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7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79화(179/466)
인천국제공항.
길고 긴 미국행이 끝이 나고.
나는 드디어 한국에 돌아왔다.
“후우. 역시 한국이 좋네요.”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국 특유의 야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하기야. 2달 만에 보는 야경이니만큼, 감회가 새로운 건 당연하리라.
“정말 기숙사로 가면 되는 건가요? 오늘 정도는 본가에서 푹 쉬심이 어떠신지.”
운전대를 잡고 있던 석현 아저씨가 백미러 너머로 나와 눈을 맞췄다.
두 눈동자에서 아쉬움과 걱정이란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나를 중심으로 한 사건들이 꽤나 심각했던 만큼, 혼자 기숙사에 남는다고 하니 걱정되시는 건 당연했다.
“오늘 하루 정도는 혼자 있고 싶어서요. 본가에는 내일 아침에 가려고 합니다.”
“……기숙사가 더 편하신가 보군요.”
“예. 뭐, 1년이나 살았으니까요.”
내가 본가보다 기숙사를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걸 아쉬워하시는 듯했다.
“당연한 거겠죠. 무려 1년이나 떠나 계셨으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본가를 은연중에 꺼려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그런 것 같다.
“딱히 본가로 가는 걸 꺼려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머리가 복잡해서요. 혼자 사색에 잠기기엔 기숙사가 좋으니까요.”
“하기야. 본가로 돌아가면, 귀찮게 할 사람이 많겠군요.”
“예. 제가 한국에 돌아 왔다는 건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크니까요.”
“……이해했습니다. 확실히 지금은 기숙사로 가는 게 낫겠군요.”
석현 아저씨가 쓰게 웃었다.
“아,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가 절 보면 곤란하니까, 은신 마법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 물론입니다.”
석현 아저씨가 맡겨만 두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 3시 반이니 누가 있을 것 같진 않지만요.”
“그래도 조심해 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그렇죠.”
나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는 현재 절찬리에 고가 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24시간 꺼지지 않는 도시. 서울.
그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운 불빛들이 고가 도로 아래로 쫙 깔려 있다.
나는 한참 동안 서울의 야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오색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대교를 지나는 중.
내가 다시 말을 꺼냈다.
“본가에 가기 전, 세아 누님이랑…… 지한 형님의 납골당에 들러도 될까요?”
“…….”
백미러 너머, 석현 아저씨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뭐에 놀란 것일까.
내가 신지한을 지한 형님이라고 부른 것에 놀란 것일까.
아니면 가장 먼저 둘의 성묘부터 간다는 말에 놀란 것일까.
잘 모르겠다.
“예. 그렇게 일정을 조정해 두겠습니다.”
석현 아저씨가 뭔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슬픈 듯한. 안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 * *
석현 아저씨의 은신 마법에 케어를 받아 그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고 방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낡은 책의 향기.
2달 만에 맡는 내 방의 향기가 나를 반겼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는 향수병 같은 덴 연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만도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대로 내 침에 앞에 섰다.
그리고 그대로 설레는 마음을 품고 침대에 다이빙…….
“……와우.”
……하는 일은 딱히 없었다.
마음 같아선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먼지 엄청 쌓였네.”
지금 침대에 뛰어들면 수명이 한 1달 정도는 깎여 나갈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쌓인 먼지의 양은 심상치 않았다.
나는 슬쩍 침대 위를 어루만져 봤다.
세상에 얼마나 먼지가 많이 쌓인 건지 손에 까끌까끌한 느낌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건 뭐 먼지가 아니라 모래 수준인데?
“허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청소 서비스를 신청하고 갈 걸 그랬나.
안에 워낙 고서도 많고 해서 청소 서비스에 [X] 표시를 하고 갔는데. 굉장히 후회된다.
“……청소부터 해야겠네.”
나는 그대로 캐리어를 적당히 벽장에 처박아 둔 뒤에 일단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화장실 한편에 널어 둔 손걸레를 꺼내, 물을 묻히려던 중.
“아.”
문득 내가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했다.
‘내가 왜 걸레로 먼지를 닦으려고 했지?’
습관이 들어 버린 건가?
하긴. 지난 1년 간 걸레랑 빗자루 등을 통해 방을 청소하긴 했으니까.
자연스레 걸레로 손이 가 버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쓰게 웃으며 걸레를 다시 원래 널어 둔 곳에 돌려뒀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가서, 그대로 마나를 움직였다.
‘먼지들만 정확히 떼어내서, 분리한다.’
마나가 방 전체를 가득 채웠다.
내 의지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무형의 마나들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욱한 먼지들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한곳으로 모아서…….’
둥실, 둥실.
빠르게 내 앞으로 모이는 먼지 덩어리.
세상에. 이 방에 얼마나 먼지가 많았던 건지. 모인 먼지 덩어리의 크기는 거의 내 얼굴 크기만 했다. 더 충격적인 건, 아직 모든 먼지를 처리한 게 아니라는 거다.
“……이야.”
그렇게 약 1분이 흘러.
내 머리 1.5배 크기의 먼지 덩어리가 탄생했다.
나는 그걸 그대로 쓰레기 봉지에 넣어 묶어 버렸다.
“이거지.”
아주 만족스럽다.
이런 세밀한 조작이야 말로 바이테너식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겠다.
아마 이 정도의 세밀한 컨트롤은 아버지나, 마탑주님들도 못할 거다.
‘내가 많이 성장하긴 했구나.’
고작 4달이 흘렀을 뿐인데.
정말 많은 게 달라졌다.
감회가 새롭다.
“후우.”
한껏 깨끗해진 방.
나는 그대로 침대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역시 내 방이 좋긴 하다.
지난 2달 간 머물었던 미국의 호텔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방이지만, 안락함은 비교도 할 수 없다.
얼마나 편안한지, 이대로 자 버리고 싶었다.
물론 진짜 잘 생각은 없었다.
딱히 잠을 잘 필요가 없는 몸이니만큼, 잠을 자는 건 낭비일 뿐이다.
나는 그대로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귀국의 기쁨을 만끽하는 건 이 정도면 충분하다.
‘미미르한테 보고부터 해야지.’
나는 오른손을 왼쪽 어깻죽지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허공을 끌어당기는 느낌으로, 손을 움직였다.
촤아아아아악!
내 몸에는 스승님의 로브, ‘아에스’가 둘러졌다.
그리고 곧장 아에스에서 미미르의 서를 꺼낸 뒤, 그대로 펼쳤다.
“미미르. 나 왔어.”
이젠 아예 미미르의 지정석이 되어 버린 소파. 그 위에 엎드려 누워 책을 읽고 있는 미미르에게 다가갔다.
“미미르?”
내 부름에도 미미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뭐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책을 읽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달아오른 뺨과 리드미컬하게 교차하는 두 다리.
누가 봐도 즐거워하고 있는 게 분명한 모습이었다.
뭔 책을 저리 재밌게 읽고 있는 걸까.
나는 슬쩍 미미르의 뒤로 돌아, 미미르가 읽고 있는 책을 확인했다.
“아. 만화책.”
“……!”
그 순간 미미르의 몸이 활어처럼 튀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탄성과 함께 벌떡 서더니,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계승자! 귀에다 대고 중얼거리지 말랬지! 놀랐잖아!”
미미르가 왼쪽 귀를 누르고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아, 미안.”
미미르는 귓가에 바람을 분다거나, 그런 행위를 아주 아주 싫어한다. 알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놀라서 말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으. 진짜. 소름 돋아.”
미미르가 자신의 양쪽 귀를 비비며 몸을 떨었다.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모양이다.
칠판을 연달아 긁는 소리를 들은 후, 나중에 다시 소름이 돋는 그런 느낌인가.
“……아.”
그렇게 아예 팔뚝까지 비비던 미미르가 돌연 굳었다.
무언가를 본 듯하다.
나는 천천히 미미르의 시선을 따라갔다.
“……찢어졌어.”
미미르가 방금까지 읽고 있던 책이 두 동강이 나 있었다.
방금 그 기겁의 활어 댄스를 추면서 그대로 책을 찢어버린 모양이다.
“…….”
미미르의 고개와 어깨가 가라앉았다. 그렁그렁한 두 눈동자에 슬픔이 뚝뚝 묻어나온다.
책이 찢어진 게 저렇게 슬플까.
“그래도 깔끔하게 찢어져서 읽을 순 있겠네.”
“……뭐?”
미미르의 고개가 끼기긱 하고 꺾였다. 고개를 반쯤 숙인 상태로, 목을 비틀어 나를 향한 얼굴.
눈도 희번덕거리게 빛나는 것이, 뭔가 귀신같다.
“그래도 읽을 순 있어? 그게 가해자가 할 말이야?”
“……아니. 네가 직접 찢은 건데 왜 내가…….”
“변명은 됐어! 내 책! 내가 하루하루 아껴가며 두 번씩 보고 있는 이 만화책! 어쩔 거야!”
미미르가 울상이 됐다.
두 번씩 읽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구나.
그건 몰랐네.
“아니, 그…… 어. 미안. 내가 새 걸로 다시 사다 줄게.”
길길이 날뛰던 미미르의 몸이 뚝 멈췄다.
“……진짜?”
“그럼. 진짜지. 그 정도야 얼마든지 사 줄 수 있어.”
만화책 한 권이 뭐 대수라고.
“초회 한정판으로……?”
한 권은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됐던지 간에 상관없는 일이다.
“네가 원한다면야. 아예 초회 한정판으로 전권 다 구해다 줄게.”
미미르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두 번째 읽고 있는 거 보면, 다 읽은 거 같으니까. 아예 다른 만화책들도 좀 구해다 줄게.”
미미르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치 꽃이 핀 것 같은 미소였다.
“약속한 거다?”
“응.”
“그럼 됐어.”
미미르가 ‘히히’ 소리를 내며 웃었다. 만화책이 그렇게 재밌을까.
‘하기야. 문화 컨텐츠라는 건 미래로 갈수록 발전하는 거니까. 미미르가 환장할 만도 한가.’
왠지 앞으로 주기적으로 계속 만화책을 구해다 주게 될 것 같다.
“후우. 그래서 계승자. 여기 왔다는 건, 한국으로 돌아 온 거야?”
“어. 방금 막 도착했어.”
“되게 빨리 왔네? 갈 땐 되게 오래 걸렸던 거 같은데.”
“뭐, 이번엔 수속이고 뭐고 다 빼고 그냥 날아오기 만했으니까.”
3~4시간은 추가로 필요한 수속 과정을 아예 빼 버렸으니만큼, 훨씬 빨리 도착하는 건 당연했다.
“그렇구나. 오는 길에 별 일 없었고?”
“이번엔 딱히 아무 일도 없었어.”
“그래? 의외네. 천성이 트러블 메이커라 뭔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어지간한 일은 다 해결해 뒀으니까.”
신지한 관련 일도 다 해결됐고.
신지한과 편을 먹고 나를 노리던 트키쉬도 죽었다.
문제가 생길 여지 자체가 없었다.
“그… 뭐냐. 도주한 간부. 섀도우라고 했나? 걔가 되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며. 그래서 걔가 또 뭔가 일을 벌이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지.”
미미르가 그대로 소파 등받이에 푸욱 몸을 묻고 그대로 기지개를 켰다.
“뭐, 아무 일도 없었다니. 다행이네. 다행이야~”
조금도 다행이란 느낌이 안 드는 몸짓과 말투였다.
아니, 그냥 재미없다는 표정이었다.
“너는…….”
그렇게 미미르에게 딴지를 걸려고 할 때였다.
미이-!
작은 털뭉치가 내 품에 뛰어들었다.
“미호야. 일어났어?”
신수. 구미호.
트키쉬 사건 이후, 줄곧 잠들어 있던 미호가 드디어 깨어났다.
미호가 내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무리하게 해서 미안.”
아직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너무 무리를 시켜 버렸다.
부족한 주인으로서, 미안함이 컸다.
그런 내 미안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호는 그저 세상 기분 좋다는 듯이 내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릴 뿐이었다.
“어휴. 도도한 것. 나한테는 꼬리도 안 치더만.”
미미르가 턱을 괴고, 부럽다는 듯이 툴툴댔다.
“야.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머리 정도는 내 줘도 되는 거 아냐?”
미미르가 슬쩍 미호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탁!
미호가 꼬리로 미미르의 손을 탁 쳐났다.
완벽한 철벽. 내 몸에 손을 댈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단호한 반응이었다.
“……진짜 도도한 건 여전하네.”
미미르가 꼬리에 맞아 얼얼한 손등을 만지며 입을 삐죽였다.
“미호. 몸은 괜찮은 거지?”
미호는 트키쉬의 타락한 영체를 뜯고, 씹고, 맛보고, 즐겼다.
그런 불순한 것을 먹은 만큼 몸에 뭔가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타락한 영혼이고 뭐고, 쟤 몸에 들어가면 알아서 정화돼서 에너지원이 돼.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어.”
“아하.”
괜한 걱정이었구나.
“아, 그리고 이것도 물어봤어야 하는데. 미호랑 나. 초면인 거지?”
“응. 맞아. 다섯 번째 페이지에서 만났던 구미호는 과거의 잔재일 뿐이라서, 지금 쟤 기억엔 안 남아 있어.”
“역시 그렇구나.”
즉, 나는 구면이지만 미호는 초면이다. 이런 말이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팩티오 말인데. 언약을 맺을 수 있는 건 하나 뿐인 건 아니지? 미호 외에 다른 신수랑도…….”
찌릿.
그 순간 내 턱 아래에서 살벌한 기세가 느껴졌다.
너무 날카롭고 뜨거워서, 등에 절로 식은땀이 나는 눈빛.
나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미호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어디 한 번 더 말해 봐.’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미, 미호 외에 다른 신수랑 언약을 맺을 수 있어도 맺을 생각이 없는데. 뭔 의미인가 싶어서.”
나는 필사적으로 말을 꺾었다.
그제야 미호가 다시 원래의 애교섞인 표정으로 돌아왔다.
‘……휴. 다행이다.’
순간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앞으로 미호 앞에서 저 얘기는 하지 말도록 하자.
“참고로 계약 대상이나 숫자에 제한은 없어.”
옆에서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던 미미르가 슬쩍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야!”
“왜?”
기껏 기분을 푼 미호가 다시 화를 내면 어쩌려고!
나는 천천히 미호의 기색을 살폈다.
미이-
미호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미르의 말은 아예 귓등으로도 안 들은 모양이다.
“……나쁜 놈. 아예 무시하네.”
미미르가 다시 토라졌다.
물론 미미르가 토라지든 말든 미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길가의 돌멩이도 저것보단 더 신경 쓰겠는데?
“두고 봐. 꼭 만지고 말 거야…….”
미미르가 주먹을 꽉 쥐고 다짐했다. 내 생각엔 평생 그렇게 될 일은 없을 거 같긴 한데…….
뭐, 꿈꾸는 건 자유니까.
“후. 아무튼 무사히 귀국도 끝마쳤겠다. 오늘부터 바로 여섯 번째 고리를 엮기 시작할 거지?”
미미르가 미호에게 관심을 끄고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어. 그래야지.”
발등에 떨어진 불도 모두 껐고.
한국의 보안은 미국과 비교할 바가 아니기도 하고.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여섯 번째 인피니티 서클을 엮기 위한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그럼 자.”
미미르가 테이블에 놓아 뒀던 책을 들어, 그대로 내게 던지듯이 건넸다.
“일단 그 책부터 읽어.”
“준비가 참 빠르네.”
“고럼. 당연하지. 나잖아.”
나는 다시 한번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고,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섯 번째 인피니티 서클, ‘각성의 고리’]각성(覺性)의 고리.
내가 다음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목적지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