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9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97화(197/466)
[퍼레이드에게 지원 요청이 왔다.] [지원 요청지는 백두산.] [서울과는 그래도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그리 먼 곳도 아니니만큼 주의하도록.] [아마, 백두산에 서식 중인 랭크 외 재해종을 포획하기 위한 지원 요청일 뿐이라 생각한다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만약 놈이 서울로 가려는 기색을 보인다면 또 다시 연락하겠다.]문자는 거기서 끝이었다.
얼핏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뒷북으로 전달한 것 같지만, 아니다.
이 문자가 지닌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퍼레이드가 지원 요청을 했다고?’
퍼레이드가 지원 요청을 했다.
이 말은 즉, 퍼레이드는 여기서 물러 설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물러 설 생각이 없다는 말은, 우리를 타깃으로 삼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말과도 같다.
아니, 확률이 높다는 수준이 아닐 거다.
아마도 100%.
놈은 확실히 우리를 습격할 생각이다.
섀도우에게 지원을 요청한 게 무엇보다도 큰 증거다.
‘그 정도 테이밍 능력을 지닌 간부가 랭크 외 재해종 하나 상대하겠다고, 섀도우에게 지원 요청 같은 걸 보낼 리가 없어.’
간부 둘이라면, 상대가 어떤 경지이든 간에 상관없이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퍼레이드가 지원 요청을 보낸 게 섀도우라서 다행이야.’
만약 다른 간부에게 지원 요청을 했다면, 그땐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꼼짝없이 간부 둘과 싸워야 할 뻔했다.
‘하지만 지원이 섀도우라면 얘기가 달라.’
섀도우는 나와 손을 잡고 있다.
흑색 마탑 자체의 눈이 있으니만큼, 대놓고 퍼레이드를 배신할 순 없을 테지만, 은근히 우리 쪽을 돕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섀도우와 잘만 얘기하면, 여기서 퍼레이드까지 단숨에 처리할 수 있다.’
이건 기회다.
흑색 마탑에 소속된 간부들 중에도 한 손에 꼽을 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운 능력을 지닌 놈을 처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놈을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건…….’
일단 섀도우와 연락을 취하는 것.
이건 딱히 문제없다.
다행히 내가 건네받은 단말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내 쪽에서도 연락을 할 수 있다.
나는 곧바로 섀도우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그리고 남은 건…….’
빠르게 타이핑을 완료하고, 서서히 시선을 돌렸다.
“뭔데?”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 샤를 단장님.
‘샤를 단장님에게 섀도우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두는 것.’
섀도우와 연계해서, 퍼레이드를 처치하려면, 샤를 단장님에게 섀도우와 내가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
“샤를 단장님.”
“왜? 뭔데?”
“이 비밀 회선 단말은 흑색 마탑 간부, 섀도우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수단입니다.”
“……뭐?”
나는 샤를 단장님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모든 것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 * *
백두산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한 바닷가.
백두산에 자리를 잡고 있는 세 마리의 랭크 외 재해종 중, 남은 한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영역.
“진짜 징하다. 징해. 누가 방어의 신 아니랄까 봐. 적당히 좀 쓰러져 주면 안 될까? 친구야?”
퍼레이드가 세상 귀찮다는 듯이 뒷목을 긁고 있었다.
“네가 자꾸 그렇게 갑각에 숨고만 있으면, 내가 널 죽일 수밖에 없어. 응? 알아들어?”
퍼레이드가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수십 미터의 거대한 거북이 등딱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보석으로 세공한 듯한 아름다운 갑각 속에서 두 개의 등불이 찬연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등딱지 속에 감춰 둔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빛이었다.
“하. 귀찮게 하네. 저 빌어 처먹을 마법 방벽 때문에 등딱지 너머로는 마나를 넣을 수도 없고.”
눈앞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거대 거북이의 이름은 엘리시움 터틀.
랭크 외 재해종으로, 물을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는 거북이과 몬스터다.
특징은 등딱지를 중심으로 펼쳐진 강력한 방벽.
저 방벽을 뚫을 수 있는 마법사는 이 세상에 없다고 전해진다.
“야. 반격 안 해? 꼴에 랭크 외 재해종이면 방어만 하지 말고, 공격도 좀 하라고. 이 씹새야.”
퍼레이드가 중지를 펴들며 욕설을 퍼부었다.
무슨 놈의 몬스터가 공격은 안하고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는지, 아주 답답해 죽겠다.
공격을 해야 그때를 노려서 반격이라도 할 텐데 말이다.
“아오. 빨리 끝내겠다고, 초장부터 너무 강하게 나갔나. 이렇게 빨리 싸울 의지를 잃을 줄은…….”
거북이과 몬스터들이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전투본능이 옅긴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상대가 안 될 거 같아도 그렇지, 이렇게 1시간 내내 등딱지 속에 숨어 있기만 할 줄이야.
“넌 진짜 기회 되면 갈아 치운다.”
저딴 겁쟁이는 자신의 펫이 될 가치조차 없다.
퍼레이드가 이를 까드득 갈았다.
‘……뭐가 됐던 지금은 필요하긴 하지만.’
퍼레이드가 필사적으로 분노를 삼키고 심호흡을 했다.
일단 화가 나고 뭐고, 저놈을 테이밍하긴 해야 한다.
그래야 그 괘씸한 2인조 놈들에게 천벌을 내릴 수 있다.
감히 자신의 귀한 펫이 될 예정이었던 썬더 버드를 죽이다니.
만 번 죽어 마땅하다.
“후. 그래. 그렇게 웅크리고 있어라. 그러고 있어. 어차피 그딴 방벽. 섀도우만 오면 뭣도 아니야.”
퍼레이드가 그대로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혼자서 엘리시움 터틀을 포획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그나저나 이 빌어먹을 섀도우 새끼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지원 요청을 보낸 지 어언 3시간.
섀도우의 능력을 생각하면, 도착했어도 한참 전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왜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까.
[지원 요청 확인.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하겠다.]“씨발. 준비를 뭐 얼마나 하길래 이렇게 늦어?”
퍼레이드가 주저앉은 채, 다리를 마구 떨었다.
퍼레이드는 이렇게 멍하니 앉아 있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가만히 있는 걸 얼마나 못하는지, 섀도우가 ADHD가 아니냐고 한 마디를 했을 정도.
“씹.”
퍼레이드가 얼마나 인내심이 없는지는 지금 이 행동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빨리 와라. 이 새끼야.]아직 기다리기 시작한지 5분이 채 안 됐는데, 벌써 섀도우에게 재촉 문자를 보내고 있다.
몸이 근질 근질거려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
“아. 왜 답장도 안 해.”
그렇게 손톱을 질겅질겅 물어뜯고 있는 중.
우웅-!
때마침 섀도우에게 답장이 왔다.
퍼레이드가 환하게 웃으며 문자를 확인했다.
[지금 맡고 있는 임무에 문제가 조금 생겼다. 조금 늦을 것 같다.]그러나 문자의 내용은 퍼레이드가 기대하는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늦을 거 같다고?”
일이 생겨서 늦을 거 같다.
그 말은 즉, 이 지루한 시간을 더 버텨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썬더 버드를 죽인 괘씸한 2인방에게 천벌을 내리는 데도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씨벌…….”
퍼레이드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엘리시움 터틀을 노려봤다.
저 빌어먹을 거북이는 근 시일 내에 반드시 구워먹어 버릴 테다.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 * *
[네 말대로 일단 지원에 늦는다는 연락을 보냈다.]섀도우에게 문자를 보낸 직후.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작전의 숙지도 끝났다. 꽤 재미있는 작전이더군.] [지시를 따르겠다.] [단, 이번 도움은 계약과는 별개의 지원이니만큼, 빚이라는 걸 잊지 말도록.]문자는 거기서 끝났다.
“뭐라고 답장 왔어?”
“제 지시를 따르겠다고 합니다.”
나는 샤를 단장님에게 섀도우가 보낸 문자를 보여줬다.
샤를 단장이 빠르게 문자를 훑은 후, ‘그래…….’라고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미 두 번이나 물은 거긴 한데. 믿어도 되는 거 맞아?”
나와 섀도우의 거래 관계에 대한 건 짤막하게나마 모두 설명했다.
물론 움브라의 그림자에 대한 것들은 뭉뚱그려 설명하긴 했지만, 섀도우가 내게 바라는 게 있다는 건 확실히 전했다.
섀도우가 절대 날 배신할 리가 없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림자 자식……. 놈이 네게 뭘 원하는진 모르겠는데. 그게 흑색 마탑 전부를 적으로 돌릴 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하지만 샤를 단장님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다.
당연했다.
섀도우가 지닌 움브라의 그림자라는 특수한 존재에 대한 걸 모르는 이상, 납득이 안 될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이미 우리랑 두 번이나 싸웠던 전적이 있는 놈이야. 순순히 이쪽 말을 들을 것 같진 않아.”
제 3마석 창고에서 한번.
화엘리안 감옥 최하층에서 또 한 번.
총 2번이나 싸웠던 상대인 만큼, 더더욱 믿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너는 모를 수도 있지만, 악인으로 태어난 놈들은 죽을 때까지 악인이야. 개과천선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놈도 분명…….”
“압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악인은 끝까지 악인이다.
그런 당연한 진리를 모를 내가 아니다.
“그래서 더 믿을 만한 겁니다. 악인이 아니었다면, 이전까지 동료였던 자를 배신하는 게 힘들었을 테니까요.”
악인이기에 동료를 배신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거다.
악인이기에 더더욱 믿을 만하다.
놈의 바람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오직 나뿐인 이상, 섀도우는 절대 나를 배신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놈이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하나. 저밖에 없습니다. 놈은 저를 배신할 수 없어요. 저를 절대 죽게 둘 수가 없습니다.”
“…….”
내 단언에 샤를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졌다.
“……그게 뭔지는 말해 줄 수 없고?”
“예. 죄송합니다만, 이것만큼은 절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움브라의 그림자.
신화시대의 유물에 대한 건 어지간하면 말하고 싶지 않다.
이건 샤를 단장님은 물론, 아버지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
샤를 단장님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 눈동자를 통해 내 진심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보시려는 듯하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샤를 단장님과 눈을 맞췄다.
그렇게 눈 맞춤은 약 3분가량 이어졌다.
“……후. 그래. 어쩔 수 없지. 믿는 수밖에.”
내 눈에서 진심을 본 것일까.
샤를 단장님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휴. 말이나 안 하면.”
샤를이 나를 힐끔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얄미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래. 그럼 일단 말한 대로, 최대한 빠르게 약초부터 찾으면 되는 거지?”
“예.”
나는 품 안에 안고 있는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손길을 통해 내 마음을 읽은 듯, 미호가 지면에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곤 작게 울었다.
다시 안내를 시작하겠다는 신호였다.
“결행일은 내일 오후 6시. 정확히 24시간 남았네요. 그 사이에 라플라스를 찾고, 약속 장소로 이동합시다.”
퍼레이드를 격퇴하는 건 내일.
오늘은 라플라스를 찾는 데만 전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