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7화(17/466)
그 후, 나는 교문에서 대기 중이던 리무진을 타고 1년 만에 본가로 향했다.
아카데미에서 차로 약 1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는 마도신가의 사유지.
사유지 내부의 잘 관리된 정원을 따라 쭉 5분 정도 가다보면 딱 봐도 ‘우리 잘 삽니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으리으리한 저택이 보인다.
이제 경비가 관리하는 삼엄한 입구만 넘어가면 도착이다.
“도착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여기까지 안전하게 운전을 해 주신 기사님께 인사를 남기고 차에서 나섰다.
“가주님께서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메이드의 안내를 받아 서재로 이동했다.
저택 내부의 구조는 여전했다.
자질구레한 걸 싫어하시는 아버지의 성격을 120% 반영한 휑한 인테리어.
아마 이러한 내부 구조는 아버지가 가주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변하지 않겠지.
그렇게 저택 내부를 약 2분 정도 걷다 보니, 목적지인 아버지의 서재에 도착했다.
“가주님. 하율 도련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메이드가 문을 두드려 내 도착을 알렸다.
“들라 해라.”
“예.”
메이드가 고개를 숙이며 문을 열었다.
잘 관리된 서재의 문에선 그 흔한 삐그덕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나는 메이드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인사를 남기고,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질구레한 인사는 됐다. 앉아라.”
아버지가 자신의 맞은편 자리에 앉을 것을 종용했다.
나는 그곳에 앉았다.
“나는 네가 마법사로서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을 꺼내시는 점이 참으로 아버지다웠다.
“20배가량 느린 캐스팅 속도. 집중이 끊어지면 소멸하는 마법식. 다중 캐스팅의 부재. 부적합자의 단점은 셀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현대 마도학에서 인공지능은 서클과 비슷한 중요도를 지닌다.
사람의 신체 구조로 치자면, 서클은 심장이고 인공지능은 뇌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사람은 살 수 없듯이, 서클과 인공지능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마법사로서 살 수 없다.
이게 당연한 세간의 인식이다.
“그래서 네게 인공지능 마도학으로 전향하라는 말을 했던 거다. 그쪽이라면 네 지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을 테니까.”
냉정하게 생각하면 아버지의 판단이 옳다.
만약 내가 아버지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아버지와 똑같이 행동했을 테지.
심장에 지병이 있는 자식이 수영 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누구나 말릴테니까.
“그래서 이번 일도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예.”
“네가 이번 시험에서 10위 이내에 들겠다고 자신했을 때. 자포자기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이해합니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백가가 낸 기사를 가만히 놔두라고 했을 때. 내심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쓴맛을 보고 정신을 차리면, 내 말에 고분고분 따르겠지. 그렇게 생각했어.”
저런 이유일 거라곤 익히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너는 훌륭하게 부적합자라는 페널티를 극복해 냈다.”
아버지의 거목 같은 기세가 그대로 전해진다.
“4서클. 비전 마법. 너는 너만의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네 전투는 확실히 ‘마법사’라 불릴 만한 것이었다.”
기세와 마찬가지로 묵직한 목소리였다.
“너는 네 마법사로서의 가치를, 정확히는 한번 투자해 봄직한 가치를 충분히 보여 주었다.”
“…….”
“내기는 네가 이겼다. 약속대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마. 필요한 게 있다면 뭐든 말하거라. 그게 네 마도에 도움이 된다면 마도신가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야.”
“예. 감사합니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말이었다.
마법은 돈이 많이 드는 학문인 데다가, 2학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되니 만큼, 자금적으로 압박감이 심했다.
그게 해소됐다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네가 가문에 복귀하는 걸 허하겠다. 마도신가의 정당한 핏줄로서, 다시금 마도신가의 무궁한 안녕을 위해 힘쓰도록 하여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고를 하나 하겠다.”
아버지의 기세가 주위의 마나를 짓눌렀다.
마도신가의 가주이자 대한민국에 셋밖에 없는 8서클 마법사다운 살벌한 압력이었다.
“다시 너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 준다는 것은, 부적합자라는 죄에 대한 사면이 아닌 유예에 불과하다. 한 번이라도 네가 또 다시 정체하거나, 퇴보하는 듯한 낌새가 보인다면, 그땐 강제로라도 네 서클을 폐할 것이다.”
“……그 말씀 또한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단언컨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겐 바이테너식 마법이 있으니까요.
나는 그 말을 일단 속으로 씹어 삼켰다.
“흠. 그래.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냐?”
찰나의 정적이 흘러, 다시 아버지가 말을 꺼냈다.
“이제부터라 하심은?”
“네 목표. 마도신가의 다음 대 가주가 된다는 목표를 어떻게 이룰 생각이냐는 말이다.”
아버지가 턱을 괴고 말을 이었다.
“현재 마도신가 내에서 네 입지는 처참하다. 지한이는 물론이고, 민지에게도 상대가 안 될 거다.”
첫째 형, 신지한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가주다.
내가 다음 대 가주를 차지함에 있어 가장 귀찮은 상대다.
반면 둘째 누나인 신민지.
이 누님은 사실상 후계자 경쟁에서 물러난 거나 마찬가지다.
현재 형제들 가장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 바로 신민지 누님이다.
‘아니, 이제 민지 누님이 꼴찌는 아니구나. 내가 돌아왔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런 신민지보다 영향력이 없다.
“이미 실패한 전적이 있는 후보. 1년간의 파면. 세력이 없는 막내. 길을 찾았다곤 하나 여전히 모두에겐 의문을 살 너만의 마법. 불리한 것들만 대충 추려도 이 정도로 많다.”
만약 지금의 내가 민지 누님과 1:1로 후계자 경쟁을 하게 된다면, 10:0으로 민지 누님이 이기게 되겠지.
현재 마도신가 내에서 내 입지는 그만큼 처참하다.
“지금의 네 상황에선 지한이나 민혁이, 그나마 세아. 이 세 명 중 한 명의 파벌에 들어가는 게 가장 현명한 판단일 거다.”
아버지의 말이 맞다.
정말 냉정하게 판단하면, 지금의 내가 가주 자리를 노리는 것보다, 현재 차기 가주로 유력한 세 명 중에 한 명을 지지해, 콩고물이라도 노리는 게 더 낫다.
그만큼 마도신가 내에서 내 입지는 최악이다.
“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너는 정말 다음 대 가주를 노릴 요량이냐?”
아버지의 눈이 내 눈을 똑바로 꿰뚫는다.
태산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한 거대한 기세가 날 사방에서 짓누른다.
지금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이게 8서클 마법사의 무게감인가.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저런 기운을 앞에 두면 허영심이나 자만심 같은 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리라.
하지만 나한텐 상관없는 얘기다.
“예.”
내 각오와 목표는 허영심이나 자만심 같은 게 아니니까.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 목적은 마도신가의 가주. 그것뿐입니다.”
나는 태산 같은 기세를 똑바로 마주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다른 형제들의 밑에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버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셨습니까.”
아버지의 기세에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면 아버지가 압력을 서서히 누그러트리고 있는 것일까.
모르겠지만, 일단 내 몸을 짓눌러오던 압박이 점점 약해져 가고 있었다.
“일단, 모두가 저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겠습니다.”
조금씩 치켜올라가는 아버지의 입꼬리를 바라보며,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부적합자라는 건 신경도 쓰이지 않을 만큼,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대단한 업적들을 연달아 세우겠습니다.”
이제는 만면의 미소로 변한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내 포부를 읊었다.
“그렇게 세계 최고가 되어, 당당하게 마도신가를,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겠습니다.”
지금의 내게는 그럴 자신이 있었다.
* * *
신하율이 떠난 뒤.
신인혁은 홀로 서재에 남아 조금 전 신하율이 했던 말들을 곱씹고 있었다.
“……큭큭.”
다시 생각해도 참으로 유쾌한 말이었다.
“그 누구도 세우지 못했던 업적을 연달아 세우겠다고?”
말을 너무 쉽게 해서, 잠시 마실에 좀 다녀오겠다는 말인가 싶었다.
“당돌한 놈.”
뭐? 세계 최고가 되어서 마도신가를 차지하겠다고?
다시 생각해도 웃음밖에 안 나오는 말이었다.
마지막에 했던 말이 화룡점정이었다.
‘물론 제가 이렇게 말로만 해 봐야 믿을 수 없으시겠죠.’
‘그러니, 이번에도 약속을 하나 하겠습니다.’
‘2달 뒤에 열리는 월드 아카데미 올림피아드에서 1위를 따내겠습니다.’
월드 아카데미 올림피아드.
매년 개최되는 20세 이하의 아카데미생들만 참가할 수 있는 세계인들의 축제.
참가자가 세계 전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천재들인 만큼 그 수준도 일반 성인들의 대회와 큰 차이가 없다.
“거기서 1위를 하겠다고?”
역대 월드 아카데미 올림피아드의 한국 측 역대 수상 경력은 김강인이 따 낸 은메달 한 번이 끝이다. 금메달은커녕 동메달을 딴 적도 없다.
그 정도로 수준이 높은 대회다.
신하율은 그런 대회에서 1등을 하겠다고 단언했다.
단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그 대회가 개최되기 전 2달간은 형님, 누님들의 견제를 막아 주십시오.’
‘그것만 막아 주신다면, 아버지께 한국 최초의 금메달을 안겨드리겠습니다.’
당돌하다.
너무 당돌해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
“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금메달을 조건으로, 당장의 보호를 요구하다니.”
신인혁이 다시금 소리 내어 웃었다.
“그 터무니없는 제안을 수락한 나도 정상은 아닌가.”
평소의 신인혁이라면 콧등으로도 듣지 않았을 터무니없는 제안이었지만, 이번엔 왠지 모르게 제안을 수락하고 싶었다.
정 때문이라거나, 그런 이유는 아니다.
그냥 왠지 모를 감이었다.
하율이라면 왠지 진짜 금메달을 가져올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수레바퀴를 막아선 사마귀라…….”
신인혁은 흡족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만일 저것이 사람이라면 응당 무서운 용사일 것이다.”
그는 잊고 있던 오랜 고사를 떠올렸다.
* * *
늦은 밤.
기숙사에 돌아온 나는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편한 옷으로 환복한 후에 책상 앞에 앉았다.
뭔가 엄청나게 긴 하루였다.
16강부터 시작해서 결승까지 총 4번의 대련을 마치고 아버지와 담판을 짓기까지.
뭔가 일이 많아서 평소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잘 됐어.”
하지만 긴만큼 보람찬 하루였다.
무사히 1등을 쟁취하기도 했고, 가문에 복귀해서 지원도 다시 받을 수 있게 된 데다가, 무려 2달이란 시간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아버지가 별 다른 조건도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실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의외였다.
설마 아버지가 그 얼토당토않은 제안을 받아들이실 줄은.
기껏 준비해 간 것들이 다 의미 없게 됐다.
뭐, 결과적으로 다 잘 해결됐으니 전혀 상관은 없다만.
그냥 조금 김이 샜을 뿐.
“아무튼 이걸로 최소 2달간은 마음 편히 가문의 지원을 받아가며 마법 훈련에 전념할 수 있게 됐어.”
2달.
이 2달을 최대한 유효하게 활용해야 한다.
“그럼 일단…….”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나는 테이블 구석에 놓아 둔 이드레드의 서. ‘레이 벨 바이테너’를 펼쳤다.
그리고 어제 새벽에 읽다 만 부분부터 해독 및 정독을 시작했다.
[공명의 고리는 회전률과 진동수에 따라 효율이 다르다.] [공명의 고리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경지를 바이테너식에선 ‘공진(共振)’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