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9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98화(198/466)
우리는 미호의 안내를 받아, 라플라스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얘 제대로 알고 가는 거 맞아? 왜 이렇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난리야?”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찾아 ‘헤매고’ 있다.
“백두산 내의 마나 밀도가 너무 높아서, 미로 같은 구조가 돼서 그래요. 대충 보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게 다 마땅한 길을 따라 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헤매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
미호는 제대로 라플라스를 뒤쫓아가고 있다.
“백두산 내부에 마나 감지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 당연히 나도 알지. 뭘 찾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뺑 돌아 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샤를 단장님은 백두산에 온 게 처음이 아니다.
그런 만큼 당연히 백두산의 불가해한 구조에 대한 것도 알고 있으실 테지.
“내 말은 헤매는 건 좋은데, 왜 아직도 백두산 초입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냔 거야. 그것도 왔던 길 또 오고. 갔던 길 또 가고…….”
“그게 라플라스로 가기 위한 최단 루트라서 그런 걸 겁니다. 아마도요.”
“아마도요. 이 지랄…….”
샤를 단장님이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4시간 지났는데. 이거 내일 18시 전에 찾을 수 있겠냐?”
샤를 단장님이 저렇게 한숨을 쉬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말이 라플라스를 찾고 있는 거지, 초입 구간을 무한 뺑뺑이 치고 있을 뿐이니까.
미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나도 살짝 답답할 정도인데, 샤를 단장님은 어떻겠는가.
“그냥 뭐가 됐던 천지 쪽으로 가 보는 게 낫지 않겠냐? 거기 가면 또 쟤가 다른 걸 감지할 수도 있고. ……물론 마나가 이 모양 이꼴이라서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진 모르겠다만.”
지금 실시간으로 미호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는 듯하다.
“딱히 걔 능력을 못 믿는 건 아니고. 백두산의 특성을 생각하면 일단 위치를 바꿔보는 것도 좋다는 말이야.”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이전에 섀도우를 감지해 낸 전적도 있겠다. 신뢰는 아직 두터운 듯하다.
“음. 아뇨. 그냥 이대로 두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미호의 표정은 여전히 당당하다. 일말의 의구심도 찾아 볼 수 없다.
미호는 확실하게 라플라스를 쫓고 있다.
여기서 뭔가를 더 하는 건 방해일 뿐이다.
‘미호도 생각이 있으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 테고.’
뭐가 됐던 라플라스를 찾을 수 있는 건 미호뿐이다.
뻘짓을 하던 뭘 하던, 미호가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게 맞다.
“……그래. 너도 뭐 나름 생각이 있겠지.”
샤를 단장님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말은 존중하지만, 답답하긴 하다는 표정이었다.
“초입이라 몬스터다운 몬스터도 안 보이고. 심심하네. 하아암.”
몇 시간이나 이어진 의미 없는 걸음에 졸음이 몰려온 듯.
목 뒤에 깍지를 낀 채 크게 하품을 한다.
눈에 살짝 눈물까지 맺힌 걸 보면, 진심으로 졸린 듯하다.
“아, 맞다.”
그러다가 뭔가 깨달은 듯, 눈을 빛내며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심심한 김에, 아까 약속했던 거. 지금 지키면 되겠다.”
“아까 약속했던 거요?”
무슨 약속을 말하는 거지?
그렇게 고개를 살짝 갸우뚱 기울였다.
그런 내 반응에 샤를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썬더 버드의 벼락을 막아 낸 비법. 전수해 달라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랬지.
염력으로 행하는 전자의 유도.
그 비법을 알려 달라고 했었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그걸 까먹어? 됐어. 안 가르쳐 줘. 아. 자존심 상해. 내 마법을 이렇게 무시한다 이거지?”
샤를 단장님이 입술을 살짝 내빼고, 구시렁거렸다.
자신의 마법이 무시 받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죄송합니다. 경황이 좀 없어서 그런 것뿐이지, 무시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됐어. 이미 삐졌어.”
나는 샤를 단장님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니, 안간힘까진 아닌가?
“제가 그 대단한 마법을 어떻게 무시합니까. 제가 본 마법들 중에 제일 대단한 마법인데.”
제일 대단한 마법.
그 말과 함께 샤를의 신체가 움찔 떨렸다.
“……진짜로? 내 마법이 제일 대단하다고 생각해?”
“예. 물론이죠. 이 시대에 존재하는 마법들 중에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이었다.
이 시대에 존재하는 마법.
그니까, 바이테너식을 제외한 마법 중엔 아마 최고일 거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크흠. 그,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내 시선을 통해 내 진심을 느낀 듯, 샤를 단장님이 부끄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그럼 내 마법에 대해 알고 싶어?”
“예. 대체 어떻게 염력으로 전자를 타격, 유도한다는 신기에 가까운 기예를 선보일 수 있는 건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신기에 가까운 기예……. 크흠. 뭐, 그런 수준의 마법이긴 하지.”
이어진 칭찬에 샤를 단장님의 표정이 단숨에 녹아내렸다.
의외로 되게 쉬운 사람이었다.
칭찬에도 약한 것 같고.
“좋아. 그럼 또 알려 줘야지.”
샤를 단장님이 으스대는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일단 염력 쓸 줄 알지? 아니, 써 봤지?”
“예. 기초 마법에 속해 있는 마법이니까요.”
염력은 나도 수차례 써 본 경험이 있다.
샤를 단장님의 염력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도 못 되는 어설픈 염력이지만 말이다.
“그럼 대충 알겠네.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에 등재된 기초 염력은 슈우우웅 이란 느낌이잖아?”
“……예?”
슈우우웅?
“근데 내가 사용하는 오리지널 염력은 사아아악! 이란 느낌이거든? 여기서 차이가 나오는 거야.”
“…….”
샤를이 신나서 뭐라 뭐라 설명을 이어갔다.
“이렇게 쇽! 넣는다는 느낌으로다가 염력을 사용하면…….”
하지만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슈우우웅이랑 사아아악이 뭔데?
머리에 물음표만 더 많아졌다.
그 후에도 샤를의 설명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대충 20분 정도일까.
“봐. 이런 식으로. 전자도 이렇게 유도가 된다는 거지. 알겠지?”
이내 모든 설명이 끝나고.
샤를이 ‘어때? 쉽지?’ 라는 표정으로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예. 알겠네요.”
알겠다.
아주 잘 알겠다.
“샤를 단장님이 전형적인 천재형 마법사라는 걸 아주 잘 알겠어요.”
“에이. 뭐 벌써부터 그런 칭찬을…… 낯부끄럽게.”
“칭찬 아닙니다.”
오로지 자신의 감에 의존하는 타입.
그런 만큼 타인에게 자신의 지식은 전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타입.
“샤를 단장님. 주위에서 설명 못한다는 말 자주 들으시죠?”
천재 중의 천재.
샤를 단장님은 그 과에 속한 사람이었다.
“……아, 아니이? 나 설명에 재능 있다는 말만 매일 듣는데?”
슬쩍 시선을 피하고 휘파람을 불며 답한다.
누가 봐도 거짓말임이 분명한 말과 태도였다.
* * *
그 후로 다시 시간이 흘러.
백두산 탐사에 들어선지 뒤로 어언 7시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아직 백두산 초입을 헤매고 있다.
“뭐야. 못 알아듣겠다는 것 치곤, 감 제대로 잡았구만. 역시 내 설명이 완벽했던 건가?”
그 사이, 나는 샤를의 마법을 습득하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름의 요령을 잡는 데 성공했다.
“……절대 아니니까, 어디 가서 또 그런 설명하지 마십쇼. 샤를 단장님의 위엄이 달린 문제라서 진지하게 충고하는 겁니다.”
혹시 몰라 말하는데.
샤를의 지도가 좋았던 건 절대 아니다.
내가 샤를의 마법을 수박 겉핥기로나마 흉내 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신안의 힘 덕분이다.
샤를이 시범으로 보여 준 마법을 신안으로 감지해서 분석, 그대로 실현한 거다.
물론 진짜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박 겉핥기 정도의 마법이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이거. 전자를 유도할 때. 힘을 조절하는 게 힘든데. 어떻게 하시나요?”
“아, 그건 스으으 라는 느낌으로 하면 돼. 너무 강하게 힘을 가하려고 하면, 도리어 반발하니까…….”
샤를의 천재식 설명법이 다시 시작되었다.
본인은 세상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설명을 듣는 나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를 말들의 온 퍼레이드.
“이해했지?”
“……예. 잘 들었습니다.”
나는 그 설명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아니, 듣긴 했지만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냥 흘려버렸다.
“진짜 천재는 천재시네요.”
샤를의 마법은 굉장히 감각적이다.
염력을 통한 전자의 타격.
이게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마법이었던 이유를 뼈저리게 느꼈다.
일단 힘을 조절하는 게 말도 안 되게 힘들다.
전자라는 아주 작은 입자를 아주 미세하게 움직일 정도로만 힘을 가해야 하는데.
이게 진짜 말이 안 된다.
이 컨트롤은 힘을 미세하게 조절한다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미지의 무언가다.
얼마나 어려운지, 나도 따라할 엄두가 안 날 정도다.
이걸 대체 어떻게 그리 자유롭게 하고 있는 거지?
‘보이지도 않는 전자를 정확히 타깃으로 삼아서 소수의 전자만 따로 움직인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이건 그나마 할 만하긴 한데.
지금은 준비 시간이 무한정 존재하는 연습 시간이라 되는 거지.
이건 초 단위로 목숨이 오가는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마법은…… 일단 저는 사용 못 하겠네요.”
“왜? 보니까 재능 있는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 정도로 감을 잡은 건 처음 봤어. 울 마담도 못했었고.”
샤를 단장님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마치 뉴비를 발견한 고인물 같은 표정.
혹은 이제껏 발견하지 못했던 동족을 처음 발견한 표정 같았다.
“아뇨. 감을 잡았고 뭐고, 전 못 씁니다.”
“왜? 거기서 조금만 더 감각을 연마하고. AI의 보조랑 합을 맞추기만하면 충분히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
말을 하다 말고, 샤를 단장님이 입을 다물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맞다…….’라고 중얼거린다.
눈치채신 것 같다.
“예. 저는 AI를 다룰 수 없습니다.”
나는 AI를 쓸 수 없는 부적합자다.
“……그랬지. 잊고 있었어.”
바이테너식은 생각을 통해 발현하는 마법이다.
그리고 그 얼마나 뛰어난 두뇌를 가진 자라고 해도, 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조절할 수는 없다.
이는 생각의 영역이 아니다.
이런 걸 계산하는 건 온전히 AI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나는 샤를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미안.”
“아뇨.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심코 부적합자인 걸 잊을 만큼, 제가 뛰어나다는 말이잖아요?”
“……그치. 솔직히 누가 널 보고 부적합자라고 생각하겠어.”
샤를 단장님이 쓰게 웃으며 답했다.
“아쉽네……. 익히기만 하면 분명 큰 힘이 됐을 텐데.”
“예. 저도 아쉽습니다.”
샤를의 말대로, 감각을 조금 더 끌어올리기 만하면, 전자를 핀포인트로 타격하거나 하는 건 가능할 거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AI가 없는 이상 실전에서 사용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아쉽지만, 포기해야겠네요.”
바이테너식에게 불가능은 없다고 했지만, 이것만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역시 미래 마법의 종합체답다고 해야 하나. 바이테너식 보다 뛰어난 점이 확실히 존재하긴 하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은 걸 배웠네. 이런 방식으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구나…….’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무언가를 컨트롤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
뭔가 사고가 한층 더 넓어진 듯한 느낌이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다.
“……어?”
그 순간, 무언가가 번뜩였다.
“왜? 뭔데?”
“보이지 않는 것을 컨트롤한다……?”
“……? 그게 왜?”
“보이지 않는 것…….”
내 머리가 팽이처럼 회전했다.
샤를의 말이 순식간에 지워졌다.
지금 내 머리를 가득 채운 것은, 지금 번뜩인 순간의 반짝임 뿐.
‘각성의 고리가 지닌 특이성. 이해할 수 없는 구조는 내가 마나를 마나로서 이해하려고 해서 그랬던 거 아닐까.’
공기는 수많은 구성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구성성분들 또한 수많은 원자와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는 말은 마나 또한 무언가 수많은 구성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 아닐까.
‘마나를 구성하는 특수한 성분들.’
지금까지 발견된 적도, 관찰된 적도 없지만, 마나 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마나 속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마나를 오로지 마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근원. 오리진.’
각성의 고리를 엮기 위해 필요하다는 근원의 마나란 그런 게 아닐까.
‘맞아. 이거야.’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방금 그 깨달음으로,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이 순차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비유하자면, 이미 수학의 모든 걸 통달한 수학자의 뇌에서 억지로 적출해 잊게 했던 ‘사칙 연산’이란 개념을 다시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부족했던 기초가 충족되며, 모든 게 해결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각성의 고리를 엮기 위해 필요한 건…….’
그렇게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캉!
미호가 작게 울었다.
“미호야? 뭔가 찾은…….”
미호에게 이유를 물을 새도 없었다.
번쩍-!
다짜고짜 터져 나온 밝은 빛이 백두산 초입 전역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