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4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49화(149/466)
“일어난 걸 봤으니, 우린 이만 가 볼게. 다른 손님들도 곧 몰려 올 테고. 다음에 또 보자.”
“……안녕.”
신지한과 세아 누님은 그 말을 끝으로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곧장 몸을 돌려,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
밖으로 나가는 중, 세아 누님이 슬쩍 몸을 돌렸다.
비스듬히 서서, 한쪽 눈으로 날 바라본다.
반만 보이는 세아 누님의 표정은 굉장히 애달파 보였다.
‘……왜?’
이유를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혀를 차거나,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째려보는 거면 모를까.
처연하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다니.
나를 싫어할 게 분명한 세아 누님이 지을 만한 표정이 아니었다.
‘왜 저런 표정을…….’
그렇게 의문을 품고 있는 중.
세아 누님이 시선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저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럼 하율아. 미국에 있는 동안 한 번 더 보자. 형이 여기 맛있는 레스토랑 많이 알거든.”
신지한이 문을 열고 고개를 돌린 것과 동시에 세아 누님의 시선이 돌아갔다.
마치 신지한의 눈을 피하는 듯한 모습.
그 모습에 내 의문이 더욱 커졌다.
“하율아?”
“아. 죄송합니다. 머리가 멍해서……. 예. 좋죠. 다음에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재빨리 신지한의 말에 대꾸를 했다.
세아 누님이 저러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신지한의 의심은 피하는 게 맞을 테지.
“그래. 연락할게.”
신지한은 마지막으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고는 밖으로 사라졌다.
세아 누님도 그런 신지한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두 명이 사라지고 난 뒤. 병실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아래?’
나는 곧바로 아까 전 세아 누님의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했다.
그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단 신지한의 시선을 피한 걸로 보아, 아까 그 시선은 나에게만 전하는 시그널이었을 확률이 크다.’
그렇다면 그 아래를 가리키는 시선이 나타내는 바는…….
‘아래를 봐라.’
나는 아직까지 아파오는 신체를 억지로 움직여, 침대 아래 부분을 만졌다.
세아 누님이 앉아있던 곳의 바로 앞쪽.
내 예상이 맞다면 분명히…….
‘있다.’
내 손끝에 종이 특유의 반질반질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나를 통해 붙여 둔 것일까, 마나의 감각도 느껴진다.
나는 곧장 그 종이를 꺼내, 펼쳤다.
[지한 오빠에 대한 걸로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들을 생각이 있다면, 퇴원한 뒤에 이 번호로 문자 한 통만 남겨 줘. 지한 오빠도 모르는 내 비밀 회선이야.] [정말 중요한 일이야. 나 따위의 얘기,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부디 부탁할게. 날 한번만 믿어 줘.] [그럼 연락 기다릴게.]“……뭐야 이건.”
예상치도 못한 내용에 순간 머리가 굳었다.
그리고 그 순간.
드르르르륵!
“하율 환자! 깨어나셨다고……!”
“도련님!”
병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님과 의사 선생님. 그리고 석현 아저씨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셋을 보며, 쪽지를 적당히 구겨, 마나로 소거시켰다.
‘957-55896-A7545.’
세아 누님이 남긴 비밀 회선 번호를 되뇌며.
* * *
그 후.
가볍게 신체검사를 마치고.
몸에는 큰 이상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 이상이 아예 없다는 판정은 아니었다.
무리를 해서, 신체 내 마나 서클이 말도 안 되게 폭주하고 있다나 뭐라나.
당장 서클이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수치라고 했지.
지금은 잠잠하지만, 이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며, 이것 때문에 조금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까지 했다.
‘……그런 거 아닌데 말이지.’
하지만 이는 의사가 내 서클의 특이성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내 체내의 서클은 평범한 마나 서클이 아닌, 인피니티 서클.
마나의 방대함이 기존의 마나 서클과 현격히 다르기에, 폭주하고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온 것뿐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피니티 서클의 과부하로, 컨트롤에 문제가 생겨서 폭주하는 듯한 마나 그래프가 생긴 것뿐이다.
실제로 내 몸에 딱히 큰 문제는 없다.
‘삼원색 호랑이의 브레스에 입은 외적인 상처는 이틀 간 자면서 거의 다 완치됐고.’
외적인 부상 정도야 이틀이면 다 치료하고도 남는다.
지금 내 몸이 아픈 건, 마나 과잉 사용에 의한 후유증 때문이지, 어디가 다쳤기 때문이 아니다.
솔직히 여기서 이렇게 입원해 있는 것보다, 돌아가서 스승님의 로브를 착용하는 게 훨씬 회복이 빠를 거다.
……물론 이걸 일일이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최소 이틀 정도는 여기 입원해 있어야겠지만.
‘대충 인피니티 서클이 안정화 될 때쯤이면, 퇴원시켜 주겠지.’
이틀 정도 그냥 푹 쉰다고 생각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그나저나……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생각을 정리하기가 무섭게, 새로운 의문이 내 머리를 잠식했다.
이번 몬스터 폭주 사태의 전모.
그게 굉장히 궁금했다.
똑똑-!
그때, 누군가가 병실의 문을 두드렸다.
의사나 간호사는 굳이 노크를 하지 않을 테니.
병문안인가?
그럴 확률이 높아 보인다.
검사가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온 것이리라.
‘선배들인가?’
혹은 김강인 님이나 아버지일 확률도 있다.
뭐가 됐던, 마침 잘 됐다.
자세한 상황에 대한 얘기를 좀 듣고 싶었는데.
“들어오세요.”
내 대답과 함께 병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 너머, 두 명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내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병문안을 온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들어간다?”
비공식 명칭 ‘사냥개’
공식 명칭 ‘롱기누스’의 단장 샤를.
“실례할게요.”
그리고 그런 샤를의 비밀 상사인 소피아 아네체프리.
“뭔 표정이 그래? 왜? 우리가 올 거라곤 생각 못 했어?”
샤를이 병실 문을 닫으며 픽 웃었다.
“……예.”
누가 예상할 수 있겠는가.
“하기야. 뭐. 예상했을 리가 없나.”
샤를이 껄껄 웃으며 내 앞에 앉았다.
그 뒤로 소피아 님도 걸음을 옮겨, 샤를의 옆자리에 앉았다.
“……두 분의 관계는 감춰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맞아. 비밀이야.”
샤를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근데 이렇게 대놓고 병원에 함께 오셔도 되는 건가요?”
“대놓고 안 왔는데? 우리가 여기 같이 왔다는 건, 너희 아버지도 모르는 일이야. 아직 네가 검사를 받고 있다고만 알고 있을 걸?”
“……아.”
하기야. 소피아 님 정도의 지위에 있으면, 이렇게 비밀리에 병실에 오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겠구나.
“뭐, 그래 봐야 길게 있을 수는 없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
이 병원의 관계자 전원을 포섭한 게 아닌 이상, 얘기가 길어지면 필히 누군가가 의심할 테지.
“샤를. 시간적인 여유는 얼마나 있는 건가요?”
“음. 대충 20분 정도?”
샤를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답했다.
“가능하면 15분 내에 끝내는 게 좋고. 근데 뭐, 얘기가 정 길어지면 25분까지도 될 거야. 이 병원이 설립되는 데, 마담의 돈이 20%는 들어갔으니까.”
샤를이 살짝 윙크를 하며 답했다.
“20분. 그 정도면 충분해요.”
소피아 님이 상냥하게 웃으며 답한 뒤, 내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여유를 부릴 만큼 널널한 것도 아니네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서두는 다 배제하고 본론으로 넘어갈게요.”
“본론이라 하시면…….”
소피아 님의 표정이 단숨에 심각해 졌다.
“이번 더 피스트 이송식 사건을 통해 제가 보고 깨달은 것들에 대한 얘기요.”
“……더 피스트 이송식이요? 더 피스트 이송식은 내일 아니었나요?”
더 피스트의 이송식은 오픈 레이드 결승으로부터 삼일 후.
내가 이틀을 잤다고 했으니, 이송식은 내일이어야 한다.
“더 피스트 이송식은 이틀 전. 오픈 레이드 결승일에 진행됐어요. 적들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해, 3일 빠르게 진행되었죠.”
“아.”
3일 앞당겨졌다는 정보를 내게도 말하지 않은 거구나.
하기야, 내가 이송식에 관여하는 건 아예 없었으니만큼,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잠시만요.”
오픈 레이드 결승 당일에 더 피스트의 이송식이 시작됐다?
그 말은…….
“그럼, 오픈 레이드 결승전 날. 몬스터가 폭주하고, 경기장의 시설이 먹통이 된 거랑 연관이 있는 건가요?”
두 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
“오. 머리 좋은데?”
내 질문에 답한 건, 소피아 님이 아니라 샤를이었다.
“맞아. 더 피스트 이송식이 원인이야.”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내 머리가 팽이처럼 회전했다.
내가 정전된 경기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다시금 되뇌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의 흑막은…….”
그리고, 이내 한 가지 합리적인 가설에 도달했다.
“흑마도왕인가요?”
“……!”
“……!”
내 중얼거림에, 샤를과 소피아 님이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너,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이미 누가 말해 준 거야?”
샤를이 경악한 표정으로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아니, 누가 말해 줬을 리가 없는데……. 네가 깨어난 뒤에 만난 사람은 형과 누나 뿐……. 그 둘이 알 만한 정보가…….”
샤를이 날카로운 눈으로 날 노려봤다.
“……어떻게 안 거야?”
뭔가 날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였다. 알아선 안 될 정보를 알고 있는 나를 흑색 마탑의 스파이라고 생각이라도 하는 것일까.
“샤를. 그럴 리는 없습니다.”
소피아 님이 그런 샤를의 시선을 만류했다.
“하지만 마담……. 저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건…….”
이 이상 오해가 커지기 전에, 오해를 푸는 게 좋을 테지.
“누군가한테 들은 건 아닙니다.”
나는 소피아 님이 뭐라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
“하물며 샤를 단장님의 생각대로 흑색 마탑의 스파이 같은 것도 아니고요.”
“그럼 어떻게 안 건데?”
“……봤습니다.”
“뭘 봐?”
“오픈 레이드 경기장 최후미. 삼원색 호랑이와 싸우면서. 놈의 신체 깊은 곳을 가득 채우고 있던 타락한 마나를요.”
“……그런 게 보였다고?”
“예.”
나는 그 당시 기억을 상기시켰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떠한 마나보다 더럽고, 추악하며, 꺼림칙한 마나……. 간부급의 마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건 그 정도로 꺼림칙한 마나였다.
“그런 마나라면, 필히 흑마도왕의 마나가 아닐까 생각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더 피스트 이송식과 관련이 있다고 까지 하니, 100%겠거니 싶었고요.”
“…….”
샤를이 침묵했다.
입을 반쯤 벌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옆에 앉아 있는 소피아 님도 마찬가지였다.
내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있다.
“마담.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개인의 마나를 본다는 기예…… 보석안으로도 가능해?”
“……아뇨. 외부로 드러난 마나라면 모를까, 대상의 깊숙한 곳에 잠재되어 있는 마나의 본질까지 보는 건 불가능해요. 하물며, 흑마도왕의 마나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몬스터들의 내면에서 심층 마나를 직접 포착해 낸다는 기예는 도저히…….”
소피아 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 많아진 듯, 뭐라뭐라 중얼거리며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흑색 마탑의 비밀스러운 행보를 파헤치는 것도 가능할 터……. 그렇다면…….”
소피아 님이 내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혹시, 이전. 제 3마석 창고에 습격이 있을 거라고 했던 정보를 적색 마탑주에게 제공한 건…….”
“예. 접니다.”
“역시 그랬군요.”
소피아 님이 이제야 앞뒤가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샤를이 다시금 경악했다.
“그, 그 정보를 네가 제공한 거라고?”
“예.”
“이런 미친! 내가 그토록 찾던 사람이 너였어? 와, 진짜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샤를이 이마를 붙잡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왜 이전에 얘기할 때, 이 얘기는 안 했는가에 대한 건…… 굳이 물을 필요도 없겠군요.”
“예.”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첫 만남에서 할 만한 얘기는 아니었다.
그 외에 다른 중요한 얘기를 하느라 그럴 여유도 없었고.
“……아쉽네요. 이 얘기를 미리 전해 들었더라면……. 제 실수에요.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만들었더라면…….”
소피아 님이 자책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아니, 지금은 자책할 때가 아니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그러나 그런 자책도 잠시. 곧바로 진지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샤를. 미안하지만,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좀 벌어주시겠어요? 예상치 못하게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네요.”
“오케이. 30분. 그 정도는 어떻게든 벌어 볼게.”
샤를이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병실 밖으로 나갔다.
“죄송해요. 본론으로 바로 넘어간다고 했으면서, 사족이 엄청 길어졌네요.”
“아닙니다.”
둘만 남은 병실.
소피아 님이 뭔가를 망설이는 듯이 입을 뗐다. 붙였다. 반복했다.
“지금 당장 이 얘기까진 안 하려고 했습니다만……. 하율 군의 신안이 그 정도의 격을 지녔다면…….”
그리곤, 이내 뭔가를 결심한 듯.
“하율 군.”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제 제자가 되실 생각은 없나요?”
“제자라 하시면…….”
“네.”
12마탑의 위에 선 유일한 존재.
모든 색의 정점에 서 있기에, 아무런 색도 부여받지 않은 독보적인 마법사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
그 자리에 앉는 영광은 그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하여, 아무런 호칭을 지니지 않은 무관의 왕좌.
“정식으로 제 후계자가 되어, 제 다음 대 자리를 이어라. 그런 말입니다.”
그녀는 나에게 그 자리에 앉으라 제안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