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5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58화(158/466)
다음날.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마나 코어 생성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11시에 점심을 먹은 직후부터 한 차례도 쉬지 않고 계속 단전 순환 호흡법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무아지경.
마치 마나와 하나가 되기라도 한 것 마냥,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인피니티 서클을 순환하는 것보다 조금 더 편안한 감각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마나 코어가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해서 그런 것일까.
이대로 24시간이고, 48시간이고, 단전 순환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분이 좋다.
황홀경에 들어선다면 이런 기분일까.
가능하다면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고 싶었다.
“그만.”
하지만 그런 내 바람은 속절없이 깨졌다.
“그 이상은 위험하다. 멈춰라.”
아스란이 내 등에 손을 얹고, 순환에 강제로 제약을 걸어, 멈췄다.
모든 집중이 깨지며, 천천히 정신이 돌아왔다.
머리가 띵하다.
호흡하기가 힘들다.
딱히 숨을 쉬기 힘들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마치 신체 중의 모든 혈관이 부어서, 제대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듯한 감각.
혈관에 극심한 부하가 걸려 삐걱대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제가 얼마나 이러고 있었나요?”
대체 얼마나 이러고 있었기에 몸이 이 정도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거지?
“7시간 반.”
“7시간이나……. 몸이 비명을 지를 만하네요.”
아스란이 진귀한 동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단순히 오래 유지하기 만한 거면, 그렇게까진 안 됐을 거다.”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설마 벌써부터 혈관 청소가 시작될 줄은. 보통은 10회차 이후부터 서서히 시작되는데 말이지.”
단전 순환 호흡법을 유지할 때, 활로가 되는 전신의 혈관들의 맥을 100%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불순물들을 제거하게 된다.
이걸 혈관 청소라고 부른다.
“그래서 그렇게 기분이 붕 뜬 것 같았군요.”
혈관을 막고 있는 불순물은 마나의 찌꺼기와 같은 것들이다.
신체 중을 흐르던 마나가 조금씩, 조금씩 혈관에 남아 축적된 것들인데.
이러한 찌꺼기들이 제거될 때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흘러나온다.
내가 단전 순환 호흡 중에 붕 뜬 듯한 기분을 느낀 건 그 이유다.
“되게 위험한 상황이었군요.”
“위험했지. 그래서 내가 강제로 개입해 말린 거다.”
마나의 찌꺼기가 소멸되며 뿜어져 나오는 물질은 일종의 독이다.
딱히 그 자체만으로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사람을 기분 좋게 하여, 통증을 막는 것으로, 무리한 훈련을 하게 한다.
그렇게 무리한 훈련이 계속되면, 신체는 점점 더 망가져가게 되고. 최악의 경우 마나 혈관이 파열될 수도 있다.
“죄송합니다. 저 스스로 주의했어야 하는데.”
단전 순환 호흡법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건, 사전에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에 홀려서 그대로 하늘나라로 갈 뻔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었다.
“네 잘못이 아니다. 그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의 찌꺼기가 소멸한다면, 네가 아니라 나라도 정신을 못 차렸을 거다.”
아스란이 큭큭 웃었다.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기분 좋아 보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스란이 그대로 내 등 뒤로 이동해, 한쪽 무릎을 꿇어앉고 그대로 내 등에 손을 댔다.
“그럼 잠시 확인 좀 하겠다.”
“네? 네.”
내 마나 코어의 성장도를 확인하겠다는 건가?
아스란이 그대로 내 신체에 마나를 불어넣어, 내면 관조를 시작했다.
“……진짜로 마나 코어의 효율이 평균보다 두 배 가량 높군.”
“마나 코어의 효율이 높다고요?”
“그래. 지금 네 마나 코어는 평범한 마나 코어 대비, 두 배 가량 효율이 좋다.”
“그럴 수가 있나요?”
전에도 말했듯이, 마나 코어를 생성하는 것이 꽤나 단순하여, 재능이란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천재고, 범인이고, 마나 코어를 생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게 마나 코어가 노력의 산물이라고 불리는 주된 이유다.
“마나 코어는 누가 생성하든 상관없이 모두 같은 효율을 보인다고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그건 바로 마나 코어가 모두 똑같은 효과를 지닌다는 것이다.
천재가 만든 마나 코어나, 범재가 만든 마나 코어나, 둔재가 만든 마나 코어나 다 똑같다.
누가 만들던 상관없이, 같은 크기와 밀도의 마나 코어는 모두 같은 효율을 보인다.
과정도, 결과도 재능이란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이게 마나 코어가 노력의 산물이라 불리는 이유다.
……라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혹시 과거 스승님 시대의 마나 코어는 다른 건가?
“네가 알고 있는 게 맞다. 마나 코어는 누가 만들던지 간에 동일한 효율을 보이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왜 내 마나 코어의 효율만 다른 걸까.
“혹시 인피니티 서클 때문인가요?”
“좋은 접근이다만, 틀렸다. 인피니티 서클은 마나 코어의 효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당장 주군의 마나 코어도 내 마나 코어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스승님의 마나 코어도…… 그렇군요.”
스승님의 얘기를 꺼냄과 동시에 바로 납득했다.
“그럼 왜 제 마나 코어의 효율만 다른 거죠?”
마나 코어는 재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피니티 서클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럼 왜 내 마나 코어만 효율이 뛰어난 것일까.
“마나 코어는 생성 당시, 술자의 성취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고 하시더군.”
술자의 성취에 따른 효율 변화?
“1서클 유저가 엮은 마나 코어 보다 2서클 유저가 엮은 마나 코어의 효율이 더 좋다. 이런 말인가요?”
“그렇다더군.”
“마나 코어에 그런 법칙이…….”
아예 처음 듣는다.
‘그 후로도 따로 조사해 봤지만, 그런 정보는 없었는데?’
100년 전, 아직 마나 코어가 현역일 때의 정보들도 쭉 살펴봤는데, 저런 정보는 없었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아스란이 뿌듯하다는 듯이 웃었다. 마치, 딸의 성장에 기뻐하는 아버지 같은 표정이었다.
누굴 떠올리고 있는 거지?
“나도 몰랐으니까.”
“……예?”
“이 정보는 나도 미미르 님에게 처음 들은 거거든.”
“미미르한테 들은 정보요?”
갑작스레 나온 미미르의 이름에 내 고개가 절로 갸우뚱 기울었다.
* * *
그 후,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빠져나온 나는, 곧장 샤워실로 향했다.
훈련 중 흘린 땀과, 마나의 찌꺼기가 소멸하며 흘러나온 단내 같은 것들을 거품과 함께 흘려보낸다.
적당히 뜨거운 물이 전신을 타고 흐르는 감각에 몸과 정신이 동시에 노곤 노곤해 진다.
‘그나저나 마나 서클에 따른 마나 코어의 효율 상승이라…….’
그렇게 뜨거운 물이 주는 노곤함을 느끼고 있다 보니, 문득 아까 전 아스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나 서클과 마나 코어의 상관관계는 미미르 님이 독자적으로 연구하셔서 얻은 결론이다.’
‘2서클이 되고 나서야 마나 코어를 엮기 시작한 게으른 천재 한 명을 보고 의아함을 느껴, 연구를 시작하셨다고 하시더군.’
딱히 의외라는 생각은 안 했다.
미미르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박식한 사람이다.
그런 미미르가 의문을 품었다면, 저런 연구 결과를 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야 의문이 풀리네.’
아스란에게 마나 코어에 대한 얘기를 들은 후로부터, 줄곧 의문이었던 게 있다.
어째서 미미르는 내게 마나 코어를 엮으라 조언하지 않았는가.
미미르가 내 몸에 마나 코어가 없다는 걸 눈치 채지 못 했을 리는 없는데, 어째서 이 효율 좋은 마나 코어를 엮으라는 조언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게 계속 궁금했는데. 이제야 그 의문이 풀렸다.
‘그냥 말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거였어.’
마나 코어는 늦게 생성할수록 이득이다.
즉, 초반에 내게 마나 코어에 대한 걸 말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니, 의미가 없기는커녕 악영향만 끼쳤을 것이다.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걸 하지 못한다니.
머리가 굉장히 복잡해 졌을 테지.
‘2달 전까지의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고.’
아버지와 한 약속도 있겠다.
만약 미미르가 마나 코어에 대한 얘기를 했으면, 마나 코어를 만들 생각만 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만들진 않았겠지만……. 엄청 고민하긴 했을 거야.’
내 성격에 굳이 미래를 파는 짓은 안 했을 거다.
하지만 십중팔구 머리에 잡념이 생기긴 했을 테지.
그리고 잡념이 생기면 어떻게든 훈련에 악영향이 생기는 법.
미미르는 그걸 생각해서 내게 마나 코어에 대한 얘기를 아예 하지 않은 걸 거다.
훈련의 효율을 생각해서.
‘결과적으로 보면 미미르의 선택이 옳았어.’
미세한 차이라곤 해도, 잡념이 있느냐 없느냐는 훈련 효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깨달음의 벽’을 허물어야 하는 마법사들에게 잡념 하나의 유무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뭐가 됐던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 테지.
고로, 내게 마나 코어에 대한 걸 말하지 않는다는 미미르의 선택은 옳았다.
미미르가 내게 마나 코어에 대한 걸 전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없다.
오히려 감사하다.
‘지금도 이 정돈데, 마나 코어가 다 완성되면 얼마나 높은 효율을 보이려나.’
아직 10%도 완성되지 않은 마나 코어가 벌써부터 2~3% 가량의 효율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게 100% 완성되면 얼마나 큰 효율 상승을 보일까.
참으로 기대된다.
허니 기대되는 만큼, 반대로 아쉽기도 했다.
‘6서클, 7서클이 되고 난 후에 마나 코어를 엮을 수 있었으면 더 큰 효율을 보였겠지?’
당장 급한 것도 없고.
가능하면 최대한 천천히 마나 코어를 엮었어도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 어쩌겠어. 신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마나 코어가 필수적이라는데.’
제 아무리 좋은 패를 쥐고 있다고 해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법.
마나 코어의 효율을 조금 더 올리겠다고, 언제까지고 기다리는 건 멍청한 짓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마나 코어를 습득하는 덴 지금만한 적기가 없다.
‘그래도 아쉽긴 하네. 지금도 이 정도 효율 상승인데 나중에 만들었으면…….’
어쩔 수 없다곤 해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것.
나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움을 달랬다.
쏴아아아아-!
샤워기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때.
우우우우웅!
탈의실에 놔 둔 폰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모를 긴급 연락을 대비해, 바로 옆에 준비해 둔 폰.
나는 바로 물을 끄고 탈의실로 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울리는군요. 샤워실이십니까?
석현 아저씨의 전화였다.
“예. 샤워 중이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전화를 건 건, 다름이 아니라…….
이제 10분 후면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10분 후면, 만날 수 있는데 굳이 지금 전화를 걸었다?
그 말은 즉, 상당히 중대한 사안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중대한 일이라고 하면 둘 중 하나다.
신지한을 잡았거나, 세아 누님이 깨어났거나.
그리고 전자였으면, 저렇게 평온한 목소리가 아니었을 테지.
그럼 소거법에 의해…….
“세아 누님이 깨어나신 건가요?”
세아 누님이 깨어났다는 말이 된다.
―예. 지금 막 눈을 뜨셨습니다.
예상대로였다.
* * *
그 후, 나는 저녁도 거른 채 병원으로 향했다.
석현 아저씨가 빠르게 수속을 마치고, 우리는 곧장 세아 누님이 치료를 받고 있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중환자실을 앞에 두고 석현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다.
“같이 안 들어가시고요?”
“예. 세아 아가씨께서 도련님과 둘이 얘기를 좀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누님이……. 알겠습니다.”
나는 석현 아저씨를 뒤로하고,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갔다.
중환자실의 중심에는 세아 누님이 누워있었다.
온갖 첨단 의료기기들을 주렁주렁 달고, 입에는 산소 공급기를 댄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서와.”
나는 천천히 누님에게 다가갔다.
“얘기 들었어. 네 덕분에 살았다고. 고마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병든 아기 새 같은 목소리였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글쎄. 마취를 해서 그런가……. 아프진 않네.”
마취를 했다는 게 사실인 듯, 표정 변화가 굉장히 어색하다.
“몸도 안 움직이고…….”
실제로 눈동자와 입을 제외하고는 신체에 미동이 없다.
입도 제대로 안 움직이는지, 발음도 상당히 어벙하다.
그 때문인가 평소의 누님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수술은 잘 끝났다고 하지 않았나?’
아직까지 이 정도의 마취가 유지되고 있을 정도라니.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 거지?
‘신안(神眼).’
나는 누님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신안을 개안했다.
일단 눈에 띄는 이상은 없는데.
“앉아.”
“예.”
나는 누님의 신체를 관찰하는 데 집중하며 자리에 앉았다.
역시 눈으로만 봐선 모르겠다.
나는 그대로 세아 누님의 손을 쥐었다.
“내가 이렇게 너를 따로 부른 건…….”
그러나 마취 때문인지. 세아 누님은 내가 자신의 손을 붙잡았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이 정도라면, 마나를 불어 넣어도 눈치 채지 못하겠지.
나는 누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누님의 마나 성질을 수집, 동조하여 누님의 신체에 흘려 넣었다.
아스란이 내게 자주 하던 ‘내면 관조’를 따라한 것이었다.
“……지한 오빠는 정상이 아니야.”
“예. 알고 있습니다.”
내 마나가 세아 누님의 신체를 일주했다.
확실히 수술이 잘 끝나긴 한듯, 신체의 컨디션은 환자 치곤 나쁘지 않았다.
그냥 마취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뿐인 듯하다.
‘별다른 걱정은 안 해도 되겠…….’
그렇게 결론을 내려 할 때였다.
무언가가 감지됐다.
‘이거…….’
세아 누님의 신체 깊숙한 곳.
심연이라 불러야 할 곳에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미세하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이질감.
꺼림칙하고, 칙칙하며, 불쾌하다.
이건…….
‘타락한 마나.’
흑마법사들의 마나다.
‘이게 왜 세아 누님의 몸에…….’
“지한 오빠가 미국에서 몸을 숨길만한 곳은 세 군데 정도밖에 없어.”
도저히 연기로는 보이지 않는 세아 누님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