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5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54화(154/466)
방으로 돌아 온 나는 가장 먼저 아에스의 아공간 안에 ‘미미르의 서’와 ‘사계’부터 넣었다.
“와우.”
내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미미르의 서나, 이드레드의 서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매일 고민했는데. 이게 이렇게 해결되네.’
저번에 더 피스트의 습격으로 미미르의 서와 이드레드의 서를 분실할 뻔한 이후.
나는 줄곧 두 책을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들을 찾았다.
미미르에게도 물어보고, 김강인 님에게도 물어보고, 아버지에게도 은근슬쩍 물어봤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은 찾지 못했다.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은근 많았지만, 거기에 ‘내 수중에 둘 수 있을 것.’이라는 조건이 끼니 방법이 없더라.
‘미미르가 곧 해결 될 거라고 했던 게 이런 의미였구나.’
미미르에게 보관 방법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미미르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으니 뭐, 담담할 수밖에.
‘사계를 항시 소유하고 다닐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오픈 레이드 경기장 몬스터 폭주 사건 당시. 만약 내 수중에 ‘사계(四界)’가 있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사계의 보조가 있었다면, 삼원색 호랑이를 확실히 마무리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안에 음식을 넣어 둘 수 있다는 것도 좋아.’
아공간 마법은 단순히 ‘공간’만을 연결하는 마법이 아니다.
‘시간’을 고정하여 ‘공간’을 연결하는 마법이다.
시간이 고정되어 있기에 아공간 내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말인즉, 아공간 내에 음식을 넣으면 절대 썩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외에도 활용 방법은 무수히 많다.’
팔방미인.
아에스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없었다.
‘아에스가 이 정도면 대체 신화 마법은 얼마나 대단하다는 거야?’
내 심장이 힘차게 맥동했다.
신화 마법에 대한 기대감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빨리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로 가자.’
한시라도 빨리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로 가서, 아스란의 훈련을 수행하고. 통과한 뒤에 신화 마법을 건네받아야지.
나는 아에스를 걸친 그 상태로, 따로 빼 둔 이드레드의 서를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로 향하는 마법진에 손을 얹고, 마나를 움직였다.
웅!
다음 순간, 나는 익숙한 훈련장의 중심에 서 있었다.
“빨리도 오는군.”
아스란이 팔짱을 낀 채로 나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마나 코어에 대해 조사를 하고, 미미르와 대화를 하는 데 총 2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아스란의 입장에선 꽤나 긴 시간이었으리라.
저런 말을 할 법도 하다.
“죄송합니다. 미미르와 얘기를 좀 하다 보니…….”
“미미르 님과 얘기를 했다고 해도…….”
아스란이 뭐라뭐라 말하려다 말고, 갑자기 눈을 가늘게 떴다.
“왜 그러시죠?”
“……너. 그 로브. 아에스인가?”
“아.”
아에스 때문이었구나.
“네. 아에스입니다.”
“……그걸 어떻게 찾았지? 아직 네겐 주군의 아티팩트를 찾을 수단이 없을 텐데.”
“운이 좀 좋았습니다. 저희 가문에 보관되어 있었거든요.”
“오호.”
아스란이 의외라는 듯이 눈을 빛냈다.
“말 그대로 천운이었군.”
“예.”
아스란이 내 로브를 이리저리 살폈다. 묘하게 아련한 눈빛이었다.
“……무수한 세월을 넘어서도 그 광채는 여전하군.”
스승님의 로브이니만큼, 감회가 새로우리라.
“그래서. 아에스를 착용하고 온 이유는 무엇이지? 내게 아에스를 얻었다고 자랑하기 위해 입고 온 것은 아닐 터.”
“……별 생각 없었습니다.”
진짜 별 생각 없었다.
갓 구입한 새 옷을 벗고 싶지 않은 심리라고 해야 하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입고 왔다.
“모르는 건가?”
“모르다니요?”
뭘 모른다는 거지?
“……모르는 것 같군. 미미르 님도 짓궂으시단 말이지. 다 말해 두시곤 제일 중요한 걸 말해주지 않다니.”
아스란이 웃었다.
마치, 귀여운 손녀의 짓궂은 장난을 떠올리는 듯한 미소였다.
“아니. 이전, 모든 설명을 떠넘긴 나에 대한 복수인가. 이 정도는 네가 설명하라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소리 내어 웃고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잘 들어라. 주군의 로브. 아에스에 인챈트 된 아공간 마법은 아에스 자체에도 적용된다.”
아에스 자체에도 아공간이 적용된다? 그 말은…….
“아에스 자체도 아공간에 수납할 수 있다…… 이런 말인가요?”
“그래.”
“그런 기능이 있었군요.”
그래서 왜 ‘착용하고 왔냐.’라는 질문을 한 거구나.
“어떻게 넣는 건가요?”
“간단하다. 벗으면 된다.”
“……예?”
“벗으면 된다고 했다.”
“…….”
그렇게 간단한 거였어?
나는 천천히 로브를 벗었다.
내 신체에서 멀어난 로브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진짜 벗는 것만으로도 사라지네.
“꺼낼 때는 그냥 로브를 입겠다고 생각하고 몸에 두르면 된다.”
꺼내는 것도 되게 간단했다.
‘아에스를 꺼내 입는다.’
곧장 아스란의 말대로 아에스를 꺼내겠다 생각하며 손을 움직였다.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으로 로브를 두르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진짜 이걸로 되는 건가?
“오.”
그러나 그런 의문도 잠시.
아스란의 말대로 아에스는 어느 샌가 내 신체에 착용되어 있었다.
“흠. 잘 하는군. 꺼낸다는 이미지를 구현화하는 게 제법 어렵다고 들었는데 말이지.”
아스란이 나쁘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
“……엄청나네요.”
아에스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하면, 로브를 항시 착용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 하나 뿐이었는데.
이걸로 그 단점마저 사라졌다.
완전무결한 사기 아티팩트가 되어 버렸다.
만약 아에스에 대한 게 모두에게 알려져 경매가 붙게 된다고 치면, 필히 천문학적인 금액이 붙을 테지.
진짜 나라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을 만한 돈을 벌 수 있을 거다.
‘물론 팔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애초에 팔 방법도 없다.
이게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 아티팩트는 오직 ‘바이테너식’을 이은 자만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컸다.
다른 사람에겐 쓸데없이 화려한 로브일 뿐이다.
뭐, 만약 팔 수 있었다고 해도 절대 안 팔 테지만.
‘이 좋은 걸 왜 팔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에스를 입었다 벗었다 반복했다.
“참고로 아에스를 벗고 있을 땐, 안에 넣어 둔 것들을 뺄 수 없다. 알아두도록.”
“예.”
“또한 외부의 마법을 증폭하는 효과도 그대로 남아 있으니, 전투 중 착용할 시엔 주의해라.”
“주의하겠습니다.”
확실히 전투 시에는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이 로브를 입고 마법에 직격을 맞았다간, 그대로 황천길을 헤매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곧바로 아에스를 해제했다.
“흐음.”
그런 날 보고 아스란이 뭔가 아쉽다는 듯이 비음을 흘렸다.
“아쉽군. 아에스도 좋은 아티팩트긴 하지만, ‘스태프’를 얻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스태프요?”
스태프. 다른 말로 지팡이.
구시대 마법사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필수 아티팩트.
그러나 지금은 양손이 부자유스럽다는 이유로 그 누구도 쓰지 않는 사장된 장비.
“그래. 지금의 네게 부족한 건 결국 출력이니 말이지.”
“……스태프의 힘은 위력, 출력 상승인가 보군요.”
“그렇다.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강력한 힘이지.”
시공간 마법에 비견될 만큼의 위력, 출력 증폭 아티팩트라.
대체 어느 정도의 증폭률일지 상상도 안 간다.
못해도 40%는 넘지 않을까.
“개인적인 조언이다만, 다음에 아티팩트를 찾게 되거든 스태프를 가장 먼저 찾는 걸 추천하마. 필히 큰 도움이 될 거다.”
“찾아라…….”
아까 전, 아스란이 처음 아에스를 발견했을 때.
아스란은 ‘아직 네겐 찾을 방법이 없을 텐데.’라는 말을 했다.
그래. ‘아직’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콕 집어서 ‘스태프를 먼저 찾아라.’라는 말도 했다.
이 말을 종합해 본다면.
“아티팩트를 노려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보군요.”
이런 말이 된다.
내 말에 아스란이 ‘오호라.’라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그래. 있다. 내 훈련을 통과하면 얻을 수 있는 신화 마법. 거기에 방법이 있다.”
신화 마법에 방법이 있다고?
“탐지 계열 마법인가보군요.”
“아니. 단순히 탐지 계열이라곤 할 수 없다. 전투에도 도움이 되고, 보조에도 큰 힘이 되는…… 굳이 분류하자면 만능형이라 할 수 있지.”
“만능형…….”
“자세한 건, 얻고 난 뒤에 네가 직접 사용해 보면서 알아가도록.”
아스란이 더 이상은 말해 줄 수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을 마무리 지었다.
“생각보다 얘기가 길어졌군.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 말이지. 아무래도 아에스를 보고 감정적이 된 모양이야.”
아스란의 기세가 날카롭게 변했다.
“그럼 곧바로 훈련을 시작하도록하지.”
조금 전의 다소 따스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옥에서 갓 기어 올라온 악마 교관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그 강렬한 기세에, 아까 전 탈진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절로 몸이 굳었다.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아쉽지만, 네 신체를 굴리는 건 좀 더 나중 일이 될 테니.”
아스란이 검지를 펴서 자신의 바로 앞, 맨바닥을 가리켰다.
“앉아라. 일단 마나 코어를 생성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 * *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 안.
욕망의 미궁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훈련장의 중심.
신하율은 그 중심에서 가부좌를 튼 채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야 좀 봐 줄 만하군. 그 상태로 속도를 좀 더 높여라.”
아스란은 그런 신하율의 등 뒤에 손을 얹고 있었다.
등 뒤에서 직접 마나를 불어넣어, 신하율의 마나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방금은 순환 속도를 너무 높였다. 속도를 낮춰라.”
단전 순환 호흡법.
마나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마나 순환과는 다르게, 단전을 중심으로 호흡을 하는 신체 활성화용 순환.
현대에는 ‘기사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비운의 호흡법.
‘……제법이군.’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숙달되어 가고 있는 신하율을 보며 아스란이 내심 감탄했다.
‘최소 2주는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이 기세라면 4일…… 아니, 3일 내에도 가능하겠어.’
마나 서클을 엮는 것이 ‘재능’의 영역이라면, 마나 코어를 엮는 것은 ‘노력’의 영역이다.
이미 길이 정해져 있는 만큼, 반복 숙달이 중요하고. 그렇기에 천재들 특유의 센스가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다.
‘천재라는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단전 순환 호흡법에서 고역을 치른다.’
아스란의 시대에서 이 ‘단전 순환 호흡법’은 ‘천재들의 첫 번째 장벽’이라고도 불렸다.
천재들의 ‘오만함’이나 ‘자만심’이 독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신하율도 고역을 치를 거라 생각했다.
단순한 천재라는 범주를 넘어 선 희대의 천재이니만큼.
이 단전 순환 호흡법에서는 고배를 마시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신하율에게선 오만함이나 자만심 같은 건 일체 찾아 볼 수 없다.’
간단하다며 앞서 달리려고 하지도 않고, 따분하다며 대충 대충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또 성실하게 계단을 하나씩 오르고 있다.
‘……처음 보는군.’
수많은 훈련병을 맡아 왔던 아스란이지만, 이런 타입은 처음 본다.
천재이면서 동시에 노력가라니.
‘이미 한번 꺾여 본적이 있는 건가?’
신하율 정도의 천재가 자존심을 완전히 버릴 만한 사건.
그런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니고선, 저런 마음가짐을 지닐 수가 없다.
‘뭐가 됐던, 호재로군.’
마나 코어가 없기에 고생 좀 하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이건 뜻밖의 횡재였다.
‘굳이 자존심을 꺾는 훈련은 할 필요가 없겠어.’
아스란은 미리 계획해 뒀던 훈련 계획에서 ‘신하율 자존심 꺾기 훈련’을 지웠다.
‘좋아. 그 사이에 다른 훈련을 끼워 넣으면 되겠군.’
아스란이 새로이 훈련 계획을 세우며 작게 웃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이놈. 미궁을 공략할 당시에 마나 코어가 없었단 말이로군.’
아스란이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는 말은 자신은 마나 코어도 없던 계승자를 보고 자연스레 인정을 했었단 말인가?
‘당연히 마나 코어가 있을 거라 착각을 시킬 정도의 실력이라…….’
아스란의 입꼬리가 서서히 치켜 올라갔다.
나쁘지 않다. 정말로 나쁘지 않다.
‘과연 주군의 계승자라는 건가.’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그 한 달은 꽤나 즐거운 나날이 될 것 같다.
‘네 그릇이 주군을 뛰어넘을 그릇인지.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 봐 주마.’
아스란의 두 눈이 기대감과 환희를 품고 밝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