은 굉장히 기괴하고, 또 공포스러웠다.
“너무 아쉬워. 마지막에 실수를 해 버렸어.”
델타, 아니. 델타였던 것이 끽끽대며 웃었다.
마치 유령이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
“아쉽다. 응. 아쉬워.”
초승달만큼 휜 입꼬리와 스산한 붉은 안광.
쳐다보기도 꺼림칙한 기괴한 몰골로 나를 빤히 응시한다.
그리고.
“친구가 하나 더 늘 수 있었는데. 있었. 있. 있있있있있있!”
목은 물론, 신체 곳곳이 기괴하기 뒤틀리며 신체가 반투명해 졌다.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그 말을 끝으로, 델타였던 무언가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온통 새하얗던 공간도 빠르게 소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새하얀 빛이 모두 사라지고, 허름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당?”
낡은 성당.
미미르가 그토록 주의하라고 했던 빛바랜 폐성당.
나는 그 성당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런 데구나.”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