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4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48화(148/466)
공진으로 인해 마법 출력이 상승했다고 해서, 6서클 급의 출력이 됐다거나 한 건 아니다.
‘영창의 후유증으로 지금 내 진리의 고리는 정지한 상태다.’
지금의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출력은 5서클 정도.
딱 그 정도다.
‘하지만 이 정도면…….’
나는 신안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삼원색 호랑이의 입에서 부글거리는 마나를 읽고.
조금 전 삼원색 호랑이에게 쫓기며 관찰한 놈의 생체 마나를 계산값에 넣은 뒤.
마지막으로 몬스터들의 브레스가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는지에 대한 공식까지 집어넣는다.
‘계산……완료!’
그 과정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쿠오오오오오오-!
삼원색 호랑이가 포효를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카일에게 도착했다.
나는 그 즉시 양손을 내밀고, 마나를 움직였다.
‘파훼(破毁)!’
내 마나는 삼원색 호랑이의 브레스에 그대로 스며들어, 그대로 브레스의 구조를 파괴시켰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파훼란, 계산식을 역으로 이용해 마법을 부수는 바이테너식 3서클 마스터격 기술.
불완전한 계산식에 의거해 발동한 파훼이니만큼, 마법이 100% 파훼될 리가 없었다.
푸스스스스-!
콰아아아아앙-!
“크으으윽!”
미처 파훼하지 못한 브레스가 그대로 나와 카일의 신체에 적중했고.
우리는 그대로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하지만 버틸 수 없을 만큼의 위력은 아니었다.
정신을 잃을 것처럼 아찔한 통증이 전신을 짓눌렀지만, 진짜 죽을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면 대충 9할 가량의 위력은 막아 낸 건가.
‘그리고 이걸 막아 낸 이상, 공수는 역전된다.’
나는 흐릿한 눈으로 아직까지 공중에 떠 있는 삼원색 호랑이를 바라봤다.
본디 브레스란 발한 직후가 가장 무방비한 법.
강신우도 그걸 아는 듯.
타닷!
자유낙하하는 삼원색 호랑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주먹에 방대한 마나가 깃들어 있다.
저 정권이 어떠한 기술인지, 나는 알고 있다.
콰아아아아아앙!
‘신무, 발경.’
힘을 내부에서 폭발시키는 고류 무술. 그것이 삼원색 호랑이의 신체에 정확히 적중하였고.
왈칵!
삼원색 호랑이의 입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마 속이 진탕이 되었을 테지.
하지만 아직 모자라다.
저 정도로 삼원색 호랑이는 죽지 않는다.
죽을 리가 없다.
‘여기서 마무리를…….’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고 계세요.”
그러나,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내가 움직이는 것보다 빨리 아델라가 움직였다.
양손에 대지의 마나를 한껏 머금고, 그대로 삼원색 호랑이를 향해 날아.
카아아아앙!
그대로 삼원색 호랑이의 목에 박혀 있는 카일의 세검을 강타했다.
쾅! 쾅! 쾅!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된 연타와 함께 검은 점점 깊숙이 박혀 들어갔고.
이내.
서걱-!
삼원색 호랑이의 목과 신체를 떨어트리는 데 성공하기에 이른다.
털썩!
완전히 힘을 잃고 바닥에 널브러진 삼원색 호랑이.
“제발 이번에야 말로 죽어버려!”
그 위로 달리아와 사라의 화염 마법이 날아들었다.
달리아의 피폐를 증명하듯, 그녀의 화염 마법은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청염을 다룰 수도 없을 만큼 지친 것이리라.
화륵, 화르르륵!
시체가 불타오르며, 고기가 익는 듯한 냄새가 났다.
그 위로 갖가지 마법들이 빗발치듯 쏟아져 내렸다.
모두가 남은 힘을 다 짜 내서,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이다.
“제발…….”
누군가가 기원했다.
제발 저 놈이 이대로 죽기를.
나도, 그리고 다른 모두도 기원했다.
1초, 2초, 3초.
정적이 흘렀다.
잘려나간 삼원색 호랑이의 목이 불타는 채로, 뎅구르르 바닥을 구르는 와중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긴장하며 경계를 유지했다.
5초.
10초.
20초.
그렇게 1분가량의 시간이 흘러.
멎은 화염 너머로, 반쯤 불탄 삼원색 호랑이의 신체와 모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또 1분이 흘러.
“진짜 끝난…… 건가?”
모두가 놈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나, 확신하기 시작할 때쯤.
꿈틀!
“……!”
“시발!”
놈의 신체가 움직였다.
동시에 빛을 잃었던 머리의 눈빛이 돌아왔다.
삼원색 호랑이는 죽지 않았던 것이다.
허나 문제는 놈이 죽지 않았다는 게 아니었다.
“이, 또라이 같은…….”
“이건 진짜 아니잖아.”
진짜 문제는 놈의 머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신체가 생겨나고, 몸을 중심으로 새로운 머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
말인즉.
“……두 마리라니.”
삼원색 호랑이가 두 마리로 분열했다.
그것도 색이 나뉜 이전 상태로 돌아간 게 아니라, 새하얀 채인 그대로 말이다.
“말이 안 되잖아…….”
신안 너머로 두 놈의 마나량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분열했다고 마나가 절반으로 나뉜 게 아니다.
두 마리 다 아까 전 한 놈이었을 때와 동일한 마나량을 품고 있다.
즉, 단순 계산으로도 놈의 전투력은 두 배.
두 마리가 선보일 시너지를 생각하면 세 배 가량 강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두 마리는…….’
이길 수 없다.
하물며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만전의 상태로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강적을 피폐한 지금의 상태로 상대한다?
승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시발.”
희윤 선배가 진심 어린 욕설을 내뱉었다.
다들 표정이 어둡다.
절망과 공포에 사로잡힌 어두운 표정들.
쿵!
쿵!
수복을 마친 두 마리 삼원색 호랑이가 우리에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승리를 직감하고 있는 듯, 환하게 웃는다.
모두 말을 잃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끝, 이야?”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허무하게…….”
아까 전 브레스의 여파로, 정신이 흐릿해지고 있는 지금의 나로서는, 누가 한 말인지도 제대로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아…… 죽기 싫은데…….”
그렇게 누군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바로 그때.
“……안 죽습니다.”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엉망진창이 된 지금의 내 상태로도 확실히 알 수 있을 만큼 특색 있는 목소리.
“제가 죽게 두지 않을 겁니다.”
상쾌함을 아로 새긴 듯한 맑은 목소리.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익숙해진 그 목소리가 오늘 따라 왠지 모를 분노를 품고 있었다.
“단 한 명도.”
몽글, 몽글.
물방울이 하늘을 날았다.
하나 둘, 백, 천.
셀 수도 없을 만큼 방대한 수량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수아야. 석현 씨. 학생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흐릿해진 시야 너머, 아름다운 물의 흐름이 보였다.
저 마법이 어떠한 마법인지, 어떤 이름을 지닌 마법인지.
나는 알고 있다.
‘이게 수류(水流)…….’
청색 마탑이 자랑하는 비전 마법. 김강인의 마법.
수류(水流).
그 마법이 자아내는 몽환적인 광경과.
‘김강인 님이 오셨다면 이제…….’
“도련님! 정신 차리십시오! 도련님!”
석현 아저씨로 보이는 인물의 목소리와 함께.
‘안……심해도…… 되겠…….’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몬스터 폭주 사건이 무사히 진압됐다.
―금일 약 3시간에 걸쳐 발생한 몬스터 폭주 사건으로 인해 수십 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아니, 무사히 진압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무려 16개의 주에서 31만 명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는 수백만을 넘는다.
무사히 진압했다곤 절대 볼 수 없는 막대한 수치다.
―시가지 전역에서 벌어진 몬스터들의 폭주로, 시민들이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이 일로 인해 미국 전역에 공포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당연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라고 자부하던 주에서도 무려 수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으니까.
하물며 최근 미국에는 블랙 벨 와이번을 비롯한 와이번 떼의 습격도 있었으니, 이렇게 되는 건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원인 불명의 사태에 시민들의 두려움이 커져가는 가운데. 정부는 이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이번 일의 원인은 공식 선상에선 ‘불명’으로 처리되었다.
물론 이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것일 뿐. 실제론 이번 일의 원인이 ‘흑마도왕’이라는 건 높은 지위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건, 흑색 마탑에 대한 공포심을 이 이상 키울 수 없다는 윗선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떻게 공개하겠는가.
흑색 마탑의 탑주, 흑마도왕이 등장한 것만으로 주위의 몬스터가 대폭주를 일으켰으며, 또 강해지기까지 했다니.
심지어 그 자리에는 소피아 아네체프리까지 있었다.
세계 최고의 마법사인 그녀가 나섰음에도 수십만의 사망자와 수백만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런 사실을 공공연하게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 테러 대응 본부는 이러한 정보를 감추고, 이번 몬스터 대폭주의 원인을 ‘불명’이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있을 예정이며…….
그 얘기를 감춘 만큼, 당연히 ‘더 피스트’ 이송식에 대한 얘기도 일언반구 언급되지 않았다.
더 피스트의 죽음이나, 흑마도왕의 등장 사실까지 전부 감췄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 보상을 비롯한, 후속 처리에 대한 얘기를 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돌렸다.
“쯧.”
뉴스를 보고 있던 트키쉬가 같잖다는 듯이 혀를 찼다.
‘역시 더 피스트나 흑마도왕님에 대한 건 아예 언급도 없군. 역겨운 놈들.’
사건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은폐하는 꼬라지가 참으로 역겹다.
저런 부조리한 세계. 어서 무너져 버리면 좋을 텐데.
‘다시 생각해도 아쉽군.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죽었다면, 어쩔 수 없이 공개했어야 했을 것을. 그리하면 흑색 마탑의 위용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 텐데.’
미국 정부나 세계 테러 대응 본부의 언론 장악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만약 이번 전투에서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죽었다면, 필히 이번 사건이 대대적으로 알려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참 볼 만했을 텐데. 그게 참 아쉽다.
‘……흑마도왕님은 어째서 소피아를 살려 두신 거지?’
트키쉬가 사건 종료로부터, 계속해서 들던 의문을 다시금 되뇌었다.
어째서 흑마도왕은 소피아를 죽이지 않았는가.
‘만약 처음부터 소피아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움직였다면, 더 피스트를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아니, 더 피스트만이 아니라 다른 마탑주들도 싸그리 붙잡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흑마도왕은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했다.
구태여 소피아를 살린다는 선택을 하며, 전투를 길게 끌었다.
더 피스트의 처리도 늦어졌고, 가장 강력한 후환조차도 남겼다.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뭘까.
트키쉬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트키쉬가 의문을 입 밖으로 읊조렸을 때였다.
쿵!
돌연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내가 소피아 아네체프리를 죽이지 않은 게, 그리도 의문인가.”
“……!”
눈앞에 어둠이 일렁이며, 흑마도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다.
그저, 눈 한번 깜빡하는 사이에, 텅 빈 공간을 어둠이 가득 채웠다.
“아닙니다!”
트키쉬가 재빨리 홀로그램 송출 모드를 끄고, 무릎을 꿇었다.
“흑마도왕님의 판단에 저 따위가 의문을 품을 리가…….”
그런 트키쉬의 말을 흑마도왕이 잘라냈다.
“의문을 품는 건 죄악이 아니다.”
그의 말과 함께, 주위의 어둠이 물질화하며, 의자의 형상을 이뤘다.
어둡고 고고하게 빛나는 왕좌.
그 왕좌에 앉아 흑마도왕이 다리를 꼬았다.
“한낱 인간이 어찌, 신의 뜻을 알겠느냐.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것을. 나는 다 이해한다.”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광오한 말.
“다시 묻겠다. 내가 어찌하여 소피아 아네체프리를 살려뒀는지 궁금한가.”
트키쉬의 입장에서 일견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으나, 트키쉬는 전혀 기분 나쁜 기색이 없었다.
“예.”
오히려 기뻐 보였다.
“궁금합니다.”
자신의 신을 경배하듯이, 고개를 숙였다.
“실례가 아니라면, 부족한 제게, 흑마도왕님의 지혜를 나눠주실 수 있겠습니까.”
마치 신의 목소리를 기다리듯, 경건한 자세로.
트키쉬는 그저 흑마도왕의 말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좋다.”
흑마도왕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작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내가 소피아 아네체프리를 살려 둔 이유. 그것은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반드시 저주로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흑마도왕은 2시간 전, 소피아 아네체프리와 싸울 때를 떠올리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래야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내 손에 들어 올 테니.”
어둠 속으로 엿보이는 흑마도왕의 두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 * *
오픈 레이드 경기장에서 정신을 잃은 후.
“……?”
눈을 뜬 내 시야에 가장 먼저 보인 건, 새하얀 천장과 최신식 의료 설비.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인물의 얼굴이었다.
“아. 일어났구나.”
아니, 예상치 못한 얼굴이라고 표현하기엔 뜨뜻미지근하다.
“……형님?”
원수의 얼굴.
혹은 다신 보기 싫은 혐오스러운 얼굴이라고 표현해야겠지.
“걱정 많이 했어.”
신지한.
“너, 무려 이틀이나 잠들어 있었어. 알아?”
“…….”
그가 세상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지한의 민낯을 알고 있는 나도 속을 만큼 완벽한 표정 연기였다.
“하율아?”
신지한이 한층 더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봤다.
“세아야. 하율이 어디 안 좋은가 봐. 너스 콜을…….”
신지한이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세아 누님을 향해 간호사를 부르라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는 그런 신지한의 말을 끊었다.
“그저, 형님, 누님이 여기 계신 게 굉장히 의외였어서…….”
어째서 신지한과 신세아가 미국에 있는 것일까.
뭔가 불안한 예감 밖에 들지 않는다.
“일 때문에 온 거야. 그러다가, 네가 다쳤다는 말을 듣고 바로 온 거고.”
“…….”
이 타이밍에 미국에 일이 생겼다? 참으로 진정성 있는 말이었다.
“근데 참, 운이 좋았네. 네가 눈을 뜬 타이밍에 딱 오다니.”
신지한이 싱긋 웃었다.
“역시 내가 운이 좋긴 한가 봐.”
아주 싱그러운 미소였으나.
“……예.”
내 눈에는 괴물의 형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