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0화(20/466)
내 일상은 1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하늘과 땅 차이가 날 만큼 변했다.
“신하율 학생. 트레이닝 룸, 몬스터 러쉬 훈련. 만점.”
“……신하율 또 만점이야?”
“미쳤네. 이번 훈련으로 세 번째지?”
제대로 클리어하는 것도 힘들었던 훈련들이 이제는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쉬워졌다.
2~3서클 유저들을 위해 준비해 둔 훈련이라서 그런가, 진짜 쉬워도 너무 쉬웠다.
“쟤, 지금 신체 가속 마법 쓰고 있는 거지?”
“그런 거 같은데? 저게 어딜 봐서 평범한 사람의 속도야?”
“그런 것치곤, 다른 마법에 변화가 없던데?”
“가속 마법을 조금 약하게 건 거겠지. 쟤 원래 신체 능력 또라이였잖아.”
“아, 그런가?”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다들 방금 전 내 움직임이 신체 가속 마법을 사용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거 안 썼는데 말이지.’
하지만 실제론 신체 가속 마법은커녕, 신체에 마나도 제대로 두르지 않았다.
그냥 순수한 육체 능력이다.
‘인피니티 서클이 좋긴 하네.’
인피니티 서클의 신체 강화 효과. 그 효과로 대충 내 신체 능력이 1.5배는 상승한 것 같다.
‘3서클이 되면 더 강해지려나.’
아마 강해지겠지.
이드레드의 서에 서클에 따른 신체 강화도 상승에 대한 정보는 없어서, 단언할 순 없지만.
인피니티 서클의 고순도 마나 순환이 신체 강화를 촉구한다면, 서클이 늘 때마다 신체 강화율이 배가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 나도 4서클 되면 메모라이즈 배워야 하나.”
“갑자기 왜?”
“아니. 신하율 쟤가 쓰는 거 보니까 되게 좋은 마법 같아서.”
“야야. 관 둬. 할아버지한테 물어봤는데. 메모라이즈 저거 그렇게 좋은 마법 아니래. 그냥 쟤 센스가 미친거라고 하더라.”
“아, 맞아. 우리 아빠도 그러더라. 메모라이즈가 아니라, 쟤가 지닌 비전 마법이 사기인 거라고.”
“그 비전 마법.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개변 마법이라던가? 그랬을 걸?”
바이테너식 마법을 감추기 위해 거짓으로 연출한 비전 마법.
마법식을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비전 마법에 대한 건, ‘개변 마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했다.
이 개변 마법에 대한 정보가 해외로 퍼지고 난 뒤, 해외에선 난리가 났다.
내 중간 종합 평가의 영상을 보고는 이 마법은 혁신이라며, 천금을 줘서라도 사고 싶다는 말을 전해 왔다.
덕분에 지금도 마도신가의 전화벨은 멈출 줄을 모르는 상태다.
“신하율 쟤, 이러다가 진짜 올림피아드 출전하는 거 아냐?”
“지금 이 포텐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다음 주 배틀 서바이벌 테스트에서 뻘짓만 안 하면 문제없을 걸?”
“와, 진짜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구나.”
“이걸 나락까지 갔다가 다시 기어 올라오네.”
사방에서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 굴곡진 인생사가 아주 흥미로운 모양이다.
뭐, 나쁜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 건 아닌 듯하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내 인생사가 흥미롭다는 건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쟤네들은 참 여전하네.’
나는 반대쪽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딱 봐도 꺼림칙한 오오라가 느껴지는 무리를 바라봤다.
“……재수 없는 새끼.”
“장애인 새끼가 별 지랄을 다 하네.”
“저거 어차피 곧 다시 추락할 거라니까.”
내가 좋은 성적을 내든 말든, 날 씹는 애들은 끝까지 날 씹는다.
쟤네는 내가 올림피아드에서 우승을 해도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씹어댈 거다.
100% 확신한다.
저런 놈들은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그냥 뒤에서 욕이나 해 대라고 놔두면 된다.
‘애초에 저런 놈들한테 신경 쓸 시간도 없고.’
저런 놈들한테 신경 쓸 시간에 내 단련에 신경 쓰는 게 훨씬 더 건설적이다.
‘다시 집중하자.’
나는 눈을 감고 두 개의 인피니티 서클에 전 신경을 집중시켰다.
심의의 고리와 공명의 고리.
같은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두 마나 엔진이 내 전신을 타고 회전한다.
‘공명의 고리의 진동값과 회전율을 각각 12.33%, 4.63%낮추고, 심의의 고리의 마나 순도를 8.98% 올린다.’
두 개의 다른 엔진을 완전히 동기화시키기 위해선 두 개의 성능을 완전히 하나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걸 위해서 각 인피니티 서클을 따로따로 커스터마이징해야 한다.
두근, 두근.
심장 박동과 맞춰 얼추 비슷하게 회전하는 두 고리.
4일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나아진 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비율도 아니네.’
말 그대로 나아졌을 뿐.
100% 동기화에는 못 미친다.
일치율은 대충 99%정도 일까.
“후우.”
나는 집중을 풀고 심호흡을 했다.
‘100%……. 진짜 어렵네.’
2서클 마스터.
공진의 경지는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친 난이도여서.
지난 4일 간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서클의 순환이라는 게 여러 요소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한 것이라. 뭔가 한쪽을 수정하면 다른 쪽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두 고리를 100% 일치시키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아, 조금만 더 하면 제대로 감을 잡을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게 내 공진의 경지로 가기 위한 시행착오는 훈련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 * *
5월의 둘째 주 토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체력 단련을 가볍게 끝마친 나는 모두의 경악과 탄성을 들으며 방으로 향했다.
‘아, 편의점 들러야지.’
오늘도 어김없이 방에 박혀서 인피니티 서클의 동기화를 위한 시행착오에 힘쓸 예정이라.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가볍게 요깃거리와 스포츠 드링크를 사 가기로 했다.
그렇게 목적지를 바꿔 편의점으로 걸어가던 중.
뜻밖의 인물과 조우했다.
“……신하율.”
백사혁.
백가의 장남으로 굳이 나를 위해서 사비와 수고까지 들여가며 최고의 무대를 준비해 준 산타클로스 같은 남자.
그가 이를 까드득 갈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주말인데 웬일로 집에 안 갔나보네?”
내 말에 그의 이 가는 소리가 훨씬 선명해졌다.
“아, 혹시 자숙 기간이라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거야?”
“……닥쳐.”
“하긴. 가문의 힘을 사적으로 그렇게까지 썼는데, 그 결과가 가문의 망신이었으니. 자숙 기간이 아니라도 눈치 보여서 집에 돌아가긴 힘들겠다.”
“신하율 너 이……!”
백사혁이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고 내게 달려들었다.
심지어 마나의 유동도 느껴진다.
‘이런 미친놈이, 고작 이 정도 도발에 마법을 써?’
내가 비아냥대긴 했다만, 설마 이 대로변에서 마법까지 쓰려 할 줄은.
‘붉은색.’
백사혁의 주위로 보이는 찰나의 붉은색이 내 망막을 가득 채웠다.
화 속성의 적색.
저렇게 이성을 잃은 상태의 백사혁이 쓸 만한 화 속성 마법이라고 하면, 그의 특기이자 가장 살상력이 높은 마법.
‘결론. 버닝 임팩션.’
3서클 근거리 화 속성 마법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마법이다.
하지만 위력이 강한 마법은 그에 따른 페널티가 있는 법.
나는 주먹을 그대로 올려쳐,
그의 오른팔을 위쪽으로 쳐냈다.
화르르르르르륵-!
백사혁의 손에서부터 시작된 폭발은 그의 손바닥이 가리키고 있는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이 새……!”
순식간에 무효화된 버닝 임팩션.
뭐라 뭐라 소리치려는 백사혁의 뒤로 돌아가 그의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처박았다.
“놔, 놔! 이 십새끼야!”
“너, 미쳤어?”
한층 더 힘을 줘서, 백사혁의 머리를 짓눌렀다.
“주위에 사람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인명 피해라도 났다간 그대로 감옥행이었어.”
“…….”
내 차가운 말에 그제야 이성의 끈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한 것인지, 백사혁의 반항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거기! 두 명! 무슨 일이지?”
조금 전 폭발의 소리를 들은 건지, 두 명의 교관님께서 허겁지겁 달려오셨다.
“신하율 학생과 백사혁 학생?”
“방금 그 마법은 뭐지?”
두 명이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본다.
“……시발.”
백사혁이 밑에서 욕설을 뇌까렸다. 나는 그런 백사혁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정자세로 서서 두 교관님께 인사를 했다.
“백사혁이 제게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뭐?”
“자세한 정황은 저기…….”
나는 길가 인근의 CCTV를 가리켰다.
“CCTV에 다 담겨 있으니,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래. 알겠다.”
교관님들이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발.”
바닥에 엎드려 있는 백사혁의 욕설이 작게 들렸다.
앞으로 자신이 받을 페널티에 대한 걱정보다는, 아버지에게 받을 질타를 걱정하는 것이리라.
“어째서……어째서 내가…… 왜……?”
처량하게 신세한탄을 하는 백사혁. 일말의 동정심도 일지 않았다.
‘자업자득.’
그 사자성어에 이보다 잘 맞는 상황은 없었다.
지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동정심 같은 게 아니라 미심쩍음과 경계심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비아냥에 살상 마법을 쓸 정도로 인내심이 짧지는 않았는데.’
나는 교관님들에게 부축 받아 일어서는 백사혁의 푹 숙인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상태면 뭔가 일을 저지를 수도 있겠어.’
아무래도 각별한 주의가 좀 필요할 것 같다.
* * *
백사혁의 무단 마법 사용 건에 대한 페널티는 곧장 결론이 났다.
워낙 증거가 명확하게 남았고, 교관이 직접 목격하기도 했기에 결론이 빨리 날 수밖에 없었다.
‘백사혁 학생에게는 벌점 10점을 부과한다.’
아주 의외였다.
마법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대로변에서 살상력이 뛰어난 3서클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고작 벌점으로 끝나다니.
피해자가 없었다고 해도, 최소가 퇴학으로 처리가 났어야 하는 일인데. 정학도 아니라 고작 벌점 10점이라니.
외부의 개입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이 병신 새끼야!
“……죄송합니다.”
백사혁의 전화기 너머로 백사혁의 아버지이자 백가의 현 가주.
백만식의 욕설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졸업하기 전까지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니까! 그 간단한 것도 못 지켜?
“……아닙니다.”
이번 백사혁의 사건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것은, 백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부터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 많은 기부를 하는 백가이기에 편의를 봐 준 것이다.
―이딴 걸 장남이라고…….
“죄송…합니다.”
백사혁이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바들바들 떤다.
오만가지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후. 다시 한번 말하겠다. 조용히 문제 발생시키지 말고 졸업하기만 해. 쥐 죽은 듯이, 어?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의 졸업장만 따 내라고.
“……예.”
백만식은 백사혁에게 거는 기대를 모두 접어 버렸다.
5년 전 유소년 대회 때의 일도 그렇지만, 이번 일로 보인 추태가 커도 너무 컸다.
―이번엔 정말 마지막 경고야. 만약 다시 한번 가문에, 네 동생에게 누가 될 만한 짓을 했다간…….
백만식은 굳이 뒷말을 잇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에 무슨 말이 올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병신 같은 새끼.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백사혁의 손아귀가 새하얘졌다.
손아귀에 힘을 얼마나 줬는지, 핏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을 정도다.
“동생에게…… 누가 될 짓을 하지 마? 하하.”
그 말은 사실상 백가를 동생에게 물려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동생이 이어받을 백가에 누를 끼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 말은 백사혁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어째서…….”
충격은 곧 살의로 변했다.
“이게 다 신하율 때문이야…….”
자신이 이렇게 된 건 모두 신하율의 탓이다.
그가 없었다면 자신은 장래가 유망한 백가의 정식 후계자로서,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영광스런 아카데미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을 것이다.
“신하율. 그놈만 없었으면……!”
백사혁의 눈이 살의로 붉게 충혈 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예상대로 신하율에게 원한이 많이 쌓였나보군.”
백사혁의 방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렝 스미스?”
족제비 같은 수염을 매만지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
“교관을 붙어야지 않겠나. 백사혁 학생.”
프랑스 출신 교관.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백사혁에게 다가갔다.
“신하율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나?”
백사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복……수?”
“그래. 복수.”
렝이 백사혁과 눈을 맞췄다.
두 명의 눈은 5cm도 떨어져 있지 않다.
“아주 달콤하고, 감미로운 복수를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렝 스미스의 주위에는 검은 마나가 일렁이고 있었다.
흑색 마탑의 상징과도 같은 타락하고 오염된 흑마법사 특유의 흑색 마나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