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8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86화(186/466)
“신화시대의 유물이라는 건, 신화 마법의 매개체를 말하는 거야?”
“아니. 달라.”
미미르가 고개를 저었다.
“매개체의 오리지널. 더 쉽게 설명하자면 레이가 신화 마법으로 벼리기 전의 자연체라는 의미야.”
“신화 마법으로 벼리기 전의 자연체…….”
신화 마법의 탄생 순서는 이러하다.
1. 스승님의 시대에도 신화라 불리던 먼 과거의 ‘유물’을 찾는다.
2. 스승님이 그 유물을 분석해 바이테너식과 융화시킬 방법을 찾는다.
3. 해당 유물을 신화 마법의 매개체로서 정제한다.
이렇게 매개체를 완전히 완성한 후에야 비로소 신화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니까 신화시대의 유물은 ‘원석’이고, 매개체는 ‘보석’이라는 거구나. 섀도우가 지닌 건 원석이라는 거고.”
“오. 맞아. 그거야.”
미미르가 검지와 엄지로 ‘딱’ 소리를 내며 답했다.
“이해했어.”
섀도우가 지니고 있는 게 매개체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한 건 딱 그것뿐이다.
“근데 신화시대의 유물 같은 대단한 걸, 왜 섀도우가 갖고 있는 거야? 되게 구하기 힘든 거 아니었어?”
신화시대의 유물은 과거, 스승님도 17개 밖에 찾지 못했을 정도로 희귀한 물건이다.
그때도 그랬는데,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겠는가.
훨씬 더 구하기 힘든 초 희귀 물품이 됐을 테지.
그런 대단한 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 뭐, 유물이야 어찌어찌 운 좋게 손에 넣었다고 쳐.”
신화시대의 유물이야, 진짜 운 좋게 구했을 수도 있다.
구하기 쉽지 않은 것뿐이지, 구할 수 없는 건 아닐 테니까.
운 좋게 어딘가 고대 유적지를 발굴하다가 손에 넣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섀도우는 그런 대단한 걸 왜 없애달라고…… 그림자를 소멸시켜 달라는 제안을 한 거야?”
진짜 이해할 수 없는 건 섀도우의 제안이다.
신화시대의 유물은 귀물이다.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물이기도 하다.
유물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당장 섀도우가 사용하는 그림자의 힘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림자를 통해 공간을 뛰어넘을 수도 있고.
상대의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흡수할 수도 있으면서.
상대의 방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공격력 또한 지니고 있다.
그런 대단한 마법을 어째서 지워달라고 하는 것일까.
“역시 함정인 건가?”
그런 대단한 마법을 없애 달라 하는 섀도우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고로, 섀도우의 제안은 블러핑.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렇게 결론을 냈다.
“……아니. 함정 같은 게 아니야.”
그러나 미미르의 생각은 나와 전혀 다른 듯했다.
“그놈은 진짜 자신의 그림자를 지워 주길 바라는 거야.”
“……왜?”
미미르는 섀도우의 말이 진실이라 말하고 있었다.
날 바라보는 미미르의 두 눈에선 일말의 미혹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현대에 신화시대의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했지?”
“어.”
“그럼 당연히 그림자의 신, 움브라에 대한 것도 못 들어 봤겠네?”
“움브라…… 처음 들었어.”
“……그래.”
미미르가 잠시 말을 멈췄다.
뭔가 불쾌한 걸 떠올리는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입술을 짓씹었다.
“굳이 움브라에 대한 전승을 다 설명하지는 않을게. 들어 봐야…… 기분만 나빠질 테니까.”
그 반응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림자의 신 움브라는 악신, 혹은 악에 가까운 혼돈의 신인 모양이다.
“섀도우라는 놈이 자신이 지닌 유물을 제거해 달라고……. 그림자를 소멸시켜 달라고 제안한 이유는 간단해.”
미미르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움브라의 유물을 사용하는 대가가 본인의 목숨이라도 되는 거야?”
“……조금 달라.”
미미르가 고개를 저었다.
“움브라의 그림자는 이 세상 모든 것을 흡수하는 힘을 지녔어.”
“그건 알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빛, 마나, 물리력. 이러한 것들만이 아니라. 시간. 공간. 개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상식마저도 흡수할 수 있는 무서운 힘이지.”
“시간과 공간…… 그리고 개념과 상식……?”
시간과 공간은 얼추 알겠는데.
개념과 상식을 흡수한다는 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대단하다는 뉘앙스만 전해져 올 뿐.
“그리고 움브라의 그림자는…… 대상의 감각까지 흡수해.”
“감각을 흡수……. 오감을 지운다는 거야?”
“응. 섀도우 그놈은 그 어떠한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일 거야.”
“오감을 못 느낀다는 것치고는…… 내 말을 잘 듣기도 하고, 날 똑바로 보기도 하던데?”
“그건 그림자를 통한 간접 체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림자를 망막으로 삼아 흡수한 빛을 통해 시각을 대체하고. 고막으로 삼아, 흡수한 소리를 청각으로 대체한 거지.”
“……그럼 사실상 오감을 못 느낀다고 보긴 어렵지 않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는 건, 오감을 못 느낀다고 보긴 힘든 거 같은데.
“……아니. 달라. 그림자로 보는 세계와…… 본인이 직접 보는 건,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어.”
미미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엇보다 그림자를 통해 보는 세계는…… 지옥이야.”
“……미미르?”
미미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입술도 파르르 떨린다.
“그건…… 그냥 저주일 뿐이야.”
미미르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움브라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무래도 미미르와 움브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건 확실한 듯했다.
“그니까, 섀도우는 자신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 내게 그런 제안을 한 거라고?”
이전, 화엘리안 감옥 최하층에서 섀도우와 전투를 벌인 날.
그림자를 지운 미호를 보며, 섀도우는 광소했다.
당시에는 그냥 꺼림칙한 미소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건 ‘희망’에 찬 미소였다.
드디어 찾았다는 희망감에서 비롯된 희열의 미소 말이다.
“그것도 이유의 한 가지긴 할 거야.”
미미르가 조금은 안정된 표정으로 심호흡을 했다.
“움브라의 그림자는 대상의 생명. 수명도 흡수해.”
“수명까지……?”
“어. 말했잖아. 개념과 상식까지 흡수하는 힘이라고. 수명을 흡수하는 것 정도야 껌이지.”
“…….”
개념과 상식. 그리고 수명.
세 개가 어떤 우열을 지녔는진 모르겠지만, 이해가 안 되진 않았다.
“그래서 섀도우는 계승자에게 그런 부탁을 한 거야. 살고 싶어서. 살려면 움브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하니까.”
* * *
다음날 점심.
아델라, 순찬이와 함께 청색 마탑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정수아 비서님이 운전대를 잡고 있고, 그 뒤에 우리 셋이 나란히 앉아 있다.
“……아, 벌써부터 부담스럽네.”
중간에 앉아 있는 순찬이가 심호흡을 하며 넌지시 말했다.
벌써부터 긴장 돼 미치겠다는 표정이다.
도착까지 10분도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극성이다.
“그니까 미국에서 얌전히 다과회에 참석 했어야지 튀긴 왜 튀어?”
이전, 미국에서 퇴원하신 청색 마탑주님과 다과회를 한 날.
순찬이는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도망갔다.
그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순찬이까지 호출된 거다.
아니었으면 나랑 아델라 둘만 불렸을 거다.
“튄 거 아니거든?”
“아, 맞네. 희윤 선배랑 심야의 은밀한 랑데뷰를 즐기러 간 거였지?”
“……야, 말본새가 좀 야시꾸리하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상담을 좀 한 거지.”
순찬이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왜? 선배랑 잘 안 돼?”
“……엉. 선배 눈엔 귀여운 남동생으로 밖에 안 보이나 봐.”
“네가 귀엽다고? 자화자찬 좀 역한데.”
“……이 새끼가?”
순찬이의 눈동자에 아주 살짝 살의가 번들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세 웃음으로 변했다.
“아무튼 좀 그래. 계속 각을 보고 있긴 한데. 뭐, 아직 반년 정도 남았으니까 잘 해 봐야지.”
“아예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 버려. 진석 선배한테 물어보니까. 희윤 선배, 의외로 불도저 같은 남자한테 약하다더만.”
“……어? 진짜?”
“어. 진짜.”
“아, 맞아요. 희윤 언니. 자기가 강하게 나서는 건 잘 하는데. 반대로 당하는 덴 쥐약이에요.”
조용히 얘기만 듣고 있던 아델라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동생으로만 보고 있다면, 아예 대놓고 대시해서 강제로라도 널 남자로 인식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
“듣고 보니…….”
순찬이가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생각 좀 해 볼게. 조언 고마워.”
그렇게 말하곤 다시 생각에 잠겼다. 대시를 하는 것의 리스크와 리턴을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그려. 천천히 생각해 봐.”
나는 조언을 했을 뿐.
선택은 순찬이 몫이다. 선택에 따른 결과는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으니까. 순전히 순찬이의 탓이다. 고로, 모든 선택은 순찬이에게 달렸다.
‘순찬이 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이 이상 신경 써 줄 여력도 없고.’
지금의 내겐 순찬이의 연애에 신경 써 줄 만큼의 여유가 없다.
각성의 고리에 대한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그게 아니라도, 당장 이번 주 목요일에 백두산에 가야 하기도 하고.
‘아니, 각성의 고리고 백두산이고. 모레 다시 찾아 올 섀도우가 제일 문제지…….’
왜 그런 제안을 해서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지. 에휴.
‘미미르의 말 대로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문제긴 한데…….’
미미르가 한 말 대로면, 섀도우가 날 배신할 확률은 거의 없다.
섀도우도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는 문제이니만큼, 유일한 희망인 내 뒤통수를 칠 일은 없다.
‘근데 또, 아닐 수도 있단 말이지.’
미미르의 추측은 옳다.
아마 99.9%의 확률로 정답일 테지.
하지만 100%는 아니다.
0.1%의 확률로 섀도우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걸 생각하면 모레, 안전책으로 샤를 단장님이나, 아버지를 불러 두는 게 맞는데…….’
또 그럴 수가 없다.
섀도우는 잠입에 특화된 암부 격 간부다.
내 주위에 샤를 단장님이나 아버지가 대기 중이라는 걸 확인하면, 절대 내게 접근하지 않을 거다.
그럼 기껏 얻은 기회를 그대로 날릴 수도 있다.
그것도 흑색 마탑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말이다.
‘……골치 아프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거다.
99.9%를 믿고 섀도우를 기다릴까.
아니면 0.1%의 위기를 생각해서 보험책을 마련해 둘까.
솔직히 마음의 7할 정도는 섀도우와 거래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긴 하다.
근데 왠지 불안하단 말이지.
“흐으음…….”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나왔다.
“뭐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델라가 넌지시 내게 물었다.
아델라가 저렇게 먼저 화두를 던진 걸 보면, 내 표정이 꽤나 심각해 보인 모양이다.
“아니. 그냥……. 성취가 예전 같지 않아서.”
그냥 잡아떼기도 뭐해서 그냥 적당히 둘러댔다.
“……그런가요? 그런 것치고는…….”
아델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취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에 진심으로 의아함을 느끼는 듯했다.
“아하.”
그러다가 돌연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빛냈다.
그리고는 순찬이의 안색을 슬쩍 살피고는 조심스레 폰을 꺼내, 타이핑을 시작했다.
우우우웅-!
약 20초의 시간이 흘러, 내 폰이 울렸다.
[아델라 스테어트]아델라에게 온 문자였다.
혹시나 했는데, 진짜 나한테 문자를 보내는 거였구나.
[어제 사용하신 마법은 비밀인가 보네요.]문자에는 엉뚱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어제 사용한 마법?
[무슨 말이야?] [아뇨. 성취가 더디신 거 치고는, 영구동토에 비견되는 수준의 마법을 사용하시던데 싶어서요.]내 고개가 한층 더 기울었다.
내 반응에 아델라의 고개도 한층 더 기울었다.
뭔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
그렇게 다시 한번 반대로 고개를 갸웃한 아델라가 다시 타이핑을 시작했다.
[어제 점심쯤에. 암 속성 마법…… 이라고 해야 할지. 그. 되게 신기한 마법…… 사용하셨잖아요? 깜짝 놀랐는데…….]그 순간, 내 눈이 이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설마 섀도우의 그림자를…… 감지한 거야?’
주위를 서성이던 샤를 단장님은 물론, 온갖 교관님들이나, 이사장님도 눈치채지 못한 섀도우의 그림자를 아델라는 감지해 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