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8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89화(189/466)
시간은 빠르게 흘러.
화요일이 되었다.
“미리 말했듯이, 오늘 훈련은 각자 자율 훈련으로 대체하면 돼.”
모든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아델라와 순찬이에게 오늘 훈련이 없음을 재고지했다.
“음. 나야 진짜진짜진짜 좋긴 한데. 그래도 돼?”
“뭐, 어쩌겠어. 선약이 있는데.”
“아, 그런 거였어?”
내 대답에 순찬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방긋 웃는 낯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크으. 아쉽네. 드디어 몸에 익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걱정 마. 너 없이도 빡세게 훈련 할 테니까.”
누가 봐도 설렁설렁 할 게 분명한 얼굴이었다.
“훈련 일정. 혼자서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거지?”
“당빠지.”
“…….”
미심쩍은데.
내 표정을 보고 순찬이가 코웃음을 쳤다.
“그 표정 뭐야. 나 못 믿어? 인마 나 지순찬이야, 지순찬. 한다면 하는 남자라고. 이거 서운하네.”
자신만만한 표정을 가장하곤 있지만, 두 눈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확실하다.
구라치는 거다.
대충 훈련하진 않을 테지만, 한계까지 쥐어 짜 내진 않을 생각이겠지.
아무래도 감독관을 두는 게 좋아 보인다.
“아델라. 순찬이 감독 좀 부탁해도 될까?”
“…….”
순찬이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대놓고 드러나진 않고 있지만, ‘조졌다.’ 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역시 설렁설렁할 생각이었구만.
어림도 없지.
내일 세계가 멸망해도 순찬이의 훈련 강도가 약해지는 건 참을 수 없다.
‘뭐, 아델라도 마음이 약해서 빡세게 굴리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정작용은 되겠지.’
뭐가 됐던 순찬이 혼자 훈련하는 것보다야 훨씬 훈련 효과가 좋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델라의 대답을 기다렸다.
“…….”
그러나 아델라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뭔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멍하니 터벅터벅 걷기만 할 뿐.
“아델라?”
“……네, 네?”
이제야 눈치 챈 듯, 깜짝 놀라며 답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아.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좀…….”
“뭐, 재밌는 논문이라도 하나 읽었나 봐?”
아델라가 저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길 일이라고 하면, 논문 정도밖에 없다.
“……예.”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어떤 논문인데?”
꽤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논문을 읽은 모양이다.
내 말을 듣지 못할 정도로 깊게 생각에 빠진 걸 보면.
“나중에 보여 드릴게요. 아직은 저 혼자 생각해 보고 싶어서…….”
마법 논문이란 건, 수학과도 같아서 무작정 답안지를 보는 것보다, 혼자 고찰해 보는 게 더 학습 효과가 좋다.
그래서 저런 말을 하는 거다.
내가 논문을 먼저 보면, 바로 답을 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항상 느끼지만, 참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니까…….’
아델라의 나에 대한 과대평가는 식을 줄 모르고 나날이 커져가는 느낌이다.
묘하게 부담스럽네 이거.
“그래. 그럼 기다릴게.”
나는 적당히 그렇게 답했다.
아델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왜 부르신 건가요?”
아델라의 말에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순찬이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조용히 넘어가길 바랐던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다름이 아니라, 오늘 자율 훈련이잖아? 그때 순찬이가 내 지시 사항을 잘 수행하는지 감시 좀 해 달라고.”
“……하느님.”
순찬이가 절망한 표정으로 신을 찾았다. 기적을 바라는 신도 같은 표정이다.
그렇게 훈련하는 게 싫을까.
막상 훈련을 시작하면 죽기 직전까지 잘만 따라 오면서 말이지.
싫다 싫다 하면서도 좋아하는 츤데레 성향인가?
뭐가 됐던 오늘도 순찬이가 극한까지 구를 걸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죄송해요. 오늘은 저도 따로 선약이 있어서…….”
“어?”
“어?”
나와 순찬이가 동시에 되물었다.
서로 다른 감정과 의미가 담긴 되물음이었다.
“선약?”
“예. 미리 말해주셨잖아요? 오늘 자율 훈련이라고. 그래서…….”
“할렐루야!”
순찬이의 눈에 희망이 가득 차올랐다.
“…….”
거울이 없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내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썩어 있을 테지.
아, 순찬이가 훈련을 편하게 하다니. 있어선 안 되는 일인데.
“큭큭. 걱정 말게나 친구. 내 오늘 최선을 다해서 극한을 추구하고 올 테니.”
순찬이가 묘하게 열 받는 사극톤을 구사하며, 내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히죽대는 입꼬리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일 보자…….”
“흥. 안 무섭거든? 이 이상 훈련 강도를 늘릴 수 없는 걸 아는데 뭘.”
이미 한계까지 짜 내고 있는데, 거기서 더 짜 낼 게 있냐는 듯.
당당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친다.
“…….”
근데 이게 또 맞는 말이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이미 훈련 강도는 한계치를 넘어서 있어서, 당일에 그 이상 굴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 이상 훈련을 하는 건 훈련이 아니라 그냥 고문일 뿐이다.
“큭큭. 이겼다.”
순찬이가 주먹을 꽉 쥐고 소리 죽여 환호했다.
“……그래. 이렇게라도 기뻐해라.”
나는 그런 순찬이를 바라보며 픽 웃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최선을 다해서 훈련할 거면서 말이지.’
순찬이는 태생적으로 농땡이를 부릴 수 없는 성정을 타고 났다.
나나 아델라가 감독을 보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나름 최선을 다하긴 할 거다.
“근데 오늘 되게 중요한 약속인가보다?”
순찬이가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내게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아니, 내가 이렇게 깝쳤으면 오늘 약속 파하고 널 죽이러 간다! 라고 말할 법도 한데. 너무 순순하길래?”
“……왜? 그렇게 해주랴?”
“야. 약속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남자가 한번 약속한 건 지켜야지.”
순찬이가 정색했다.
참으로 엄청난 태세 전환이었다.
“농담이야. 네 말대로 중요한 약속이기도 하고.”
오늘은 화요일.
섀도우가 다시 찾아오겠다고 한 날이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만남도 아닐 뿐더러, 피할 생각도 없다.
“그럼 난 먼저 가 볼게.”
“아, 엉. 잘 갔다 와.”
“……잘 다녀오세요.”
마지막, 내게 손을 흔드는 아델라의 표정이 무언가 묘했다.
* * *
인근 한적한 공원 내부.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변두리 벤치에 앉아서 섀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딱히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건 아니다.
그냥 오늘 찾아온다고 했기에, 최대한 조용히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를 택해서 기다리고 있을 뿐.
‘긴장되네.’
결국 섀도우에 대한 건, 샤를이나 아버지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나 혼자 만나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그 후에 필요하면 두 분에게 말을 하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하는 게 맞다.
약간 의심스러운 점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정말 얼마 안 되는 수준일 뿐.
사실상 묵살해도 좋을 수준의 극소한 의심이다.
그렇기에 나는 혼자서 섀도우를 만나, 얘기를 할 것을 선택했다.
미이-!
“왜? 더 쓰다듬어 달라고?”
물론 말이 혼자지, 진짜로 혼자 온 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인물이 인물인지라, 만에 하나를 대비한 예방책 정도는 세워 둬야 하는 법.
그 예방책으로서 나는 미호를 대동하고 왔다.
“착하다. 착해.”
미호가 내 품에서 재롱을 부렸다.
“만약 놈이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부탁할게.”
미호가 나만 믿으라는 듯이, 자못 근엄한 자세로 울었다.
물론 전혀 근엄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마냥 귀엽게만 보일 뿐.
“어유. 귀여워.”
그렇게 미호의 머리와 뺨을 쓰다듬고 있을 때였다.
미호의 기세가 변했다.
‘왔구나.’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포식자 특유의 살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여전히 감이 좋은 펫이군.”
섀도우 특유의 변조된 목소리와 함께 주위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서 펼친 결계보단 그 농도가 훨씬 옅다.
“CCTV에 찍히지 않고, 목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을 수준으로만 결계를 펼쳤다. 만약 도주할 생각이라면, 언제든지 도주할 수 있을 거다.”
섀도우의 말대로다.
지금 펼친 결계는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을 테지.
주위를 잠식하고 있는 그림자는 그 정도로 옅었다.
“저를 꽤나 믿으시는군요. 제가 주위에 아버지나, 청색 마탑주님을 대기시켜 뒀으면 어쩌시려고.”
“그땐 그때지.”
“예상 외로 대책이 없으시네요.”
“대책이 없다라…….”
섀도우가 다시금 신체를 감싸고 있던 그림자를 해제했다.
“그 말은 그대로 네게 돌려주마.”
그림자가 사라지고 드러난 민낯.
잘 쳐 줘야 초등학생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앳된 남자가 씨익 웃었다.
“나를 꽤나 믿는 모양이군. 오벨리스크 아카데미가 아니라, 이런 변두리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내가 다른 간부들을 대동하고 왔다면 어쩔 생각이었지?”
“……뭐, 그땐 그때죠.”
아까 했던 말이 반대로 재현되었다.
“그래. 결국 그런 거다.”
섀도우가 한 걸음씩 내게 다가왔다.
“우리 사이에서 대화가 성립하기 위해선, 서로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지. 너도 그걸 알고 있기에 이곳에 대기한다는 선택을 했을 터.”
“그렇죠.”
“그렇기에 나도 그 신뢰에 나름의 보답을 했을 뿐이다.”
옅은 결계.
만천하에 드러낸 얼굴.
섀도우의 몸짓 하나하나가 내게 싸울 의사가 없음을 어필하고 있었다.
“다행히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진 않은 것 같군. 신인혁도, 다른 간부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걸 보니.”
“예. 그런가 보군요.”
섀도우가 나와 3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그대로 그림자를 움직여, 본인의 체형에 맞는 작은 의자를 만들었다.
“내 제안에 대해, 3일 동안 잘 생각해 봤나?”
섀도우가 의자에 앉아 그대로 다리를 꼬았다.
“예. 수십, 수백 번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은?”
“제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나온 게 답 아닐까요?”
섀도우가 씨익 웃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예.”
섀도우가 그대로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정확히 세 번.
“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군. 아주 영리해.”
“글쎄요. 당신 같은 사람의 제안을 승낙한다는 건, 영리하다기보단 멍청한 거 아닐까요?”
“아니. 영리한 거다.”
섀도우가 꼬았던 다리를 풀고 날카로운 눈으로 내 눈을 응시했다.
“내가 보낸 시그널을 완벽하게 파악해 내고, 내 제안이 진심이라는 걸 읽었다. 어정쩡하게 영리한 자는 절대 파악하지 못했을 테지.”
섀도우가 다시금 두 번, 박수를 쳤다.
“다시 말하지. 너는 영리하다. 아마, 내가 본 사람들 중 두 번째로 영리할 거다.”
“……두 번째라. 묘하게 자존심 상하는 말이네요. 첫 번째는 누구입니까?”
“누구일 것 같지?”
“당신입니까?”
“틀렸다. 내게 나르시시즘 같은 건 없다.”
섀도우가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첫 번째는 흑마도왕이다. 그의 두뇌는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은 무언가다. 너와도 비교할 수 없어.”
“비교도 할 수 없다……. 그건 좀 자존심이 상하네요.”
“진실을 고한 것뿐이다. 너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말이다.”
“그렇게까지 단언하시니, 오히려 오기가 생기네요. 대체 어떤 점이 다르길래, 그렇게까지 단언하시는 건가요?”
영특함. 좀 더 폭넓게 보면 사람의 지능.
이는 우열을 가리는 게 굉장히 힘들다. 객관적인 지표로서 대상의 지능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헌데, 섀도우는 내가 흑마도왕 보다 밑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대체 무슨 기준점을 두고 저렇게 단언하는 것일까.
“내가 흑색 마탑에 입단하던 날, 흑마도왕에게도 너와 똑같은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같은 제안?”
“그래. 흑색 마탑에 속해, 일을 하는 조건으로 내 그림자를 소멸시킬 방법을 찾아 달라는 조건을 제시했지.”
섀도우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내 제안에, 흑마도왕은 뭐라 답했을 것 같나?”
섀도우가 히죽댔다.
너는 상상도 못하겠지.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내가 절대 맞추지 못할 거라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그림자의 정체에 대해 꿰뚫어 보기라도 했습니까?”
눈치 못챌 리가 있나.
“혹은 세상의 모든 걸 흡수하는 그림자. 그 그림자가 당신의 생명마저 흡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라도 했습니까?”
“……너.”
섀도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다.
“맞나보군요. 확실히 그가 초면에 그런 대답을 내 놓았으면, 대단해 보이긴 했겠습니다.”
섀도우의 제안에 그 자리에서 그림자의 정체를 꿰뚫어 본 흑마도왕.
반면 얼을 타고 있던 나.
당장 이것만 보면, 흑마도왕이 한 수 위라는 건 자명한 이치였다.
“……너도 알고 있었나?”
“예.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렇게 말해 두는 게 더 좋을 테지.
“당신의 그림자가 당신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은 물론…….”
나는 섀도우의 표정을 관찰했다.
나를 똑바로 보고는 있지만, 자세히 보면, 초점이 어긋나 있다.
아주 미세하지만, 의식하고 보면 못 파악할 정도는 아니다.
“당신의 오감마저 앗아가고 있다는 것까지.”
“……!”
섀도우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상 당황한 표정이다.
그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반응. 흑마도왕은 당신이 오감을 잃고 있다는 것까진 몰랐나 보군요.”
흑마도왕은 섀도우의 그림자가 대상의 생명력을 흡수한다는 것만 알고 있던 것이다.
“하긴. 그림자를 이용해 시각과 청각을 대체하고 있었으니,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당연하긴 합니다만.”
“너, 너…… 이 그림자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건가?”
섀도우의 눈과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기대감과 일말의 불안감이 섞인 오묘한 표정이었다.
“조금 전, 대답해 드린 거 같습니다만. 아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섀도우가 그 상태로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당신이 그림자가 어떻게 탄생한 건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그리고…….”
나는 그와 똑바로 눈을 맞추며 답했다.
“그걸 어떻게 떼 낼 수 있는지까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
나는 경악하는 섀도우를 바라보며, 그대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곤 그대로 살짝 눌러, 다시 의자에 앉혔다.
“자, 아셨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거래를 시작해 볼까요.”
말을 잃은 섀도우.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리를 꼬았다.
“어디 그쪽이 제안한, 흑색 마탑의 정보부터 들어 봅시다.”
“…….”
이번 거래의 갑과 을이 정해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