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9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91화(191/466)
우리가 흑마법사들을 비롯한 범죄자들에게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듯이.
흑색 마탑에서도 자신들만의 기준을 정해 우리 마법사들에게 등급을 매긴다.
그게 바로 방금 섀도우가 말한 위험인물 등급이다.
“제가 알기론 특 S급 위험인물은 각 마탑의 마탑주님 정도는 돼야 지정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겁니까?”
“아니. 네가 알고 있는 게 맞다. 보통 특 S급은 8서클 이상의 대마법사에 더불어 영향력이 큰 인물들……. 주로 마탑주들이나 각 명가의 가주들 정도는 돼야 지정되는 등급이다.”
즉, 마법적인 실력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까지 어느 정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야 특 S급 위험인물로서 지정된다는 말이었다.
“그런 특 S급 위험인물 리스트에 제가 올라가 있다고요?”
“그래.”
“이유가 뭐죠?”
“흠.”
섀도우가 잠시 말을 흐렸다.
뭔가 말하기 껄끄러운 듯한 모습이다.
“일단, 반 정도는 나 때문이다.”
“……제가 위험한 인물이라고 보고라도 한 겁니까?”
“그래.”
진짜 보고를 했다고?
“……의외네요. 저에 대한 건 보고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섀도우는 이전 화엘리안 감옥에서 도주할 때부터 내게 이 제안을 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금방 또 다시 만날 거다.’ 라는 말을 했던 거다.
때문에 나에 대한 건 보고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와 거래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흑색 마탑의 개입은 방해일 뿐이니까.
나에 대한 정보는 조용히 가슴에 묻고, 모르는 척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
“오해부터 정정하자면, 딱히 내가 보고하고 싶어서 너에 대한 정보를 마탑에 알린 건 아니다.”
섀도우가 작게 혀를 찼다.
“네 정보를 흑마도왕에게 제공한 건 헤르메스. 그날, 화엘리안 감옥의 시스템을 먹통으로 만든 다른 한 명의 간부다.”
헤르메스.
그날, 화엘리안 감옥의 시스템을 갈취하고, 트키쉬를 구속하고 있던 감옥의 세큐리티까지 완벽하게 해제한데다가, 외부와의 연락까지 완벽하게 차단한 해커.
“헤르메스라는 놈도 간부였군요.”
예상은 했지만, 역시 간부였나.
“네가 트키쉬의 영적 세계를 피한 것과, 내 공격을 막은 걸 CCTV 너머로 확인했다더군.”
CCTV가 살아있었다고?
“……시스템은 모두 다운된 상태였을 텐데요.”
“워낙 뛰어난 해커라서 말이지. CCTV 하나 정도, 살려두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하더군.”
“…….”
내 표정이 심각해졌다.
만약 헤르메스란 놈이 CCTV를 통해 그날 화엘리안 감옥 최하층을 줄곧 감시하고 있었다면…….
‘내가 아에스를 꺼내 입은 것도, 아에스에서 미미르의 서를 꺼낸 것도, 미미르의 서에 들어간 것까지 모조리 보였다는 말이 돼.’
내 비밀을 보였을 확률이 크다.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다.
내 머리가 단숨에 복잡해졌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좋을까.
“우리 둘 사이의 대화가 들린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시, 헤르메스가 보고 있던 CCTV는 단 하나. 추가로 꽤나 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목소리까지 전달되진 않았다.”
CCTV가 하나라고?
“CCTV의 구도는 어땠습니까?”
사건 당시, 전투는 섀도우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그렇다는 건, 헤르메스가 섀도우를 중심으로 볼 수 있는 CCTV를 선택해, 그걸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확률이 크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 위치는 섀도우가 서 있던 곳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이었어.’
청색 마탑주님에게 보호받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섀도우와는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즉, 내 위치는 헤르메스가 보고 있던 CCTV에 찍히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네 예상이 맞다. 헤르메스가 보고 있던 CCTV에 네 모습은 찍히지 않았어.”
빙고.
내 예상이 맞았다.
‘그렇다면 내가 아에스를 꺼내거나 미미르의 서에 들어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거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제 모습이 찍히지 않았는데. 어떻게 제가 트키쉬의 영적 세계를 피하고, 당신의 공격을 지운 걸 알고 있는 거죠?”
안심과 함께 새로운 의문이 솟았다.
“네 모습은 못 봤더라도, 내 모습은 봤으니까 말이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다.”
“아.”
헤르메스는 CCTV를 통해, 섀도우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구도상 나를 보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와 대치하는 섀도우의 모습은 확인했다.
그 모습을 통해 누군가가 영적 세계를 피했다는 걸 깨달은 걸 테지.
‘카메라의 구도나 섀도우의 반응, 표정 등을 생각하면 섀도우의 공격이 막힌 것도 확인할 수 있었을 테고.’
즉,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정황을 파악하는 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단 말이다.
“근데 그게 저라는 건 어떻게 안 거죠?”
하지만 알 수 있는 건 정황 뿐.
영적 세계를 피한 게 누구인지는 헤르메스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CCTV에 찍히지 않는 위치에 있던 건 저와 청색 마탑주님. 이렇게 둘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이면, 보통은 청색 마탑주님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당시 CCTV 바깥에 있던 건 나와 청색 마탑주님, 이렇게 둘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남았다는 걸 어떻게 확신한 것일까.
“그때의 상대가 청색 마탑주가 아니라 너라는 건 내가 말했다.”
“……당신이 말했다고요?”
“그래. 아까 말했을 텐데. 네가 특 S급 위험인물로 지정된 데에는 내 책임이 반 정도 있다고.”
나는 태연하게 답하는 섀도우의 표정을 보며 생각을 가속시켰다.
섀도우가 내 이름을 발설한 이유가 뭘까에 대해 생각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그때 당신의 반응을 생각해 보면, 청색 마탑주님이 남았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었겠군요.”
“그래. 공격이 막힌 것에 너무 크게 당황한 게 문제였다.”
만약 상대하는 게 청색 마탑주님이었다면, 공격이 막힌 걸로 그리 당황하지 않았을 터.
“아무런 반격도 받지 않고 도주에 성공한 것도 문제였지.”
“……청색 마탑주님이었다면, 그대로 조용히 돌려보내셨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네 이름을 꺼냈다. 거기서 괜히 청색 마탑주의 이름을 꺼냈다간, 내가 의심받았을 거다.”
이해했다.
모든 정황이 청색 마탑주님의 잔류가 아니라, 내 잔류를 증명하고 있었다.
섀도우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그래서 제가 특 S급 위험인물로 지정된 건가요?”
“그래. 트키쉬의 영적 세계를 피한 이레귤러임과 동시에 내 공격을 막아 낸 이레귤러니까 말이지.”
“……미지의 무언가이니만큼 한층 위험도를 높게 설정했다는 말이군요. 이해했습니다.”
나라도 같은 판단을 했을 것 같긴 하다.
전쟁에 있어 가장 무서운 건, 강력한 힘을 지닌 장수 보다 무슨 수를 쓸지 모르는 미지의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니까.
“특 S급으로 지정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상황에 따라 다르다만, 지금 네 상황이라면…… 필히 암살대가 파견되겠지. 그것도 끊임없이.”
“그건 제 실력이 다른 특 S급들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입니까?”
“그래. 다른 특 S급들은 자위수단……. 본인을 지킬 만한 능력이 충분하지만, 너는 그게 아니니 말이야.”
8서클에 오른 마법사들을 처리하기 위해선 최소 간부급이 동원돼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가.
세간에서 평가되길 6서클 마법사인 나는 간부급은커녕 준간부급으로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는 존재다.
섀도우의 말대로, 수시로 암살자가 파견되어도 그리 이상한 상황이 아니다.
“……상황은 다 이해했습니다. 한동안 제 신변 안전에 주의를 기울어야겠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지금의 내겐 꼭 필요한 천금 같은 정보였다.
나는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했다.
‘이거, 아무래도 비약이고 뭐고, 백두산행은 미루는 게 낫겠는데.’
흑색 마탑이 아예 본격적으로 날 제거할 생각을 품고 있다면, 서울 밖으로 나서지 않는 게 맞다.
제 아무리 비약이 급하다고 해도 내 목숨 보다 귀하진 않으니까.
“그럼 다른 정보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보는 이제 갓 하나를 얻었을 뿐이다. 본격적인 정보 수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흠. 다른 정보라. 뭐가 좋을까. 흑색 마탑의 거점에 대한 걸 말해주면 되나? 아니면 조직 구성원에 대한 정보. 또는 세계 각국에 숨어들어 있는 스파이에 대한 정보를 줘도 되겠군.”
섀도우가 으스대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거래 조건에 따라, 이 세 가지 정보 중 딱 하나만 먼저 제공하겠다. 뭘 원하지?”
저 세 가지가 섀도우가 지닌 핵심 정보라는 말이었다.
방금 말한 내 신변에 대한 정보와, 저 세 가지 정보 중 하나.
그렇게 해서 지닌 정보의 절반이라는 건가.
“……아주 합리적이시네요.”
반박할 여지가 없는 확실한 조건 수행이었다.
“세 가지 정보를 다 말해줘도 상관없다. 단, 그 전에 네가 내 그림자를 제거해 줘야겠지만 말이야.”
“……그건 사양해두겠습니다.”
“흠. 일단 내 정보가 진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이건가. 역시 철두철미해.”
사실은 아직 미호의 힘이 부족해서 섀도우의 몸에 자리 잡고 있는 ‘움브라의 그림자’를 떼어 낼 방법이 없는 것뿐이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말해 봐야 내 손해일 뿐이니.
“좋아. 그럼 어떤 정보를 원하지?”
“…….”
세 가지 정보 중 뭐가 제일 도움이 될까.
‘흑색 마탑의 거점.’
‘흑색 마탑 내부 구성원들의 정보.’
‘각국에 자리 잡고 있는 흑색 마탑 소속 스파이에 대한 정보.’
세 가지 정보 중 현재의 내게 가장 가치가 있는 정보는 무엇인가.
답은 금방 나왔다.
“……스파이들에 대한 정보로 하죠.”
전쟁을 함에 있어, 가장 위험한 적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적인 법.
일단 가장 먼저 처리한다면, 내부의 적들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
“역시 스파이에 대한 정보를 선택했나.”
내가 이 정보를 택할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섀도우가 미소 지었다.
“훌륭한 선택이다.”
* * *
‘자료가 자료이니만큼, 구두로 설명하는 것보단 제대로 서류로 만들어서 건네는 게 낫겠지.’
‘거래는 거래이니만큼, 내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지역에 잠입해 있는 스파이에 대한 정보까지 싸그리 모아주겠다.’
‘다만, 마탑의 눈을 피해야 하니만큼, 시간은 좀 걸릴 거다.’
‘대충 4일 정도면 될 것 같군.’
‘그럼 그때 또, 이 자리에서 보도록하지.’
섀도우는 그런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마치 아침에 해가 뜨며, 어둠이 걷혀가는 듯, 눈 깜빡할 사이에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중국까지 가다니…….’
섀도우가 사라진 뒤, 미호에게 부탁해서 물어보니. 그 찰나에 중국까지 이동했더라.
움브라의 그림자.
진짜 엄청난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뭐, 악신의 유물이니만큼 페널티도 막강하지만 말이다.
‘그걸 손에 넣고 난 뒤…… 내가 신화 마법으로 벼릴 수 있을까?’
움브라의 그림자는 이미 스승님께서 한번 신화 마법으로 만드는 데 실패한 유물이라고 했다.
그런 유물을 내가 매개체로 벼릴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은 없다.
스승님이 실패한 걸, 내가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테니까.
‘미미르는 대체 뭘 보고 나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한 거지?’
미미르도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단 말이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기숙사를 향해 걸어 나갔다.
‘아니, 그보다 내일 모레. 백두산행은 어떡해야 하나.’
솔직히 아까 전, 특 S급 위험인물 지정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까지 만해도, 백두산행은 취소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또 생각이 바뀌었다.
‘아. 그리고 암살자에 대한 건, 한동안 걱정 안 해도 된다. 일단, 다들 임무를 수행 중이라 네게 배치될 마땅한 인력이 없다.’
‘만약 임무를 미리 끝내고 복귀한 단원이 있어서, 널 제거하기 위해 움직일 기색이 보이면, 귀띔해 주지. 서비스다.’
아직까지 암살대가 준비되지 않은 데 더해, 만에 하나의 경우 섀도우가 직접 귀띔해 준다고 까지 했는데, 생각이 바뀌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백두산에 간다면, 진짜 지금 말고는 기회가 없을 거 같은데.’
내 고민은 점점 깊어져 갔다.
그렇게 터벅터벅 길을 나아가는 중.
“……미호야?”
돌연 미호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 상태로 한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그대로 내 품을 벗어나, 지면에 섰다.
그리곤 아장아장 걸어, 벤치에 앉아 있는 여성을 향해 다가가, 그대로 폴짝 무릎으로 뛰어올랐다.
“안녕 꼬마야. 너는 어디서 왔……. 꼬리가 다섯 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이 매력적인 여성.
“……아델라?”
“앗.”
아델라가 미호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묘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 아델라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는 아델라가 아니라, 아델라의 무릎에 위치한 미호를 바라보고 있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미호가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저렇게 친근하게 군다고?’
미미르, 아스란 왈.
나나 스승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따르지 않는 도도한 신수, 구미호.
미호가 아델라의 무릎에 앉아 하품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