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3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36화(136/466)
생각의 정리를 끝마친 직후.
나는 곧장 빛의 통로로 향했다.
‘여기서 또 다시 길이 굴절되어서 우측으로…….’
이미 한번 공략을 마쳤던 통로이기에 진행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은 없었다.
몬스터는 이미 처리해 뒀고. 함정의 위치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이 통로는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
쒜에에에엑!
“허업!”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통로 옆에서 화살이 다발로 날아들었다.
나는 기겁해서 배리어를 사용함과 동시에 몸을 숙였다.
너무 갑작스런 함정이었기에, 완벽하게 대응하진 못 했다.
배리어에 살짝 빗맞아 살짝 굴절된 화살이 내 팔뚝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행히 상처는 그리 크지 않았다.
‘……깜짝이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리 챙겨 온 구급 키트에서 소독제와 붕대, 그리고 연고를 꺼내 빠르게 상처를 수습했다.
평소라면 이 정도 잔상처 그냥 뒀겠지만, 이런 미궁 같은 데선 확실히 치료해야 한다.
특히 여기처럼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미궁에서는 더더욱.
나는 소독 후, 연고까지 바른 뒤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그보다 아까 전엔 저 함정, 발동 안 했잖아.’
붕대를 감으며, 화살이 날아 든 방향을 노려봤다.
아까 전에 여길 지나갈 땐, 발동하지 않았던 함정이다.
다른 트리거가 있었고, 그걸 우연찮게 이번에만 밟은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어. 아까 전과 토씨 하나 차이 없이 똑같은 길을 가고 있는데.’
아까 전에 내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움직이기까지 하고 있다.
아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거의 99% 일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함정이 발동했다.
이 말은 즉.
‘……통로의 함정에 대해 학습을 마치고, 두 번째 들어오는 사람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세컨드 트랩이란 건가?’
방심하고 있는 침입자를 격퇴하기 위한 히든 트랩이라고 불러야 할까.
‘진짜 방심할 수가 없네.’
충분히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어설펐던 모양이다.
나는 다시금 극도로 경계심을 끌어 올렸다.
‘……후. 이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 온 거나 마찬가지잖아.’
이렇게 쓸데없이 신경을 소모할 때가 아닌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통로를 나아갔다.
혹시 모를 히든 트랩에 주의하면서, 아주 세심하게.
‘여기서 또 오른쪽으로 12도 굴절…….’
지형지물의 위치를 파악해 가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그렇게 약 20분이 흘러.
빛의 통로에서 원하던 정보를 얻고 성당으로 돌아온 나는 이를 까득까득 갈고 있었다.
“진짜 이 거지 같은 미궁…….”
이 미궁을 만든 사람은 평범한 또라이가 아니다.
사람을 괴롭히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디스트. 혹은 사이코패스다.
‘아니면 둘 다 던가.’
히든 트랩은 아까 전 그 화살 트랩을 끝으로 더 출현하지 않았다. 아주 질이 나쁘다.
‘진짜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는 미궁이야…….’
히든 트랩이 추가로 없었다면 좋은 거 아니냐고?
그래. 좋은 거긴 하다.
실제로 내 몸에 위험한 일이 생기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은 건 신체 뿐.
아까 그 히든 트랩은 내 몸이 아니라 내 정신을 갉아먹기 위한 트랩이었다.
‘의심암귀. 아까 그 트랩 때문에 두 번째 공략을 진행하는 길임에도 초행처럼 극도로 긴장한 채 진행해야 했어.’
하나가 있으면 두 개, 세 개 있다고 생각하라 했다.
히든 트랩 하나의 존재는 내 신경을 갉아먹기에 충분했다.
‘……후. 어둠의 통로를 지나가는 데도 고생 좀 하겠네.’
보이지 않는 위협.
내가 지은 이름이지만, 히든 트랩이라는 이름에 딱 맞는 장치였다.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어둠의 통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후. 조심하면서 가자.’
어둠의 통로에도 설치되어 있을 확률이 높은 히든 트랩에 주의해 가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길을 나아갔다.
‘여기서 왼쪽으로 7도 굴절. 132.45m 가량 진행됐고…….’
빛의 통로와 마찬가지로, 지형을 확인하면서.
아까 전 내가 남긴 족적을 따라 최심부의 어둠의 익룡, 다크니스를 향해 걸어 나갔다.
* * *
욕망의 미궁 최심부.
이 미궁의 주인인 아스란 폴로함루인은 흥미로운 눈초리로 신하율을 관조하고 있었다.
‘트랩을 피하는 거나, 미궁을 공략하는 걸 보면 실력이 나쁘진 않아.’
신하율이 있는 곳은 미궁 초입.
아스란이 있는 최심부와는 수십km떨어져 있는 곳임에도,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스란은 이 미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눈으로 볼 수 있는 권능이 있다.
‘배치된 몬스터를 처리하는 걸 보면, 마법적인 기량도 나쁘진 않다.’
약 3시간.
아스란이 신하율을 관찰하며 얻은 결론은 ‘나쁘지 않다.’였다.
‘폐성당에서 꿈을 먹는 망령을 물리친 것도 썩 괜찮았지.’
주군의 계승자로선 다소 부족하지만, 저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급제점을 줄 수 있을 테지.
‘괜찮군.’
미미르나 엘레나.
그 외에 아스란을 아는 사람들이 들으면 경악할 만한 소리였다.
그 아스란이 레이 외에 다른 누군가를 인정하다니.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아니면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고 하나?
그렇게 말하며 눈을 부릅떴을 게 분명하다.
그 정도로 아스란이 누군가를 인정하는 건 흔치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해가 안 되는군.’
아스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저 정도의 기량을 가진 자가, 고작 저 정도의 트릭도 간파하지 못하다니.’
폐성당에서 시작된 네 갈래 통로. 저길 공략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어느 정도의 조심성만 있으면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통로를 공략하는 것으로 보아, 지식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세컨드 트랩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조심성도 충분하다.’
그걸 저 계승자가 눈치 채지 못하는 게 이상했다.
‘그런 자가. 어째서 구미호의 특이성에 대한 건 모르는 거지?’
구미호는 ‘몬스터’가 아니라 ‘신수’로 분류된다.
그런 만큼 무작정 인간을 적대하지 않는다.
마땅한 대가를 준비한 뒤에 대화를 요구하면, 그에 응해주는 게 바로 구미호다.
즉, 구미호에 대한 걸 자세히 알고만 있다면 저 통로를 통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저 계승자는 구미호에 대한 걸 아예 모르는 듯했다.
아까 구미호를 만났을 때, 지은 표정으로 보아, 구미호가 ‘신수’라는 것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어째서일까.
아스란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고민했다.
그리고 곧 하나의 가설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혹, 계승자의 시대에는 신수가 하나도 남지 않은 건가?’
바이테너 제국 시대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것은 분명하다.
그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면, 신수라는 존재가 모조리 사라졌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신수가 사라졌으면, 그에 따른 전승이나 정보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을 터.
‘만약 그렇다면 계승자는 저 통로를 공략할 수 없다.’
구미호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절대 공략할 수 없다.
고로, 저 계승자는 저기 이상 미궁을 공략할 수 없다.
‘……곤란하군.’
아스란 폴로함루인은 레이에게 미래의 계승자를 ‘평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 욕망의 미궁은 그 ‘평가’를 위해 존재하는 장소다.
이 미궁을 공략하는 데 성공하는 것 자체가 통과의 지표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와 미래의 지식 차이로 인한 무지는 평가의 대상에 들지 않는다.’
이건 정당한 평가가 될 수 없다.
익힐 수 없는 지식을 익히지 못한 건 무지가 아니라 당연한 것.
이대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은, 평가의 임무를 짊어지고 있는 감독관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이다.
‘……본의가 아니지만, 나서야겠군.’
아스란이 작게 혀를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저 계승자를 네 갈래 통로에서 벗어나게 한 뒤, 그 후에 다시 평가를 하면 된다.
‘저 통로를 넘어간 뒤로는, 저런 특수한 트릭은 없다. 평가는 그걸로도 충분하겠지.’
그 뒤에 준비되어 있는 건 함정과 몬스터, 그리고 독극물과 같은 미궁 그 자체의 것들뿐.
계승자를 평가하기엔 그걸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란이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의 통로의 끝에 거의 다 도착했으니, 이제 다시 폐성당으로 돌아가, 무(無)의 통로로 향하겠지.’
그렇다면 지금 무(無)의 통로로 가면 얼추 시간에 맞으리라.
아스란이 무의 통로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르게 미궁을 가로지르는 중.
‘……뭐?’
신하율의 돌발 행동을 보였다.
‘……다크니스의 쉼터로 들어가?’
어둠의 통로 끝에 도달한 신하율이 그대로 어둠의 익룡, 다크니스가 잠들어 있는 대공동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 순간, 아스란의 표정이 단숨에 일그러졌다.
‘어리석은 놈! 자포자기하기는!’
아무리 방법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다크니스를 깨운다는 선택을 하다니.
‘내가 잘못 생각했군. 저 계승자는 자격 미달이다.’
아스란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우뚝 섰다.
아스란 폴로함루인.
그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자를 혐오한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미궁 전체가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깨어났다.’
어둠의 익룡, 다크니스가 포효하는 소리가 미궁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쯧. 주군의 마법을 계승할 자격이 없는 계승자를 구할 의리는 없지만…….’
어둠의 익룡, 다크니스가 날뛰는 건 막아야겠지.
아스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금 혀를 차곤, 마나 서클을 회전시켰다.
‘좌표 확인. 링크. 공간 연결.’
9서클 대마법사.
레이 외에는 제국에 한 명밖에 없는 시공간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천고의 인재.
‘9서클 공간 마법. 하이퍼 루프.’
아스란 폴로함루인.
그의 신체가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어둠의 통로 최심부, 어둠의 익룡 다크니스의 쉼터였다.
끼아아아아아악!
조류 특유의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아스란의 귀를 강타했다.
그 소리가 꽤나 거슬렸다.
‘다시 잠들어라.’
아스란이 다크니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용할 마법은 ‘영원한 안식’.
대상의 신체 활동을 완전히 동결시켜, 강제로 멈추는 9서클 마법.
‘영원한…….’
그렇게 아스란이 마법을 시전하려 할 때였다.
문득 계승자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웃고 있어?’
다크니스의 살기등등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든다는 듯이.
오히려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게 하나의 목적이었다는 듯이.
희망과 희열이 돋보이는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자포자기한 게 아니었나?’
생각을 멈추는 것을 혐오하는 아스란이기에 알 수 있었다.
저 표정은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 아니다.
‘……다른 목적이 있다.’
확실하다.
저 계승자는 확실한 목적을 갖고 이곳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일단 지켜본다.’
아스란이 ‘영원한 안식’을 캔슬했다. 동시에 기척을 지웠다.
이미 없다시피 했던 기척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자, 뭘 보여 줄 거냐.’
예부터,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자는 둘 중 하나였다.
오만과 자만에 사로잡힌 우자(愚者)이거나.
‘희대의 천재(天才)이거나.’
저 계승자는 둘 중 무엇일까.
그렇게 아스란의 눈동자가 기대심으로 빛났을 때였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벽 너머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다크니스의 울음소리와는 미세하게 다르지만, 묘하게 비슷한 그런 소리.
‘……호루스?’
빛의 익룡 호루스의 울음 소리였다.
그 소리가 들린 그 순간, 다크니스의 시선이 돌아갔다.
소리가 들린 벽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다크니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 벽면이 폭발하며, 빛의 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호루스가…… 어떻게 여길?’
산산이 부서지는 벽면 너머에서 빛의 익룡, 호루스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