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8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85화(185/466)
똑똑―
다시 한번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무 반응이 없자, 다시 한번 두드린 것이다.
“안에 아무도 안 계십니까?”
목소리가 들렸다.
난생 처음 듣는 목소리.
뭔가 사무적이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국제 테이머 협회에서 나왔습니다. 신하율 씨. 안에 계십니까?”
확실히 테이머 협회에서 근 시일 내에 점검 차 방문해 올 거라는 말을 사전에 전해 듣긴 했다.
정황상으로 보면, 진짜 테이머 협회의 감사원이 맞다.
“신하율 씨?”
하지만 아니다.
이 남자는 테이머 협회의 감사원 같은 게 아니다.
미호의 날카로운 시선이, 기세가, 저 남자의 정체를 증명하고 있었다.
‘……섀도우.’
지금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남자는 흑색 마탑의 간부, 섀도우다.
“흠.”
계속된 무응대에 남자가 곤란하다는 듯이 비음을 흘렸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기색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곤란하게 됐네.”
혼잣말에서도 곤란한 기색이 뚝뚝 묻어 나온다.
연기인 걸 알고 있음에도, 일말의 의심스러운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섀도우의 연기는 완벽했다.
‘……일단 샤를 단장님이랑 아버지께 연락부터 하자.’
다행히 섀도우는 강압적인 행동으로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나는 문 밖의 섀도우를 경계하는 한편, 한 손으로 폰을 조작했다.
[섀도우 기습 도움 요망]나는 최대한 빠르게, 의사만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문자를 입력했다.
‘아버지가 직접 날아오신다면 3분 내에도 여기까지 오실 수 있다. 샤를 단장님은 근처에 있으실 테니, 1분 내에 오실 수 있을 테고. 그때까지만 버티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버지와 샤를 단장님의 번호를 입력 후, 송신을 눌렀다.
그러나.
“……뭐?”
[메시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내 메시지가 아버지나 샤를 단장님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권외?’
혹시 몰라 받아 둔, 무전기도 마찬가지였다.
지직거리기만 할 뿐, 그 어떠한 연락도 닿지 않았다.
전파가 완전히 차단된 것이다.
“눈치가 빠르군.”
내 등에 전류가 흘렀다.
오한과 함께 식은땀이 흘렀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이전, 화엘리안 최심부에서 들었던 목소리.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변조된 목소리가 싸늘하게 울려 퍼졌다.
“드디어 찾았다.”
희열로 가득 찬 목소리.
그 순간, 내 방 안이 시커멓게 물들기 시작했다.
새하얀 한지에 검은 먹이 순식간에 퍼져가듯, 내 방은 순식간에 그림자에게 침식되었다.
“금방 다시 보게 될 거라고 했지?”
그림자에 침식된 현관문이 풍선껌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림자로 전신을 가리고 있는 남자, 섀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신하율.”
남자가 웃었다.
얼굴 전체가 그림자로 가려져 있기에,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단언할 수 있다.
남자는 지금 이 이상 없을 만큼 환하게 웃고 있다.
남자의 감정에 감응하듯, 주위의 그림자가 환희에 떨리고 있다.
“흠. 대답 따위 하고 싶지 않다는 건가. 서운하군. 이쪽은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근무지를 이탈하면서까지 찾아 왔는데 말이지.”
변조된 목소리 너머, 희열이란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이 남자는 현재 절찬리에 흥분하고 있다.
“……무슨 생각이시죠?”
나는 미호를 앞에 세운 채, 당장이라도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마나를 세팅했다.
완벽한 임전태세.
놈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쪽도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긴장을 극한까지 끌어 올렸다.
“한국 한복판에서 이런 대규모 마법을 사용하다니. 자살 지망생이라도 되시는 겁니까?”
“흥. 내 마법을 감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아무도 널 도우러 오지 않는 게 그 증거다.”
이 남자, 섀도우의 마법은 무언가를 감추는 데 특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지금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서 이런 대규모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아무런 대응이 없는 거다. 섀도우의 마법에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으니까.
“지금 당장에야 그렇겠죠.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그림자 마법이 얼마나 뛰어나던 상관없습니다. 여기는 한국. 그 중에서도 최고급 보안을 자랑하는 오벨리스크 아카데미 기숙사입니다. 3분 이내에 무조건 들통 날 겁니다.”
“이 기숙사의 결계를 꽤나 신뢰하고 있군.”
“신뢰할 만하니까요.”
제 아무리 섀도우의 마법이 뛰어난 은폐력을 자랑한다고 해도, 마법이라는 건 변함없다.
그리고 마법인 이상, 이곳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의 마법 감지 술식을 피할 수는 없다.
이곳,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 설치되어 있는 결계는 그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 인정하지. 이 기숙사에 설치되어 있는 술식은 상당한 것이다. 나로서도 언제가지고 무시하는 건 불가능해.”
섀도우가 큭큭 웃었다.
아주 즐겁다는 기색이 여과 없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거지? 3분이면 널 죽이는 덴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글쎄요. 제가 3분도 못 버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나 혼자라면 3분은커녕 30초도 못 버텼을 것이다.
나는 이전 빈사 상태였던 섀도우의 마법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내겐 미호가 있다.’
영혼을 다스리고, 타락한 것을 먹는 신수, 구미호.
얘가 있는 이상 3분을 버티는 건 마냥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어디 와 보시죠. 그때처럼 당신의 마법 따위. 완전히 지워드리겠습니다.”
말과 표정은 여유를 가장하고 있었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완전히 지워주겠다…… 인가. 큭큭.”
분위기가 무겁다.
얼마나 긴장되는지, 1초가 1분 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 이상 장난을 쳤다간, 정말 사단이 날 것 같군.”
그때, 돌연 섀도우가 뜬금없는 말을 했다.
“농담이다.”
양손을 들고 항복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나는 딱히 너를 죽이러 온 게 아니다.”
“…….”
내 눈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저딴 헛소리에 방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방심은커녕 내 감각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냉정하게 생각해 봐라. 널 죽일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대놓고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 쳐들어 왔을 것 같나? 더 좋은 기회들이 많은데?”
“…….”
실제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긴 했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나를 노렸는가.
외부에 나갔을 때를 노려도 되고, 훈련 중을 노려도 되는데, 왜 하필 가장 경비가 삼엄한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 있는 타이밍을 노렸는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내가 지금 온 건, 네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 네가 제일 안전한 곳에 있는 타이밍을 노려서, 그나마 네가 내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때를 노려서 말이지.”
“……저랑 대화라도 하고 싶다는 겁니까?”
“그래.”
섀도우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어둠이 서서히 걷혀간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림자만이 아니다. 신체를 가리고 있던 그림자가 전체적으로 다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네게 한 가지 거래를 제안하러 왔다.”
무장을 해제하고 본 모습을 보인다.
저 또한 신뢰의 표시라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흑색 마탑에 대한 정보를 모조리 건네겠다.”
내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흑색 마탑에 대한 정보를 모조리 건넨다고?
그것도 간부급이 알고 있는 정보를?
“그 정보를 대가로, 내가 바라는 것은…….”
섀도우가 시선을 내려, 내 앞에 자리잡고 있는 구미호를 바라봤다.
“내 힘. 그림자의 소멸이다.”
“그림자의…… 소멸?”
내 머리가 단숨에 복잡해졌다.
* * *
‘생각할 시간은 3일 정도면 충분하겠지.’
‘3일 뒤에 다시 연락하겠다.’
‘그럼 나중에 보자. 신하율.’
‘……잘 생각해라. 네게 결코 손해가 되는 일은 아닐 테니.’
섀도우는 그런 말을 남기고,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마치 해가 뜸에 따라 어둠이 사라지듯, 내 방을 잠식했던 그림자는 순식간에 종적을 감췄다.
“그림자 술사 놈이 그런 제안을 했다고?”
“어. 뭐가 목적이라고 생각해?”
섀도우가 사라진 뒤, 나는 곧장 미미르의 서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미미르에게 방금 있던 일을 전하고, 의견을 구했다.
“그림자를 소멸시켜 달라고 했단 말이지…….”
미미르의 표정은 꽤나 심각했다.
생각이 많아진 듯, 턱에 손을 얹은 채 고민에 잠겼다.
“함정은…… 아닐 테고.”
안 그래도 함정의 가능성에 대한 건 제일 먼저 생각해 봤다.
나를 완전히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서 뭔가 계략을 꾸미고 접근해 온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함정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아마 아닐 거야. 함정을 팔 거면 굳이 그렇게 나설 필요가 없었어.”
애초에 함정을 파 둘 거면, 저렇게 멍청하게 접근할 이유가 없다.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 직접 잠입해, 저렇게 대놓고 나한테 경계심을 심어 준다고?
어떤 멍청이가 함정을 저딴 식으로 파겠는가.
함정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렇지…….”
미미르도 곧 나와 같은 결론을 낸 듯, 함정일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미미르의 표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애초에 그림자를 소멸시켜 달라는 게 무슨 의미일까? 왜 굳이 멀쩡한 능력을 지워달라고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
그림자는 섀도우만이 지닌 고유 흑마법이다.
효과부터 위력까지 모두 사기적인 전천후 사기 마법이기도 하다.
그런 마법을 어째서 소멸시켜 달라는 말을 한 걸까.
그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겠어.”
미미르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자기도 답답하다는 표정이다.
“미미르 너도 모르는 게 있어?”
“……나라고 다 아나 뭐.”
“그렇긴 한데…….”
미미르가 모르는 게 있다니.
상당히 신기했다.
“뭐 그림자 술사에 대한 건, 과거에도 딱히 밝혀진 게 없는 거야?”
영령사, 트키쉬에 대한 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고 있던 미미르가 섀도우에 대한 건 아예 모른다니.
그림자 술사라는 게 그 정도로 희귀한 존재였던 걸까.
“과거에도 그림자 술사가 희귀했다거나, 밝혀진 게 없다거나, 그런 수준이 아니야. 진짜 아예 아무런 정보가 없어.”
“아예 정보가 없다고?”
“어.”
미미르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림자를 다루는 흑마법사 같은 건…… 아예 처음 들었어.”
미미르가 처음 들었다.
그 말은 즉.
“과거 베일 사국에 속해 있던 흑마법사들 중엔 그림자를 다루는 자가 없었다는 말이야?”
“응. 베일 사국은 물론, 바이테너 제국에도 그림자를 다루던 마법사 같은 건 없었어.”
“…….”
내 눈이 가늘어졌다.
과거, 흑마법사 전성기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특수한 흑마법사라.
“아니, 애초에 그 섀도우란 놈. 흑마법사는 맞는 거야?”
“어. 신체에 타락한 마나를 품고 있는 걸 확실히 봤어.”
섀도우는 확실히 흑마법사다.
그건 확실하다.
“아니. 섀도우의 신체에서 감지되는 거 말고. 섀도우가 다루던 그림자에서 타락한 마나를 감지했냐고 묻는 거야.”
“……그림자에서?”
“어. 흑마법에 기반을 둔 마법은 보통 마법 자체에서 타락한 마나가 감지되거든. 상위 영령사랑 싸울 때를 떠올려 봐.”
트키쉬와 싸울 때…….
“확실히…… 놈이 다루던 영체는 타락한 마나의 결정체 같은 느낌이긴 했지.”
“그래. 그거. 그런 감각을 섀도우의 그림자에서도 받았어?”
“섀도우의 그림자에서…….”
나는 이전, 섀도우와 전투할 때를 떠올렸다.
나를 향해 날아들던 그림자 괴수의 거대한 아가리.
놈의 흉측한 아가리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그 아가리는 타락한 마나의 결정체였는가.
답은 금방 나왔다.
“……아니. 섀도우의 마법, 그림자는 딱히 타락한 마나에서 태어난 무언가라는 느낌이 없었어.”
섀도우의 그림자는 타락한 마나에서 태어난 무언가가 아니다.
“그럼 마법이라는 거네?”
“마법……. 아니. 그런 느낌도 아니었는데.”
내 표정이 점점 더 심각하게 변해갔다.
“섀도우의 그림자에선 딱히 마법의 느낌도 받지 못했어.”
“그건, 마나적인 작용이 없었다는 거야?”
“아니. 마나적인 작용은 있었는데. 그니까……. 아,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나적인 작용이 있긴 했는데, 뭔가 내가 아는 마법이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 그래.”
이렇게 말하면 되겠다.
“바이테너식에서 시작된 마법이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겠어?”
“바이테너식에서 시작된 마법이 아닌 느낌……?”
미미르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흑마법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고, 바이테너식에서 시작된 것도 아닌 무언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미미르의 동공이 한껏 확장되었다.
“계승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을게. 그 섀도우란 남자가 사용하던 그림자에서 느껴지던 마나는…… 자연 본연의 힘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마나였어?”
“아, 그래, 자연! 딱 그런 느낌이었어. 평범한 그림자가 의지를 지닌다면 그런 마나를 품고 있지 않을까 싶어.”
“……그래. 그렇단 말이지.”
미미르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생각의 정리를 끝마친 듯, 개운한 얼굴이 됐다.
“계승자. 잘 들어. 놈이 지닌 그림자는…….”
미미르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신화 마법의 원류. 신화시대의 유물일 확률이 매우 높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