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5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59화(159/466)
누님의 몸 속 깊은 곳.
소피아 님 가라사대, 자신의 보석안으로도 볼 수 없을 만큼 깊숙이 자리 잡은 심층.
그곳에 질척거리는 검은 마나가 자신의 타락을 자부하듯 일렁이고 있다.
당장 이것만 보자면, 누님이 적이라는 말이 된다.
타락한 마나를 몸에 지니고 있다는 건, 외도의 증거 같은 거니까.
하지만.
‘뭔가 이상해.’
나는 렝 스미스를 비롯해서, 지금까지 수많은 흑마법사들과 조우했다.
트키쉬라 불리는 간부와도 직접 마주한 적이 있으며, 간접적으로라곤 하나, 흑마도왕의 마나를 관찰해 본적도 있다.
‘이 감각…….’
그렇기에 느낄 수 있는 이상함이었다.
누님의 몸속에 자리 잡은 타락한 마나는 따로 겉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유하자면 삼킨 알약이 아직 몸속에 캡슐 채 그대로 들어 있는 듯한 느낌 같다고 할까.
타락한 마나는 몸속에 잠들어 있을 뿐, 아직 누님의 신체에 그 어떠한 작용도 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하율아. 듣고 있니?”
“예. 듣고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뭐라뭐라 말을 하고 있는 세아 누님에게 적당히 답을 하며, 내면 관조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조금 더 심연으로 가 보자.
조금 더 깊숙하게, 한층 더 깊게.
나는 누님에게 조금 더 많은 마나를 불어넣었다.
“높은 확률로 흑색 마탑에게 몸을 의탁할 거야. 하루라도 빨리 잡아넣지 않으면 우리도 우린데, 마도신가 자체가 위험해.”
“알고 있습니다.”
내면 관조를 한다고 보기엔 과하게 많은 마나.
평범한 사람이라면 마나 역류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마나를 불어넣었다.
딱히 무리를 한 건 아니었다.
누님과 나는 혈연.
고유 마나 성질은 어느 정도 일치하는 면이 있다.
고유 마나 성질이 비슷한 이상은 이 정도로 마나 역류가 발생하진 않는다.
나는 조금 더 마나의 밀도를 높였다.
“그래서……윽.”
누님이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뭔가 이질감을 느낀 듯하다.
그렇다면 이 이상 마나의 밀도를 높이는 건 안 된다는 말이다.
나는 다시 마나를 조금 전 수준으로 줄였다.
“괜찮으신가요?”
“어. 괜찮아. 뭔가 몸에 아릿한 느낌이 들어서…….”
“간호사를 부를까요?”
“아니야. 지금은 괜찮아.”
내 마나가 누님의 신체를 돌며, 누님과 동조해 나갔다.
한 바퀴, 두 바퀴, 열 바퀴.
안 그래도 비슷했던 성질이 이제는 아예 같은 마나라고 봐도 될 정도가 됐다.
동화율이 올라가며, 내면 관조로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계속해서 늘어갔다.
‘역시. 타락한 마나는 누님의 내면 깊숙한 곳에 박혀 있을 뿐. 아직 누님의 신체에는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았어.’
그렇게 총 20바퀴를 돌았을 때쯤. 나는 확신을 얻었다.
‘누님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는 타락한 마나는 누님이 자신의 의지로 받아들인 게 아니야.’
자신의 의지로 마나를 받아들였다면, 이 정도로 따로 놀 수가 없다.
이건 누님이 타락한 마나를 받아들인 게 아니라, 누군가가 누님에게 타락한 마나를 심어 넣은 거다.
그리고 누님에게 타락한 마나를 심어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다.
‘신지한.’
신지한이 뭔가를 노리고 누님에게 타락한 마나를 심은 거다.
‘그렇다면 신지한의 목적은…….’
내 머리가 팽이처럼 회전했다.
* * *
한편, 그 시간.
미국 어딘가에 존재하는 폐건물.
흑색 마탑이 간혹 은신처로 사용하는 장소.
그리고 지금은 신지한이 은신처로 사용하고 있는 곳.
여유로운 표정으로 와인잔을 흔들고 있던 신지한의 앞에 어두운 마나가 일렁였다.
“신세아가 깨어났다고 하는군요.”
그 어둠은 순식간에 트키쉬의 모습으로 변했다.
신지한이 와인잔을 테이블에 내려두고, 트키쉬를 노려봤다.
“심어 둔 마나는? 병원의 정밀 검사에 걸린 건 아니겠지?”
“저희를 너무 못 믿으시는군요. 고작 병원의 검사 따위에 걸릴 만큼 허술한 일 처리는 하지 않습니다.”
트키쉬가 신지한에게 서류 더미를 내밀었다.
신세아의 검사 결과가 적혀 있는 서류들이었다.
신지한은 그 서류를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이번에 시행한 건, 마나를 압축하여 신체 안에 잠재워두는 흑색 마탑제 최신 기술입니다. 최신식 검사 기계는 물론, 소피아 아네체프리의 보석안도 이걸 간파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흠.”
검사 결과에 수상한 점은 없었다. 신지한이 서류 더미를 테이블에 적당히 던지듯이 올려뒀다.
“암시에 대한 건?”
“서류를 보셨으면 아실 텐데요. 걸리지 않았습니다.”
신세아에게 걸려 있는 암시는 아주 사소한 암시여서, 걸릴 일이 아예 없다시피하다.
아니, 그냥 없다.
정신 계열 마법에 민감한 사냥개의 단장 샤를이 나선다고 해도 간파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계획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건가?”
“예.”
“확실한 거겠지?”
“……예. 물론입니다.”
트키쉬가 웃으며 답했다.
물론 웃는 건 표면적으로일 뿐.
속으로는 지금 눈앞의 남자, 신지한을 찢어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뭘 저렇게 꼬치꼬치 캐묻는지.
‘저 입을 찢어버리고 싶군.’
하는 김에 저 의심을 가득 품은 눈도 잘라내 버리고 싶었다.
물론 진짜 그럴 수는 없는 노릇.
트키쉬는 속으로 혀를 차며 필사적으로 짜증을 억눌렀다.
“저희가 앞서 세 번이나 임무를 실패한 만큼, 못 믿으시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합니다만, 이번엔 믿으셔도 됩니다.”
신지한이 코웃음을 쳤다.
“그 말만 벌써 세 번째 듣고 있는 거 같은데.”
안심하고 기다리라는 말만 벌써 세 번째다.
저 말을 또 믿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병신이다.
“말은 필요 없다. 결과를 가져 와라.”
신지한이 그대로 다리를 꼬고 턱을 괬다.
“하긴. 이번엔 진짜 성공하겠지. 너도 간부로서의 위엄이 걸려 있을 테니 말이야.”
“…….”
트키쉬의 표정이 굳었다.
‘이 새끼가…….’
순간 살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런 표정도 잠시.
트키쉬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살의를 삼켰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흑마도왕의 명령이다.
‘마지막으로, 네 실수는 네가 만회해라.’
이번 임무만큼은 절대 실패할 수 없다. 트키쉬 본인의 신뢰가 걸린 문제다.
아니, 굳이 흑마도왕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이번 일은 절대 실패할 수 없다.
인정하긴 싫지만, 신지한의 말이 맞다. 이번 임무는 간부로서의 위엄이 걸린 문제다.
‘신하율. 그 애새끼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인다.’
무엇보다 트키쉬도 원한이 쌓일 만큼 쌓였다.
계속해서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는 신하율에게 진심 어린 살의가 치솟는다.
놈은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서 들개의 먹이로 줘 버릴 것이다.
트키쉬가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헌데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아끼던 동생분을…….”
트키쉬가 자못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이지. 세아도 이해할 거다.”
신지한이 다시 와인잔을 들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투명한 와인잔 안을 가득 채운 붉은빛의 와인이 피 같았다.
마치 누군가의 생명을 손바닥 위에 두고 휘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죽어서나마 내게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거니. 분명 천국에 가서도 내게 감사할 테지.”
신지한이 웃었다.
어딘가가 망가진 자의 비틀린 미소였다.
* * *
그날 밤.
병원에서 돌아 온 나는 곧장 미미르의 서로 향했다.
미미르에게 오늘 알게 된 것들을 공유하고, 생각을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계승자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그게 맞을 거야.”
모든 얘기를 다 들은 미미르가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았다.
“네 누이가 자신의 의지로 타락한 마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거잖아. 그럼 그 느낌이 맞아.”
“그냥 느낌이 그런 것뿐인데?”
“그 느낌이 중요한 거야.”
미미르가 내 복부, 마나 코어가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현재 계승자의 감각은 마나 코어의 생성으로 한층 더 날카롭게 벼려져 있는 상태야. 지금의 계승자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맞는 거야.”
미미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미미르 너도 세아 누님이 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거지?”
“응. 아닐 거야. 애초에 계승자의 누이 되는 사람 진짜 죽을 뻔했다며?”
“어.”
“제 아무리 네가 밉다고 해도 그렇지, 보통 연기로 거기까진 하지 않아.”
“그렇긴 하지.”
애초에 연기로 보이지도 않았고.
아니, 그 전에 세아 누님은 그렇게까지 연기에 재능이 없다.
만약 연기였다면 한참 전에 눈치챘을 거다.
누님은 연기를 한 게 아니다.
연기가 아니기에, 신지한과 짠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런 누님에게 타락한 마나가 깃들어 있다는 말은 즉.
“누님은 역시 버림말이구나.”
“그치. 그건 확실해.”
신지한이 누님을 버림말로 쓰고 있다는 것.
이 말이었다.
“문제는 계승자의 누이를 어떤 식으로 써 먹으려고 하는가야.”
“그래. 그게 문제지.”
신지한이 무언가를 노리고, 누님의 몸에 타락한 마나를 심어 넣었다는 건 알겠다.
문제는 그 의도가 무엇이냐는 거다. 대체 그 마나로 뭘 해서 나를 죽일 생각인지를 모르겠다.
“누이의 몸에 깃들어 있는 타락한 마나가 어떤 성질을 품고 있는진 확인 해 봤어?”
“확인해 봤는데, 봉인되어 있어서 거기까진 확인할 수 없었어.”
“아쉽네. 거기서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면 놈들의 목적을 확실히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니까.”
나도 아쉽다.
“그럼 보자…….”
미미르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대충 노릴 만한 거라곤, 자폭 정도인가?”
자폭.
누님의 몸속에 잠들어 있는 타락한 마나를 이용해 나를 누님 채로 제거한다.
그럴싸한 가설이었다.
실제로 나도 자폭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고.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그건 아닌 거 같더라고.”
“그래? 왜?”
“그렇게 하면 신지한은 절대 가문으로 복귀할 수 없거든.”
현재 신지한은 나와 세아 누님을 죽이려고 하다가, 걸려서 도망치고 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세아 누님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마나 폭발 현상이 발생해, 나와 같이 죽게 된다?
십중팔구 신지한이 의심받는다.
그건 마도신가의 가주가 되는 게 목적인 신지한의 행동원리에 반하는 일이다.
“아예 마도신가의 가주가 되는 걸 포기한 거 아니야?”
“그럴 사람이 아니야.”
신지한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다.
진짜 마도신가의 가주가 된다는 그 집착 하나만큼은 세계 제일이다.
절대 포기했을 리가 없다.
“……그래? 그럼 뭘까.”
미미르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계승자의 누이가 지니고 있던 SD카드. 거기에 힌트가 있을 거 같은데.”
“역시 미미르 너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구나.”
나와 생각이 같았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한 걸 알면, 누구나 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긴 해.”
누님이 지니고 있던 SD카드.
신지한이 흑색 마탑과 내통했으며, 가문 내에서 서류 조작을 비롯한 온갖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들어 있는 데이터.
“신지한은 왜 그런 데이터를 누님을 통해 우리에게 전한 걸까?”
그걸 누님이 지니고 있었다는 건, 신지한이 의도를 갖고 누님에게 전달한 거라는 말이 된다.
“굳이 그런 데이터를 안 넘겨도 됐을 텐데.”
만약 SD카드가 없었다면, 신지한의 죄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세아 누님의 증언 하나뿐이 없다.
그 SD카드만 없었다면 세아 누님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기도 쉬웠을 것이다.
막말로 세아 누님을 자폭시켜서 나와 함께 죽게 만들고, 스멀스멀 나타나 적당히 가짜 증거를 내민 뒤에 그럴싸한 시나리오를 읊어도 됐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들 하니까, 내부적으로 말은 돌았겠지만, 마도신가의 가주가 된다는 꿈은 이룰 수 있었을 테지.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생각이 복잡해졌다.
대체 신지한은 뭘 노리는 걸까.
“계승자. 혹시 누이의 내면 관조를 하는 중에 정신 계열 마법이 작용한 듯한 흔적은 못 찾았어?”
“정신 계열 마법?”
“어. 사소한 암시 같은 거라도 상관없어.”
“딱히 그런 건 못 느꼈어.”
다른 이상은 감지하지 못했다.
“그래? 하긴. 사소한 암시 같은 건 간파하기 힘드니까…….”
“암시는 왜?”
미미르가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내가 그 신지한이라는 쓰레기의 입장이면, 신세아에게 따로 암시를 걸어서, 계승자를 어딘가로 유인하고, 거기서 뭔가를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암시를 통해 나를 함정으로 유인해 낸다?”
“응. 어딘가로 가야 한다. 라는 식의 사소한 암시는 발각된 확률도 거의 없고. 또 상황만 보면 계승자는 누이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
“…….”
“진짜 죽을 뻔했다는 걸 직접 봤으니, 연기라고 생각 못 할 거고. 추가로 SD카드를 통해 증거를 제공하기까지 한 거니까.”
미미르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만약 계승자가 타락한 마나를 감지하지 못했다면……. 누이가 둘이서 따로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고 불렀을 때, 안 갔을까?”
“……아마 갔겠지. 내 성격에 혼자는 안 갔을 거고, 석현 아저씨를 불러서 조용히 가긴 했을 거야.”
혼자는 안 가더라도, 석현 아저씨 정도는 따로 불러서 오라는 곳으로 갔을 거다.
“거기에 그놈이 함정을 깔아 두고 있으면? 엄청 위험해지지 않았을까?”
“흑색 마탑이 나섰으니……. 석현 아저씨가 있든 말든 굉장히 위험해 지긴 했을 거야. 거기에 간부라도 있었다면, 100% 죽었을 거고.”
내 표정이 점점 더 심각해 졌다.
“만약 이렇게 계승자를 유인하는 게 목적이라면, 누이에게 증거가 담긴 SD카드를 건넨 것도 말이 돼.”
“……내게 세아 누님을 신뢰하게 만들기 위한 미끼였다는 거네.”
“응. 나라면 그렇게 할 것 같아.”
“…….”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만약 내가 ‘타락한 마나’를 감지할 수 없었다면 절대 벗어날 수 없을 만큼 교묘한 계략이었다.
“물론 이건 다 가설일 뿐이야. 증거는 없어. 망상의 영역이라고 해도 좋아.”
“그래서 암시에 대해 물어 본 거구나.”
“응. 계승자의 누이한테서 암시의 흔적 같은 걸 발견할 수만 있다면, 증거가 하나 생기는 거니까.”
“……다시 말하지만, 암시의 흔적은 없었어. 못 찾은 건지,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그게 문제란 말이지…….”
미미르가 자신의 머리칼을 만지며 고찰을 시작했다.
나도 미미르와 마찬가지로 생각에 잠겼다.
새로 얻은 정보를 정리할 겸, 뭔가 새로운 해결책이 없는지 생각했다.
“아!”
그러다 돌연 미미르가 탄성을 내질렀다.
“아스란……! 맞아. 아스란이 있었지!”
미미르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환한 표정으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