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0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00화(200/466)
“어떻게 하게?”
샤를이 내게 자세한 방법에 대해 물었다.
“음. 보시면 압니다.”
이건 설명하는 것보다 보여 주는 게 빠르다.
“미호야.”
나는 마지막으로 미호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미호의 신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와우.”
변화를 마친 미호를 보며, 샤를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새끼 고양이 크기에서 대형견 크기의 정도로 신체가 커졌고.
다섯 개의 꼬리는 훨씬 풍성해졌으며, 두 눈은 성체 특유의 날카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전, 화엘리안 감옥 최하층에서 마지막에 트키쉬를 씹어 삼킨 미호의 전투 태세였다.
“얼마 안 됐는데, 또 무리하게 해서 미안해. 부탁 좀 할게.”
미호가 나만 믿으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네 다리에 불길이 치솟았다.
반투명하게 빛나는 영혼의 불길이었다.
나는 그대로 미호의 등에 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려.”
샤를 단장님이 멍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가자. 미호야.”
미호의 네 다리에 일렁이던 영혼의 불꽃이 팽창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미호는 공중을 달려 나가고 있었다.
영혼의 불꽃을 이용해, 영적 세계를 달리는 미호만의 이동 기술이었다.
“후우. 확실히 여기가 훨씬 심각하긴 하네.”
백두산의 모든 기운은 이곳, 천지로 몰리고 있다.
즉, 모든 기운이 위로 쏠리고 있다는 말이다.
천지의 위쪽의 마나가 더 뒤틀려 있는 건 당연했다.
“미호 넌 괜찮아?”
미호가 자기는 아무 문제없다는 듯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호가 괜찮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내게 뭔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미호가 어떻게든 해 줄 테니까.
‘대충 10분 정도 버틸 수 있으려나.’
이 지독한 마나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끽해야 10분.
10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서서히 내 피부부터 썩어 들어가기 시작할 테지.
아마 15분이 지나면 내 살점이 껌처럼 끈적하게 변해서 지면으로 흘러내리지 않을까.
그 정도로 이곳의 마나는 심각했다.
이게 진정 마나가 맞기는 한 걸까. 그냥 독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나는 독기를 최대한 흡수하지 않으면서 호흡을 이어갔다.
그렇게 약 30초 정도가 흘러, 라플라스가 피어있는 곳에 도착했다.
“미호야.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부탁 좀 할게.”
나는 라플라스를 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외부의 마나는 모조리 배제하고, 오직 공기만을 흡수.
마나는 내부의 마나를 통해 내호흡을 돌린다.
그렇게 약 세 차례의 심호흡을 마친 뒤.
‘시작하자.’
나는 그대로 손을 뻗었다.
웅, 웅!
내 손에 닿은 라플라스가 환한 광채를 내뿜었다.
* * *
‘……난놈은 난놈이라니까.’
거대해진 구미호에 올라 탄 채, 라플라스의 채집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신하율.
그런 신하율을 바라보며 샤를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저 끔찍한 독기 속에서도 저렇게 태연하게 마나를 움직일 수 있다니.’
구미호의 변화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신하율의 실력이었다.
천지의 중심에서 저렇게 완벽하게 마나를 다루다니.
저게 어딜 봐서 18살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18살이라는 단어에 인지부조화가 올 것 같다.
‘대체 3년, 5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되려고 벌써부터 저러는 건지…….’
아마 신하율은 계속해서 최연소 기록을 갱신하며 성장할 테지.
10년 후에는 8서클에 도달해 있는 게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28세에 8서클은 좀 아닌가?’
소피아에게 인정받은 천재인 샤를이 8서클에 도달한 게 재작년.
샤를이 37세가 되는 해였다.
그것도 엄청 빠른 거였는데, 그보다 9년 빠르게 8서클에 도달한다?
솔직히 상상이 잘 안 된다.
20대에 8서클이라니.
‘아니, 쟤라면 또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상식적으론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만, 왠지 신하율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마담이 진짜 보는 눈은 확실하다니까.’
저런 천재를 한 눈에 알아 보고, 확실하게 지원하기로 한 소피아의 혜안에 다시금 갈채를 보낸다.
진짜 신하율을 후계자로 택한 것은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굳이 그렇게까지 신하율에게 모든 걸 걸 필요가 있냐고 물었던 샤를이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마도신가 계열사 쪽 주식이나 다 사 둘까.”
돈에 크게 흥미가 없는 샤를이지만, 당첨이 확실히 된 복권을 긁지 않을 이유는 없다.
마도신가의 차기 가주가 신하율인 이상, 마도신가의 주식은 100% 오른다.
아마 10년 이내에 10배, 아니. 여차하면 100배 이상으로 치솟을 테지.
‘내가 주식은 잘 모르긴 해도……. 저런 인물이 가주가 되는데, 주가가 오르지 않을 리가 없어.’
좋아. 일단 돌아가면 여윳돈은 다 넣어 두자.
샤를은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파아아아앗-!
그 순간, 신하율을 중심으로 빛이 폭발하듯이 일렁였다.
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눈꺼풀 너머로도 빛이 느껴질 정도.
그러한 강렬한 빛이 약 10초가량 이어졌다.
서서히 멎어가는 빛.
샤를이 천천히 눈을 떴다.
“와우.”
동시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저게 라플라스구나.”
신하율이 보물단지처럼 품에 껴안고 있는 약초, 라플라스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탄성이 터져 나온 것이다.
“외견부터가 범상치 않긴 하네.”
마치 하늘을 약초의 모양으로 뭉쳐 만든 듯한 몽환적인 형태의 약초.
반투명한 푸른빛을 뿜어내는 천상의 꽃이 또렷한 형상으로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 * *
백두산으로부터 동쪽 방향 해안가 쪽.
거대한 거북이. 엘리시움 터틀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후. 개 같은 새끼. 진짜 오지게 버티네.”
퍼레이드가 그런 엘리시움 터틀의 갑각 위에 한쪽 발을 올리고 쾅쾅 두드렸다.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과 몸짓이었다.
“그러다가 깨어나기라도 하면, 그땐 책임 안 진다.”
그런 퍼레이드의 뒤에서, 섀도우가 넌지시 한 마디를 던졌다.
“네 마법을 그대로 맞았는데, 잘도 일어나겠다.”
엘리시움 터틀은 섀도우의 그림자 마법을 직격으로 맞았다.
뭘 하던 일어날 리가 없다.
쾅! 쾅!
퍼레이드가 인내의 원한을 풀겠다는 듯이 마구 갑각을 내리쳤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마치 미사일이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물론 엘리시움 터틀의 갑각은 멀쩡했다.
저 정도 위력으로 문제가 생길 만큼 연약한 갑각이 아니라서.
움찔!
그때, 엘리시움 터틀의 거체가 움직였다.
“왁 씨발!”
그에 놀란 퍼레이드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설마 진짜 깨어난 건가?
고작 이 정도 화풀이로?
퍼레이드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씹. 놀래키고 있어.”
다행히 엘리시움 터틀이 움찔거린 건 찰나였을 뿐.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경고한 거다. 이 정도 수준의 몬스터가 되면, 내 그림자 마법으로도 100% 재울 수 없다.”
“……그걸 빨리 말했어야지. 이 빌어먹을 새끼야.”
퍼레이드가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전에도 말한 적 있다만. 탓할 거라면 처참한 기억력을 지닌 네 멍청한 뇌를 탓하도록.”
“뭐 이 새끼야?”
퍼레이드가 그대로 섀도우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널 씹어먹겠다는 듯한 살벌한 표정이었다.
“날 째려 볼 시간이 있으면, 어서 테이밍이나 해라.”
섀도우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세상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까짓 잡일로 날 부르다니. 쯧.”
“…….”
섀도우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에 퍼레이드의 표정이 풀렸다.
딱히 미안해하는 건 아니었다.
‘맞아. 빨리 이놈을 잡고, 섀도우를 그 2인조 쪽으로 유도해야지.’
이대로면 섀도우가 돌아가 버린다. 그 전에 모든 일을 끝마쳐야 한다.
그래야 감히 자신의 귀중한 펫이 될 예정이었던 ‘썬더 버드’를 죽인 2인조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
“그럼 난 먼저…….”
“에헤이. 왜 그러실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려고?”
퍼레이드가 웃으며 섀도우에게 다가갔다.
“날 위해 여기까지 와 준 동료를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지. 여기 또 기가 막힌 별미가 있거든. 백두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진미 중의 진미인데. 특별히 맛보게 해 줄게. 먹고 가.”
맛있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본적 없다.
하물며 다른 것도 아니고, 백두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별미와 진미다.
절대 거절할 리가 없었다.
“……진심으로 필요 없다.”
“……어?”
물론 이건 퍼레이드만의 생각일 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맛있는 것에 환장하는 건 아니다.
‘식사는 영양 보급을 위한 소모성 행위일 뿐.’
하물며 섀도우는 움브라의 그림자 때문에 미각을 잃은 상태다.
그런 섀도우에게 저런 제안이 통할 리가 있겠는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제법 흥미가 돋긴 하는군.”
하지만 이는 작전상, 거절해서 안 되는 제안이다.
너무나도 쓸데없어서 저도 모르게 ‘필요 없다.’ 라고 답하긴 했지만, 신하율과의 약속을 생각하면 일단 퍼레이드를 따라 가긴 해야 할 테니까.
“아, 그치? 그럼 그렇지. 음음.”
퍼레이드가 당황을 삼키고,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역시 맛있는 거 거절할 사람은 없다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오래 있을 생각은 없다. 다음 임무가 있으니 말이지.”
“아, 물론이지. 금방 준비해서 금방 먹여 줄 게.”
퍼레이드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가자.”
그렇게 퍼레이드와 섀도우는 백두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 * *
채집을 마친 후,
우리는 천지를 떠나 섀도우와 만나기로 한 동쪽 평지로 향했다.
채집을 마친 라플라스는 ‘아에스’ 안에 넣어버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미미르의 감독 하에 라플라스를 정제해, 라플라스의 눈물로 만들기 만하면 된다.
‘이제 석현 아저씨가 남은 소재를 구해 와 주시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돼.’
대충 다음 주 금요일 정도까지는 모든 준비가 끝나신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비약의 완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촤아아아아아아악-!
그때, 거대한 대검이 살점을 찢어내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샤를이 염력을 통해 몬스터를 찢어발기는 소리였다.
“아오. 타격 무효가 진짜 제일 까다롭다니까.”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자, 샤를이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거대한 고릴라의 시체가 보인다.
상체와 하체가 완전히 나뉘어, 따로따로 대지를 내뒹굴고 있다.
“미안. 오래 기다렸지? 타격 무효 몬스터라서 좀 걸렸어.”
“오래 기다리긴요. 그래 봐야 1분인데요. 고생하셨습니다.”
타격 무효라는 특수한 성질을 지닌 A랭크 1티어 몬스터 메탈 콩.
염동력을 주력으로 다루는 마법사들에겐 절망이나 마찬가지인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처리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방금 그 절단…… 염력을 활용하신 건가요?”
“어. 염력이란 결국 원거리에서 힘을 가하는 마법이니까. 최대한 응집시켜서, 칼처럼 벼리면 이런 것도 가능해.”
“……그렇군요.”
염력을 최대한 가늘게 응집시켜서 칼처럼 만든다.
말이 쉽지, 이 또한 전자를 유도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방법이다.
진짜 염력에 한해선 샤를 단장님을 능가할 사람이 없겠는데?
“그보다 슬슬 시간인데……. 안 오나?”
현재 시간은 오후 5시 57분.
섀도우와 약속한 시간까지 3분도 채 남지 않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놈을 유도해 와야 하는 일이니까요. 오차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천천히 기다리…….”
그렇게 말을 하는 중.
돌연 거대한 기세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단장님!”
“알아!”
샤를 단장님도 다가오는 무언가에 대해 눈치 챈 듯, 곧장 행동으로 들어섰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쏜살 같이 달려드는 거구를 염력으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염력에 반대로 튕겨나가, 그대로 지면에 가볍게 착지하는 거체.
“벨벳 타이거…….”
백두산에 살고 있는 랭크 외 재해종 중, 한 마리.
벨벳 타이거.
놈이 우리를 노려보며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쿵, 쿵!
그 순간 뒤에서 굉음이 들렸다.
마치 거인이 대지를 박차고 달려오는 듯한 소리.
나무가 수수깡처럼 쓰러지고, 그 사이로 보석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거북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시움 터틀.
남은 한 마리의 랭크 외 재해종이었다.
“이야,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여기서 우리 트키쉬의 원수를 다 만나네?”
엘리시움 터틀 위.
한 남성이 우릴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한 명은 초면이고. 한 명은 구면이네?”
흑색 마탑의 간부, 퍼레이드.
놈이 사나운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