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5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52화(152/466)
미미르의 서 내부.
이젠 어지간한 도서관은 명함조차 내밀 수 없을 만큼 커진 도서관.
그 중심에 준비되어 있는 소파위에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미르가 엎드려 누운 채 책을 읽고 있었다.
양발을 리드미컬하게 교차하며, 신하율이 가져다 준 서적들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읽어 나간다.
읽고 있는 책이 꽤나 재미있는 듯, 양발의 움직임이 꽤나 발랄하다.
사그락, 사그락.
조용한 도서관 내부는 미미르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현재 미미르가 읽고 있는 책은 만화책.
나중에 심심하면 읽으라고 신하율이 가져다 둔 소년 만화였다.
당시에는 뭐 이런 쓸데없는 책을 가져왔냐고 툴툴댔던 미미르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까 멈출 수가 없었다.
미미르가 얼마나 이 만화책에 빠져 있는지는, 현재 미미르가 읽고 있는 책의 권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바람의 마도사 99권]이제 완결까지 남은 권수는 딱 1권. 이제 이 길고 긴 대장정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나게 움직이던 미미르의 양발이 돌연 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이 만화도 끝이라는 생각에 급격히 우울해진 것이다.
물론 이 만화가 끝난다는 사실에 우울함을 느끼는 건 아니다.
100권에 이르는 장편 만화인 바람의 마도사는 현재 누가 봐도 결말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아직 마무리를 본 건 아니지만, 이 기세라면 썩 괜찮은 마무리일 테지.
훌륭한 마무리를 앞에 두고 우울해 할 이유는 없었다.
현재 미미르가 우울해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렇게 툴툴대 놓고, 다른 만화책도 가져다 달라고 하면 무조건 웃겠지?’
그건 바로 다음에 읽을 만화책을 어떻게 준비해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처음에 신하율이 만화책을 가져왔을 때, 그렇게 필요 없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제 와서 100권을 다 재밌게 읽었으니 새 만화책을 좀 가져다 달라고 하는 건 미미르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으.’
그렇다고 이미 맛 봐 버린 장르물을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현재 미미르는 자존심과 즐거움 사이에서 끝없이 번뇌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이렇게 우울해 하고 있는 것이다.
“에휴.”
아니나 다를까 99권도 이걸로 끝이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한 권뿐.
미미르의 고민은 더 깊어져 갔다. 즐거움이냐 자존심이냐.
그렇게 미미르가 100권을 손에 쥐고 고민에 잠겼을 때였다.
웅! 웅!
돌연 마나가 거세게 떨리며, 마나의 공명음이 높게 울렸다.
“……!”
그 공명음이 아스란의 포탈 마법의 부산물이라는 걸 모를 미미르가 아니었다.
‘아직 2시간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아무래도 신하율이 돌아 온 모양이다.
미미르는 곧장 손에 쥐고 있던 만화책을 적당히 숨기고.
테이블에 덮어 둔 서적을 펼쳤다.
그리곤 포탈이 열리고 있는 곳을 바라보며, 큼큼 목청을 다듬었다.
이내 완전히 열린 포탈 너머에서 사람의 형상이 떠올랐다.
“빨리 왔네? 계승…….”
미미르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덤덤하게 신하율을 반기려다가, 돌연 말을 멈추고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왜 너 혼자 와?”
포탈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신하율이 아니라 아스란.
미미르가 아주아주 불편해 하는 남자였다.
“설마 계승자를 시험의 페이지에 혼자 두고 온 거야?”
미미르가 아스란을 째려봤다.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는 무려 ‘욕망의 미궁’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다.
그런 위험천만한 장소에 계승자를 혼자 두고 온 아스란이 좋게 보일 리가 만무했다.
“계승자는 현재 자신의 방으로 돌아 간 상태입니다.”
물론 그건 미미르의 오해다.
욕망의 미궁이 위험한 곳이라는 건 미미르 보다 아스란이 더 잘 알고 있다.
만약 신하율이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남아 있었다면, 절대 혼자 이곳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감독관의 역할을 부여받은 아스란의 사명에 반하는 일이다.
“아, 그래? 그럼 뭐.”
미미르의 날카로운 기색이 다소 완화되었다.
신하율에게 아무 위험이 없다는 말에 거칠어졌던 마음이 단숨에 평온해졌다.
“근데 되게 빨리 보내줬네? 적어도 10시간 정도는 굴릴 줄 알았는데.”
“그러려고 했습니다만, 2시간 만에 완전 퍼져서 말이죠. 일단 쉬고 오라고 돌려보냈습니다.”
“네가 잘도 그런 이유로 돌려보내 줬겠다. 쉬라고 돌려보낼 위인이 아닌 걸 내가 아는데.”
미미르는 아스란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싫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미미르는 아스란에 대한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싫어하는 상대이기에 더욱 더.
“네가 그 상황에서 계승자를 돌려보낼 일이라면…… 보자.”
미미르가 빠르게 생각을 마쳤다.
“계승자의 마나 코어에 대한 것 때문이지?”
“……역시 미미르 님은 알고 계셨군요. 계승자가 마나 코어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걸.”
아스란이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응. 당연히 알고 있었지.”
미미르는 처음 신하율과 만났을 때부터, 신하율의 신체에 마나 코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 알고 계셨다면, 어찌하여 마나 코어를 생성하라 조언하지 않으신 겁니까?”
마나 코어가 신하율에게 이로운 영향을 끼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미미르는 신하율에게 마나 코어를 생성하라 조언하지 않았다.
아스란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니, 그보다 이 시대의 마법사들은 어찌하여 마나 코어를 버린 겁니까?”
마나 코어의 유무는 약 2배의 마법 효율 차이를 보인다.
그런 마나 코어가 어찌하여 버림받은 것일까.
어째서 마나 코어와 마나 서클이 상극이 된 것일까.
모든 게 의문이었다.
“계승자가 말 안 해 줬어?”
“……그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아, 그래? 의외네. 계승자라면 바로 눈치 챌 줄 알았는데. 흠. 100년 전의 일이라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친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미르에게 마나 코어는 마법사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지만,
신하율에게 마나 코어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기사들의 전유물일 뿐이었으니까.
따로 조사해 볼 생각도 안 했으리라. 그리고 따로 조사해 보지 않았으면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히 마나 코어와 마나 서클이 상극인 게 아니야.”
미미르는 신하율에게 받았던 온갖 전문 서적들의 내용을 되뇌었다.
“마나 코어와 상극인 건 서클이 아니라, 현대 마법사들이 모두 이식하고 있는 인공지능 AI 칩이야.”
“인공지능…… AI?”
아스란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음.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식하는 것만으로 마법의 효율이 4배 가량 상승하게 되는 기적의 산물 같은 거야.”
“4……배?”
그 말에 아스란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 *
아스란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으로 돌아 온 나는 곧장 마나 코어에 대한 걸 조사하기 시작했다.
무려 2배가량의 마법 효율 상승을 보이는 천혜의 기술이 어째서 무쓸모로 전락했는가.
그 이유를 샅샅이 조사했다.
“……이런 거였구나.”
이유는 생각보다 금방 찾을 수 있었다.
“AI의 발전에 따른 마나 코어의 배제…….”
마나 코어는 마나 서클이 아니라 AI칩과 상극이었던 것이다.
정확히는 AI칩을 이식한 마법사의 ‘마나 서클’에 상극이라고 해야겠지.
나는 방금 막 찾은 98년 전 논문을 읽었다.
[마나 코어를 지니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마법 효율 상승은 평균 2배.] [그에 반해 인공지능 AI 칩의 마법 효율 상승은 평균 4배.] [마법사들이 마나 코어를 버리는 것은 필연적이었다.]이게 약 10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마법이 구시대 마법에서 현대 마법으로 교체되며, 마나 코어도 구시대의 산물이 되었다.
그리고 구시대의 마법이 버려졌듯이, 마나 코어도 버려져, 기사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이걸 왜 몰랐지?’
부적합자가 되고, 바이테너식을 얻기 전까지의 1년 동안.
나는 온갖 수를 다 동원해서 구시대 마법을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헤맸다.
진짜 많은 것들을 배웠다.
메모라이즈를 비롯해 버려진 마법들에 대한 정보는 그때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마나 코어에 대한 건 지금 처음 알았다.
맹점이었다.
현대 마법 사회에서 마나 코어를 생성하는 건, 마법사에겐 뇌에 마나를 돌리는 수준의 금기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조사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쪽으론 아예 눈도 주지 않았다.
‘만약 이걸 알았더라면…….’
내 1년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괜히 속이 썼다.
‘아니지. 뭐가 달라지진 않았겠구나…….’
마나 코어의 마법 효율 상승은 ‘평균’ 2배다.
위력은 2.5배가량 상승하고, 집결력은 3배가량 상승하는 데 반해, 캐스팅 속도는 꼴랑 1.05배 상승하는 게 끝이다.
즉, 마나 코어를 생성했던 생성하지 않았던, 내 치명적인 단점이었던 마법 발동 속도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고.
내 1년은 버라이어티하게 변화하지 않았을 거란 말이었다.
10초 걸리는 캐스팅 속도가 9.5초가 된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없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찾은 건 마법의 발동 속도를 해결할 방법들이었구나. 마나 코어에 대한 걸 모를 만도 하네.’
마법의 발동 속도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마나 코어에 대한 정보가 나올 리가 만무했다.
나는 쓰게 웃으며, 논문을 닫았다.
‘아무튼 의문은 풀렸어.’
마나 코어와 마나 서클이 상생 관계라던 아스란의 말은 진실이었다.
마나 코어와 반발하는 건 AI 칩이지, 마나 서클이 아니었다.
‘이 말은 즉, 나는 마나 코어를 생성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지.’
나는 AI를 이식받지 못 하는 부적합자다.
AI가 없는 이상 마나 코어를 생성하는 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나 코어가 마나 서클에 작용하는 법칙이나 규칙을 봤을 때, 내 인피니티 서클에는 그리 버라이어티한 효과를 발휘하지 않겠지만…….’
마나 코어와 마나 서클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은, 마나 코어가 신체를 활성화 시키며, 마나 서클의 처리 속도나 회전 속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피니티 서클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체를 활성화하며, 그에 따라 서클의 처리 속도나 회전 속도는 이미 최상에 가깝다.
그런 만큼, 내가 마나 코어를 생성한다고 해도, 2배의 효율까진 나오지 않을 거다.
‘그래도 적으면 1.1배, 많으면 1.2배는 효율이 오를 거야.’
10% 내지, 20%의 효율 상승.
2배에 비해선 적어 보이지만, 이것도 어마무시하게 큰 거다.
당장 S급 아티팩트의 마법 효율 상승량이 평균 7%~9%일 정도니, 말 다 한 거다.
‘좋아……. 그럼 바로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로 돌아가서 마나 코어부터 생성한다.’
가슴이 뛴다.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돈을 발견한 기분이 딱 이럴까.
나는 재빨리 노트북을 닫고, 이드레드의 서를 펼쳤다.
그리고 바로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로 향하려던 바로 그때.
“아.”
문득 테이블 옆에 놓아 둔 스승님의 로브.
‘레이 벨 바이테너의 로브’가 눈에 들어왔다.
‘또 까먹을 뻔했네.’
계속 더 중요한 일에 가려져 망각하고 있었다.
‘일단 미미르의 서로 가서 진짜 마법에 대한 얘기부터 들어야지.’
미미르가 ‘진짜 마법’이라 불렀던 바이테너식만의 오리지널 마법에 대한 정보와 스승님의 로브가 지닌 진짜 힘에 대한 정보 등등.
미미르에게 물어 볼 게 많았다.
‘미미르의 서에 갔다가, 그 후에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로 돌아간다.’
나는 그렇게 동선을 정하고, 이드레드의 서를 닫았다.
그리고 그대로 옆에 놓아 둔 스승님의 로브를 들고, 이번엔 미미르의 서를 펼쳤다.
익숙한 시야의 반전과 함께, 나는 미미르의 서로 이동했다.
“어서와. 계승자.”
미미르의 서에 들어선 나를 미미르가 반겼다.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내 앞에 가만히 서 있다.
“미미르. 저번에 묻는 걸 까먹었는데…….”
“응.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미미르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신화 마법에 대해 들으러 온 거지?”
“……신화 마법? 그게 네가 과거 ‘진짜 마법’이라고 표현했던 마법의 정식 명칭이야?”
“응. 맞아. 신화 마법. 바이테너식의 독보적인 마법들 중에서도 한층 더 압도적인 힘과 출력을 자랑하는 마법이자…….”
미미르의 눈이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신화를 재현할 수 있는 마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