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5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53화(153/466)
“신화를 재현할 수 있는 마법……?”
신화를 재현한다.
한 번에 확 와 닿는 말은 아니었다.
“위력이나 출력이 비교할 수도 없이 강력한 마법이라는 거야?”
신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하나 같이 사람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레이 벨 바이테너, 스승님을 필두로.
바다를 가른 검사 롤랑 폴라인.
지구상의 모든 몬스터를 다룰 수 있다던 테이머 레인 홀리에.
지금은 사라진 기술 중 하나인 정령술을 극한까지 연마하여, 10명의 정령왕을 모두 다루는 데 성공했다는 정령사 세레나 등등.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힘은 상식으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고로, 신화를 재현한다는 건 그들의 강력한 힘을 재현한다는 말일 확률이 높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음.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조금 달라.”
아닌 모양이다.
“신화 마법의 위력이나 출력이 강한 건 맞아. 하지만 그건 일종의 부가 효과일 뿐이야.”
“부과 효과…… 위력이나 출력이 강한 건 덩달아 따라오는 덤 같은 거라는 의미야?”
“그치.”
미미르가 천천히 내게 다가와 내가 손에 걸어두고 있던 스승님의 로브를 가져갔다.
그리곤 양 어깨부분을 잡고 적당히 펼쳤다.
“뭐, 부가 효과, 덤이라고 하긴 했지만. 위력만을 극대화한 신화 마법 같은 것도 존재하긴 해. 많진 않지만.”
미미르는 로브를 전체적으로 관찰하며 이리저리 만졌다.
“신화 마법의 종류가 꽤 많은가 보네.”
“응. 많아. 레이가 다루던 신화 마법만 해도 17가지였으니까. 그마저도 다 익힌 게 아니었고.”
내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스승님도 다 익힌 게 아니라고?
그럴 수가 있나?
“바이테너식의 창시자는 스승님이시잖아. 근데 스승님이 익히지 못한 신화 마법이라는 게 있을 수가 있어?”
스승님이 바이테너식의 계승자였다면 익히지 못한 신화 마법이 있었다고 해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스승님은 바이테너식의 창시자. 마법의 시초다.
모든 마법은 스승님에게서 비롯된 것. 스승님이 익히지 못한 마법 따윈 있어선 안 된다.
만약 익히지 못한 마법이 있다면, 그건 스승님의 전 시대에 신화 마법을 다루던 사람이 있다는 말.
즉, 스승님이 바이테너식의 창시자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사실은 레이가 바이테너식의 창시자가 아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여기엔 다른 이유가 있어.”
“무슨 이유?”
곧바로 미미르가 설명을 시작했다.
“신화 마법은 매개체를 이용한 마법이야.”
“매개체?”
“어. 레이의 시대 이전. 우리 시대에도 ‘신화’라 불리던 시대의 유산들을 매개체로 삼는 마법……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힘들려나?”
스승님의 시대에서도 신화로 치부되던 기록이라.
“대지의 신 가이아…… 같은 신화를 말하는 거야?”
“맞아. 아는구나?”
마법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의 기록은 현대에도 조금 남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방금 말한 가이아의 신화.
대지의 어머니라 불리며, 대지를 관장한다고 전해지는 대지의 신.
문헌마다 다르지만, 대지를 직접 만들었다는 전승도 존재한다.
“마침 레이가 얻은 신화 속 유물, 매개체 중에는 가이아의 유물도 있었어. 암석의 형태를 지닌 마나의 결정체였지.”
미미르가 로브를 잘 정리해서, 소파 등받이에 걸쳤다.
“레이는 그 암석을 이용해 마법을 만들었어.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3번째 신화 마법. 프리미티에-테라. 최초의 대지야.”
신화와 신화의 매개체.
그리고 그 매개체를 바이테너식에 접목하여 만든 마법.
“그니까 한 마디로 융합 마법이라는 거네. 원래부터 존재하던 신화 속 유물과 스승님이 창시한 바이테너식을 융합한 마법.”
“융합 마법……. 그것도 좋은 표현이네. 나는 신화를 마법으로서 재현한 마법이라고만 표현하는데.”
“그게 정확한 표현이긴 하네.”
신화를 재현한 마법.
모든 설명을 다 듣고 나니 이 이상 정확한 표현은 없었다.
‘근데…….’
신화를 재현한 마법.
그게 얼마나 대단한 마법인진 여전히 모르겠다.
대단하다는 건 알겠는데, 뭔가 확 와 닿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실감이 안 되면, 영구동토를 떠올리면 돼.”
“영구동토는 왜?”
“영구동토는 신화 마법의 부산물이거든.”
“……신화 마법의 부산물? 영구동토가?”
“응. 빙결의 신, 스카디의 유물을 매개체로 삼아 만든 신화 마법을 토대로 만든 게 바로 영구동토야.”
미미르가 검지를 펼쳤다.
“딱 1% 만큼의 파편을 떼어 내 만든 마법이지.”
“……1%?”
그 위력이 고작 1%의 파편을 이용해 만든 마법이라고?
말도 안 돼.
“어때. 이제 좀 실감이 돼?”
“……어.”
갑자기 확 와 닿는다.
영구동토가 1%의 유물 파편을 이용한 마법이라니.
“물론 원래의 신화 마법이 영구동토의 100배 위력이라거나 이런 건 아니니까 오해하진 말고.”
“알지.”
마법에 있어 이러한 계산은 단순히 수치상으로 나타낼 수 없다.
당장 아티팩트를 만들 때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희귀 소재를 100넣는 것과 1넣는 것 사이에 100배의 성능 차이는 발생하지 않으니까.
“아무튼 신화 마법은 이렇게 대단한 마법이다. 이 말씀.”
“이해했어.”
과거 어째서 미미르가 내 마법을 ‘가짜 마법’이라던가 ‘마법 비스무리’라고 표현했는지 아주 잘 알겠다.
신화 마법을 ‘진짜 마법’으로 둔다면 가짜 마법이라 불리는 게 당연하다.
“신화 마법은 6서클이 되면 바로 쓸 수 있는 거야?”
“쓰려고 하면 지금도 쓸 수 있어. 5서클부터 쓸 수 있는 신화 마법이 하나 존재하거든.”
“오……. 지금부터 쓸 수 있구나. 그건 어떻게 하면 익힐 수 있는데?”
당장이라도 신화 마법을 익히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거린다.
“일단 매개체를 손에 넣어야 해.”
“매개체를?”
“말했잖아. 신화 마법은 매개체를 이용해 신화를 재현하는 마법이라고. 사용하려면 매개체가 필요해.”
“그게 진짜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어?”
매개체를 이용해 그것을 마법으로 벼린 줄 알았더니,
그냥 말 그대로 매개체를 소지하고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라는 뜻이었구나.
“매개체는 어디 있는데?”
“그거야…….”
미미르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모르지.”
“모른다고?”
“어.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어딘가에 흩뿌려져 있을 거야.”
“미미르의 샘이나 이드레드의 서에 보관되어 있는 게 아니었어?”
“계승자. 이드레드의 서에 신안에 대한 정보도 못 넣었던 이유가 뭔지 잊은 거야?”
“아. 그랬지. 처리량…….”
이드레드의 서나, 미미르의 서나, 내부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은 한계가 있다.
신화 속 유물.
매개체 같은 딱 봐도 대단한 물건을 넣어 둘 만큼의 처리량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그럼 신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일단 그 매개체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네?”
“그치.”
“……좋다 말았네.”
신화 마법을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매개체를 찾아야 사용할 수 있다니. 뭔가 김이 샜다.
“물론 찾을 방법은 있는 거지?”
스승님이 그냥 그 귀중한 매개체를 방치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분명 찾을 방법을 마련해 두셨을 테지.
“당연히 준비해 뒀지.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역시.
“그래. 그럼 됐어.”
찾을 방법이 있다면 찾으면 될 뿐이다.
“아, 그리고 아까 처리량 때문에 매개체를 넣어 두지 못 했다고 했지만, 사실 이드레드의 서에 하나 넣어 둔 매개체가 있어.”
“……있다고?”
“어. 5서클인 계승자도 사용할 수 있는 신화 마법의 매개체가 하나,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보관되어 있어. 아스란의 훈련을 통과하면 얻을 수 있어.”
“오…….”
일종의 스타터팩 같은 느낌인가.
게임으로 치면 신화 마법이 해금되었으니, 일단 하나를 제공하겠다.
이런 느낌인 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
미미르가 조금 전 내게 받아가 소파에 걸쳐 둔 스승님의 로브를 다시 들어올렸다.
“이 로브를 통해서도 신화 마법을 체험할 수 있어. 이 마법도 신화 마법에서 파생된 산물이거든.”
그 말엔 딱히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저 로브가 ‘진짜 마법’ 즉, 신화 마법에 관련되어 있다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던 일이니까.
“이 로브의 진짜 이름은 [아에스] 여섯 번째 신화 마법인 ‘아에르’와 열한 번째 신화 마법인 ‘아이타스’의 파편을 떼어내 만든 아티팩트야.”
아에르의 아에와 아이타스의 스를 따서 아에스라는 이름이 붙은 건가.
“효과는…….”
미미르가 씨익 웃으며 내게 로브를 건넸다.
“설명해 주면 재미없으니까, 계승자가 직접 사용해 보고 느껴 봐.”
나는 로브를 건네받았다.
“어떻게 사용하는 건데?”
쓰라고 해도, 사용법을 모른다.
“로브를 두르고, 영창을 하듯이 마나를 움직여 봐.”
“영창을 하듯이……. 해 볼게.”
나는 미미르의 말대로 로브를 걸치고, 마나를 움직였다.
다섯 번째 인피니티 서클, 진리의 고리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영창의 묘리에 따라 마나를 움직인다.
그 순간, 스승님의 로브, ‘아에스’에서 마나가 요동쳤다.
“집중하면서 들어. 아에르는 공간을 다스리는 신이야. 그 매개체를 이용한 신화 마법도 당연히 공간을 다루는 마법이고.”
“……공간.”
마나의 요동침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로브의 겉과 속을 뒤집어도, 외피와 내피가 유지되는 이유가 그거야. 그 로브는 외피와 내피의 공간이 고정되어 있거든.”
“……아.”
그게 그런 이유였구나.
“그리고 아이타스는 시간을 다스리는 신이야. 신화 마법도 당연히 시간에 관련된 마법이고.”
“공간에 더해서 시간까지?”
“대단하지?”
마나가 폭발하듯이 일렁였다.
마치 이 로브가 폭탄이라도 된 것마냥 뜨겁다.
“그런 힘을 지닌 두 파편의 작용으로, 그 로브에는 시공간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깃들게 되었어.”
번쩍-!
그 순간 로브가 환하게 빛났다.
마치 영상을 거꾸로 돌리듯이.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듯이, 로브의 외견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낡아서 다 헤진 적갈색의 외피는 이내 찬연한 붉은색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먼지가 사라지고, 헤진 곳이 사라지며, 주름이 사라지고,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이게…….”
이내 허름했던 로브는 고급스러움을 자아내는 화려한 붉은 로브가 되었다.
나는 그 로브를 이리저리 관찰하며 허허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원래가 이런 로브였구나.
“로브의 내피 안쪽으로 손을 넣어 봐.”
“여기에 손을 넣으라고?”
나는 멍하니 미미르의 말에 따라 로브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
그리고 그 순간, 내 손이 싸늘해졌다.
그 갑작스러운 이질감에 놀라서 손을 내뺐다.
“뭐야, 방금 그 감각…….”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꺼림칙한 감각.
나는 로브를 잡고 내부를 살폈다. 아무것도 없는데?
“큭큭.”
그런 날 보며 미미르가 작게 웃었다.
“아직 눈치 못 챘어?”
“……이거 뭔데?”
내 반응이 그리 재미있는 것일까. 아주 즐겁다는 듯이 웃는다.
“자. 그럼 이번엔 이거 쥐고 넣어 봐.”
미미르가 테이블에 놓아 둔 펜 하나를 내게 건넸다.
일단 하라는 대로 하긴 하겠다만. 뭔 의미지?
나는 곧바로 펜을 건네받고 다시 로브 안으로 손을 넣었다.
“윽.”
이번에도 그 알 수 없는 감각과 함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다만, 이번엔 손을 빼는 일은 없었다. 손을 넣은 채, 감각에 집중했다.
‘이 감각은 대체 뭐지?’
뭔가 냉장고에 손을 넣은 것 같은 차가움이 느껴지지만, 정작 손에 냉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차갑지만 차갑지 않다.
이런 묘한 감각은 난생 처음이다.
대체 이건 무슨 감각이지?
“산소고, 빛이고, 소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손을 넣은 느낌이지?”
“아! 그래. 맞아. 딱 그런 느낌이야.”
미미르의 말이 정확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손을 넣은 느낌.
경험해 본적은 없지만, 우주에 손을 넣으면 딱 이런 느낌일까.
“거기서 펜을 놓고 손을 빼 봐.”
“펜을 놓으라고? 왜?”
“빨리.”
“……? 어. 알았어.”
나는 미미르의 말대로 펜을 놓고 손을 뗐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쥐고 있던 펜을 놓아버렸으니, 당연히 바닥으로 펜이 떨어질 터.
그걸 예상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린 것이었다.
“?”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펜이 바닥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뭐야?”
분명 펜을 놓았는데, 떨어져야 하는데. 펜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로브를 잡고 내부를 살펴봐도 펜은 찾을 수 없었다.
“큭큭.”
미미르의 웃음이 더욱 커졌다.
내 당황하는 모습이 아주 즐겁다는 표정이다.
나는 미미르가 웃든 말든, 펜을 찾는 데 열중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잠깐만. 이거 공간을 다루는 마법과 시간을 다루는 마법의 파편을 이용해서 만든 아티팩트라고 했지?’
그렇다는 말은 즉.
나는 다시 천천히 로브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미미르 이거 설마…….”
“아깝다. 귀여웠는데. 벌써 눈치챈 거야?”
그런 날 보며 미미르가 아쉽다는 듯이 웃었다.
“…….”
다시 로브에서 손을 뺀 내 손에는 아까 전 사라졌던 펜이 쥐어져 있었다.
“맞아. 아에스. 그 로브의 내면은 다른 시공간과 연결되어 있어.”
현대 마법의 7대 난제에도 속하지 않는 실현 불가능 마법.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는 환상 같은 마법.
“……아공간 마법이 인챈트 돼 있다고?”
시간 축을 비틀어서 공간을 연결하는 환상 마법.
아공간 마법.
“응. 아에스는 아공간 마법이 각인되어 있는 유일무이한 아티팩트야.”
스승님의 로브, 아에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정신 나간 로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