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3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37화(137/466)
끼아아아아아악-!
살벌한 울음소리와 함께, 벽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빛의 익룡 호루스.
‘빙고!’
놈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계획대로 됐다.’
빛의 익룡 호루스.
어둠의 익룡 다크니스.
이 두 놈이 잠들어 있는 대공동은 벽 하나를 두고 붙어 있다.
첫 탐색 때는 아리송했지만, 어둠의 통로와 빛의 통로를 재탐색하며 두 공동이 붙어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이것도 예상대로.’
빛과 어둠이 서로 대칭점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두 몬스터는 서로 상극에 위치한 존재들이다.
그런 몬스터들끼리 만나면 어떻게 될까.
굳이 답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굳이 답하자면.
끼이이이이이아악!
콰아아아아아아앙-!
싸운다.
그것도 미친 듯이 싸운다.
나 같은 떨거지 침입자가 있다는 건 순식간에 잊고, 서로 죽일 듯이 싸운다.
“으아앗!”
두 신화종의 격돌과 함께 무지막지한 폭풍이 불어닥쳤다.
빛과 어둠이 격돌하며 마나가 일그러지고, 또 공간이 붕괴되었다.
‘예상이 맞았고 뭐고, 일단 이 자리부터 떠야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지금은 저 두 놈에게서 최대한 벗어나야 한다.
안 그러면 후폭풍에 휘말려 목숨을 잃게 된다.
나는 재빨리 지면을 박차고 두 익룡에게서 멀어졌다.
“큭!”
그러나 나는 금세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되었다.
‘소형…… 블랙홀?’
붕괴된 공간이 마치 블랙홀처럼 변해, 내 신체를 끌어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어둠의 인력과 빛의 척력이 극에 다다르며 발생한 이상 현상이었다.
후우우우우우우우웅-!
그 흡입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전력을 다했음에도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아니, 버티지도 못 하고 있다.
내 신체는 조금씩 공간의 틈새로 이끌려가고 있었다.
이대로면 저 공간의 틈새에 빨려 들어가, 그대로 생을 마감하게 될 테지.
‘그게 아니라도, 여기서 이러고 있다간 저 두 놈의 공격에 껴서 죽어!’
지금도 쉴 새 없이 빛과 어둠을 쏘아내고 있는 두 익룡.
아직까진 저 공격이 내 방향으로 튀거나 하진 않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지금 이대로일 리는 없다.
한시라도 빨리 안전 지역으로 대피해야 한다.
‘공진(共振)!’
내 인피니티 서클이 최대 속도로 회전했다.
두 번째 인피니티 서클, 공명의 고리가 내뿜는 마나가 내 신체 전체를 감쌌다.
이것으로 약 3분 동안은 내 경지를 넘어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최대 출력. 초열지옥!’
화륵, 화르르르르르륵!
청염이 내 신체를 휘감았다.
‘5서클 유저였던 달리아의 초열지옥은 폭발 내성까진 완벽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라면……!’
공진의 힘으로 한 단계 힘을 끌어올린 지금의 내가 사용하는 초열지옥이라면, 폭발 내성까지 화염 내성에 준하는 만큼 끌어 올릴 수 있다!
‘6서클 화 속성 마법.’
공명의 고리를 필두로, 다섯 개의 인피니티 서클이 한층 더 빠르게 회전했다.
이 마법 한 방에 모든 걸 걸겠다는 의지를 담아.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기가 익스플로전!’
익스플로전의 상위 마법.
그것이 내 바로 뒤편에 시전되어.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했다.
“크으으윽!”
내 전력을 다한 마법답게, 엄청난 폭발이 일었다.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초열지옥으로 화염, 폭발 내성을 극도로 끌어올린 상태인 나도 고통을 느낄 정도였다.
아프고, 뜨겁다.
지금까지 느꼈던 열상들은 비교도 안 된다.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통증이다.
‘하지만 이걸로……!’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떴다. 대공동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내 몸이 하늘을 날아가며, 시야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탈출… 성공!’
기가 익스플로전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탈출하기 작전은 무사히 성공했다.
쿵! 데구르르!
그 순간, 하늘을 날던 내 신체가 바닥에 격돌하며, 바닥을 데구루루 굴렀다.
“커헉!”
등에 생긴 화상과 열상이 바닥에 쓸리는 감각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
너무 아파서 이번에야 말로 진짜 기절할 뻔했다.
내 몸은 바닥을 열댓 바퀴 구른 뒤에야 멈췄다.
‘일어, 나야…….’
나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면을 밀어내는 양손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의지로 버텼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끼이이이아아아아악!
그 순간, 내 지근거리에서 빛과 어둠이 격돌하며 폭발이 일었다.
다행히 거리가 좀 있어서, 폭발이 내 몸에 직접 영향을 끼치진 못 했지만.
후우우우우우웅-!
그 후폭풍은 그대로 내 몸을 강타했다.
“큽!”
대항할 수 없는 힘의 폭류가 내 몸을 다시금 멀리 날려 보낸다.
콰앙!
내 몸이 그대로 벽면에 격돌했다.
“으, 윽…….”
하지만 이번엔 다행히 아까 전과 같은 고통에 휩싸이는 일은 없었다.
아까 전엔, 최대 출력의 후유증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바닥을 굴렀지만, 지금은 아니다.
벽면에 격돌할 때, 마법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충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허억, 허억.”
나는 그대로 바닥에 꿇어앉았다.
한쪽 무릎만 굽힌 채, 양손을 바닥에 대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내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방금 그 충격으로 다리뼈가 부러졌나.’
오른쪽 다리가 부어오른 걸 보니, 제대로 부러진 모양이다.
까드드득.
나는 통증을 잊기 위해, 이를 꽉 깨물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마법으로 대체하면 될 뿐……!’
내 몸은 넝마일지라도, 내 서클은 아직 절호조다.
아직 공진이 풀리기까진 한참 남았다.
나는 곧바로 마나를 움직였다.
‘염력(念力)!’
무형의 힘이 내 오른다리에 깃들었다.
원래라면 일정 방향으로 힘을 가하거나, 압박을 주거나 하는 것밖에 불가능한 단순한 마법이지만.
내가 사용하면 다르다.
내 염력은 내 새로운 다리가 되어, 내 신체를 움직였다.
‘조금 더, 조금만 더…….’
한 걸음.
한 걸음.
염력의 사용에 익숙해질수록 내 걸음 속도는 점점 빨라져갔다.
끼루루루루룩!
콰아아아앙!
뒤에서 격돌하는 두 익룡의 소리를 억지로 무시하며 빠르게 길을 나아갔다.
‘앞으로 10미터!’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 10미터.
‘5미터, 3미터…….’
나는 전신을 바들바들 떨며 달렸다. 그리고.
‘1미터…… 30센티…….’
탁!
내가 목적지로 삼고 있었던, 거대한 문.
내가 들어온 문의 반대쪽에 위치한 거대한 철문에 도착했다.
‘이제 이걸 열기 만하면…….’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다.
나는 모든 힘과 마나를 다 동원해서 철문을 밀었다.
아까 전, 기가 익스플로전을 사용할 때와 맞먹는 수준과 위력의 염력이 무형의 힘이 되어 철문을 밀었다.
그러나.
‘……안 열려?’
철문은 열리지 않았다.
열리긴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아예 이 철문의 시간만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설마. 문을 여는 데도 조건이 있는 건가?’
힘이 부족한 거였다면, 철문이 조금이라도 움직였을 것이다.
이렇게 일말의 미동조차 없다는 건, 힘으로 열 수 있는 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즉, 이 철문을 열기 위해선 무언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조건은 뭐지? 주위에 이 문을 열 수 있는 장치로 보이는 건 없었다. 그럼 무언가 트리거가 있는 건가? 그렇다면 그 트리거는?’
내 사고가 빛의 속도로 가속했다. 이미 개안을 마친 신안을 이용해 빠르게 주위를 훑으며 정보를 획득해 나갔다.
그러나, 마땅한 정보는 그 무엇도 얻을 수 없었다.
새로 얻은 정보가 없기에,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
피이이이이이이이잉!
빛의 익룡 호루스가 발한 브레스가 어둠의 익룡 다크니스를 스치고, 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레이저가 내 머리 위로 지나가, 철문에 격돌하는 모습이 느릿하게 보였다.
‘이건…….’
얼핏 불운하다고 생각할 법한 공격.
그러나 지금의 내게 저 브레스는 불운이 아니라 천운이었다.
‘호루스의 브레스라면……!’
아무리 대단한 철문이라고 해도, 저 브레스를 버틸 수는 없을 터.
분명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콰아아아아아앙-!
“크윽!”
빛의 브레스가 철문에 격돌하며 폭음이 울렸다.
제법 가까운 위치에서 폭발했기에, 내 신체에도 그 여파가 미쳤다.
‘앱솔루트 실드!’
그 여파를 막기 위해, 5서클 방어 마법.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는 전신 방어형 방어 마법을 사용했으나.
쨍그랑!
2초도 버티지 못 했다.
앱솔루트 실드는 호루스의 브레스와 철문이 격돌하는 후폭풍에 산산이 깨져나갔다.
‘충분해.’
하지만 2초나 버텼으면 됐다.
‘제일 큰 충격은 막아냈다.’
화끈한 열기를 느끼며, 나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리곤 폭발이 일었던 철문 윗부분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철문이 산산이 부서져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연기가 사라지는 걸 기다렸다.
그러나.
‘……멀쩡해?’
철문은 멀쩡했다.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철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의문의 마법진이 브레스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말도 안 돼.’
충격적이었다.
대충 봐도 8서클을 상회하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호루스의 브레스를 맞고도 멀쩡한 철문의 강도도 충격적이었지만,
더 충격적인 건 저 철문을 감싸고 있는 마법진의 존재였다.
‘마법진이 걸려 있었다고……?’
조금 전, 철문이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직후.
나는 해결법을 찾기 위해 신안을 통해 주위 모든 것을 샅샅이 살폈다.
당연히 철문도 빠짐없이 관찰했다.
하지만.
‘분명 마법진 같은 건 없었는데.’
내 눈은 철문에 시전되어 있는 마법진을 간파하지 못 했다.
그게 무엇보다도 충격이었다.
‘이 마법진은 뭐지?’
호루스의 브레스와 격돌했기 때문일까.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의문의 마법진에 손을 댔다.
신안을 이용해 마법을 관조.
마법식을 관찰했다.
‘표면에 마법 간파를 막는 은신 술식이 걸려 있었구나.’
아예 신안의 간파를 막는 걸 목적으로 설치된 듯한 마법진.
아마도 스승님이 설치하신 것이겠지.
‘그리고 그 뒤의 마법진 이건…….’
두근, 두근.
마법진 너머로 심장 소리가 들렸다.
지면을 통해 깊이 연결되어 있는 의문의 심장박동.
나는 지면을 통해 이어져 있는 마법진을 눈으로 쫓았다.
‘이 마법진. 어둠의 익룡, 다크니스의 심장과 이어져 있어.’
마법진은 다크니스의 심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말은 즉.
‘이 철문은 다크니스의 심장 정지. 죽음을 트리거로 열리게 설정되어 있다.’
다크니스를 쓰러트리지 않고선 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었다.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전히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두 익룡을 바라봤다.
날갯짓 하나가 어지간한 고서클 마법보다 위협적이고, 서로의 브레스를 맞아도 잔상처만 남을 만큼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하며, 8서클 마법에 준하는 브레스를 초 단위로 쏟아내는 저런 괴물을 쓰러트리라고?
‘……불가능해.’
제 아무리 저 둘이 싸우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여기서 내가 호루스에게 가세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가 껴 봐야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는 없으니까.
‘……그럼 여기서 저 둘의 전투가 결착이 날 때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건가?’
아니. 그건 안 된다.
저 둘의 힘은 호각이다.
저 둘이 결착을 내는 것보다, 내가 전투의 여파에 휩쓸려 숨이 끊어지는 게 더 빠를 거다.
‘그럼 남은 방법은…….’
성당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뿐이다.
다행히 성당으로 돌아가는 문은 열려 있다.
저 문을 통해 일단 폐성당으로 돌아가서, 상처를 회복하고 후일을 도모하면…….
‘아니. 그것도 안 돼.’
빛의 통로로 들어가기 직전.
나는 폐성당에서 망령의 흐느낌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어둠의 통로로 들어가기 전, 그 흐느낌 소리는 더더욱 커졌다.
이 말은 즉, 망령이 힘을 회복해가고 있다는 것.
여기서 폐성당으로 돌아가 봐야, 망령과 싸워야 할 뿐이다.
지금 이 상태로 망령과 붙게 되면, 무사하진 못 할 테지.
고로,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제길.’
내 입술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문 모양이다.
‘사면초가인가.’
다음 구역으로 갈 방법은 없다.
도망칠 수도 없다.
여기서 버티는 것도 불가능하다.
완벽한 외통수.
모든 수가 막혔다.
‘……아니, 방법은 있을 거야.’
현실은 체스판이 아니다.
게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정보량과 변수를 지닌 현실에 외통수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외통수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건 아직 해답을 찾지 못 했을 뿐.’
생각을 멈추지만 않으면, 활로는 열릴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사고를 회전시켰다.
그리고 이내.
‘……찾았다.’
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단 하나의 활로.
‘하지만……지금의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시선을 돌려, 거대한 철문을 바라봤다.
호루스의 공격에 은폐 마법진은 완전히 소멸한 듯, 여전히 유려한 술진을 빛내고 있는 철문.
‘……아니.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생각하지 말자.’
할 수 있다.
그것 하나만 생각하자.
탁!
나는 양손을 철문에 댔다.
‘바이테너식에 불가능은 없다.’
웅, 웅, 웅, 웅!
인피니티 서클이 한층 더 강렬하게 회전했다.
몸이 아프다.
필요 이상으로 서클을 가속시킨 후유증일까.
신체의 상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통증이 내 전신을 억눌렀다.
“크윽!”
하지만 버틸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강인한 의지만 있다면, 버틸 수 있다.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철문을 노려봤다.
이를 악물고, 마나를 움직였다.
‘꿰뚫어 보아라.’
스승님의 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마법을 읽어라.’
눈이 아프다.
마치 수십 개의 바늘이 내 안구를 사방에서 찌르는 듯했다.
‘마법식을 간파해라.’
내 눈에서 무언가가 흘렀다.
눈물과는 전혀 다른 감촉.
피일까.
내가 무리를 하고 있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리하면…….’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파직, 파지지지직!
내 양손에서 전류가 튀었다.
인피니티 서클을 일주하여 한층 고강하게 벼려진 마나가 내 손을 통해 철문으로 들어가며 발생하는 마찰 전류.
‘그리하면……!’
츠츠츠츠츠츠츠츳!
보았다. 꿰뚫었다. 간파했다.
‘그것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니게 될 것이니.’
‘그것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니게 될 것이니!’
쨍그랑!!
‘파훼(破毁)!’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끼이이이익-!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마치 거대한 철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였다.
‘몸에… 힘이…….’
신체에 모든 힘이 빠져, 내 몸이 그대로 앞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으면…….’
흐릿해지는 정신.
어두컴컴해지는 시야.
희미한 시야 사이로, 지면이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안, 되는…….’
이윽고 어두컴컴해진 시야.
칠흑 같은 어둠이 똬리를 내린 세상에서.
턱!
누군가의 온기가 느껴졌다.
“……과연.”
난생 처음 듣는 남성의 목소리.
“호랑이의 새끼는 시대를 넘어서도 결국 호랑이란 건가.”
착각일까.
그의 목소리는 이 이상 없을 만큼 들뜬 것처럼 들렸다.
‘누……구.’
그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을 겨를도 없이.
“제법이야.”
나는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