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8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84화(184/466)
순식간에 3일이란 시간이 흘러.
토요일이 되었다.
“미미르. 여기, 이 부분 좀 이해가 안 가는데.”
“아, 거기? 거긴…….”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미미르의 서에서 책을 주파하고 있었다.
“……이런 거야. 알겠어?”
“……무슨 느낌인진 알겠어. 땡큐.”
“뭘 이런 걸로. 그보다 오늘은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점심은?”
미미르가 내게 물었다.
점심시간이 됐는데, 밥 먹으러 안 나가냐는 물음이었다.
“오늘은 계속 여기 있을 생각이야. 여기. 밥도 미리 챙겨 왔어.”
나는 슬쩍 옆에 높아 둔 쇼핑백을 들어올렸다.
오기 전에 미리 챙겨 온 샌드위치와 커피가 들어 있는 쇼핑백이었다.
오늘 점심은 굳이 밖에 나가지 않고 여기서 때울 생각이다.
참고로 저녁도 준비해 왔다.
오늘은 진짜 아예 미미르의 서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다.
“주말에 선배들이랑 금메달 축하 파티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내일.”
미국에선 세아 누님의 장례식 때문에 파티를 열지 못했다.
나 때문에 괜히 다들 대놓고 기뻐하지 못하기도 했었고.
내일 있을 파티는 그 벌충이다.
“훈련은?”
“오늘은 쉬는 날이야.”
“뭐야. 빠졌네. 훈련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쉬냐.”
“빠진 게 아니라, 정기 휴일인 거야.”
매주 토요일은 훈련이 없는 안식일이다.
“하루라도 안 쉬면, 순찬이 걔 2주 내로 죽어.”
“계승자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굴리고 있는 거야?”
“죽기 직전까지?”
“……애도를 표해야겠네.”
미미르가 합장했다.
순찬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순찬이가 버티고 못 버티고를 떠나서, 훈련 효율을 생각하면 주에 1회는 쉬어야 해.”
훈련은 매일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빡센 훈련 보다 중요한 게 확실하게 쉬는 것이다.
오늘 하루 쉬는 게 오늘 하루 종일 훈련하는 것보다 성장치가 높다.
뭐, 스승님의 로브, ‘아에스’를 소지하고 있는 나한텐 해당되지 않는 말이지만.
나에게 회복을 위한 휴식 시간 따윈 사치다.
“하긴. 이 시대의 마법사들은 약골이니까. 하루 정도는 쉬어줘야 되긴 하겠다.”
“그치. 다들 마나 코어가 없으니까. 휴식 시간은 필수야.”
과거와 달리 이 시대의 마법사들에겐 마나 코어가 없다.
육체를 활성화시켜주는 코어가 없는 만큼, 회복이 더디다.
만약 순찬이에게 마나 코어가 있었다면, 1년 365일 매일매일 훈련을 했어도 됐을 거다.
아니, 하루에 두 번 훈련을 해도 충분히 따라 올 수 있었을 테지.
“그럼 오늘 하루는 진짜 여기서 책만 읽을 거야?”
“어.”
나는 테이블 옆에 놓아 둔 책 더미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이 빌어먹을 각성의 고리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여섯 번째 인피니티 서클, 각성의 고리는 구조가 상당히 난해하다.
앞선 그 어떠한 고리들과도 다르고, 마나 서클과도 다르다.
“어때? 뭐 좀 깨달은 게 있어?”
“아니. 전혀. 깨달음은커녕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만 더 복잡해지고 있어.”
아니, 그냥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구조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이 모조리 파탄된 듯한 느낌.
1+1=2가 아니라 2,475라는데, 그걸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뭔가 그 사이에 엄청난 계산식이 있긴 한데. 이 계산식마저 이해할 수가 없다.
각성의 고리가 지닌 구조와 법칙이 얼마나 난해한지는 지금 내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각성의 고리에 대한 서적을 벌써 137권 읽었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법칙 하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감이 올 거야. 어긋났던 톱니바퀴가 딱 맞물리는 것처럼.”
미미르가 저번에 했던 얘기를 다시 한번 반복했다.
그냥 이해할 수 있든 말든 닥치고 읽으라고.
그럼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올 거라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은데…….”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미미르의 말대로 그냥 쭉 읽다 보면 언젠가 깨닫게 되겠지.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공부를 이어감에 따라, 그 생각은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이 복잡한 것들을 어느 순간 100%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1+1=2를 배우는 초등학생에게 미분적분에 대한 수학 문제집을 가져다주고, ‘계속 읽어. 그럼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올 거야.’라고 들은 듯한 느낌이다.
되겠냐고 그게.
“날 믿어. 진짜 어느 순간, 깨달음이 찾아 올 거야.”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긴 하겠다만…….”
나는 다시금 읽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는 외계어로 밖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술식과 법칙.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 기분이다.
이걸 진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날이 온다고?
‘……진짜 상상이 안 가네.’
미미르에 대한 신뢰와 답이 없는 현재 상황.
인지부조화가 올 것만 같다.
“너무 머리 아프면 좀 쉬면서 해. 점심도 좀 먹고.”
“……그래. 그게 낫겠다.”
나는 그대로 책을 뒤집어 덮고 눈을 감은 채 소파에 푹 기댔다.
눈이 뻐근하다. 너무 책에 집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대로 눈 사이를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꾹꾹 눌렀다.
“레이의 스태프에 대한 건 어떻게 됐어?”
미미르가 어느새 내 바로 옆에 다가와 있었다.
조금 전, 부스럭 거리는 소리는 미미르가 책을 덮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알아 봐 주신다곤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으시네.”
“아직도? 세계 최고의 마법사라더니, 그거 하나 후딱 처리 못 해 줘?”
“소피아 님이 뭐 왕도 아니고. 말만 하면 그대로 될 리가 없잖아.”
스승님이 남기신 아티팩트들 중 하나인 스태프는 현재 미국의 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에서 제일 크고 역사가 깊은 국제 박물관에 말이다.
그런 곳에 전시되어 있는 만큼, 제 아무리 소피아 님이라고 해도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건 힘드실 거다.
박물관 측과 얘기가 잘 끝나도, 양도받을 때까지 또 최소 몇 주는 소요될 거고.
마땅한 절차라는 게 있을 테니까.
“지금 내가 뭘 한다고 해도 바뀌는 것도 없겠다, 그냥 천천히 마음 놓고 기다리려고.”
“……쿨하네.”
미미르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아티팩튼지 알고도 그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지. 볼까?”
미미르의 입꼬리가 장난스럽게 치켜올라갔다.
“잘 들어. 계승자. 아바마마가 사용하던 스태프의 이름은……. 읍.”
“그만. 안 들을래.”
나는 그대로 미미르의 입을 막았다.
“안 그래도 각성의 고리다, 라플라스다, 섀도우다. 머리 복잡해 죽겠는데, 아티팩트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아티팩트가 얼마나 사기적인 힘을 지녔는지는, 손에 넣은 후에 들어도 된다.
괜히 지금 먼저 들어서 설레발을 칠 필요가 전혀 없다.
괜히 마음만 붕 뜨지.
“뭐야. 진짜 안 들을 거야?”
미미르가 내 손을 떼 내고 조심스레 물었다.
“어. 나중에 손에 들어오면 그때 들을게.”
“……이걸 참네.”
미미르가 대단하다는 듯이 날 바라본다.
“뭐, 계승자가 그렇다면야 따라야지. 알았어. 말 안 할게.”
미미르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럼 백두산은 언제 가는 거야?”
미미르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다음 주에 연휴가 있거든. 그때 가려고.”
“연휴가 언젠데?”
“수요일부터 일요일.”
솔직히 여유롭게 열흘 정도 잡고 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길게 시간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
‘뭐, 샤를 단장님의 실력을 생각하면 5일 정도면 충분하겠지.’
정 안 되면, 무단결석이든 뭐든 해서 강제로 시간을 더 벌면 되는 것뿐이다.
월반 시험의 자격을 생각하면 5일 이상 결석할 수는 없긴 한데.
그 정도까지 시간을 잡아먹진 않을 테니까.
“몬스터의 땅이라고 했지? 준비 단단히 하고 가.”
“안 그래도 계속 자료를 수집하고 있어.”
백두산 같은 몬스터들의 땅에는 가끔이지만, 돌연변이 몬스터들도 출현한다.
그런 특수 개체에 대응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데이터도 없이 돌연변이에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솔직히 문제는 백두산이 아니라, 섀도우지.”
미미르가 눈을 날카롭게 뜨고 입을 다물었다.
“그 그림자 술사놈. 오늘 아침에 중국으로 위치를 옮겼다고 했지?”
“어.”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내 무릎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미호를 힐끔 바라봤다.
내 시선을 느낀 듯, 미호가 고개를 들고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우리 미호 대단하다고.”
나는 그대로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호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다시 몸을 웅크렸다.
미호는 기억하고 있는 영혼의 위치를 ‘방향’과 ‘거리’를 통해 파악해 낸다.
예를 들면 ‘지금 있는 곳을 기준으로 북동쪽으로 1000km 가량 떨어진 곳에 존재한다.’ 라는 느낌이다.
나는 이 힘과 지도를 이용해 라플라스와 아티팩트, 그리고 섀도우의 위치를 특정 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 섀도우의 위치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오늘 아침에 파악한 섀도우의 위치는 중국.
어제까진 줄곧 이탈리아 피렌체 근방만 돌더니, 돌연 오늘 중국으로 이동했다.
“이따가 또 위치를 파악해 봐야 하긴 하겠는데. 어제 이탈리아에 있던 놈이 오늘 아침에 갑자기 중국으로 이동한 걸로 봐서, 다음 목적지는 여기. 한국일 가능성이 높아.”
한국에 불법으로 입국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그 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중국에서 배를 통해 들어오는 것이다.
놈이 중국으로 간 건, 한국에 불법 입국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위한 것일 확률이 크다.
“그놈. 그림자를 통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며? 굳이 중국을 경유해서 올 필요가 있나?”
“글쎄. 그것까진 모르겠어. 뭐 이동에 조건이 필요한 걸 수도 있고. 아니면, 거리 제한이나, 쿨타임 같은 게 있어서 중국을 경유지로 삼은 걸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아예 중국 쪽에 임무가 있는 걸 수도 있고.”
사실 섀도우가 한국으로 올지 말지도 미지수다.
“뭐가 됐든 조심하긴 해야겠네.”
“그치. 섀도우가 날 노리고 있다면, 내가 백두산에 가 있는 시기를 놓칠 리가 없으니까.”
“사실 제일 좋은 건 백두산 같은 위험한 데 안 가는 거긴 한데…….”
미미르가 쓰게 웃으며 말을 흐렸다.
“어쩌겠어. 라플라스를 채집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내가 가야지.”
나도 가능하면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라플라스를 캘 만큼 뛰어난 마나 컨트롤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그렇기에 내가 직접 갈 수밖에 없는 거다.
“백두산행을 좀 뒤로 미루는 건 어때?”
“그것도 생각해 봤는데, 그게 더 위험할 거 같더라고.”
사건 당시, 섀도우는 꽤나 큰 상처를 입고 물러났다.
트키쉬의 죽음으로 흑색 마탑도 다소 혼란스러워진 상태일 터.
괜히 시간을 주면 섀도우의 상처가 완치됨은 물론, 흑색 마탑의 혼란도 어느 정도 가라앉을 테지.
그럼 섀도우는 망설임 없이 나를 노리고 움직일 것이다.
시간을 끄는 게 더 위험하다.
꼭 가야 한다면 지금 가는 게 훨씬 낫다.
“무엇보다, 1달 뒤에도 샤를 단장님이 한국에 있을 거란 보장이 없어.”
내가 비밀리에 백두산에 갈 수 있는 건 모두 샤를 단장님이 있기 때문이다.
샤를 단장님 외엔 나를 데리고 백두산으로 몰래 가 줄 사람이 없다.
전력만을 생각하면 아버지나, 청색 마탑주님도 있긴 한데.
청색 마탑주님이나, 아버지는 나를 백두산에 데려가 줄 분들이 아니다.
위험하다고 하면서 만류하실 게 분명하다.
애초에 5일 씩이나 자리를 비울 수 있는 분들도 아니고 말이다.
때문에 백두산에 가는 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샤를이 내게 붙어 있는 지금이야 말로 최고의 적기다.
“……확실히 지금이 적기긴 하네.”
미미르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다 결론을 낸 듯하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애초에 내가 백두산에 갈 거란 걸 섀도우가 알 확률은 그리 크지 않고.”
내 백두산행은 나와 샤를, 그리고 소피아 님만 아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섀도우가 내 백두산행에 대해 알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하긴.”
미미르가 이제야 좀 안심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지금 섀도우의 위치를 다시 한번 갱신하고 오는 게 어때?”
“음. 3시간 전에 중국이었으니, 굳이 지금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3시간이면 항구 쪽으로 이동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이야.”
“……항구라. 확실히 항구 쪽으로 이동한 게 확인되면, 한국에 들어 온 다는 게 확실해 지긴 하지.”
미미르의 말대로다.
섀도우의 위치 확인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미호한텐 미안하지만, 여유가 생길 때마다 확인해 둬야겠네.”
나는 상냥하게 미호를 쓰다듬었다.
미호가 내 마음을 읽은 듯 눈을 떴다. 나는 그런 미호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후딱 갔다 올게.”
“응. 갔다 와.”
그리곤 곧바로 미미르의 서 밖으로 향했다.
내 방에 도착함과 동시에 책상 위에 펼쳐 둔 지도로 가서, 미호를 그 위에 앉혔다.
“미호야. 오늘 아침에 탐색했던 그림자 쓰던 남자의 위치 좀 다시 확인해 줄래?”
미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호의 붉은 눈동자가 한층 더 붉게 빛났다.
다섯 개의 꼬리는 사방으로 쫙 펼쳐졌다.
그런 미호의 주위를 일렁이는 무형의 에너지.
미호가 다스리는 영체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이미 몇 번이나 본 광경이지만, 다시 봐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번에도 대충 30초 정도 걸리겠지?’
미호의 영혼 탐지는 미호 자신이 다루는 영체를 날려 보내는 것으로 대상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당연히 미호의 영혼 탐지는 대상이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 있을수록 탐지 시간이 짧아진다.
오늘 아침에 중국에 있는 섀도우를 감지했을 때가, 대충 30초 정도 걸렸으니, 이번에도 약 30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테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내 예상은 완전히 어긋났다.
“……미호야?”
미호의 탐지는 금방 끝났다.
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
미호가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눈매.
지금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며 한 방향을 바라봤다.
‘……문?’
내 방의 문 너머.
미호의 시선은 정확히 방 밖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똑똑-
누군가가 내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