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9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99화(199/466)
이탈리아 인근 흑색 마탑의 17번째 지부.
섀도우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왜 답이 없지?’
현재 시간은 오후 2시.
신하율과 약속한 시간까지 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하율은 섀도우의 문자에 아직까지 아무런 답장이 없는 상태다.
이러니 섀도우의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건가?’
신하율의 연락 두절에 섀도우의 머리가 단숨에 복잡해졌다.
뭐가 됐던 현재 신하율은 퍼레이드와 같은 곳에 있다.
퍼레이드에게 무슨 일을 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퍼레이드의 제멋대로인 성격을 생각해 보면, 날 기다리다가 지쳐서 먼저 행동으로 옮겼을 확률도 없지는 않다.’
섀도우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신하율의 죽음은 곧 섀도우의 절망을 의미한다.
신하율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뿐인데, 심장이 마구 뛴다.
‘아니. 만약 퍼레이드가 행동을 개시했다면, 지금쯤은 내게 연락이 왔어야 한다. 이미 목적이 달성됐는데, 굳이 나를 불러서 빚을 질 필요는 없을 테니까.’
퍼레이드는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사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퍼레이드니만큼, 분명 일이 처리됐으면, 가장 먼저 섀도우에게 연락을 보냈을 것이다.
‘일은 나 혼자 알아서 처리했으니 안 와도 돼.’ 같은 문자를 바로 보냈을 테지.
‘그럼, 그냥 백두산 내의 마나 불안정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건가?’
백두산 내의 마나 불안정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신하율의 목적은 백두산 꼭대기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했으니만큼, 전파가 닿지 않을 확률도 적지는 않다.
일반 휴대 전화라면 모를까, 비밀회선 단말들은 대부분 마나를 통해 작동하는 만큼, 더더욱.
‘이게 맞는 것 같군.’
섀도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하율의 무사를 생각하자, 절로 머릿속이 차분해졌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조금 빠르게 현장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겠어.’
빨리 이동하던 말던, 퍼레이드에게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림자 이동의 이동 거리 대비 쿨타임을 생각하면…… 5시 정도에는 도착할 테니까.
1시간 정도 상황을 지켜보면 되겠지.
생각의 정리를 마친 섀도우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유지로는 러시아 정도가 적당한가.’
그렇게 천천히 그림자에 스며들어 갈 때.
“섀도우.”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 특유의 고음.
“어디 가시나요?”
지나가던 사람 100명에게 물으면, 100명 다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할게 분명한 미성.
그 목소리에 섀도우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내가 어딜 가는 지까지 일일이 보고해야 하나?”
섀도우가 그림자를 다시 수습하고,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150cm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키. 허리까지 오는 은발과 붉은 눈. 백인보다 훨씬 새하얀 피부.
알비노에 걸린 사람 특유의 새하얌을 뽐내는 여성.
“헤르메스.”
헤르메스.
그녀가 싱긋 웃는 낯으로, 섀도우의 앞에 섰다.
“음. 같은 간부 끼리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긴 합니다만…….”
헤르메스가 뺨에 손을 얹고,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쓰게 웃었다.
“서운하네요. 우리 사이에 이 정도도 말 못해 주시나요?”
“…….”
섀도우의 미간이 다시금 찌푸려졌다. 확실히 섀도우는 헤르메스에게 꽤나 많은 빚을 졌다.
헤르메스가 뭔가를 요구하면, 목숨에 지장이 없는 선에선 문답무용으로 요구를 따라야 할 정도로 말이다.
“……빚은 나중에 한 번에 돌려받을 거라고 들은 거 같은데 말이지.”
“예. 원래는 크게 되돌려 받을 생각이었습니다만…….”
아니, 비단 헤르메스에게 빚을 진 건 섀도우만이 아니다.
“트키쉬를 보고 마음을 좀 바꿨답니다. 빚도 살아 있어야 갚을 수 있는 거지, 죽어 버리면 말짱 꽝이잖아요?”
흑색 마탑에 소속된 간부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헤르메스에게 빚을 지고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헤르메스의 능력은 정보 수집에 탁월하다.
정보의 중요함을 아는 만큼, 다른 간부들의 지원 요청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정보를 전해 줄 때마다, 빚은 점점 쌓여갔고 말이다.
사실상 헤르메스가 본격적으로 빚을 갚으라 요구하면, 그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퍼레이드의 지원 요구가 있었다. 지금부터 그쪽으로 지원을 갈 생각이다.”
섀도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흐음. 퍼레이드의 지원이라……. 흑마도왕 님의 명령 외에는 어지간해선 아무 요구도 안 받는 당신이 지원을 가신단 말이죠?”
헤르메스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섀도우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뭔가 고양이 앞에 선 쥐가 된 느낌이었다.
“……퍼레이드의 전력을 모두 소모하게 한 덴, 내 책임도 없지 않아 있으니 말이지. 그 벌충을 할 겸 해서 가는 것뿐이다.”
“벌충. 명목상으론 확실한 이유네요.”
헤르메스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럴수록 섀도우의 식은땀은 더 흥건해져 갔다.
‘낌새를 챈 건가?’
헤르메스는 정보라는 측면에 한해선 세계 제일이다.
그런 만큼, 섀도우의 외도 행위를 눈치챘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제가 대신 가 드릴까요?”
“……네가 간다고?”
심지어 저 말.
그 헤르메스가 무려 자신이 먼저 나서서, 지원을 가겠단다.
확실하다.
헤르메스가 뭔가를 눈치챈 거다.
“그렇게 해 준다면 나야 좋지.”
섀도우는 당황을 감추고, 최대한 태연하게 답했다.
‘작전을 생각하면 무조건 내가 가야 하지만…….’
지금은 ‘내가 가겠다.’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섀도우가 지금까지 흑색 마탑 내에서 보여 온 모습들을 생각하면, 여기서 ‘내가 가겠다.’ 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의심의 씨앗이 된다.
여기선 이렇게 대답하는 방법 밖에 없다.
애초에 헤르메스는 본인이 직접 갈 마음이 1도 없을 테니까.
“흐음.”
헤르메스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섀도우를 노려봤다.
“농담이에요. 요즘 한창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고생이 많으신 거 같아서, 조금이라도 힘을 덜어드리고 싶은 건 사실입니다만……. 저도 임무가 있어서요.”
헤르메스가 작게 혀를 내빼고 웃었다.
“당신처럼 순식간에 백두산으로 이동할 방법도 없고……. 무엇보다 밖에 나갈 수도 없고요.”
헤르메스가 자신의 은발을 배배 꼬았다.
헤르메스는 백색증, 알비노다.
그녀에게 햇빛은 독일 뿐.
고로, 그녀는 어지간해선 밖에 나갈 수가 없다.
“흠. 간만에 산책을 할 겸, 갔다 오겠다는 말인 줄 알았다만, 농담이었나. 괜히 설렜군.”
섀도우가 다시금 태연하게 답했다.
역시 헤르메스는 섀도우의 속을 떠 보기 위해 그런 말을 했었을 뿐. 처음부터 진짜 갈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죄송해요. 그럼 임무 고생하세요.”
헤르메스가 싱글벙글 웃으며 섀도우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대로 섀도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역시 작네요.”
키가 150cm밖에 안 되는 헤르메스지만,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에서 성장이 멈춘 섀도우는 그보다 훨씬 작다.
“……싸움을 거는 건가?”
섀도우의 분위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설마요. 그냥… 묘한 동질감이 느껴져서 좋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걸까요. 간부들 중에선 당신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헤르메스가 섀도우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겼다.
“그니까, 충고 하나 드릴게요.”
헤르메스가 그대로 자신의 얼굴을 섀도우의 귓가에 가져다 댔다.
“당신이 이 세상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제 눈과 귀도 이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답니다. 항상 그걸 기억하시길.”
마치 섀도우의 배신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듯한 말이었다.
섀도우의 심장이 작게 떨렸다.
하지만 떨린 건 심장 뿐.
표정이나 몸짓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무슨 의민진 모르겠지만, 명심하지.”
섀도우가 여전히 태연한 표정과 몸짓으로 답했다.
“예. 꼭 명심하고 계세요.”
헤르메스가 싱긋 웃고는, 다시 섀도우의 어깨를 두 차례 두드리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럼 나중에 뵐게요.”
멀어지는 헤르메스를 섀도우가 한참 동안 바라봤다.
* * *
백두산 꼭대기, 천지.
우리는 총 10시간에 걸쳐 꼭대기에 도착했다.
“와, 진짜 천지를 다 와 보네.”
샤를이 진심으로 놀랍다는 듯이 감탄사를 흘렸다.
“천지까지 오신 건 처음이신가 보네요?”
“당연히 처음이지. 저번엔 중턱 정도까지밖에 못 왔거든. 애초에 여기까지 온 사람 자체가 몇 명 안 될 걸? 백두산의 마나가 워낙 기괴해야지.”
백두산의 마나 붕괴는 백두산을 미로로 만들기 충분했다.
산을 올라가고 있다가도, 돌연 내려가고 있고.
걷다 보면 갑자기 평지가 나타나고. 눈치 채고 보면 다시 산 초입이고.
그런 백두산이니만큼, 천지에 도달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내가 알기론 3명이 안 됐던 걸로 안다.
“얘가 대단하긴 대단하네. 초입에서만 7시간을 뺑뺑이 칠 땐, 솔직히 의심 많이 했는데.”
샤를이 내 발치의 미호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미호의 안내에 감탄한 듯, 엄지도 척 치켜올렸다.
미호는 그런 샤를의 따봉 따위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내 발에 몸을 비비고 있을 뿐이었다.
“도도하긴…….”
“죄송합니다.”
“뭐, 죄송할 것까지야 있나. 조금 부럽긴 하다만.”
샤를이 쭈그려 앉은 채, 미호를 최대한 가까이서 바라봤다.
만지려는 기색은 없다.
미호가 타인의 터치에 민감하다는 걸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다.
역시 좋은 사람이란 말이지.
“영혼의 길이라……. 범용성이 엄청날 것 같네.”
우리가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건, 미호의 능력.
‘영혼의 길’ 덕분이다.
효과는 대충 영혼을 벼려서 목적지까지 향하는 최단 루트를 만드는 것.
“딱히 범용성이 좋은 건 아니지 않나요?”
대단한 능력이긴 하지만, 범용성은 그리 좋지 않다.
일단, 백두산처럼 마나와 영혼이 모두 붕괴된 장소가 아니면 굳이 쓸 이유가 없다.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니만큼, 범용성이 뛰어나다곤 할 수 없다.
“범용성이 좋지 않긴. 전장에선 거의 치트키 같은 능력이구만.”
“아.”
전장.
집단과 집단이 수시로 싸우는 장소이니만큼, 수시로 마나와 영혼이 뒤틀려 있는 장소.
그런 곳에서 미호의 ‘영혼의 길’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전장에 한해선, 범용성이 뛰어난 게 맞긴 하네.
“뭐, 네가 전장에 갈 일이 얼마나 있겠냐만. 그렇게 따지면 범용성이 없는 게 맞긴 하지.”
샤를이 그대로 미호에게서 눈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나저나 천지로 오긴 했는데. 정작 중요한 약초…… 라플라스는 어디 있는데?”
그리고는 주위를 살폈다.
“라플라스는커녕 약초로 보이는 것도 없는데?”
주위는 아주 휑했다.
약초가 없는 수준을 넘어서, 그냥 생명체가 없다.
과연 죽음의 땅이라고 해야 할지, 그 흔한 나무 한 그루, 풀 쪼가리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라플라스는 저기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라플라스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하늘에 있다고?”
“네.”
라플라스가 있는 곳은 하늘.
대기 중이다.
“라플라스는 공기 중에 피는 꽃이거든요.”
“그게 그런 약초였어? 난 그냥 쓸데없이 비싸기만한 고급 약초인 줄만 알았지……. 또라이 같은 약초네.”
샤를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내가 가리킨 방향을 살폈다.
“……뭐야. 없는데? 마나가 감지되는 것도 없고.”
“안 보일 거예요. 말씀드렸다시피, 라플라스는 공기 중에 피는 꽃. 공기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진짜 또라이 같은 약초였구나? 그런 걸 어떻게 캐라는 거야? 위치 특정부터가 불가능할 거 같은데.”
“다행히 라플라스는 1미터 이내로 접근하면, 반응을 보입니다.”
“1미터 이내로 접근해……?”
샤를이 다시 시선을 내려 백두산 꼭대기의 자연 호수, 천지를 바라봤다.
과거 아름다운 푸른빛을 자랑했던 천지지만, 지금은 검붉게 오염된 죽음의 호수일 뿐.
“그건 좀 힘들 거 같은데. 천지 위에선 비행 마법은커녕, 수면보행 마법도 못 써.”
누누이 말했지만, 백두산의 마나 구조는 붕괴되어 있다.
그리고 백두산의 중심이나 마찬가지인 천지는 그 붕괴가 훨씬 더 심각하다.
여기는 마나가 미로를 이루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마나가 동결되어 있다.
마나가 동결되어 있기에, 비행 마법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비행 마법은커녕 수면보행 마법도, 그 외 기타 마법도 모조리 사용할 수 없다.
천지 인근의 마나는 그 정도로 일그러져 있다.
얼마나 심각하면, 이 근처에 몬스터들이 단 한 마리도 서식하지 않겠는가.
“저 방향으로 널 던져주는 것 정도는 가능할 텐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라플라스를 캐는 건 불가능할 테고……. 어쩌면 좋냐…….”
샤를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채집에 대한 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나는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어 앉아 미호를 쓰다듬었다.
“여기부턴 저희끼리 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