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6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62화(162/466)
오픈 레이드 경기가 시작된 후로, 약 7시간 반이 흘렀다.
―말 그대로 압도적! 한국팀! 순식간에 상위 보스룸까지 공략에 성공하며, 치고 나갑니다!
경기는 이전, 오픈 레이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양상을 띠었다.
한국팀이 압도적인 속도로 치고 나가고. 영국과 미국이 어떻게든 그런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힘쓰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한국의 전략은 이전과 똑같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저 전략의 대처법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도 발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아예 작정하고 한국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음에도 대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 정도로 한국은 압도적이었다.
―레이먼 해설자님. 어째서 이렇게 압도적인 양상이 펼쳐진 건가요? 분명 필살의 전략을 노출당한 한국이 압도적으로 불리했어야 하는 경기인데…….
―좋은 질문입니다. 탈레스 양의 말대로 이번 경기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불리했어야 합니다. 한국은 이전, 불미스런 사고로 모든 전력을 노출했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과 영국은 자존심을 버리고 초장부터 손을 잡았으니까요.
모든 지표가 한국의 불리함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한국의 열세를 점쳤다.
아니, 열세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접전을 이룰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껍질을 까고 보니 접전은커녕 한국이 압도하고 있다.
이전 경기보다 훨씬 압도적이다.
―이런 결과가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선수 개개인에 있습니다.
―선수 개개인이요?
―예. 정확히는 신하율 선수와 아델라 스테어트 선수. 이 둘 때문이라고 해야겠네요.
해설자 레이먼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허허 웃었다.
탈레스 아나운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 둘. 저번 경기와는 아예 다른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이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탈레스 양은 일반인. 마법에 대해 잘 모르시는 만큼, 이전 경기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 둘의 마법 실력은 이전과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비약적인 진화를 이뤘어요.
모든 스테이터스가 이전과 비교할 바가 안 된다.
신하율은 언터쳐블이며, 아델라 스테어트는 카일, 달리아를 압도할 만큼 강해졌다.
―대체 일주일 동안 뭘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까지 극단적인 진화를 이룬 것일까요. 상상도 안 가는군요.
레이먼이 혀를 내둘렀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런 걸까요?
―흐음. 굉장히 위험천만했던 사건이었으니까요. 그 경험을 통해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을 법도 합니다.
그때, 레이먼이 마이크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말씀드리는 순간, 한국의 신하율과 아델라. 단 둘이서 라스트 보스룸에 진입합니다! 미국과 영국, 현재 한국팀 다른 여덟 명에게 시선을 팔려서 아직 눈치 채지 못했어요!
―단 둘이서 최종 보스를 공략하러 갈 거라는 걸 아예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아나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갔다.
―이번에 새로 배치된 보스 몬스터는 천변충. 삼원색 호랑이와 비견되는 강력한 몬스턴데요. 과연 이걸 단 둘이서 어떻게 공략해 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 순간, 신하율과 아델라의 앞에 천변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장 전투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평행선의 양상을 띠던 전투였으나, 무언가를 준비하던 신하율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며 전세는 역전되었다.
고작 18세의 학생 둘이서 오픈 레이드의 최종 보스를 농락하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 광경에 해설자, 캐스터, 시청자들. 누구 할 것 없이 경악했다.
인터넷에선 신하율과 아델라에 대한 게시글들이 초단위로 새로 갱신되고 있을 정도로, 그들의 전투는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쯧.”
그렇게 모두가 경악하고, 감탄하며, 환호하는 그때.
홀로 살의를 드러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병신 같은 새끼들. 저딴 경기에 환호하기는…….”
신지한.
열등감이라는 독에 사로잡혀, 비틀린 망자.
그가 홀로그램 스크린 속 신하율을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추잡하고 더러운 눈빛.
지금 당장 저 면상을 찢어발기고 싶다는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살벌한 표정이었다.
“……준비는?”
신지한이 검지로 의자 옆면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초당 2~3회 간격으로 울리는 딱딱 소리가 그의 초조한 심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준비는 어제 다 끝났습니다. 김석현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결계도 설치를 마쳤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차단 결계도 설치해 뒀습니다.”
옆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던 트키쉬가 싱긋 웃는 낯으로 답했다.
속으로는 ‘네까짓 게 내게 명령조를?’이라고 생각하며 욕을 뇌까리곤 있지만, 딱히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방금 막 신세아 님께서도 퇴원하셨습니다. 이제 자신의 호텔방으로 돌아가면, 암시가 발동될 테고…… 그럼 모든 게 끝납니다.”
트키쉬가 홀로그램 스크린 너머 신하율을 노려봤다.
“저 얄미운 놈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그러니, 기분 좋게 봐 주시지요. 죽기 전 최후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면, 썩 귀엽게 보이지 않습니까?”
“……과연.”
신지한이 의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느려진다.
마음의 평온을 되찾은 듯, 초당 2~3회 들리던 소리가 초당 0.5회 정도로 줄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름 귀엽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군. 필사적으로 재롱을 부리는 광대를 보는 느낌이야.”
신지한이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 생각해 보면 불안해 할 일이 전혀 없었다.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예. 물론입니다.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드린 대가로, 의뢰비는 일절 받지 않을 것이며…….”
“의뢰비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신안. 그리고 하율이의 비전 마법이다.”
“예. 물론입니다. 신하율의 신안은 놈의 눈을 파헤치는 한이 있더라도 매개체를 찾아, 넘겨드릴 것이며. 그의 비전 마법은 세뇌를 통해 빼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트키쉬가 미소 지었다.
“고객님은 미리 준비해 두신 가짜 증거로, 모든 죄를 신세아에게 덮어씌우고. 이렇게 말하시기 만하면 됩니다.”
“하율이가 세아에게 죽기 전, 나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고 하며 신안과 비전 마법을 건넸다.”
“훌륭합니다.”
트키쉬가 과장되게 박수를 쳤다.
‘애새끼를 달래는 기분이군.’
웃고 있는 신지한을 보며, 속으로는 혀를 끌끌 찼다.
* * *
오후 8시.
모든 경기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 온 우리는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올림피아드 금메달 및 역대 최고 기록 갱신을 기념하며, 건배!”
“건배!”
순찬이의 선창에 모두가 건배를 외쳤다.
선배들, 교관님들, 엔지니어님들까지. 모두가 세상 신난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크으. 진짜 이런 날이 오는구나.”
“하율아. 고맙다! 네 덕이야!”
“엄마! 나 금메달 땄어!”
선배들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내 손을 잡았다.
나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격렬한 눈빛이었다.
“아닙니다. 선배님들이 잘 따라와 주신 덕분이죠. 제가 한 게 뭐가 있나요.”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좋았다.
금메달, 신기록과는 다른 묘하게 따스한 감각이 참으로 좋았다.
“크허어어엉! 신 리더! 정말 고생했어! 네 덕이야!”
돌연 희윤 선배가 나를 향해 달려와, 나를 그대로 껴안고 폭풍 오열을 했다.
“내가 처음에 널 오해한 것도 미안하고! 내가 너 진~~~짜 애정한다! 알지? 이 누님이 너 진짜 믿고 있어!”
입에서 술 냄새가 풀풀 난다.
아무래도 누가 술을 먹인 모양이다.
“야야. 그만. 너 취했어.”
진석 선배가 희윤 선배를 말리기 위해 껴들었으나.
“신 리더~ 내가 진짜……!”
어림도 없었다.
아예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강제로 떼어 내려고 했으나, 얼마나 힘이 센지. 떨어지지도 않는다.
“끄응. 미안. 안 되겠다. 그냥 한동안 그렇게 있어 줘. 얘가 마음고생 많이 해서 그래.”
“이러고 있는 건 아무 상관없습니다만…….”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저 멀리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순찬이를 흘겨봤다.
마치 죽은 고등어 같은 눈빛.
‘저놈을 죽일까?’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한 어두컴컴한 표정이었다.
이대로 계속 있으면 순찬이가 흑화할 것 같다.
“선배. 저보다 순찬이 한테 가 보세요. 처음에 순찬이도 마음고생 엄청 했거든요. 선배 때문에.”
“……아. 그래. 순찬이! 그래, 맞아.”
그 순간, 희윤 선배가 내게서 손을 떼고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 순찬이를 향해 시선을 맞추고, 순찬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찬아! 이 누님이 너도 애정한다! 알지?”
“서, 선배님? 으억!”
순찬이의 신체가 육지에 버려진 고등어처럼 통통 튀었다.
헤벌쭉한 표정이 아주 볼품없었다. 저렇게 좋을까.
“……설마설마 싶었는데. 순찬이 쟤. 저 왈가닥 좋아하냐?”
진석 선배가 슬쩍 다가와 내게 물었다.
“예. 그런가보더라구요.”
“……히야. 취향 독특하네. 뭐, 집에서 거미 같은 거 키우는 스타일인가?”
“하하.”
나는 조용히 웃어 넘겼다.
“뭐, 마냥 나쁜 애는 아니긴 한데.”
“둘이 잘 되게 도와주십시오.”
“그래야지. 희윤이 쟤한테 연애세포라는 게 있는진 모르겠다만. 큭큭.”
진석 선배가 내 등을 탁! 한대 호탕하게 치고는 내게서 멀어졌다.
“마이 프렌드! 여기 있었구나?”
혼자가 된 내게 카일이 다가왔다.
“한국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성격이 좋네! 이러니까 그런 팀워크가 나올 수 있었던 건가? 하하!”
그런 카일 뒤로 달리아가 팔짱을 낀 채로 다가왔다.
“카일. 너는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실실 웃어? 배알도 없니?”
만면의 미소를 짓고 있는 카일과 세상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달리아.
참으로 대조적인 두 명이었다.
“파티인데 그럼 웃어야지! 안 그래? 마이 프렌드?”
“하아. 넌 진짜……. 애초에 승리팀 파티에 눈치 없이 이렇게 껴야겠어?”
달리아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카일과 함께 파티에 참석한 달리아가 할 말은 아니었다.
“너도 가고 싶다는 티 팍팍 내더만 뭐.”
“내, 내가 언제!”
달리아가 빼액 소리쳤다.
얼굴이 붉어진 것이 정곡을 찔린 듯했다.
“사라를 통해 들었는데? 달리아가 아델라랑 친해지고 싶어 한다고.”
“사라……!”
달리아가 원망스런 표정으로 이를 까드득 갈았다.
“……부르셨어요?”
자신의 이름이 들려 왔기 때문일까. 근처에서 멍하니 음료만 마시고 있던 아델라가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얼굴이 굉장히 붉다.
……혹시 얘도 술 마셨나?
“아, 아델라 스테어트. 좋은 밤이네. 반가워.”
“네에. 반갑습니다.”
아델라가 평소보다 멍한 표정으로 답했다.
말투가 평소보다 어벙하다.
말꼬리가 늘어지는 것이 누가 봐도 취한 듯했다.
“안녕! 반가워!”
카일이 아델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뜻이었다.
아델라가 천천히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앞으로도……. 그건 친구가 되자는 뜻인가요?”
그리고 평소의 아델라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했다.
“그럼. 물론이지!”
카일이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으음……. 좋아요.”
아델라가 반쯤 감긴 얼굴로 답했다. 적당히 비틀비틀 거리는 것이, 상당이 위태로워 보인다.
“나, 나랑도…….”
카일과 아델라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달리아가,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나랑…….”
달리아는 사라 외에 동성 친구가 없다고 들었다.
그런 달리아이니만큼, 아델라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 건 썩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딱히 친구가 없었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만.
“……졸려.”
그 순간 아델라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나는 그런 아델라를 몸으로 지지했다.
“잠들었네.”
“…….”
달리아가 죽상이 됐다.
기껏 용기를 냈는데 이게 뭐야!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중에 아델라랑 따로 얘기할 수 있게 자리 마련해 줄 테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진짜지?”
“어.”
아델라도 딱히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이 없기도 하고.
달리아라면 좋은 친구가 되어 줄 테니. 그게 아니라도 저 둘이 친해져서 나쁠 것도 없고.
“오케이. 그럼 됐어.”
아델라가 잠들었기 때문일까.
초조하고 다급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당당한 여장부의 모습이 되었다.
“그럼 난 잠시 자리 좀 비울게. 아델라 좀 방에다 데려다 줘야 할 것 같아서.”
“아, 응.”
“잘 갔다 와. 친구.”
나는 그렇게 아델라를 들어올려, 품에 안았다.
“엉. 잘 놀고 있어.”
둘에게 적당히 눈으로 인사를 한 뒤에 호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으음.”
아델라가 잠꼬대를 했다.
얘는 예전에도 술 한 잔 먹고 뻗더니. 아직도 이러네.
신비위가의 가주님은 술이 엄청 쎄시더만. 이건 엄마 쪽을 닮은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우웅!
그때, 내 주머니에 넣어 둔 폰이 진동했다.
아델라를 한손으로 안을 수 있는 각도로 바꿔, 안은 뒤에 폰을 꺼냈다.
[발신자표시제한]이 타이밍에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걸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나는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율아. 나야.
예상대로, 전화 상대는 세아 누님이었다.
―단 둘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지금 시간 좀 내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