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6화(16/466)
8강의 4번째 경기.
신하율 VS 하상준의 경기는 신하율이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그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뭔가 맥 빠지네.”
“그러게. 16강이 너무 인상 깊었어.”
실제로 경기를 직관하는 관중들의 반응도 밋밋했다.
“이거, 결승도 생각보다 밋밋하겠는데.”
“인정. 노잼일 듯.”
16강의 제 8경기는 미리 보는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반전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최고의 일전.
다시 생각해도 탄성이 튀어 나올 정도의 명경기였다.
그런 경기를 미리 봤으니, 관객들의 역치가 올라가는 건 필연적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지금 전투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야, 저기 봐.”
“벌써 깨어났나 보네? 경지가 높으면 회복력도 남다른가?”
아델라 스테어트.
그녀만큼은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뭘 저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는 가야?”
“신하율한테 복수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약점을 찾고 있는 거 아냐?”
만약 눈으로 레이저를 쏠 수 있다면, 지금쯤 신하율은 불타 사라졌으리라.
그만큼 아델라의 시선은 강렬했다.
“신하율 때문에 16강에서 떨어진 거니까, 원망할 만하지.”
“자존심 상하긴 하겠다.”
일견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아델라의 강렬한 눈빛은 원망이나 복수 같은 부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지금 저 에어로 샷. 의도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위력을 높였어.’
기쁨, 환희.
상대의 모든 것을 흡수해 버리겠다는 지식적인 욕망.
그러한 긍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속도를 줄이는 것도 저렇게 사용하면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구나.’
아델라에게 신하율은 하나의 교과서였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태연하게 해 내 보이는 최고의 교재.
‘2서클 마법을 경계하는 상대의 허를 찔러서, 반대로 1서클 마법을 감쪽같이 감췄어.’
‘아, 우드 바인드로 상대의 발을 묶는 것만이 아니라, 눈을 가릴 수도 있구나.’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최고의 교재를 앞에 둔 아델라의 심장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저 남자의 모든 것을 흡수하리라.
그런 일념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또 어떤 걸 보여 줄까?’
아델라의 지난 1년은 따분함 그 자체였다.
교과서에 적힌 대로 마법을 배우고, 가문에서 가르치는 대로 마법을 익힌다.
그것은 매우 합리적이고, 계산적이며, 확실한 방법이었지만.
아델라에겐 지루할 뿐인 시간들이었다.
‘역시 달라.’
소싯적부터 신하율이라는 천재를 뒤쫓아 왔던 아델라에게 있어, 정석적인 교과서 따위가 성에 찰 리가 없었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뛰어.’
언제나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자신을 농락하던 신하율.
신비위가의 정석은 유소년 시절의 신하율에겐 통하지 않았다.
교과서에 적혀 있는 정석 같은 거에 따르면, 이렇게 이용당하기 쉽다며 장난스럽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더 많은 걸 보고, 배우고, 훔치고 싶어.’
아델라에게 신하율은 이른바 슈퍼스타였다.
천편일률적인 마법계에서 오롯이 혼자서, 독보적으로 빛나는 찬란한 별.
아델라가 계속해서 쫓았던 빛.
한동안 구름에 가려져 있어, 빛을 뿜지 못하고 있었던 일등성(一等星).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아델라의 이상이 그곳에 있었다.
자신을 주장하며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언젠가는 뛰어넘고 싶어.’
저 남자에게서 훔친 것들로, 언젠가 저 남자를 이기고 싶다.
두근-
심장이 뛰었다.
1년간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대련 종료! 승자! 신하율!”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아델라의 찬연한 눈동자가 신하율의 뒷모습을 꿰뚫었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와. 나 아델라가 웃는 거 처음 봐.”
“웃으니까 훨씬 예쁘네.”
아델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관중석 밖으로 달려 나갔다.
목적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묻고 싶은 게 아주 많았다.
* * *
“저……!”
대련을 마친 나를 아델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상기된 표정이다.
“깼어? 몸은 좀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괜찮다니, 다행이네.”
마지막 블래스트 랜스가 제대로 들어가서, 깨어나려면 한참 걸리겠다 싶었는데.
2시간 만에 깨어나다니.
정신력이 얼마나 강한 건지.
“그래서, 무슨 일이야?”
평소 아델라답지 않게 옷에 주름이 졌고, 금빛 머리칼은 꽤나 흐트러져 있다.
깨어나자마자 거의 바로 날 찾아 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말은 내게 용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저 상기된 얼굴로 말미암아 생각해 보면.
“그, 대련에 대한 얘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
“피드백을 하고 싶다는 거지?”
“네.”
앞선 전투를 되짚어 보며 피드백을 하자.
그녀의 목적은 그것밖에 없다.
“아직 준결승이랑 결승도 남으셨고, 힘드시면 나중에 해 도…….”
아델라가 시선을 깔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우물쭈물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니야. 피드백은 나한테도 좋은 공부니까. 지금 하자.”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는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특히 나와 모의전을 치른 날이면 무조건 피드백을 하곤 했다.
그때도 저런 식으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그때랑 달라진 게 없네.
“네. 그럼 바로, 첫 탐색전 때, 배리어를 이용해 점프를 하신 것 말인데요.”
그리고 내가 수락하자마자, 언제 머뭇거렸냐는 듯이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점까지 그대로다.
“어스 니들을 피할 때부터 다 설계하신 건가요? 설계하신 거라면, 제가 어스 니들을 쓸 거라곤 어떻게 아신 건가요?”
“어스 니들을 쓰기 전. 네 마법을 피하면서 내 자세가 흐트러졌잖아? 그거 의도적으로 자세를 낮췄던 거야.”
“아, 그때부터가 설계였군요. 그러면 당연히 태양에 윈드 스피어를 숨긴 것도…….”
“그것도 다 처음부터 설계한 거였지.”
“역시! 그럼…….”
나와 아델라의 피드백은 준결승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됐다.
점점 선명해져 가던 아델라의 미소가 인상 깊었다.
* * *
한편, 그 시간.
마도신가가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건물 최상층에서는 두 명의 남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방 한편의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오빠. 이대로 놔 둘 거야?”
“뭘?”
방 한쪽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는 최첨단 홀로그램 스크린에는 신하율의 4강 경기가 송출되고 있었다.
“하율이 쟤. 그냥 두고 볼 거냐고.”
신하율의 누나이자 가문의 장녀. 신세아가 표독스런 표정으로 남성을 째려봤다.
“그럼. 두고 봐야지. 뭘 어쩌게?”
신하율의 형이자 가문의 장남, 신지한이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 진짜! 왜 그렇게 태연해? 못 들었어? 아버지가 하율이를 가문에 복귀시킬 생각이시다잖아!”
신인혁은 이미 신하율을 가문에 복귀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신하율과 한 내기에서 졌다는 이유도 있고. 일단 1년 전과 달리, 지금의 신하율은 지켜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아마 오늘의 모든 시합이 끝나면, 신하율은 다시 마도신가의 일원으로서 그 혜택을 누리게 되리라.
“당연히 들었지.”
“아, 답답해.”
신세아가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뭐가 문젠데?”
“그걸 내가 꼭 말로 해야 알아?”
한층 더 히스테릭해진 모습이었다.
“신하율. 쟤가 다시 가문에 복귀하면, 다시 오빠랑 내 차기 가주 자리가 위태로워질 거 아냐? 1년 전까지 분위기가 어땠었는지 그새 까먹은 거야? 오빠 바보야?”
마도신가는 철저한 실력 지상주의 사상이 만연한 가문이다.
장남이고 장녀고 나이 불문하고 제일 뛰어난 마법사에게 가주를 양보하는 게 전통이다.
당연히 1년 전까지는 신하율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사실상 마도신가의 차기 가주 취급을 받았다.
“또 오빠나 나나 꿰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 수도…….”
그렇기에 신세아가 저렇게 신경질을 내는 것이다.
신하율이 가문에 복귀하면 기껏 1년 간 열심히 쌓아 놓은 자신의 입지가 물거품이 될까 봐.
“세아야. 1년 전이랑 지금이랑은 달라.”
신세아와 달리 세상 천하태평한 신지한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의 하율이랑 지금의 하율이는 달라. 네가 그때를 생각하다 보니까 냉정함을 좀 잃은 것 같은데.”
신지한이 생각했을 때, 신하율의 복귀는 신경 쓸 게 전혀 없는 일이었다.
“1년 전의 하율이는 세계가 주목하는 초신성이었지만, 지금의 하율이는 쓰레기일 뿐이야.”
신지한이 스크린에 비춘 신하율의 모습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하지만 다들 저렇게 대단하다고 호들갑인데…….”
신지한이 가소롭다는 듯이 픽 웃었다.
“오른팔이 없는 농구 선수가 두 팔이 다 있는 것처럼 기가 막힌 플레이를 보이면 당연히 대단해 보이는 법이야. 사실은 평범한 플레이인데도 말이야.”
인공지능 없는 마법사란 즉 한쪽 팔이 없는 농구 선수다.
무언가의 결손을 지닌 채로, 좋은 모습을 보이면 그거야 주목이 몰리는 것도 당연하다.
“하물며 과거 초신성이라고 칭송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가 저러는데, 어떻게 흥미가 안 생기겠어. 그치?”
현재 신하율에게 쏠린 주목은 거품, 모두 허상일 뿐이다.
“그리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 지금 하율이가 압도하고 있는 건 당연한 거야.”
“객관적으로……? 아.”
신세아가 눈치 챘다는 듯이 탄성을 질렀다.
“하율이는 4서클이고 상대는 전부 3서클…….”
“그래. 굳이 하율이가 아니라도 압도했어야 정상이야.”
현대 마도학에서 서클 차이는 가장 확실한 승리의 지표다.
3서클 vs 4서클 전투의 역대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승률은 1:9.
4서클 마법사의 승률이 9할 이상이다.
“하율이는 지금 부적합자라는 치명적인 결점을 운 좋게 획득한 비전 마법과 두뇌, 그리고 기교로 커버하고 있을 뿐이야.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평범한 4서클 마법사보다 훨씬 떨어져.”
만약 지금 저 자리에 있는 게 신하율이 아니라 다른 평범한 4서클 마법사였다면 어땠을까?
아델라와 싸웠던 게 평범한 4서클 마법사였다면?
아마 신하율만큼 고생할 일도 없이 승리를 쟁취했을 테지.
“그렇구나. 결국 암만 날고 기어도 부적합자는 부적합자라는 거네.”
신세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알겠지? 내가 왜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했는지?”
“응. 알겠어. 하율이는 뭔 짓을 해도, 자신과 같은 경지의 마법사는 이길 수 없다는 거네.”
“그래. 만약 하율이가 5서클, 6서클이 돼도, 우리한텐 절대 안 돼. 그니까 신경 쓸 필요 전혀 없어.”
신하율은 같은 경지의 마법사에겐 이길 수 없다.
4서클은커녕 아직 2서클일 뿐인 신하율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얘기였다.
“그리고 뭐, 조금 지켜보다가 우리 자릴 위협할 만한 싹이 보이면, 그때 처리해도 늦지 않아.”
“역시 오빠야. 다 생각이 있었구나.”
“그럼. 당연하지.”
두 명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 * *
중간 종합 평가가 끝났다.
“시합 종료! 우승자! 신하율!”
“와아아아아아아-!!”
“신하율 멋있다!”
“좋은 시합이었어!”
승자는 당연하게도 내가 됐다.
남은 상대 중에 아델라만 한 강자는 없었고, 나는 별다른 위기 없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축하한다. 담당 교관으로서 네 성취를 기쁘게 생각한다.”
고창수 교관님이 대표로 내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사방에서 박수소리가 들린다.
나만을 위해 쏟아지는 갈채.
내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
승리에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환호성은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내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했다.
“……재수 없어.”
“그래봤자 부적합자 주제에.”
“비전 마법 빨 진짜 극혐이네.”
사이사이 설익은 질투심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그러한 시선들마저도 기분 좋았다.
질투란 대상을 넘을 수 없다고 단정 지었을 때만 나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게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모두 날 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잠재적 패배자들이라는 것이다.
‘1년 동안 별의별 시선을 다 받았는데, 저런 거야 뭐.’
애초에 저깟 날선 조롱 따위에 신경 쓸 짬밥이 아니다.
나는 그러한 시선들을 흘려 넘기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율아! 축하 파티 해야지!”
순찬이가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다가왔다.
“맞아! 해야지!”
“1반에서 영광스러운 우승자가 나온 건데. 당연히 해야지!”
“뭐야, 안 할 생각이었어? 난 당연히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내 주위로 2학년 1반의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다들 진심으로 내 우승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교관님도 오실 거죠?”
“결제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그렇게 돌려 말할 필요는 없다.”
“에이~ 교관님. 그런 거 아니에요.”
순찬이가 오른손으로 내 목을 감싸곤 호들갑을 떨었다.
“야, 뭘 고민해. 가자! 교관님이 쏘신 대잖아!”
내 승리가 자신의 일보다 기쁘다는 듯한 만면의 미소.
그 미소를 보고 있자, 나까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라면 축하 파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하지만.
“미안.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선약이 있어서.”
“……선약?”
“어.”
아쉽게도 선약이 있다.
[아버지] [서로 할 얘기가 많을 테지.] [결승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오거라.] [차를 보내 두겠다.]1년 만에 집으로 돌아간다는 아주 중요한 선약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