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9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95화(195/466)
“……이야, 그럼 그 안에 넣은 물건의 시간은 정지되는 거야?”
“예. 안에 넣어 두면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처음 넣었을 때와 같은 형태와 상태를 유지합니다.”
“완전 개사기네.”
썬더 버드를 처리한 뒤.
우리는 육로를 통해 백두산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여기부터는 기상 변화도 매우 잦고, 몬스터도 자주 출몰하는 만큼 육로로 가는 게 더 안전하다.
썬더 버드의 소멸로 비행 몬스터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기도 했고.
여러모로 육로로 이동하는 게 이득이다.
뭐, 여기부턴 평양 쪽에 설치된 레이더의 감지 범위에 들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그 아티팩트는 어디서 얻은 거야?”
“이거요? 가문 내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고대 유물입니다.”
나는 아직까지 착용하고 있는 ‘아에스’를 부각시켜 보이며 답했다.
“고대 유물? 내가 아는 그 외견만 화려한 계륵?”
“예.”
“……그걸 사용할 수 있다고? 아니, 사용법을 안다고?”
“예.”
“어떻게?”
“우연히 얻은 고서적에 사용 방법이 적혀있었습니다.”
이미 아공간 마법에 대해 말한 순간부터 어지간한 정보는 감출 이유가 없어졌다.
핵심 정보를 공유했는데, 그 외 부가 정보를 감출 이유가 없으니까.
아에스에 대한 정보는 어지간해선 다 털어놓아도 상관없다.
물론 바이테너식과 관련된 정보는 최대한 숨기고 있다.
이건 아공간 마법 이상의 핵심 정보라서.
“고대 유물이 진짜 막대한 힘을 지닌 아티팩트였단 말이지…….”
샤를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내 로브를 이리저리 살피며, 외견에 감탄,
통짜 마나 섬유라는 데 한 번 더 감탄.
그냥 감탄의 연속이었다.
키에에에에에에-!
그때 몬스터 세 마리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시끄러워. 지금 집중하고 있잖아.”
눈살을 찌푸리기만 했을 뿐인데, 몬스터들이 납작하게 찌그러졌다.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저 정도 몬스터들에겐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는 거겠지.
“만져 봐도 돼?”
이글거리는 눈동자.
만약 눈빛만으로 물건을 태울 수 있다면, 내 로브는 한참 전에 잿더미가 돼서 사라졌으리라.
“예. 괜찮습니다.”
“땡큐.”
샤를이 천천히 내 로브에 손을 가져다 댔다.
마치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보석을 어루만지는 듯한 섬세한 손길. 샤를의 긴장과 떨림이 로브를 통해 내 신체로 전해진다.
“히야. 끝내주네.”
로브 안쪽을 슬쩍 들어 확인하고, 내부와 외부에 새겨진 마법식을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감탄.
사람이 새긴 게 아닌 것 같은 완벽하기 짝이 없는 술진에 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온 듯했다.
“고마워. 잘 봤어.”
샤를의 로브 탐사는 총 15분이나 이어졌다.
“뭐가 좀 보이나요?”
“아니. 전혀.”
샤를이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 로브가 내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은 무언가라는 건 알겠어. 대체 어떻게 저런 각인을 새긴 건지도 모르겠고. 그 각인의 구성식이나 원류도 모르겠고.”
이 이상 관찰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낸 듯하다.
“아무튼 좋은 구경 했어. 땡큐.”
“별말씀을. 뭐 신경 쓰이는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오케이 확인.”
샤를이 배시시 웃으며 검지와 엄지로 OK 사인을 만들었다.
키에에에에에엑!
“아, 쓰읍. 또야?”
그때 또 다시 몬스터들이 습격을 해 왔다.
샤를이 세상 귀찮다는 듯이 오른손을 허공에 후려쳤다.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육편으로 변해 허공에 흩날린다.
“주제 파악 못하는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다른 방향에서 날아들고 있는 몬스터들까지 단숨에 도륙을 내 버리고, 세상 귀찮다는 표정으로 혀를 찬다.
“보통 이 수준의 마나 방출이면, 지레 쫄아서 안 오는데. 백두산 출신 몬스터는 두려움이 없기라도 한 거야? 아닌데. 저번에 왔을 땐 안 이랬는데.”
계속된 몬스터들의 습격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오른 것이다.
“마나 방출량을 더 늘려야 하나. 아, 여기서 더 늘리면 그거야 말로 컨디션에 영향이 생길 텐데. 쓰읍…….”
몬스터들은 서로가 품고 있는 마나량을 통해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 만큼 상시로 마나를 뿜어내면, 어느 정도 어중이떠중이 몬스터들은 걸러 낼 수 있다.
근데 지금은 그게 안 통하고 있다. 무려 8서클 마법사가 대놓고 몬스터들을 쫓아내기 위해 마나를 뿜어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의 습격이 멈추지 않고 있다.
‘……백두산에 이상 현상이라도 발생하고 있는 건가?’
문득 과거 백령도 사건이 떠올랐다.
상식적으론 납득할 수 없는 이상 사태의 연속 발생.
그게 결국 영핵 폭주라는 사건으로 이어졌었지.
그렇다는 건, 지금 이러한 몬스터들의 습격도 뭔가 큰 사건의 전조가 아닐까.
백령도 사건 땐,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큰일이 생겼었으니 만큼, 지금은 좀 더 신중하게 상황을 파악해 봐야겠지.
‘샤를 단장님의 마나 방출에도 불구하고 잔챙이들이 겁도 없이 달려 들어오는 이유…….’
혹시 썬더 버드의 소멸로 백령도 자체의 파워 밸런스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건가?
아니, 그런 것치고는 주위 분위기가 너무 얌전한데.
생태계의 대격변이 일어났으면, 다른 두 랭크 외 재해종이 날뛰거나, S급 이상의 몬스터들이 날뛰는 등의 현상이 감지되어야 한다.
그런 게 없다는 건 그런 대대적인 변화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럼 왜…….’
나는 신안을 개안하고, 주위를 살폈다.
신안이라면 뭔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상한 건 없는데.’
그러나 신안으로 관찰해도, 이상한 건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한 건 조금도 없었다.
‘뭘까…….’
그렇게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중.
크르르르…….
몬스터의 으르렁 소리가 들렸다.
다 죽어가는 듯한 흐릿한 목소리.
“뭐야. 살아 있어? 쩝. 너무 대충 처리했나…….”
샤를의 마법에 빗겨 맞은 듯, 목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몬스터가 으르렁대는 소리였다.
“마지막 자비로, 더 고통스럽지 않게 편하게 보내줄게.”
죽기 직전의 몬스터.
샤를이 그런 몬스터에게 쐐기를 박아 넣기 위해 마나를 움직였다.
‘……저건?’
그때.
몬스터에게서 묘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잠시만요!”
나는 곧바로 샤를을 막았다.
“엉? 왜?”
“……잠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 좀 해 봐야 할 게 있어요. 설명은 그 후에 할게요.”
묘한 기운이라고 해야 할지.
여기서 느껴져선 안 되는 꺼림칙한 기운.
당장 이틀 전에도 느껴본 적 있는 질척한 마나.
“역시. 흑마법사의 마나…….”
“뭐?”
이 몬스터의 신체 깊숙한 곳에서 타락한 마나 특유의 더러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흐음. 애매하네.”
신하율과 샤를이 이동하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퍼레이드가 입술을 핥고 있었다.
“숫자는 둘. 한 명은 아예 마법을 사용하는 낌새조차 없어서 경지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 다른 한 명은 대충 봐도 최소가 7서클.”
신하율과 샤를에게 몬스터를 보낸 건 퍼레이드다.
B~D급 사이의 잔챙이 몬스터들에게 감각 공유를 걸어 둘에게 보내는 것으로, 두 명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근데 정보 수집이 썩 잘 되고 있진 않다.
한 명의 경지는 얼추 확인이 됐는데, 다른 한 명의 경지가 오리무중이다.
몬스터들의 습격에 대응하는 건 한 명.
계속된 습격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명의 마법사는 마법을 쓸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마법을 쓰지 않고 있기에 경지의 추측은 불가능하다.
“아. 귀찮게 하네. 이러면 귀찮긴 해도, 시력이 살아 있는 A급 이상의 몬스터들을 보내서 직접 목표물을 확인해 봐야 하나?”
몬스터들은 보통 마나를 통해서만 대상을 파악한다.
시각은 보통 퇴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감각 공유를 사용해도 시각을 통해 대상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시각이 있는 몬스터를 찾아서 테이밍한다면, 감각 공유를 통해 대상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대상의 모습만 확인되면 어느 정도 대상의 경지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 백두산에 시력이 온전히 살아 있는 몬스터가 있던가. 없던 거 같은데.”
하지만 문제는 시력이 살아 있는 몬스터가 흔치 않다는 것.
A급 이상의 몬스터들 중에선 시력이 살아 있는 몬스터들도 있긴 하지만, 그 마저도 흔치 않다.
“무작정 들이대기엔 너무 리스크가 큰데.”
자신이 노리던 펫.
썬더 버드를 죽인 원수인 두 명에게 복수하는 게 현재 퍼레이드의 목표다.
하지만 상대는 그 썬더 버드를 큰 어려움 없이 토벌했을 정도의 강자다.
섣불리 달려들었다간 역풍을 맞을 확률이 크다.
하물며 현재 퍼레이드는 이전 제 3마석 창고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모든 전력을 잃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몬스터는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상대가 8서클 마법사 둘이라면, 지금의 퍼레이드로서는 이길 수 없다.
‘계속 뒷짐 지고 가만히 보고만 있는 새끼의 경지가 관건인데…….’
다른 한 명의 경지는 최소가 7서클. 아니, 아마도 8서클.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불명.
‘냉정하게 생각하면, 남은 한 명도 최소가 7서클 급이라고 보는 게 맞아.’
끼리끼리 논다는 말도 있듯이, 한 명이 대마법사라면 다른 한 명도 대마법사일 확률이 크다.
‘근데 또 그런 것치곤 너무 얌전하단 말이야. 마치 호위 받는 사람처럼.’
아무리 나서기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연속된 습격에는 어느 정도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저렇게까지 가만히 있다는 건, 남은 한 명이 7서클 이상의 마법사라는 게 아니라, 아무런 힘을 지니지 않은 단순한 호위 대상이라는 말이 아닐까.
‘아니지. 호위 대상이 아니라, 상하관계일 수도 있어.’
현재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자가 8서클이고.
지금 계속해서 대응을 하고 있는 자가 7서클일 확률도 있다.
그렇기에 모든 대응을 한 명이 하고 있는 거고 말이다.
‘머리 아프네.’
퍼레이드의 고민이 점점 더 깊어져 갔다.
‘아예 가까이 가서 직접 확인해 볼까?’
아니, 그건 너무 위험이 크다.
자신의 은신 능력은 형편없다.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100% 들통난다.
“그럼 어쩔까.”
퍼레이드가 다시 한번 고민에 잠겼다.
지금 그냥 물러나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그냥 습격을 감행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고.
무슨 선택을 해도 뒷맛이 좋지 않다.
‘아, 이 방법이 있구나.’
그렇게 한참 동안 끙끙대며 생각을 하는 중.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근처에 남은 다른 한 마리의 랭크 외 재해종까지 테이밍한 뒤에 습격을 하는 거야.’
남은 한 마리의 랭크 외 재해종까지 테이밍하고 나면 현재 퍼레이드가 보유하고 있는 랭크 외 재해종은 총 3체가 된다.
그 정도 전력이면 8서클 마법사 둘이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다행히 그 둘은 다른 랭크 외 재해종을 노리는 게 아닌 것 같고.’
현재 두 명이 향하고 있는 곳은 정확히 백두산 방향.
남은 두 랭크 외 재해종의 서식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곳이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방해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이 방법으로 하자.’
남은 한 마리의 랭크 외 재해종까지 테이밍한 뒤에, 저 두 명을 처리하자.
퍼레이드가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 * *
그 후, 나는 몬스터에게서 감지한 타락한 마나에 대한 얘기를 샤를에게 털어놓았다.
“그럼 우릴 습격한 몬스터가 흑마법사에게 테이밍된 몬스터였다고?”
“예. 그래서 샤를 단장님의 기세에도 쫄지 않았던 겁니다.”
“……본능 보다 명령을 우선시했다?”
샤를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 말은, 상당한 수준의 몬스터 테이머라는 말이네?”
“예.”
몬스터를 다루는 건 어렵다.
제 아무리 뛰어난 테이머라고 해도, 몬스터들의 본능까지 억누를 순 없다.
하지만 우릴 습격해 온 몬스터들은 하나 같이 본능 보다 명령을 우선시했다.
샤를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잊고 무대포로 돌격해 왔다.
그 말은 즉, 몬스터를 다루는 흑마법사가 상당한 실력자라는 말이다.
“흑색 마탑에 소속된 몬스터 테이머 중에 이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라고 하면…….”
“예. 아마 이전, 미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던 흑색 마탑의 간부. 퍼레이드일 확률이 큽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샤를의 눈이 한층 더 날카롭게 변해갔다.
“이거, 기대도 안 한 곳에서 거물이 튀어나와 버렸네.”
흑색 마탑에 대한 증오와, 흑색 마탑의 간부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희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잘 어우러진 칼날 같은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