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4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41화(141/466)
그 후, 미미르의 이야기는 약 1시간 정도 이어졌다.
“후우.”
미미르의 얘기를 모두 전해 듣고난 뒤.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단 미미르의 서를 나왔다.
혼자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미미르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베일 스톨…….’
구도의 파멸자 베일 스톨.
이전 미미르에게 그 이름을 들었을 땐. 그저 먼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라 생각했다.
궁금했던 건 베일 스톨과 스승님의 관계에 대한 것뿐.
설마 베일 스톨이 진짜 이 시대에 부활할 거라곤,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당연했다.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
다시 태어나는 일 따윈 없는 게 정상이니까.
‘미미르가 흑색 마탑에 관한 얘기에 예민하게 반응할 만하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흑마법사는 베일 스톨의 추종자들이다.
그리고 나는 레이 벨 바이테너의 제자.
즉, 나와 흑색 마탑은 운명으로 이어진 악연이라는 말이다.
신지한이고 뭐고 적대하게 되는 건 필연적이었다는 말이다.
“후우.”
머리가 지끈거렸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감각.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부담감, 두려움, 떨림.
연상되는 감정은 많지만, 콕 집어서 어떠한 감정이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
아마 저 모든 감정들이 적당히 섞여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는 걸 테지.
‘베일 스톨. 스승님도 끝끝내 쓰러트리지 못한 흑마법의 시초…….’
그런 대단한 존재를 내가 쓰러트려야 한단다.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건, 베일 스톨이 당장 부활하는 건 아니라는 것 정도인가.’
스승님이 이드레드의 서에 건 마법 중에는 베일 스톨의 기운에 반응하는 마법도 있다고 한다.
그 마법에 반응이 없다는 건, 적어도 5년 정도는 베일 스톨이 부활할 일이 없다는 말이라고도 덧붙였다.
요컨대 최소 5년은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5년이라…….’
그리고 이는 달리 말하자면, 5년 이내에 베일 스톨에 필적할 만큼 강해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가능할까?’
솔직히 자신은 없다.
5년.
얼핏 보면 길어 보이는 시간이지만, 마법사에겐 아주 짧은 시간이다.
하물며 내 나이는 현재 18살.
5년 뒤라고 해 봐야 23살일 뿐이다.
그 나이에 스승님에 준하는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니.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미미르는 가능할 거라고 했어.’
미미르는 나라면 5년 내에 스승님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혼자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스승님이 남긴 안배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면 5년 이내에 스승님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해가 안 되는 말은 아니었다.
마법이란 세월의 학문.
앞서 나가는 사람보다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이 걷는 속도가 훨씬 빠른 법이다.
하물며 앞에서 나아갔던 사람이 이끌어주기까지 하고 있다.
내 성취는 스승님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를 테지.
이는 당장 내 성취 속도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4달 만에 5서클.’
가히 엄청난 속도다.
이 속도를 생각하면, 5년 내에 9서클에 들어서는 것도 마냥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거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9서클은 불가능하지 않나?’
여타 학문이 그렇듯, 마법도 성취가 늘어남에 따라, 성장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진다.
아무리 그래도 5년 내에 9서클은 불가능해 보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나약한 생각이 머리를 잠식할 때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단정 짓지 말자.’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필사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도 안 돼. 가능하다고 생각하자.’
목표는 높을수록 좋다.
5년 내에 9서클. 딱 좋은 목표다.
‘일단 해 보고. 안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하면 돼.’
8서클을 목표로 노력하는 거나.
9서클을 목표로 노력하는 거나.
내가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냥 평소처럼,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면 될 뿐.’
지금까지처럼 마법을 익히는 것에 전력을 다하면 될 뿐.
내가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최소가 5년이잖아.’
10년, 15년.
그 이상의 시간적인 유예가 있을 가능성도 크다.
‘지금부터 벌벌 떨 만한 일이 아니야.’
미래에 대해 대비하는 것과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다르다.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품고 계속해서 끙끙대는 건 어리석은 자나 할 일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미래를 대비하면서.
불안감에 초조해하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자.
‘천천히 가는 것이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다.’
그 말을 되뇌며,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터벅터벅 책상 앞으로 걸어가, 이드레드의 서를 펼쳤다.
그리고 제일 앞 페이지.
본래라면 ‘작가의 말’ 따위가 적혀 있을 표지의 바로 뒷 페이지를 쫙 펼치고, 볼펜을 꺼냈다.
‘지금 내 목표를, 절대 잃어버릴 일 없는 책에 적자.’
그리고 텅 빈 그 페이지에 나는 고대의 룬어로 내 포부를 적었다.
[목표는 5년 내에 9서클이 되는 것.] [그리고 겸사겸사 베일 스톨이 부활하기 전에, 흑색 마탑을 정리하자.]나는 그 결의를 문장으로 벼려, 내 가슴에 새겨 넣었다.
* * *
다음날 아침.
나는 간만에 잠에서 깨어났다.
스승님의 로브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깊게 잠들었다.
‘엘릭서 때문인가?’
엘릭서가 어떤 식으로 사람의 몸을 회복시키는진 모르겠지만, 이 정도 상처 회복 속도면, 필히 세포 분열 가속 효과를 이용한 건 확실할 테지.
그리고 세포 분열을 가속시킨다는 건, 필연적으로 신체에 부하를 불러오는 법.
스승님의 로브고 뭐고, 신체가 녹다운 될 만도 하다.
‘효과가 장난 아니네. 원래 고급 포션을 먹고 나면 며칠 정도는 무기력증이나 컨디션 난조를 겪는 법인데. 그런 게 전혀 없다니.’
말이 좋아서 세포 분열 가속이지, 단순히 생각하면 미래의 힘을 끌어다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보통은 짧으면 1주, 길면 1달 정도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데, 지금의 내겐 그런 후유증이 아예 없다.
1달은커녕 반년 정도 후유증을 앓아도 이상하지 않은 큰 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후유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 기, 체 모두 말끔함 그 자체다.
상처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아주 개운하다.
과연 신화 속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엘릭서다운 굉장한 효과였다.
‘……이거 만드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려나.’
아스란에게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 주려나.
성격상 안 알려 줄 거 같기도 하고.
‘일단 밑져야 본전이니 알려달라고 하긴 해 봐야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현재 시간은 오전 7시 10분.
20분 뒤면 로비에서 모일 시간이다. 빠르게 준비를 끝마치고 나가야 한다.
나는 세면실로 향하며 걸치고 있던 스승님의 로브를 벗었다.
‘아.’
그렇게 스승님의 로브를 보니 문득 떠올랐다.
‘……이 로브의 진짜 사용법에 대해 묻는 걸 까먹었네.’
레이 벨 바이테너의 로브.
지금까진 컨디션 관리용으로만 사용했던 로브.
이 로브의 진짜 힘에 대해 묻는 걸 까먹고 있었다.
‘……로브만이 아니라, [진짜 마법]에 대한 것도 못 물어봤고.’
금제 때문에 진짜 이름도 말할 수 없다고 했던 마법.
5서클 마스터부터 사용할 수 있다고 했던 미미르 명명 [진짜 마법].
그 마법에 대해 묻는 것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어제 내가 진짜 정신이 없긴 했구나. 이런 것도 까먹다니.
‘오늘 오픈 레이드가 다 끝나고 물어봐야지.’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이 의문을 풀고 싶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시간이 없다.
나는 치솟는 호기심을 억지로 억누르며, 로브를 벗고 세면실로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단 다른 것들은 머리에서 지우고. 마지막 경기에만 집중하자.’
올림피아드 대망의 열 번째 경기. 오픈 레이드에서 승리를 따 내는 것만 생각하자.
나는 그렇게 정신을 가다듬었다.
* * *
오전 9시 40분.
올림피아드의 막을 내릴 대망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된 뒤로 40분이 흘렀다.
―자, 한국! 벌써부터 치고 나갑니다! 3팀으로 찢어져 산개해, 세 몬스터를 동시에 노립니다! 다른 나라의 견제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걸까요? 과연 이 산개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TV에서는 해설자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목이 찢어져라 소리치고 있었다.
억지 텐션은 아니었다.
해설자도 올림피아드의 관중으로서, 이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주목해야 할 건, 이쪽. 신하율 선수죠? 무려 혼자 움직이고 있어요!
―홀로, 상위 보스 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아직 눈치채지 못 했어요!
―설마 혼자서 라스트 보스를 처리할 속셈일까요?
―아니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닐 겁니다. 오픈 레이드의 라스트 보스, 삼원색 호랑이는 모든 팀이 합동으로 공략하는 걸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요. 도저히 혼자서 쓰러트릴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닙니다. 아마 다른 계획이 있을 겁니다.
해설자와 캐스터가 침을 튀며 열변을 토했다.
과연 신하율이 또 다시 어떤 기상천외한 작전을 선보일까.
그걸 추측하는 게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분위기가 고조된 건 관중석도 마찬가지였다.
본디 열기란 전염되는 것.
해설자와 캐스터의 열기는 경기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달아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말씀드리는 순간, 한국팀 4인방이 다른 나라와 조우했습니다! 하위 보스존이니만큼, 서로의 견제가 주를 이룰 거거든요!
그리고 관중석의 열기는 또 다시 일주해 해설자들의 힘이 되었다.
경기장엔 이러한 환호와 열기의 선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아들이 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인데.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고급 리무진 뒷좌석에 앉아, 경기 영상을 스마트폰 홀로그램 송출 모드를 통해 보고 있던 적색 마탑주가 옆에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상관없다.”
마도신가의 가주이자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신하율의 아버지. 신인혁.
그는 경기 따위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팔짱을 낀 채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다. 굳이 볼 이유가 없다.”
이미 신하율의 승리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이미 승부가 정해진 경기에 관심을 줄 만큼, 신인혁은 그리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주 눈에서 꿀이 떨어져 내리네. 그것도 평범한 꿀이 아니라 로열젤리가 뚝뚝 흘러 내려.”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성.
녹색 마탑주 민가연이 코웃음을 쳤다.
“마도신가의 귀신이 언제부터 그렇게 아들을 사랑하는 아들바보가 되셨어?”
“흥. 헛소리.”
민가연의 비아냥 아닌 비아냥을 신인혁이 코웃음으로 받아쳤다.
“나는 지극히 객관적인 판단 하에 하율이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을 뿐이다. 그 판단에 사사로운 감정 따위 담겨있지 않아.”
지금의 신하율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20세 이하 유망주들 중에는 없다.
지금의 신하율을 막기 위해선, 23세 이하의 국가 대표들을 데리고 와야 할 거다.
그 정도로 현재 신하율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무려 레이 벨 바이테너의 마법이다. 동 나이대의 마법사들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하물며 현재 신인혁은 신하율이 지닌 힘의 근원을 알고 있는 상태다.
신하율이 패배할 거라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쯧. 짜증나는데, 반박할 말이 없네.”
적색 마탑주가 세상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민가연의 표정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신하율이 이기는 게 당연하단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다는 표정.
“어휴. 하늘은 왜 카일을 내리고 신하율을 내리셔서……. 억울해 죽겠네.”
“웬일로 의견이 같네.”
마탑주는 마법의 정점에 오른 자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다.
그런 두 명이 현재 신하율의 실력을 잘못 파악할 리가 없었다.
한국팀의 우승은 99.9%. 아니, 100%다.
신하율만이면 모를까, 아델라 스테어트의 성장까지 더해져, 한국팀은 현재 언터쳐블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제 아무리 자기 새끼가 예쁘다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달리아나 카일보다 신하율이 훨씬 더 뛰어나다.
정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다.
“에이. 그만 봐야지.”
적색 마탑주가 혀를 차며 TV를 껐다.
더 봐 봐야 기분만 더 잡칠 게 분명하다.
그럴 바엔 안 보는 게 낫다.
“후. 그럼 슬슬 나가 보자고.”
그리고 애초에 이제 TV를 볼 만한 여유는 없다.
적색 마탑주가 먼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 뒤로 녹색 마탑주와 신인혁도 차에서 내렸다.
“그나저나, 범죄자 새끼 하나 지키려고 우리 셋이 이러고 있다는 게 참 웃겨. 그치?”
녹색 마탑주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하곤, 허리춤에 검을 장비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집중해라. 슬슬 나온다.”
신인혁이 마나를 갈무리하며, 한 소리를 했다.
“이상한 생각은 무슨. 내가 뭐 안 지킬 거래?”
민가연의 마나도 그에 동화되듯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침 나오네.”
적색 마탑주의 주위에 화염이 일렁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세 명이 소지하고 있는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호위차량 호송팀.
최신식 감옥의 보안이 빠르게 해제되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속 로봇이 변신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지금부터, 더 피스트의 호송을 시작하겠다.
그렇게 모든 보안이 해제된 감옥 너머로, 범죄자를 이송하는 이송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 팀은 지정된 위치로 이동해서, 호위 임무에 전념하도록.
그런 차를 바라보며 제임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자, 과연 놈들이 이번 작전을 눈치 챘을지.”
예정보다 3일 빠르게 더 피스트 이송식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