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5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51화(151/466)
세상 불편하고 짜증난다는 얼굴로 아스란을 바라보는 미미르.
아스란은 그런 미미르가 귀여운 듯, 픽 웃고만 있다.
두 명의 관계가 어떠한지 엿볼 수 있는 모습들이었다.
둘이 사이가 안 좋다고 하더니, 그냥 미미르가 일방적으로 불편해 하는 거였던 모양이다.
“이렇게 자유롭게 미미르의 서에도 드나드실 수 있는 거였습니까?”
“음?”
미미르를 호의 가득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던 아스란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 이드레드의 서와 미미르의 서는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지. 오려고 하면 올 수 있다.”
“아하.”
연결되어 있으니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법 그럴싸한 말이었다.
“거짓말이야. 믿지 마.”
미미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제 아무리 책끼리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원래라면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건 불가능해. 그게 그리 쉬웠으면 엘레나도 자주 들락날락했을 거야.”
“아.”
아스란의 말대로 책 간의 이동이 자유로웠다면, 엘레나 님도 미미르의 서에 자주 발길을 옮기셨을 것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은 오셨어야 정상이다.
둘이 친한 관계였으니만큼 더더욱.
하지만 엘레나 님은 단 한 번도 미미르의 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다.
말인즉 책과 책 사이를 이동하는 게 쉽다는 아스란의 말은 거짓이라는 말이 된다.
“내가 말을 잘못했군. 내 말은, ‘내게 있어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아스란이 그대로 꼰 다리를 풀고, 반대로 다리를 꼬았다.
뭔가 그 자세가 굉장히 오만하면서도, 태가 났다.
“나는 주군과 더불어 둘 밖에 없는 공간 마법 사용자다. 그리고 이러한 책과 책 사이의 이동도 일종의 공간 마법. 고로, 책과 책 사이의 이동은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간 마법으로 그런 것도 가능하군요.”
공간 마법에 대한 지식이나, 이드레드의 서, 미미르의 서가 제작된 방식에 대한 게 전혀 없어서 뭐라 추가로 할 말이 없었다.
‘그나저나…….’
스승님과 더불어 둘밖에 없는 공간 이동 사용자라.
‘역시 엄청난 사람이었구나…….’
엘레나 님도 그렇고.
역시 스승님의 가신 정도가 되면, 다들 엄청나구나.
그럼 역시 아스란 님도 9서클 유저인가?
아마 그럴 확률이 높을 테지.
아니. 애초에 공간 이동 마법이란 궤를 달리하는 차원의 마법을 다루는 자가 9서클이 아닐 리가 없구나.
당연히 9서클이겠네.
“의문은 좀 풀렸나?”
“예.”
“그래. 그럼 이번엔 이쪽에서 질문하지.”
아스란이 꼬았던 다리를 풀고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나선 뒤로 사흘. 그동안 대체 어디서 뭘 한 거지? 듣자하니, 이틀 동안은 이곳에도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고 하던데.”
아스란의 질문에 미미르가 눈을 부릅뜨고,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 맞아. 계승자. 대체 이틀 동안 뭘 한 거야?”
“음……. 이런 저런 일이 있었어.”
나는 미미르, 아스란과 차례대로 눈을 맞춘 뒤, 이번에 내가 겪고 들은 일들에 대해 설명했다.
제법 긴 얘기였으니만큼, 15분에 걸쳐 차근차근 모든 걸 설명했다.
“그리고 방금 막 퇴원해서 이렇게 여기 왔습니다. 이상입니다.”
“…….”
“…….”
내 얘기가 끝나고, 미미르의 샘 내부에는 정적이 흘렀다.
두 명 다 생각이 많아진 듯.
복잡한 표정들이다.
다만, 복잡함의 이유가 조금 달랐다.
“……그래. 흑색 마탑의 수장이 벌써 10서클이란 말이지.”
미미르는 흑마도왕이 10서클에 들어섰을 확률이 높단 것에 머리가 복잡해 진듯 했고.
“고작 삼색 고양이 하나 처리 못 해서 죽을 뻔하다니……. 한심하군.”
아스란은 내가 너무 약하다는 사실에 머리가 복잡해 진 듯했다.
“아무래도 단련의 강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겠어.”
그리곤 나를 열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사람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드는 미소였다.
“그럼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된 거야?”
“아직 결정된 게 없긴 한데. 아마 재경기를 치르지 않을까 싶어.”
“올해의 경기 결과 자체가 무효 처리 된다거나 할 가능성은 없나보네?”
“나도 좀 걱정했는데.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고들 하시더라.”
아버지나, 각 마탑주님들이나.
올해 올림피아드가 무효 처리 될 일은 죽어도 없으니 그런 걱정 말고 푹 쉬고 있으라고 하더라.
“다행이네.”
“다행이지.”
뭐, 만약 무효화 된다고 해도, 내 이름값을 올린다는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만큼, 큰 문제는 없긴 하다만.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왕이면 금메달과 신기록까지 가져가면 더 좋으니까.
“흠. 그럼 한동안은 별다른 일정이 없다는 말이군.”
옆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아스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예.”
아직 올림피아드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도 하고.
뭐가 됐던 한동안 미국에 무작정 대기하고 있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컨디션은 어떻지?”
“좋습니다.”
아스란의 입꼬리가 한층 더 올라갔다.
“그럼 지금 당장 훈련에 들어가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군.”
“예. 아무 문제없습니다.”
“좋아.”
아스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미르 님. 대화가 끝났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어. 일단은.”
“그럼 데리고 가도 괜찮겠습니까?”
“상관없어.”
“감사합니다.”
아스란이 작게 목 인사를 하고는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곤 내 손을 잡은 뒤, 허공에 크게 줄을 그었다.
그 순간.
쩌어어어어억-!
허공이 갈라졌다.
“그럼 미미르 님. 또 인사하러 오겠습니다.”
“……오지 마. 그냥 계승자만 잘 돌려보내.”
“또 오겠습니다.”
“오지 말라니까.”
“반드시 오겠습니다.”
미미르가 말을 잃고 인상을 찡그렸다.
“……알아서 해.”
“예.”
미미르가 작게 한숨을 쉬고, 아스란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 그 직후.
“이동하겠다.”
아스란이 나를 붙잡은 채, 그대로 허공의 균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잠…….”
잠시.
그 말을 할 새도 없었다.
나는 아스란의 힘에 이끌려 그대로 허공의 균열을 돌파했고.
나는 어느샌가 텅 빈 훈련장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금부터 네 그 나약해 빠진 몸뚱아리를 교정할 것이다.”
아스란의 살벌한 기세에, 순간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거의 사람 하나 죽일 수준의 살의다.
아스란의 입꼬리가 서서히 치켜 올라갔다. 동시에 내 불안감도 같이 커졌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계승자.”
지옥.
그 말은 절대 비유가 아닐 테지.
‘……내 발로 걸어서 못 나가는 거 아냐?’
아스란 폴로함루인의 지옥 훈련.
무시무시할 강도의 훈련을 상상하며, 나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 * *
아스란의 훈련이 시작된 후로 약 2시간이 흘러.
“허억, 허억…….”
나는 형편없이 바닥에 널브러져 숨만 색색이고 있었다.
하늘은 노랗고, 머리는 지끈거리며, 속은 매스꺼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다.
전형적인 탈진의 증상이었다.
“형편없군. 고작 이 정도 훈련도 못 버티다니.”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아스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작 이 정도?’
순간 속에서 심한 말이 튀어 나올 뻔했다.
이게 어딜 봐서 ‘고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훈련이란 말인가.
혹시 고작이라는 수식어가, 과거에는 ‘지옥 같은’ 혹은 ‘죽을 뻔한’이라는 뜻이었나?
‘순찬이었으면 5분 만에 기절했을 거야.’
아스란의 훈련은 과연 지옥 그 자체여서, 한 체력 한다고 자부하는 나도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진짜 말이 훈련이지, 육체적 고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어나라. 언제까지 쉴 생각이지?”
“아직…… 1분도…….”
아직 1분도 쉬지 못 했는데 무슨 언제까지 쉬냐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려고 따지려 했지만, 숨이 너무 차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전장에서 1분이나 쉴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변명하지 말고 일어나라.”
아스란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깔아봤다.
“계승자란 놈이 주군의 얼굴에 먹칠을 할 속셈인가? 엄살 부리지 말고 어서 일어나라. 반푼이 만도 못한 놈.”
내 자존심을 벅벅 긁는 눈빛과 말이었다.
나는 이를 까드득 깨물고,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큭!”
신체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다리는 병든 닭처럼 바들바들 떨릴 뿐 움직이지 않았고.
양팔도 사시나무처럼 떨릴 뿐,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완전한 탈진.
내 몸에는 한 방울 만큼의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강인한 의지를 지니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현재 물리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게 아예 불가능한 상태다.
“……흠. 엄살은 아닌 모양이군.”
그런 날 바라보며, 아스란이 눈살을 찌푸렸다.
딱히 한심하다거나, 실망했다거나 해서 눈살을 찌푸린 건 아니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 인피니티 서클의 강도로 보아, 고작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할 리가 없는데.”
의문의 찌푸림.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 찡그림이었다.
“설마 네 녀석. 지금까지 마법 단련에만 집중하느라, 육체 단련을 행한 적이 없는 건가?”
그 말에 순간 욱하는 감정이 솟구쳤다.
하루도 신체 단련을 빼 먹은 적이 없는데. 한 번도 하지 않았냐니.
억울하다.
“저는…….”
그렇게 숨을 필사적으로 고르며, 반박을 하려 할 때였다.
“아니. 신체 단련을 배제했으면 이런 강도의 서클이 완성될 수가 없는데…….”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아스란이 스스로의 의견을 부정했다.
“……그럼 뭐지?”
오른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내 신체 곳곳을 살핀다.
그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피는 것을 총 4회 반복했다.
“모르겠군.”
그 결과 미간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도저히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직접 살펴보는 수밖에 없나. 내면 관조는 내 특기가 아닌데 말이지.”
아스란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혀를 차곤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널브러져 있는 내 명치 위에 손을 얹었다.
“지금부터 내면 관조를 시작하겠다. 저항하지 마라.”
저항하려고 해도, 그럴 힘이 없다. 2시간 남짓한 훈련이 앗아간 건, 비단 내 체력만이 아니다.
정신력도 거의 고갈된 상태다.
지금의 나로서는 마나를 움직이는 것조차 버겁다.
“흠. 역시 서클 자체는 훌륭한 완성도인데 말이지…….”
아스란의 마나가 내 신체를 타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내 인피니티 서클의 순환로를 따라 정확히 이동한다.
내면 관조가 특기가 아니라는 것치고는 완벽에 가까운 마나 유도였다.
“그럼 대체 왜…….”
그렇게 두 바퀴, 세 바퀴.
아스란의 마나 유도가 이어지고.
다섯 바퀴를 돌기 시작한 시점.
아스란의 마나가 돌연 멈췄다.
“……이건.”
무언가를 파악한 듯, 눈을 크게 뜨고 내 신체 한 부위를 뚫어져라 노려본다.
배꼽 아래 부위.
하복근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아스란은 그곳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하. 그렇게 된 거였나.”
그리곤 돌연 헛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무슨 문제가 있냐고?”
아스란이 다시금 헛웃음을 터트리곤 내 눈을 바라봤다.
“어이가 없군. 이걸 문제라고도 파악하지 못하는 건가?”
아스란이 내 몸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기초적인 거라서 상상 조차 못 했다. 당연히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어.”
아스란이 내 복부를 다시금 노려보며 말했다.
“네 녀석. 단전 순환 호흡법을 수련하지 않은 이유가 뭐지?”
“단전 순환 호흡법…….”
이 세계에는 마법사와는 별도로 ‘기사’라는 게 존재한다.
하복부 쪽에 존재하는 ‘단전’에 마나를 집중시켜 ‘코어’의 형태로 만드는 것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기술을 다루는데.
이러한 기사들이 주로 하는 것이 바로 ‘단전 순환 호흡법’이다.
마법사에게 ‘마나 순환’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기사들이 사용하는 호흡법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예. 당연히 따로 수련하거나 한 적 없습니다.”
마법사인 내가 기사들의 호흡법을 수련할 이유가 있겠는가.
당연히 해본 적 없다.
“……기사들이 사용하는 호흡법이라고?”
아스란이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언제부터 단전 순환 호흡법… 마나 코어 기사들만의 전유물이 됐지?”
“……네?”
언제부터냐니. 처음부터 아닌가?
“그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
아스란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이 시대의 마법사들은 모두 단전 순환 호흡을 익히지 않고 있는 건가?”
“예. 마나 서클과 마나 코어는 서로 상극이니만큼 당연히 아무도 습득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사들의 마나 코어와 마법사들의 마나 서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들 경우, 폭주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의 연구 결과가 말이다.
“……들을수록 점입가경이군.”
아스란이 헛소리 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
“잘 들어라. 마나 서클과 마나 코어는 상극 같은 게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힘을 끌어 올려주는 관계. 네 표현대로라면 상생 관계에 놓여 있다.”
아스란이 검지에 마나를 집중시켜, 색을 입혔다.
“이걸 봐라.”
그리곤 허공에 슥슥 움직이며 이해할 수 없는 계산식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이건 마나 코어를 만들지 않은 4서클 유저와 마나 코어를 만든 4서클 유저. 두 명의 스테이터스를 수치화해서 계산한 결과값이다.”
순식간에 계산을 마친 아스란이 그대로 허공의 수식을 반전시켜, 내게 잘 보이도록 위치시켰다.
그 수식이 어떤 계산식에 기반 되어 어떤 형식으로 계산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결과값만큼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수식의 마지막에는 평균 2.0734:1이라는 결과와 함께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마나 코어의 유무는 동 성취 대비 두 배 가량의 마법 효율 차이를 보인다.]“……2배?”
이 정도로 차이가 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