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3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35화(135/466)
정체불명의 망령 몬스터가 자취를 감춘 뒤.
나는 성당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주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미리 챙겨 온 아티팩트, ‘사계’를 장비하고. 신안까지 활성화시킨 뒤에 폐성당과 연결된 네 개의 통로를 샅샅이 살폈다.
“……하나 같이 지랄났네.”
약 10분간의 관찰 끝에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네 개의 통로에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모두 하나같이 아주 꺼림칙했다.
마나의 움직임도 이상하고, 마나의 기운도 이상하다.
아니, 그냥 모든 게 이상하다.
‘어디로 가라는 거야?’
하나 같이 꺼림칙해서, 어떤 통로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네 통로 다 들어가고 싶지 않다.
저기에 내 의지로 들어간다는 건, 굶주린 호랑이의 아가리에 스스로 머리를 넣는 것과 같다.
저 통로에서 흘러나오는 압박감은 그 정도로 거대하다.
가능하면 안 들어가는 게 좋다.
‘하지만 안 들어 갈 수는 없단 말이지…….’
내 목표는 이곳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감독관을 찾는 것.
그를 찾기 위해선 위험하고 뭐하고 간에 일단 움직여야 한다.
그곳이 호랑이의 아가리던, 지옥이던 간에 나아가야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이 안에 갇혀 있어야 한다.
‘애초에 여기도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고.’
나는 다시 몸을 돌려 폐성당을 바라봤다.
미미르의 말에 따르면 이곳 폐성당은 피해야 하는 장소 TOP3에 속하는 위험 스폿이다.
‘나를 속이려 하던 그 의문의 망령 몬스터가 다시 나오지 말라는 보장은 없어.’
애당초 망령 계열 몬스터의 장점은 끈질긴 생명력이다.
무슨 연유인지 지금은 모습을 감췄지만, 아마 소멸하진 않았을 테지.
시간이 지나, 힘이 회복되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게 분명하다.
놈이 힘을 회복하기 전에 이 장소를 떠야 한다.
“……진짜 지랄 났네.”
다시 한번 걸걸한 욕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진짜 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나는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이 네 통로 중 한 곳을 택해야 한다는 건데.’
나는 다시금 네 통로를 살폈다.
‘그나마 선택한다면 어디가 나으려나.’
차례대로 빛, 어둠, 화염, 그리고 무(無)라고 표현 가능한 통로들.
이 네 통로들 중에 어디를 택해야 할지.
어디가 제일 안전하고 어디가 제일 위험한지 따윈 여기서 알 수 있는 게 없다.
꺼림칙하기가 넷 다 똑같다.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긴 하겠네.’
이럴 때는 괜히 깊게 고민하기 보다는, 그냥 감에 맡기는 게 낫다. 어디가 제일 안전하려나.
‘역시 안전한 거라면 빛인가?’
나는 성당의 왼쪽 측면에 위치한 통로, 빛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통로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지 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빛이 가장 안전한 느낌이다.
만약 이 네 통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빛의 통로가 제일 나을 테지.
‘좋아. 일단 빛의 통로로 가 보고. 위험한 것 같으면 돌아오자.’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 빛이 흘러나오는 통로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 * *
빛의 통로로 들어선 뒤로, 약 15분가량이 흘렀다.
“……와, 죽을 뻔했다.”
비유가 아니라, 사전의 의미 그대로 숨이 끊어질 뻔했다.
방금 전에 발동된 함정은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미미르의 조언이 아니었으면 진짜 죽었을 거야.’
신안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트랩.
마나를 이용하지 않은 물리적인 함정이었던 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했다.
미미르가 ‘마나 트랩이 한쪽에만 치우쳐져 있을 경우를 조심해. 다른 함정이 감춰져 있을 확률이 커.’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못 피했을 것이다.
“……후.”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갑자기 밑에서 튀어나오는 기요틴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미미르의 조언에 따라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주시하며 진행했음에도 못 피할 뻔했다.
그 정도로 빠르고 예리한 트랩이었다.
‘조금 더 주의하면서 진행하자.’
나는 한층 더 감각을 끌어 올렸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모든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대비하지 못 하면 죽는다.
그런 필사의 결의를 품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길을 나아갔다.
그렇게 또 다시 10분이 흘러.
‘……이러다 신경쇠약 걸리겠는데.’
도를 넘은 긴장과 정신력의 과다 사용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할 때쯤.
‘문?’
저 멀리 새하얀 문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라면 도착했다고 기뻐해야 할 상황임에도, 도저히 기뻐할 수가 없었다.
기쁨보단 의심이 앞섰다.
‘……함정……인가?’
고작 30분 통로를 걸어왔을 뿐이지만, 이 미궁이 범상치 않은 곳이라는 건 뼈저리게 느꼈다.
이 미궁은 사람을 속이는 데 특화되어 있는 또라이 같은 곳이다.
그런 또라이 같은 미궁에 저런 문이 있다?
단언컨대 저건 함정이다.
저게 함정이 아니더라도, 저 주위에 100% 함정이 있다.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여기서부턴 신안까지 활성화 하고 진행한다.’
극심한 정신력 소모를 동반하기에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정신력을 아끼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신안(神眼).’
신안이 개안되며, 내 시야가 180도 변했다.
마나가 보여 주는 새로운 세상.
나는 신안에 의존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주 천천히. 뭐가 일어나도 괜찮도록.
식은땀을 흘려가며 길을 나아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네?’
내 예상과는 다르게, 문까지 가는 길엔 아무런 함정도 없었다.
아니, 길에만 함정이 없는 게 아니었다.
문에도 아무런 장치가 없었다.
손으로 직접 만져 봤음에도 아무 반응이 없다.
‘……그럼 진짜 그냥 문이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이 미궁이 그렇게 친절할 리가…….
나는 그렇게 의문을 품으며, 다시금 문을 살폈다.
혹시 문을 열자마자 폭발하거나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하며 정말 샅샅이 살폈다.
그러나 문은 깔끔했다.
정말 아무 장치가 없어 보였다.
‘……열자.’
이제 남은 건 문을 여는 것뿐이다. 나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녹슨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반쯤 열렸다.
그리고 왜 이 문 주위에 아무런 함정도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반쯤 열린 문틈으로 그 너머로 무언가가 보였다.
“미…….”
미친.
그 말도 끝까지 내뱉을 수 없었다.
저놈이 내 목소리를 듣고 눈치를 챌 까봐.
나는 필사적으로 내 입을 막았다.
‘왜 여기에 저런 놈이 있어?!’
빛으로 빚은 듯한 새하얀 깃털.
흉폭함을 형상화 한 듯한 부리.
딱 봐도 어지간한 건물 크기보다 큰 거체와 그보다 큰 날개.
마지막으로, 신체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은은한 빛무리.
‘빛의 익룡…… 호루스.’
랭크 외 재해종임과 동시에 신화 속 이야기에나 등장하는 신화종.
문 너머에서는 빛의 익룡 호루스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나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저놈이 일어나면, 끝이다.’
제발 저놈이 눈을 뜨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 * *
그 후로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추가로 흘렀다.
호루스를 피해 무사히 폐성당으로 돌아 온 나는, 곧장 어둠의 통로와 무(無)의 통로에 진입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진짜 미친 건가?”
이 미궁은 정상이 아니다.
이게 진짜 사람이 공략하라고 만들어 놓은 덴가 싶다.
‘호루스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는데…….’
빛의 통로와 연결되어 대공동에 위치하고 있던 호루스.
‘어둠의 통로에는 다크니스에…….’
어둠의 통로에 위치하고 있는 어둠의 익룡 다크니스.
‘무(無)의 통로에는 이블아이라니…….’
무의 통로에 위치하고 있는 지옥의 주시자 이블아이까지.
내가 확인을 마친 세 통로에는 모두 랭크 외 재해종, 신화종이 배치되어 있었다.
중요해서 두 번 말하지만, 진짜 미친 게 아닌가 싶다.
놈들이 다 잠들어 있기에 망정이지. 깨어 있었거나, 내 움직임에 반응해서 깨어났으면 난 무조건 죽은 목숨이었다.
‘아무튼 앞선 세 통로는 못 지나가.’
그런 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이상, 통과는 무리다.
‘이제 남은 건 화염의 통로뿐인데…….’
예상컨대, 화염의 통로도 앞선 세 통로와 여타 다를 바 없을 확률이 크다.
세 통로에서 모두 랭크 외 재해종이 배치되어 있다는 건, 남은 화염의 통로에도 랭크 외 재해종이 배치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니지. 이건 반대로 생각해야 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화염의 통로에는 랭크 외 재해종 같은 규격 외 몬스터는 배치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이곳은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 5서클에 들어선 미래의 계승자를 시험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5서클인 내가 깰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화염의 통로엔 랭크 외 재해종 같은 규격 외 괴물이 배치되어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네 통로에 모두 랭크 외 재해종이 있는 건 말이 안 돼.’
시험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이니만큼 아예 공략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고로, 화염의 통로에는 랭크 외 재해종 같은 건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화염의 통로로 발길을 옮겼다.
* * *
30분이 흘러.
나는 다시 폐성당으로 돌아왔다.
“……이건 아니잖아.”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구미호라니…….”
마지막 네 번째 통로.
화염의 통로의 끝에는 랭크 외 재해종, 구미호가 잠들어 있었다.
내 불안한 예감이 적중했다.
네 통로 전부 랭크 외 재해종이 길을 막고 있었다.
‘진짜 랭크 외 재해종을 쓰러트리는 게 공략 조건이라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어서 뭐 말도 안 나온다.
“……어이가 없네.”
나는 답답함에 머리를 마구 긁었다. 이 답도 없는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의 내가 랭크 외 재해종을 쓰러트릴 수 있는 가능성은 0%.’
랭크 외 재해종은 8서클 대마법사도 혼자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놈이다.
당장 얼마 전에 제 3마석 창고에서 모습을 드러낸 두 마리 몬스터, 펜릴과 기간토스만 봐도 알 수 있다.
8서클 마법사인 적색 마탑주에 6~7서클 마법사 수십 명이 달라붙어서 겨우 쓰러트렸다.
그 정도로 강한 게 바로 랭크 외 재해종이다.
그런 놈을 나 혼자 쓰러트린다?
천지가 뒤집혀도 불가능하다.
‘하물며 이곳에 있는 랭크 외 재해종은 신화 속에나 나오는 신화종이기도 해.’
호루스.
다크니스.
이블아이.
구미호.
이 네 몬스터는 이야기 속에나 등장하는 전설 속의 몬스터다.
몬스터 도감에 랭크 외 재해종으로 분류된 것도 과거의 기록을 보고 분류한 것뿐.
그 누구도 저 네 몬스터를 본적이 없다.
‘스승님의 시대에 살던 고대의 괴물.’
지금의 나로서는 이길 수 없다.
절대로 말이다.
이 미궁의 공략은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할 리가 없어.’
말했듯이 이곳 욕망의 미궁은 시험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다.
공략이 불가능할 리가 없다.
불가능해선 안 된다.
분명 파훼법은 존재한다.
‘이 말은 즉. 반대로 말하면 네 통로에 배치되어 있는 랭크 외 재해종을 쓰러트리는 게 공략 조건은 아니라는 것.’
이 미궁의 공략법은 따로 있다.
당장 미미르도 말했지 않은가.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갈 땐, 최소 열 시간 정도의 유예는 둬야 한다고 말이다.
그 말은 즉, 이 미궁은 빠르면 열 시간 내에 공략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 순간 내 정신이 맑아졌다.
‘그렇다면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
공략법이 존재하는 이상 불안에 떨 이유는 없다.
방법만 있다면, 그게 그 얼마나 어려운 것이던지 간에 찾을 수 있다. 아니, 찾아 보이겠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주위에 굴러다니던 적당한 길이와 굵기의 나뭇가지를 쥐어들고, 바닥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정보를 정리해 보자.’
미미르에게 들은 정보.
아까 전, 델타로 변장하고 있던 의문의 망령에게 얻은 정보.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개의 통로를 관찰하며 얻은 정보까지.
내 신안으로 확인하고, 내 피부로 느끼고, 내 눈으로 관찰하며, 내 귀로 들은 것들 하나하나.
모든 것을 바닥에 글로 적어 옮겼다.
‘답은 분명 있다.’
이건 시험이다.
응시자는 나.
출제자는 스승님.
그렇다면 출제자의 의도는 무엇인가.
스승님이 이런 위험천만한 장소를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넣어 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해라. 생각해.’
내 손이, 동공이, 머리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무아지경.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해답을 풀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흐으으으-
아무도 없어야 할 터인 폐성당에서 흐느낌 소리가 들려 올 때쯤.
“……이거다.”
나는 결론을 냈다.
“공략법은 이것밖에 없어.”
다소 무리일 수도 있지만, 성공만 한다면 확실하게 공략을 마칠 수 있는 공략법.
나는 그걸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