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8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88화(188/466)
“딱 한번만 더 말하겠습니다. 모습을 드러내세요. 암살자.”
아델라의 기세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장인이 직접 숫돌질을 마친 명검 같은 기세.
이전, 오픈 레이드 사건 당시보다 한층 더 선명하고, 예리한 기세였다.
훈련에선 볼 수 없는 위압감.
과연 신의 은총을 흡수한 희대의 천재라는 것일까.
2주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나올 생각이 없으시다면…….”
아델라의 눈동자가 금색으로 물들었다.
스테어트 가의 비전 마법, 심안이 완전 활성화되었다.
화아아아악!
아델라의 주위를 떠다니는 광탄의 광채도 한층 강렬해졌다.
눈앞의 불순물을 완전히 지워버리겠다는 기세로 찬연하게 빛난다.
“강경 대응하겠습니다.”
아델라의 광탄이 전 방위로 뻗어나갔다.
마치 상대방을 포위하듯이 퍼져나간 광탄.
쒜에에엑!
광탄은 허공을 향해 일제히 날아들었다.
그 광탄이 품고 있는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같은 5서클 마법사는 물론이고, 6서클 마법사들도 저 공격에 대응하는 건 힘들 테지.
지금 발한 아델라의 마법은 그 정도 수준의 것이었다.
“……쓰읍.”
그러나.
“이건 내 계획에 없었는데.”
상대는 6서클 마법사도, 7서클 마법사도 아닌 8서클 마법사.
아델라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난감하네. ……아우야. 네 친구 입 좀 무겁냐?”
샤를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샤를의 손에 집중되어 있던 마나가 사방으로 퍼졌다.
“뭐, 딱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긴 한다만.”
그리고 다음 순간, 아델라의 광탄은 순식간에 소멸했다.
샤를이 흩뿌린 마나가 아델라의 광탄을 감싸더니, 그대로 압력을 가해서 뭉개버렸다.
“……!”
아델라의 표정에 경악이 서렸다.
방금 전 샤를이 펼친 마법이 얼마나 규격 외의 것이었는지, 눈치 챈 것이다.
“……대마법사 급이에요. 도망가야 해요.”
빠르게 상황 파악을 마친 아델라가 내 손을 잡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괜찮아. 안 도망가도 돼.”
만약 내가 몸에 힘을 풀고 있었다면, 그랬을 테지.
“그래. 괜찮아. 나 나쁜 사람 아니거든.”
모습을 감추고 있던 샤를 단장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상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고 있다.
“아, 물론 특정 집단들을 상대로는 아주아주 나쁜 사람이 되긴 한다만, 그건 너네한텐 해당 사항이 없는 얘기고.”
그 상태로 터벅터벅 걸어 나온다.
어둠에 가려져 있던 샤를 단장의 얼굴에 서울의 온갖 조명이 비추었다.
“당신은…….”
아델라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두 눈동자에 가득하던 경계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당황이란 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 뭐야. 나 알아?”
아델라의 반응은 샤를이 누군지 아는 자의 반응이었다.
그렇기에 경계심이 사라지고, 당황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비공식 테러 대응 집단. 정식 명칭은 없음. 통칭 사냥개의 단장, 샤를.”
“뭐야. 진짜 알고 있네?”
샤를이 허허 웃었다.
“한국 같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학생이 날 어떻게 알아?”
비공식 테러 대응 집단.
비인가 용병 단체인 사냥개는 한국에서 그리 유명하지 않다.
당연하다.
한국은 딱히 전쟁과는 비교적 연이 없는 안전 국가다.
전 세계의 전쟁 지역을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고 다니는 사냥개에게 관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내 얼굴은 어떻게 아는 거야? 사진이고 뭐고, 남아 있을 리가 없는데.”
전쟁 용병이라는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신분의 노출은 죽음으로 직결된다.
그렇기에 사냥개의 단원들은 샤를 단장 본인을 포함해 그 누구의 정보도 공개되어 있지 않다.
“우연찮게 사진을 본적이 있습니다.”
“……씁. 위상철 그 양반이구만. 사진 가지고 있으면 다 지우라니까.”
샤를이 사납게 으르렁댔다.
“뭐,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인터넷에 유포된 거만 아니면 상관없긴 한데…….”
샤를이 ‘그래도 짜증은 좀 나네.’라고 중얼거렸다.
“흐음. 그나저나 이걸 어쩌면 좋냐.”
샤를이 오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지금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어쩌긴요.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죠.”
“……역시 그 방법 밖에 없겠지?”
“예.”
나와 샤를 단장님의 시선이 동시에 아델라를 향했다.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나와 샤를 단장님 사이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어.”
“거래…….”
아델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늘은 그 거래 건으로 나랑 할 말이 있으셔서 이렇게 찾아오신 거야.”
샤를 단장님과 나 사이의 관계는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델라에겐 미안하지만, 이 정도 밖에 말할 수 없다.
“……알겠습니다.”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건 많겠지만, 내가 이 이상 말할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고개를 끄덕인 걸 테지.
“그럼 이번 일도 대외비로 해 두겠습니다.”
“고마워.”
아델라의 넓은 아량과 이해심에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이번 일도?”
샤를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 작게 중얼거렸다.
“너, 뭐 쟤한테 비밀 같은 거 많이 흘리고 다니나 보다? ‘이번 일도’ 라고 하는 걸 보면?”
“……예, 뭐.”
나는 적당히 말을 흐렸다.
* * *
“그럼, 저는 먼저 파티장으로 돌아 가 있을게요.”
“미안.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게.”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보자고~”
아델라는 신하율과 샤를을 뒤로하고, 먼저 파티장으로 복귀했다.
둘이 따로 할 얘기가 있어 보여서, 눈치껏 자리를 비켜 준 것이다.
‘……사냥개의 단장이나 되는 사람이 일개 학생에게 얻을 게 있나?’
아델라는 파티장 로비 한편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신하율과 샤를.
샤를과 신하율.
전혀 생각치도 못한 조합이었다.
‘대체 뭘까.’
대체 용병이 일개 학생에게 거래를 제시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암만 생각해도 없는데 말이지.
‘사기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닐 테고.’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신하율이 사기를 당할 일은 없다.
사기를 당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닐 거다.
‘사냥개가 일개 학생을 상대로 사기를 칠 만한 단체는 아닐 텐데.’
비인가 용병 단체, 사냥개는 한국 내에서야 말로 그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타 다른 나라에서는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세계 최악의 범죄 집단인 흑색 마탑에 대적하기 위해 설립된 유일무이한 용병 단체.
다른 용병, 전쟁 기업들과 달리 선량한 시민들을 돕고, 정의를 실현하는 의적으로서 상당한 유명세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 존재들이 굳이 이 먼 한국까지 와서 일개 학생을 상대로 사기를 칠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진짜 하율이에게 뭔가 바라는 게 있다는 건데…….’
8서클 대마법사가 일개 18세 유망주에게 바라는 것이 뭘까.
아델라의 두뇌가 팽이처럼 회전했다.
거래라는 건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타인에게 얻기 위함이다.
그 말은 즉, 8서클 마법사에게 없고 신하율에게만 있는 것이 거래의 핵심이라는 말이 된다.
‘하율이에게만 있는 거라면…….’
천부적인 두뇌.
창조적인 마법 활용력.
천부적인 센스.
타고난 재능과 그를 뒷받침하는 노력.
그 외에 기타 등등.
‘너무 많은데…….’
신하율 만이 지닌 특별한 것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아니지. 이건 내 주관이야. 객관적으로 생각해야 해.’
세계의 그 누가 봐도 특별하다고 생각할 만한 것.
그런 게 뭐가 있을까.
결론은 금방 나왔다.
‘부적합자. 그리고 신안.’
신하율만이 지닌 특별한 것이라고 하면, 저 두 개 밖에 없다.
그리고 그중 부적합자라는 건 딱히 이점이 아니니 배제.
그럼 남는 건 하나 뿐.
‘신안.’
샤를이 신하율에게 접근한 이유는 신안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해.’
한국에 귀국한 직후를 노려서 접근한 걸 보면 더더욱 확실하다.
가설에 한층 더 신빙성이 생겼다.
‘그럼 이제 관건은 샤를 단장이 하율이의 신안을 통해 뭘 얻으려 하느냐인데…….’
아델라의 생각이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마땅한 가설을 세우고, 스스로 논파하며, 새로운 가설과 접합한다.
수십, 수백 개의 가설이 아델라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신안은 탐지에 특히 장점이 있는 마안……. 그렇다는 건, 하율이에게 뭔가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려는 건가?’
그렇게 꽤나 긴 시간이 흘러.
아델라는 하나의 결론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래. 그렇다면 샤를 단장이 은신을 한 상태로 접근한 것도 말이 돼.’
거래를 하는 데, 왜 굳이 은신을 한 상태로 접근해 온 건가 싶었는데.
신하율의 신안이 지닌 탐지력을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다면 납득이 된다.
‘그럼 뭘 찾아 달라고 할 생각일까?’
이건 그리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비인가 용병 단체, 사냥개.
다른 이름은 흑색 마탑 전문 처리반.
그들이 바라고 바라는 것이라고 하면 한 가지 밖에 없다.
‘흑색 마탑.’
수십 년 동안, 제대로 된 정보도 얻지 못한 미지의 범죄 집단 흑색 마탑.
그 마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신안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게 아닐까.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야. 그렇다면…….’
아델라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가속해나갔다.
* * *
약 4시간에 걸친 파티가 모두 끝나고.
자정이 지난 후에야 방에 돌아왔다.
방에 돌아오자마자, 가볍게 환복만 마치고 곧장 미미르의 서에 들어왔다.
피곤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에스’를 착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미르. 나 왔어.”
미호가 소파 한편에서 자고 있기에, 최대한 조용히 말했다.
“늦었네?”
엎드려 누운 채로 책을 읽고 있던 미미르가 그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얘기하다 보니까 좀 길어졌어.”
나는 그대로 미미르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 내 허벅지 위로 미호가 폴짝 뛰어올랐다.
“일어났어? 더 자도 되는데.”
미호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지금 내가 왔는데 잠이 문제냐는 듯, 교태로운 소리를 내며 운다.
“그래. 우리 미호밖에 없다.”
미호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어휴. 저 여우.”
“여우 맞잖아.”
“그니까. 맞는 말 했잖아.”
문득 미미르의 어깨 너머로 미미르가 읽고 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웬일로 바로 대답한다 싶었더니. 만화책 보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누가 들으면 내가 24시간 만화책만 읽는 줄 알겠네.”
“아니야?”
“아니거든? 그냥 계승자가 올 때마다 우연찮게 만화책을 읽고 있었던 거지. 만화책은 하루에 8시간 정도밖에 안 봐!”
“…….”
8시간도 충분하리 싶을 만큼 많은 거 같긴 한데…….
뭐, 본인이 저리 당당하면 할 말 없지.
“또 필요한 책 있으면 말하고.”
“지금 필요해.”
“……또? 어제 가져다 준 걸, 벌써 다 읽은 거야?”
100권은 넘게 준비해 줬는데.
그걸 벌써 다 읽었다고?
“아니. 만화책 말고. 현대 마법 관련 전공 서적.”
“아하.”
그쪽 말한 거구나.
그러고 보면 어제 구해다 준 책들 중엔 따로 현대 마법 관련 서적이 없었지.
“대충 어떤 종류? 그냥 저번처럼 적당한 유명 서적 모조리 구해다 주면 돼?”
“음. 일단 유명한 것들은 다 구해다 주면 좋고……. 그 외에 별도로 인공지능 AI 칩에 대한 서적들 좀 다양하게 부탁할게.”
“인공지능 AI 칩……? 그건 갑자기 왜?”
“현대 마법 기술의 결정체잖아. 학자의 피가 끓어올라서.”
미미르가 연구에 목마른 연구원 같은 눈빛을 지었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찬 탐욕스러운 눈동자였다.
“그런 이유면, 또 최선을 다해서 도와줘야지.”
나는 지식을 사랑하는 만큼, 지식을 사랑하는 자를 좋아한다.
저런 이유라면 구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가문 내에 따로 보관 돼 있는 극비 자료들까지 모조리 가져다 줘야겠네.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땡큐.”
미미르가 신난다는 듯이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 맞아. 미미르. 스승님의 스태프 있잖아.”
“그건 왜? 뭐, 결과 나왔어?”
“어. 나왔어.”
나는 아까 전, 샤를 단장님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너 기다릴까 봐, 최대한 빨리 온 건데. 쟤 감각이 저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나중에 올 걸 그랬네. 쩝.’
그렇게 화두를 끊은 샤를 단장님은 이어 이렇게 말했다.
‘네가 구해 달라 했던 스태프. 근 시일 내에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박물관 쪽이랑 얘기 끝났고. 이번 주 내에 계약서를 써서, 정식으로 양도받을 거래.”
얘기가 아주 잘 끝났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