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5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57화(157/466)
―지금 와 줄… 수 있어…?
고통을 억지로 참아내는 듯한,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
간헐적으로 헐떡이는 숨.
마치 피를 왈칵 토해내는 듯한 소리.
“다치신 건가요?”
―하하……. 어. 너한테 연락을 하려다가…… 걸렸거든…….
목소리가 점점 더 흐릿해져 간다.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연약한 목소리였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봐……. 너무 졸리다…….
정신이 아득해 질 정도의 과도한 출혈.
저대로 두면 100% 죽는다.
―네게… 꼭 건네고 싶은 게 있어……. 분명…… 도움이… 콜록!
“어디 계십니까?”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쳤다.
―르하임 호텔 인근…… 폐공장……에 숨어…….
“누님? 누님?”
―…….
누님의 목소리가 점점 흐릿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조용해졌다.
아무래도 정신을 잃은 듯하다.
‘……르하임 호텔 인근.’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상황은 아닌 듯하다.
나는 곧바로 방 밖으로 나갔다.
“아저씨.”
그리고 문 근처에서 은신 마법을 사용한 채로 대기하고 있는 석현 아저씨를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당장 차를 준비해 주세요.”
아저씨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유는…… 가면서 들어야겠군요. 주차장으로 갑시다.”
내 눈을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신 듯, 발걸음을 재촉하셨다.
“상황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중 아저씨가 내게 물었다.
“세아 누님이 크게 다치신 것 같습니다.”
아저씨가 놀란 표정으로 제자리에 섰다.
“……세아 아가씨가 말입니까? 대체 왜……. 아니, 어째서 그걸 도련님께서 알고 겁니까?”
그러나 걸음을 멈춘 건 찰나였을 뿐. 아저씨는 곧장 다시 발을 움직였다.
상황의 심각성을 100% 이해한 듯, 오히려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방금 전에 누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나는 최대한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리무진에 탑승하고, 운전을 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내 말은 이어졌다.
그렇게 약 10분이 흘러서야, 내 얘기가 모두 끝났다.
“상황이 묘하군요.”
내 얘기를 모두 전해들은 아저씨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예. 묘합니다.”
“지한 도련님이 세아 아가씨를 이용해서 하율 도련님을…….”
백미러 너머, 아저씨의 표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뭐가 됐던, 일단 세아 아가씨를 확보하는 게 먼저군요.”
“예.”
세아 누님을 확보하면,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게 된다.
그게 아니라도, 일단 목숨은 살리고 봐야 하고 말이다.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 그림자 대원분들도 출동시켜 주십시오. 아닐 거라곤 생각합니다만, 함정일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세아 누님이 신지한과 짜고 연기를 하는 걸 수도 있다.
르하임 호텔 인근 폐공장에 온갖 함정이 깔려 있을 확률도 있다.
“예. 안 그래도 오면서 대원들에게 연락을 보내 뒀습니다.”
석현 아저씨도 함정일 가능성을 생각하고 계셨던 것 같다.
‘아니. 함정을 생각하기시보단, 세아 누님을 조금이라도 빨리 찾아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가.’
마도신가의 암부, 그림자.
은신 및 잠입이 특기인 만큼 무언가를 찾는 데도 특화되어 있다.
그들이 전력을 다해 수색에 임한다면, 세아 누님을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
“도련님. 속도를 올리겠습니다. 차체가 조금 떨릴 수도 있습니다만, 참아 주시길.”
“예.”
아저씨가 엑셀을 강하게 밟았다.
엄청난 속도로 도로를 달리는 리무진.
우리는 총 15분가량을 달려, 목적지인 폐공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장님! 도련님! 찾았습니다!”
약 3분의 수색 끝에, 폐공장 구석에 숨어 있던 세아 누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합니다!”
피 웅덩이 위에서 정신을 잃은 채 죽어가고 있는 세아 누님을 말이다.
* * *
그 후, 세아 누님은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되어 수술에 들어갔다.
“아슬아슬했습니다. 5분만 늦었어도 손 쓸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폐공장으로부터 5분 거리에 병원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하. 저는 의사로서 본분을 다했을 뿐입니다.”
의사가 뿌듯한 얼굴로 답했다.
사람을 살렸다는 것에 무한한 기쁨을 느끼고 있는 표정.
그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의사는 훌륭한 의사다.
“깨어나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글쎄요. 단언할 순 없습니다만, 수술이 잘 끝났기도 했고, 빠르면 내일 중에도 깨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빠르면 내일이라.
죽을 뻔했던 것 치고는 굉장히 빠른 각성이다.
그만큼 수술이 잘 됐다는 말이겠지.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요.”
“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의사가 작게 눈웃음을 짓고, 몸을 돌렸다.
“아.”
그러다가 돌연 무언가 떠오른 듯, 탄성을 내뱉더니 다시 내게 몸을 돌렸다.
“이걸 전해드린다는 걸 까먹고 있었네요. 여기.”
그리곤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환자가 끝까지 손에 쥐고 있던 물건입니다.”
“SD카드?”
마법 기술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구형 SD카드였다.
“그럼 전 정말 가보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의사가 자리를 뜨고.
혼자 남은 나는 손바닥 위의 피가 잔뜩 묻은 SD카드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진짜였구나.’
누님의 말은 모두 진짜였다.
신지한과 짜고 연기를 한 게 아니었다. 모든 게 진짜.
누님은 정말 내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신지한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내게 손을 내밀었던 거다.
‘신지한…….’
진심 어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진심으로 자신을 따르던 세아 누님까지도 버림 말로 삼으려 한 신지한에게 진심 어린 살의가 치밀어 올랐다.
꽈아악.
누님의 피가 잔뜩 묻은 SD카드를 그대로 살포시 쥐었다.
‘쓰레기 보다 못한 폐기물.’
사람 축에도 못 드는 외도.
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처리하리라.
나는 다시금 그렇게 다짐했다.
* * *
한편 그 시간.
병원 로비 인근의 리무진 내부.
김석현은 신인혁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지한 도련님은 현재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신인혁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분노를 차갑게 벼려 칼날로 형상화 한 듯한 표정과 기세였다.
“정황상으로도 지한 도련님이 범인일 확률이 높습니다.”
모습을 감췄다는 건, 뭔가 꺼림칙한 게 있다는 말이다.
“증거는?”
“아직까진 세아 아가씨의 증언뿐입니다.”
이번 일에 신지한이 관여되어 있다는 증거는 아직 찾지 못 했다.
“물증을 찾아보곤 있습니다만…….”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우웅!
그때 폰이 진동했다.
[하율 도련님]신하율에게 온 문자였다.
“이건…….”
문자에는 사진 한 장과 파일이 하나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은 피가 덕지덕지 묻어 말라비틀어진 SD카드가 찍혀 있는 사진이었고.
첨부 파일은 그 SD카드에 담겨 있는 파일이었다.
[세아 누님이 끝까지 손에 쥐고 있던 SD카드라고 하더군요. 증거가 들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암호화 되어 있지만, 낡은 SD카드이니만큼, 석현 아저씨라면 풀 수 있으시겠죠.] [검수 부탁드립니다.]김석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지?”
“……세아 아가씨가 지니고 있던 SD카드를 찾았다고 합니다.”
김석현이 대답함과 동시에 리무진 한편에 놓아 둔 노트북을 꺼냈다.
이러한 암호 해독 작업을 위해 커스터마이징 해 둔 노트북.
그것을 이용해, 파일의 암호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닥-
김석현이 타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리무진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약 5분이 흘러.
“암호 해독. 완료했습니다.”
암호 해독이 끝났다.
“……열어라.”
“예.”
김석현이 노트북을 조작해, 홀로그램 화면 모드를 활성화했다.
신인혁의 눈앞에 파일의 내용이 빠르게 떠올랐다.
“…….”
“…….”
그 내용을 확인함과 동시에 두 명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첨부되어 있는 파일의 내용은 지극히 심플했다.
“흑색 마탑에게 돈을 송금한 내역에…….”
신지한이 해외에 둔 비밀 계좌를 통해 흑색 마탑에게 돈을 보낸 내역.
“가문 내 서류를 조작했다는 증거도 있군요.”
그리고 흑색 마탑과 관련된 가문 내 서류를 바꿔치기 했다는 증거.
“…….”
그 외 기타 등등.
신지한의 외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들이었다.
“……지금 당장 수색 인원을 충당해서, 지한이를 찾아 와라.”
“예. 입이 무거운 탐정들도 수배해 보겠습니다.”
신인혁의 분노는 불꽃보다 뜨거웠다.
* * *
새벽 5시.
호텔방으로 복귀한 나는 곧장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로 향했다.
“……일찍도 오는군.”
“죄송합니다. 일이 좀 있어서…….”
그리고 너무나도 늦어버린 나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아스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흠. 이해하겠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쩔 수 없지.”
약 10분에 걸친 설명 끝에 아스란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고생했다.”
가족이 죽을 위기에 처해서 구하러 갔다 왔다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그나저나 지금 이 시대나, 내 시대나 똑같군.”
아스란이 세상 불쾌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어찌하여 가족들끼리 서로 못 죽여서 안달들인지 모르겠어.”
“……예. 저도 이해 못하겠습니다.”
제 아무리 가주의 자리가 탐난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가족을 죽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하물며 누님까지…….’
백보, 아니 백만 보 양보해서 나는 죽일 수 있다 치자.
나는 신지한에게 있어 명확한 적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누님은 아니다.
누님은 명백한 아군이다.
어려서부터 신지한을 유독 따랐고, 믿었으며, 신뢰했다.
그런 세아 누님을 신지한은 죽이려 했다.
나를 제거하기 위해서.
자신이 손을 썼다는 걸 감추기 위해서 세아 누님을 이용하고 버리려 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나와 같은 피를 이은 가족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분노하지 마라. 그딴 쓰레기에겐 분노라는 감정도 아깝다.”
아스란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두어 번 두드렸다.
“쓰레기는 무심하게 쓰레기통에 버리면 될 뿐이다.”
“예.”
“그리고 얘기를 듣자하니, 어차피 놈은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던데. 화를 내 봐야 네 손해다.”
“……그렇죠.”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대로 내뱉었다.
“후우.”
확실히 아스란의 말대로, 신지한은 이미 독 안에 든 쥐다.
누님이 쥐고 있던 SD카드를 통해 신지한의 외도 사실이 모두 드러났고.
본격적으로 수색에 들어섰다.
제 아무리 신지한이라고 해도,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신지한은 잡혀, 죗값을 치르게 될 거다.
아스란의 말대로 내가 화를 낼 이유가 없다.
분노하고, 화를 내는 만큼 내 손해일 뿐이다.
내 마음이 빠르게 평온해 졌다.
“그래. 그렇게 훈련에 집중할 것만 생각해라.”
“예.”
아스란이 내 등을 탁 두드리고 자리를 옮겨 내 앞에 섰다.
“그럼 곧바로 훈련을 시작하지. 앉아라.”
“예.”
나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집중해라. 마나 코어의 밀도를 높여.”
이제는 익숙해진 단전 순환 호흡법. 그 묘리에 따라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나를 움직였다.
서서히 잡념이 사라져간다.
‘근데…….’
그렇게 점점 무아지경의 상태로 빠져가는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SD파일. 누님은 대체 어떻게 입수한 걸까.’
그 SD파일에는 3년 전, 신지한이 흑색 마탑과 처음 거래를 하기 시작했을 때의 기록도 담겨 있었다.
‘세아 누님은 지한 형님이 흑색 마탑과 거래하고 있단 사실을 몰랐을 텐데.’
과거 렝 스미스 사건 때.
내가 형님, 누님들을 불러 모아 놓고 상황을 살핀 날.
세아 누님의 표정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흑색 마탑에 대한 정보를 들었음에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흑색 마탑과 무언가 연관이 있었다면 그런 표정이 나올 수가 없다. 특히나 감정을 감추는 게 서투른 세아 누님이라면 더더욱.
‘당장 4달 전까지 만해도 흑색 마탑과 신지한의 관계에 대해 모르던 세아 누님이 3년 전의 기록을 갖고 있는 이유…….’
신지한이 남겨 둔 기록을 훔친 건가?
아니. 그 용의주도한 신지한이 자신의 범죄 기록을 남겨 뒀을 리가 없다.
혹여 남겨 뒀더라도 그걸 세아 누님에게 빼앗길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그럼 대체 어떻게…….’
세아 누님은 흑색 마탑과 신지한의 거래를 증명할 증거를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
‘…….’
나는 그런 일말의 의문을 곱씹으며, 무아지경의 세계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