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4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45화(145/466)
경기장 밖.
올림피아드 운영 본부는 현재 난리가 난 상태였다.
“역시 먹통입니다.”
“보안벽을 움직일 방법이 없습니다!”
“경기장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선 외부에서 직접 동굴을 뚫고 들어서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갑작스레 발생한 정전 현상 때문에 인조 동굴 내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먹통이 되어 버렸다.
내부의 CCTV는 물론이고, 보호벽을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외벽을 뚫는 건 가능할 것 같나?”
“가능은 합니다. 다만,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얼마나 필요하지?”
“적어도 2시간 정도는…….”
쾅!
운영위원장이 테이블을 강하게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 놀리는 건가?”
한 시가 급박한 지금 이 상황에 2시간? 저건 자신을 놀리는 말이 분명했다. 아니면 지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이 멍청하거나.
“죄, 죄송합니다.”
“……쯧.”
그리고 이 직원은 후자인 듯했다.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하는 멍청이.
“또. 다른 의견은?”
“…….”
“…….”
장내에 침묵이 흘렀다.
다들 마땅한 대안책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쯧.”
위원장이 지금 이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도움 안 되는 것들.’
물론 대안책을 떠올리지 못 하는 건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긴 했다.
보호벽을 부수는 건 불가능.
외벽을 부수는 것도 시간상 불가능.
내부로 진입할 방법이 없으니, 구원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
‘그렇다고 외부의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다.’
현재 문제가 생긴 것은 비단 이곳, 오픈 레이드 경기장만이 아니다.
올림피아드 경기장 인근, 20개가량의 주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몬스터 폭주 현상이 발생했다.
그런 상황이니만큼, 당연히 모든 예비 인력은 현장에 투입되었다.
‘아니, 애초에 외부의 인력을 부른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올림피아드 호위팀의 면면은 결코 외부 정예 호위팀에게 밀리지 않는다.
경기장 내부로 진입할 수 없는 건, 경기장에 설치되어 있는 마도 회로들 때문에 강제로 진입하면 경기장 채로 폭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 뚫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보안벽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고로, 외부의 지원을 불러 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마탑주 수준의 마법사가 나서면 모르겠지만…….’
8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들.
그들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도 무사히 경기장의 외벽을 뚫고 내부로 진입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특히나 이러한 마도 장치의 권위자인 적색 마탑주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연락이 되질 않는다.’
문제는 적색 마탑주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제자인 달리아 살렌티아의 위기라고 전언을 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녹색 마탑주와 신인혁도 연락이 안 되고.’
위원장이 당장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8서클 마법사 세 명이 모두 연락두절 상태다.
셋 다 자신들의 후계자가 위험한 상황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미치겠군.’
위원장이 머리를 부여잡고 입술을 짓씹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위원장님!”
“뭐냐!”
위원장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안 그래도 아픈 머리가, 저 부하의 큰 소리에 한층 더 아파오는 듯했다.
“별거 아닌 일이라면…….”
별거 아닌 일로 자신을 부른 거라면, 용서치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처, 청색 마탑주님이 오셨습니다!”
“……무, 뭐?”
위원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죄송하지만, 한가히 기다릴 만큼 여유가 없어서. 바로 실례하겠습니다.”
동시에 관제실의 문이 열리며 김강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통 붕대를 감고 있는 상태로, 정수아에게 몸을 기대고 있다.
“청색 마탑주님! 모, 몸은 괜찮으십니까?”
청색 마탑주의 부상 사실을 아는 건 극소수다.
그리고 그 극소수의 인원 중에는 운영위원장도 속해 있었다.
“괜찮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괜찮지 않다고 가만히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요.”
청색 마탑주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알고 계시는 건가요?”
“예. 알고 있습니다. 설명해 드릴 수는 없지만요.”
현재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건, 위원장보다 청색 마탑주가 훨씬 잘 알고 있다.
‘흑마도왕의 출현으로 인한 일대 몬스터의 폭주. 그리고 그 폭주로 인한 경기장 내 몬스터들의 제어 술식 및 구속구 해제.’
몬스터들의 구속구와 제어 술식이 일제히 풀리며 경기장 내의 술식이 모조리 붕괴.
시스템이 퓨즈 상태가 되어 그대로 먹통이 되었다.
이게 현재 올림피아드 오픈 레이드 경기장에 벌어진 일들의 전모다.
‘지금 이 경기장에 갇힌 학생들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흑마도왕의 등장에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대응하고는 있지만, 상황이 결코 좋지만은 않다.
지켜야 하는 게 있는 소피아 쪽이 압도적으로 열세다.
그 때문에 제임스, 민가연, 신인혁 모두 그쪽에 발이 묶여 있다.
그 외에 다른 전력들은 폭주한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고.
이곳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김강인 자신뿐이다.
“보안벽으로 안내해 주십시오. 제가 제 눈으로, 보안 코드를 직접 파훼해,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진입로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신체의 상태는 결코 좋지 않다.
여기서 홍옥의 눈을 최대 출력으로 사용해, 보안벽의 마나 코드를 부순다는 무리를 하게 되면, 필히 후유증을 앓게 될 테지.
“괜찮습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한 몸으로 저 안에 갇혀 있는 수많은 후배들을 구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바라던 바다.
앞서가는 자로서, 뒤에서 따라오는 자를 이끌 의무가 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그런 김강인의 강인한 의지를 느낀 듯 위원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 *
오픈 레이드 경기장 내부.
상위 보스룸에서 라스트 보스룸까지 이어져 있는 통로에 총 10명의 인물이 동그랗게 모여 서서, 마지막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이상입니다. 뭐 이해 안 가는 거나 궁금한 거 있는 분?”
신하율이 모든 작전을 설명하고, 다른 아홉 명과 차례대로 눈을 맞추며 물었다.
따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앞서서 한번 설명한 작전이기도 해서, 딱히 의문이라 할 건 없었다.
“그럼 궁금한 건 없는 걸로 알겠습니다.”
“나 하나만.”
그때 달리아가 손을 들었다.
“작전과는 상관없는 질문인데. 정말 우리 열 명으로 충분한 거야?”
달리아의 표정은 자못 불안해 보였다.
“굳이 다른 팀 선수들을 중위 보스존 구역에 대기시키라고 한 이유를 모르겠어. 다 모아서 지원을 오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현재 상황 파악을 완료한 신하율은 그 직후 곧장 정예 멤버만을 선정했다.
그렇게 선정된 멤버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열 명.
신하율을 비롯한 한국팀 정예 6인과 달리아, 사라, 카일, 마이아다.
그 외에 다른 인물들은 모조리 중위 보스존으로 돌려보냈다.
각자 흩어져, 다른 팀들에게 중위 보스존에서 대기하라는 말을 하라는 지령과 함께.
“어째서야?”
그 이유를 달리아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신하율은 어째서 굳이 전력을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일까.
“다들 알겠지만, 삼원색 호랑이는 적, 녹, 청 세 마리의 호랑이가 한 개체로서 치부되는 특수 몬스터야.”
털의 색깔이 세 개의 혼합적인 얼룩무늬라서 삼원색 호랑이인 게 아니다.
삼원색 호랑이는 세 개체가 하나로 분류되는 일종의 세쌍둥이 몬스터다.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인 특수 몬스터이니만큼, 세 몬스터를 동시에 쓰러트리지 않으면 죽일 수 없다는 특수 능력을 지니고 있어.”
삼원색 호랑이가 세 마리임에도 하나의 몬스터로 분류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삼원색 호랑이는 세 개체를 동시에 쓰러트리지 않으면 죽일 수 없다.
세 개체 중 하나라도 살아 있으면, 다른 두 개체는 부활한다.
마치 아메바가 분열이라도 하듯이, 한 개체를 중심으로 다시 세 개체가 된다.
“그런 몬스터를 상대함에 있어서 물량은 오히려 독일뿐이야.”
세 마리를 동시에 쓰러트려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존재하는 이상, 통제되지 않는 전력은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솔직히 다들 삼원색 호랑이를 상대할 만큼의 실력도 안 되고.”
삼원색 호랑이는 그 특이성과 별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세 개체가 각각 A랭크 1티어 급으로 평가된다.
그런 몬스터를 상대함에 있어, 다른 선수들은 오히려 걸림돌일 뿐이다.
“어때. 좀 설명이 됐어?”
“……어. 이해했어.”
달리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듣고 보니, 신하율의 판단이 최선책이었다.
“또 질문 있는 사람?”
“그럼 저도 하나만…….”
아델라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신안을 이용하면 경기장 입구의 보안벽을 강제로 열 수 있지 않나요?”
아델라는 신하율의 간섭과 파훼에 대한 걸 알고 있다.
그 힘이 있다면, 보안벽의 마법식을 파훼해서 강제로 비틀어 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한 질문이었다.
“아니. 아쉽게도 그럴 수 없어.”
“……왜요?”
“왜겠어. 내 눈이 만능이 아니니까 그렇지.”
간섭과 파훼의 한계는 명확하다.
보안벽 같은 고위 마나 코드에 간섭하는 건 현재의 신하율에게 불가능하다.
“아예 불가능한 건가요?”
“음. 100% 불가능하진 않을 거야. 무리를 한다고 치면…… 대충 반반?”
물론 이전에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호루스의 방을 가로막고 있던 철문을 부순 걸 보면, 어찌어찌 가능할 수도 있다.
“근데 50% 확률에 목숨을 걸 수는 없잖아? 그래서 보안벽을 부수는 건 포기한 거야.”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가능할 ‘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가설일 뿐.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작전에 모든 걸 걸 수는 없었다.
“이해했어요.”
아델라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단단한 보호벽을 50% 확률로나마 부술 수 있다는 게 더 놀라운데.”
달리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 수준의 보안벽도 잘 하면 뚫을 수 있다니.
대체 얼마나 괴물인 건지.
“음. 역시 내 라이벌이야.”
카일이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이번에야 말로 신하율과 대판 붙으리라.
그런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눈빛이 돋보였다.
“그럼 또 질문 있으신 분?”
신하율이 다시 한번 물었다.
이번에야 말로 모두 침묵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갑시다.”
모두 질문이 없다는 걸 확신한 신하율이 바로 안으로 들어가자고 말했다.
“……간다니? 어딜? 여기서 삼원색 호랑이가 나오는 걸 기다리는 거 아니야?”
연신 조용히 있던 사라가 의아하다는 듯이 질문을 건넸다.
“들어가야지. 굳이 삼원색 호랑이가 다 회복되는 걸 기다려 줄 필요는 없잖아.”
현재 삼원색 호랑이가 조용히 있는 건 힘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삼원색 호랑이가 모든 힘을 회복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 줄 이유가 없다.
“그거야 나도 아는데…….”
사라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라스트 보스룸의 철문을 바라봤다.
원래라면 단말기기에 반응하여 열릴 보안벽이지만, 지금은 완전히 그 기능을 멈춘 상태다.
“이걸 어떻게 뚫고 들어가려고?”
이 보안벽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사라는 여기서 삼원색 호랑이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대기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어떻게 뚫긴. 아까 아델라가 말했잖아. 신안을 쓸 거야.”
신하율은 천천히 보안벽으로 걸어가, 손을 가져다 댔다.
“……강제로 뚫으시려고요?”
“어.”
“50% 확률로 뚫을 수 있고, 또 상당한 무리를 하셔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거야 이 경기장의 메인 보안벽을 뚫을 때의 이야기고.”
경기장 입구의 보안벽과 이곳의 보안벽은 다르다.
이 정도 보안벽이라면 무리를 하지 않아도 뚫을 수 있다.
“뭐, 보고 있으면 알아.”
신하율은 신안을 개안한 후, 보안벽의 마법식을 읽었다.
이전에 다크니스의 쉼터에서 본 마법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단조로운 마법식.
경기장 입구처럼 복합 변형 구조로 되어있지도 않아, 분석하기도 쉽다.
“뚫겠습니다.”
신하율의 선언과 동시에, 철문 전체가 밝게 빛났다.
그리고 그 직후.
쨍그랑!
마법식이 붕괴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그 견고함을 잃었다.
“이제 이 벽은 가벼운 바람 마법으로도 뚫을 수 있…….”
그렇게 단순한 철로 돌아간 보안벽을 바람 마법으로 절단 내려 할 때였다.
“……! 다들 뒤로 물러나!”
신하율이 소리쳤다.
동시에 열 명이 뒤로 뛰었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철문이 완전히 박살나며, 그 안에서 세 마리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적색, 청색, 녹색의 털을 빛내는 코끼리 크기의 거대한 호랑이.
크르르르르…….
세 마리이자 한 마리.
모두이자 하나.
하나이자 모두.
세계 유일한 특이성을 지닌 특수 몬스터.
크와아아아아아앙-!
삼원색 호랑이가 살벌하게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