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7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75화(175/466)
트키쉬를 중심으로 반투명한 무형의 에너지가 뻗어나갔다.
“하율 군, 제 뒤로……!”
청색 마탑주님께서 내 앞을 가로막고 물의 장벽을 펼쳤다.
빠르게 전방을 가린 물의 방벽.
그 위로 트키쉬가 뿜어낸 무형의 에너지가 덮쳤다.
그리고 그 순간.
“……청색 마탑주님?”
청색 마탑주님의 신체가 소멸했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청색 마탑주님만이 아니다.
적색 마탑주님도, 샤를도, 아버지도.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종적을 감췄다.
마치 트키쉬가 펼친 결계 속에 빨려들어 간 듯한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내 머리가 단숨에 복잡해졌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넌 뭐지?”
이곳에 남은 건 나와 미호. 그리고 섀도우 뿐이다.
“넌 어떻게 영적 세계에…….”
“영적 세계?”
섀도우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말실수를 자각한 모양이다.
‘영적 세계…….’
단언할 순 없지만 세계라는 키워드가 들어 간 것으로 봐서 결계 계열의 마법을 사용한 건 확실한 것 같다.
거기에 영적. 영혼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으니만큼, 트키쉬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 결계이리라.
“……이해할 수 없군.”
섀도우가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림자로 가려진 신체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조금 전 트키쉬를 구출하기 위해 무리를 하긴 한 모양이다.
“그 몬스터도 그렇고…… 넌 대체……. 쿨럭!”
섀도우가 기침을 했다.
신체에 두르고 있던 그림자가 흐물흐물하게 변했다.
확실히 무리를 하긴 한 모양이다.
‘저 정도로 피폐한 상태라면…… 지금의 나로도 할 만하다.’
나는 미호를 바닥에 내리고, 곧장 전투태세를 취했다.
“가소롭군. 고작 너 정도의 마법사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뭐가 됐던 발버둥이라도 쳐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흘렀다.
고요한 분위기 속, 섀도우의 거친 숨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분수를 알게 해 주지.”
섀도우의 그림자가 괴물의 형상을 이뤘다.
방어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
공격적인 형상을 취했다.
“죽어라.”
그림자 괴수가 내게 날아들었다.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리고 나를 삼킬 기세로 들이닥친다.
‘너무 빨라!’
피할 수 없다.
내 신체는 저 속도에 대응할 수 없다.
내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마법을 사용하는 것뿐.
‘공명의 고리 강화!’
‘팔각문 최대 출력!’
내 앞에 팔각문이 펼쳐졌다.
전력을 다한 방어막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이 정도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막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자리를 벗어날 시간은 벌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도주할 경로를 떠올렸다.
그러나.
“듣지 못했나? 그림자는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는다.”
그런 내 기대와는 다르게, 내 팔각문은 그림자 괴수의 돌진을 막아내지 못했다.
“죽어라.”
격돌과 동시에 순식간에 소멸한 방패.
내 시야가 그림자 괴수의 입 안으로 가득 찼다.
바야흐로 절체절명의 위기.
그 순간.
캉!
내 발치에서 도도하게 서 있던 새끼 여우, 미호가 포효했다.
작지만 또렷한 포효.
미호를 중심으로 무언가 따스한 빛이 터져 나왔다.
퍼어어어어어엉-!
그리고 다음 순간, 그림자 괴수는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림자를…… 지워……?”
섀도우의 목소리가 당황으로 떨렸다.
“막은 거라면 모를까 지우다니……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섀도우의 그림자가 요동쳤다.
방금 전 공격으로 부상이 악화된 것이겠지.
“그게 가능하다는 건…….”
섀도우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림자가 진흙처럼 흘러내렸다.
13살 남짓한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용모.
마찬가지로 한껏 어린 티가 나는 눈동자가, 자신의 나이를 부정하듯, 희열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렇군. 네가……. 그런가.”
그 순간.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
그림자가 다시금 팽창했다. 이 공간을 모두 채우듯이, 그림자가 세를 넓혀 나갔고.
이내 하나의 신전이 되었다.
‘제 3마석 창고에서 사용했다고 하는 그 신전 형태의 마법…….’
분명 이 마법을 사용한 직후.
셋 다 모습을 감췄다고 했지.
그 말은 즉, 이 마법은 도주형 마법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
섀도우의 신영이 그림자 신전에 함몰되듯이 가라앉았다.
서서히 지면으로 가라앉는 눈동자가 찬연하게 빛났다.
“그럼 또 보자. 신하율. 무얼. 너무 서운해 하지 말도록. 금방 다시 보게 될 테니까.”
마치, 새로운 희망을 찾은 어린양 같은 눈동자였다.
사아아…….
그렇게 섀도우가 그림자 신전 채로 사라지고.
장소에는 나와 미호만이 남았다.
“미호야. 방금 뭘 한 거야?”
나는 긴장을 유지한 채로, 미호에게 물었다.
당연하게도 미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작게 운 뒤에 내 품에 뛰어들 뿐.
나는 그대로 미호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세한 건 미미르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나는 그대로 ‘아에스’를 꺼내 몸에 걸쳤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미미르의 서’를 꺼냈다.
미미르의 서로 들어가기 위함이었다.
‘영적 세계. 네 분이 빨려 들어간 트키쉬의 특수 결계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라도 미미르의 지혜가 필요해.’
나는 그대로 미미르의 서를 펼쳐, 미미르의 서 안으로 향했다.
탁!
내 신체가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자유의 몸이 된 미미르의 서가 자유낙하해, 지면에 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 * *
영적 세계.
트키쉬가 다루는 ‘영혼’을 매개체로 삼은 흑마법의 절기.
미리 준비해 둔 성소와 제물들을 모조리 바치는 것으로 비로소 펼칠 수 있는 비기.
모든 것을 바쳐야 함과 더불어, 부하가 너무 강해 펼친 후로는 한동안 [성소]를 만들 수도 없기에 자주 사용할 수 없는 하이리스크 마법이지만, 그 대가로 얻을 수 있는 리턴은 어마무시하다.
“소용없다. 버러지들. 이 세계에서 너희의 성취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영적 세계.
다른 이름으로는 영혼으로 논하는 세계.
이 세계에서의 강함은 마법이나 힘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의미를 지니는 건 오직 하나. 영혼의 격뿐.”
이 세계에선 영혼이 지닌 격이 높은 사람이 강자가 된다.
“너희 같은 버러지들의 영혼은 내 영혼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로, 이 세계에서 최강자는 트키쉬가 될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일이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단련하는 연구자이지, 영혼의 격을 키우는 수행자가 아니다.
제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고 해도, 영혼의 격은 평범할 수밖에 없다.
반면 트키쉬는 어떤가.
영혼을 다루는 마법사.
영혼의 수행을 한 만큼 필연적으로 영혼의 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영적 세계에서 트키쉬는 무적이다.
‘이 세계에서 날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한 명. 흑마도왕님 뿐이다.’
흑마도왕처럼 태생부터 위대한 혼을 지닌 자가 아니면, 절대 지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지 마라. 쓰레기.”
신인혁이 그 이명에 걸맞은 귀신같은 표정으로 트키쉬를 노려봤다.
“이 세상에 영혼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영혼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도 없거니와, 마법적으로 검증된 바도 없다.
사람은 영혼을 지니지 않으며, 사후의 세계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영혼이 존재하지 않으니, 당연히 영혼의 격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수 결계의 효과를 그따위 헛소리로 포장하려 해 봐야 소용없다.”
이 세상에 유령의 존재를 믿는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 발을 들인 마법사들은 다 그 말을 하더군.”
트키쉬가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참으로 미개한 것들이란 말이야. 명백히 존재하는 개념을…… 영혼의 존재를 자각하지도 못하다니.”
압도적인 우월감.
다른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것을 오직 홀로만 만끽한다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트키쉬를 전율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 위로 적탑주, 청탑주, 신인혁, 그리고 샤를의 마법이 떨어져 내렸다.
8서클 마법 네 개의 동시 폭발.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딱히 방어 마법을 펼쳤다거나, 자리를 뜬 것 같은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마나가 아예 움직이질 않았다.
네 명의 마법은 확실히 트키쉬에게 명중했다.
“사람이 충고를 하면 들어라. 버러지들.”
그러나 트키쉬는 멀쩡했다.
상처는커녕, 옷에 그 흔한 그을음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다.
“아니지. 개미와 대화가 통할 거라고 생각한 게 애초부터 잘못인가. 그렇다면 내 실수군.”
트키쉬가 큭큭 웃으며,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수평으로 손을 움직였다.
마나의 움직임은 엿보이지 않았다. 그저 허공을 휘적일 뿐인 대수롭지 않은 행위.
그저 그뿐이었는데.
“커헉!”
“꺅!”
돌연 적색 마탑주, 청색 마탑주, 신인혁, 샤를 네 명의 신체가 총알처럼 날아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형의 망치가 네 명을 강하게 후려 친 것 같았다.
“벌레들은 한두 번 짓뭉개는 걸로는 죽지 않지.”
트키쉬가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동시에 네 명의 신영이 아래로 지면으로 곤두박질쳤다.
“몇몇 해충들은 아예 불로 태우고, 몸을 두 동강 내도 살아남는 경우도 있더군.”
그대로 손을 위로 치켜올렸다.
네 명의 신체가 다시 위로 수직상승했다.
“마치 너희들처럼.”
그리곤 다시 손을 아래로 후려친다.
아까 전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내려쳐지는 손.
네 명의 신영이 떨어지는 속도도 아까 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네 명이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다.
각각의 장소에 움푹 파인 네 개의 크레이터.
“너… 뭔 짓을 한 거야……!”
그 중 한 크레이터에 처박혀 있던 샤를이 이를 까드득 갈며 트키쉬를 노려봤다.
“마나도 사용하지 않고 대체 어떻게…….”
“또 말해 줘야 하나? 이 세계에선 영혼의 격이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고…… 이미 한번 말했던 거 같은데.”
트키쉬가 오른손으로 샤를을 가리켰다.
샤를의 신체가 트키쉬에게 날아갔다.
꽈아아악!
‘무슨 힘이……!’
염력으로 반항하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전력을 다한 염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트키쉬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사냥개!”
적색 마탑주가 재빨리 크레이터에서 벗어나, 샤를을 돕기 위해 움직였으나.
“멈춰라.”
“……!”
마찬가지로, 트키쉬의 힘에 저항할 순 없었다.
“너희도. 그대로 멈춰서 조용히 보고 있어라.”
신인혁과 김강인도 마찬가지였다.
트키쉬의 말에 묶이기라도 한 듯,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조용히 하라고 들었기에, 입을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 세계에선 내가 왕이다.”
탁!
트키쉬가 샤를의 목을 그대로 움켜쥐었다.
“네게는 꽤나 신세를 졌지. 이건 그 보답이다.”
오른손으로 모가지를 쥔 채, 왼손으로 샤를의 오른팔을 부여잡는다.
“부디 한 번에 쇼크사하지는 말길 바란다.”
“이, 이 새끼가…….”
꽈아아악!
트키쉬의 왼손에 힘이 들어가며, 혈관이 도드라졌다.
“영혼이 찢겨나가는 고통은…… 아주 특별할 거다.”
촤아아아아악-!
트키쉬가 그대로 샤를의 오른팔을 찢어냈다.
순식간에 분리된 오른팔과 몸통.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날선 비명 소리가 그 고통의 크기를 나타내고 있었다.
“자. 영혼의 존재를 믿지 못하겠다고 한 우둔한 것들아.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증거를 보여주마.”
완전히 분리된 샤를의 오른팔을 들고 잘려나간 단면부를 모두에게 보였다.
“신체와 다르게, 영혼은 찢겨나간다고 피가 흘러나오거나 하지 않는다.”
잘려나간 단면부에는 피도, 살점도, 뼈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반투명한 신기루 같은 것뿐.
“그리고 하나 더. 이 세계에서는 신체의 일부가 찢겨나갔다고 끝이 아니다.”
트키쉬가 샤를의 오른팔을 위로 던졌다.
그리곤 자유낙하하는 오른팔을, 손날로 후려쳤다.
서걱!
샤를의 오른팔이 그대로 두동강이 났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샤를의 비명 소리가 다시금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신체에서 떨어져 나간 오른팔이 잘린 것이기에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렇게. 잘려나간 영혼의 파편은 여전히 감각이 남아 있지.”
트키쉬가 왼손을 뻗어, 두 동강이 난 샤를의 팔을 끌어당겼다.
다시 트키쉬의 손에 들어간 샤를의 오른팔.
“참고로 이렇게 붙이는 것도 자유다.”
트키쉬가 팔의 절단부를 검지로 어루만졌다.
그러자 언제 잘려나갔었냐는 듯이 원래의 형태로 복구되었다.
“어때. 이제 영혼의 존재를 좀 믿겠나?”
“이……새끼가…….”
샤를이 표독스러운 눈으로 트키쉬를 노려봤다.
입가에는 침이 줄줄 흐르고 있다. 고통의 흔적이었다.
“그 표정. 좋군. 아주 좋아. 그래야 내가 더 괴롭힐 맛이 나지.”
트키쉬가 희열했다.
여기서 마음이 꺾이면 어쩌나 했는데. 그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자. 지금부터 이 팔을 손가락부터 시작해, mm단위로 천천히 깎아낼 거다.”
트키쉬가 허공에 샤를의 오른팔을 띄웠다.
그리곤 그 팔에 자신의 검지를 가져다 댔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신체에 메스를 가져다 대는 듯한 모습이었다.
“애원해 봐라. 그럼 조금 봐 줄 수도 있다.”
퉤!
샤를이 그대로 침을 뱉었다.
“……좆이나 까 잡수세요.”
“호오.”
샤를이 모든 힘을 짜 내서, 마법을 펼쳤다.
8서클 급의 염력이 트키쉬의 전신을 옭아맸다.
어지간한 아파트도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물리력이 트키쉬의 신체를 강타했다.
그러나.
“그 기개가 언제까지 갈지 지켜보겠다. 일단 손가락부터 시작하지.”
트키쉬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 영적 세계에서 마법은 그에게 그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한다.
“시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혼은 신체와 달리 시간과 공간에 속박되지 않는다. 이 공간의 시간은 무한하다.”
트키쉬의 검지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샤를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네가 울며불며 사정할 때까지. 이 고문은 끝나지 않는다.”
서걱, 서걱.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함일까.
일단 손톱을 서서히 갉아내듯이 깎는다.
“아니. 울며불며 사정해도 끝내지 않는다.”
트키쉬의 눈동자가 혐오감과 분노로 타올랐다.
“영겁의 고통을 맛보며, 후회해라.”
천천히 살점으로 접근하는 트키쉬의 검지.
“이, 이 새끼가…….”
“좀 아쉽군. 너보다 그 빌어먹을 신하율. 그 새끼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는데.”
서걱, 서걱.
조금씩 잘려나가는 손톱.
그 소리가 마치 사신의 속삭임 같았다.
‘헌데…… 모르겠군. 놈은 대체 어떻게 내 영적 세계를 피한 거지?’
트키쉬의 눈이 가늘어졌다.
신하율이 어떻게 영적 세계를 벗어난 것일까.
굉장히 신경 쓰인다.
‘……뭐,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인가. 섀도우가 잡아 뒀을 테니. 천천히 고문해서 물어보면 되겠지.’
그렇게 일단 생각을 마친 트키쉬의 검지가 샤를의 살점을 깎아내려던 바로 그때.
“오래 기다리게 했군. 자, 그럼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문을 시작…….”
“거기까지.”
누군가가 트키쉬의 손을 붙잡았다. 그 손아귀에 트키쉬의 심장이 거세게 떨렸다.
감히 반항할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기운.
상당한 격을 지닌 트키쉬의 영혼도 공포로 떨게 할 만큼의 경외심을 품은 존재가 트키쉬의 뒤에 서서. 차갑게 읊조렸다.
‘흐, 흑마도왕님?’
이 기세.
이전에 한번 느껴본 적이 있다.
흑마도왕.
위대하신 흑색 마탑의 지배자.
그분의 위대하신 영혼이 이곳에 당도한 것이다.
“흑마도왕님. 이 누추한 곳엔 어떠한 일로…….”
샤를의 목에서 손을 떼고, 그대로 몸을 돌려 정중한 자세로 흑마도왕을 맞이했다.
그러나.
“너……!”
트키쉬의 뒤에 서 있는 건 흑마도왕이 아니었다.
“신하율!”
신하율.
그가 차가운 표정으로 트키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