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0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01화(201/466)
“나만 반가운가 봐?”
퍼레이드가 껄껄대며 웃었다.
“안 반가워? 사냥개?”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은 채, 엘리시움 터틀 위에 앉아 샤를과 신하율을 내려다본다.
거만과 자만으로 똘똘 뭉친 비틀린 눈빛이었다.
“말해 뭐 해. 당연히 반갑지.”
샤를이 사납게 웃었다.
“너 같은 쓰레기랑 만나는 건 언제든 환영이야.”
“오. 그래? 의외네. 우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냥개의 리더가 나를 환영한다니. 사실은 흑색 마탑에 소속되고 싶었다거나 그런 거야?”
두 명의 기세가 범상치 않다.
“물론이지. 사실 흑색 마탑에 들어가는 게 소원이었어. 그니까, 나 좀 본부까지 데려가 줄래?”
“으하하. 본부의 위치 정보만 빼 내고 튀시겠다?”
“이걸 눈치 채네. 돌고래급 IQ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사람 수준은 되나 봐?”
“……이 새끼가?”
샤를의 가벼운 도발에 퍼레이드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마에 도드라진 핏줄이 그의 빡침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봐. 이런 가벼운 도발에도 반응하잖아. 얼마나 멍청해?”
“…….”
샤를이 비아냥대고, 퍼레이드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퍼레이드의 반응이 썩 기꺼운 듯, 샤를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아무튼 널 환영한다는 건 사실이야.”
샤를의 분위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발할 것 같은, 그런 기세였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지구의 산소를 탐한다는 게 예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손수 청소할 기회를 주다니. 얼마나 기쁜 일이니?”
“……누가 개 아니랄까 봐, 아주 잘 짖네?”
퍼레이드의 마나가 팽창했다.
말로는 평정을 가장하고 있지만, 한껏 도드라진 혈관과 미세하게 떨리는 입가. 그리고 다소 붉어진 귀가 그의 분노를 잘 보여 주고 있었다.
일단 신경전은 샤를이 압도했다.
‘이전에 한번 싸워 봤기도 하고, 이렇게 도발하면 놈이 나를 타깃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저년은 내가 상대할 거야.”
아니나 다를까, 퍼레이드의 입에서 샤를은 자신이 상대한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샤를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놈은 네게 맡길게. 마침 너도 저놈과 악연이 있는 듯하고.”
그 순간, 퍼레이드의 옆에 그림자가 몽실몽실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인간의 형태로 응집되었다.
“……너. 저 둘이 여기 있다는 걸 알고 내게 지원을 요청한 건가?”
모습을 드러낸 섀도우가 날카로운 기세로 퍼레이드를 몰아붙였다.
“에이. 그럴 리가. 나는 정말 랭크 외 재해종을 잡는 데 도움이 필요해서 널 불렀을 뿐이야. 여기 저 둘이 있다는 건 몰랐어. 마나에 맹세할 수도 있어.”
퍼레이드의 말은 아주 교묘했다.
이곳에 무시 못 할 강자 둘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샤를과 신하율이라는 건 몰랐다.
고로, ‘저 둘이 여기 있다는 건 몰랐다.’ 라는 퍼레이드의 말은 진실이 된다.
고로, 마나에 맹세를 해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쯧. 여러모로 걸리는 게 많지만, 일단 믿지. 지금은 따질 상황이 아닌 것 같으니.”
섀도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혀를 차고는 신하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역시 섀도우야. 판단이 빨라서 좋다니까. 저놈은 맡겨도 되는 거지?”
퍼레이드가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내가 질 리는 없지만, 혹시 모를 일이니까.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지원 부탁해.”
샤를의 전투력은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8서클 마법사들 중에서도 상위권. 샤를과의 전투는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다.
‘만약 내가 압도하더라도, 기껏 잡은 애완동물들이 다 죽을 테고. 그건 좀 피하고 싶단 말이지.’
기껏 잡은 랭크 외 재해종 3마리를 잃고 싶지도 않고.
자존심이 상하지는 하지만, 섀도우에게 지원을 요구해 두는 게 낫다.
하물며 상대는 18살 남짓한 꼬맹이. 섀도우라면 1분 내에 순살을 낼 수 있을 터.
그 후에 둘이서 샤를을 압박하면, 아무런 손해 없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글쎄. 최대한 노력은 해 보겠다만. 지원을 가는 건 좀 힘들 것 같군.”
하지만 그건 퍼레이드 혼자만의 생각일 뿐.
“힘들다고? 뭐가?”
“저 남자. 신하율을 빠르게 처리하고 네 지원을 가는 거 말이다.”
퍼레이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니까, 저놈을 처리하는 게 힘들 거라고?”
“그래.”
“18살밖에 안 된 꼬맹이를 처리하는 게 힘들 거라고?”
“그래.”
“……하.”
퍼레이드가 코웃음을 쳤다.
“천하의 섀도우가 농담도 다 하고. 우리 많이 친해지긴 했나 봐?”
“농담 같은 게 아니다.”
섀도우의 분위기는 아주 진지했다. 농담 같은 건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네가 외부에 있을 때 정해진 일이라 모르는 것 같다만. 저 남자는 특 S급 위험인물로 지정되어 있다.”
“……뭐?”
퍼레이드가 놀라서 신하율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꼬맹이가 특 S급?”
“그래.”
섀도우가 한번 뜸을 들이고 말했다.
“저 남자, 신하율은 트키쉬의 영적 세계를 단신으로 파훼한데다가, 내 전력을 담은 공격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막아 낸 이단분자다.”
“트키쉬와 네 마법을 혼자서…….”
“그래. 오히려 지원을 요구하고 싶은 건 내 쪽이다.”
“…….”
퍼레이드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저딴 꼬맹이가……? 암만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되지만, 네가 이 상황에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을 테고…….”
“진실이다.”
퍼레이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작게 혀를 찼다.
“……오케이. 그럼 무리하게 지원을 와 달라는 말은 안 할게.”
퍼레이드의 마나가 허공을 반으로 베었다.
“이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쪽은 네가 알아서 해.”
쩌어어억-!
허공이 좌우로 벌어지고.
그 안에서 거대한 몬스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케팔로스를 테이밍했나.”
“그래.”
그린랜드에서 서식하는 랭크 외 재해종.
하늘을 달리고, 천지를 부수는 말. 부케팔로스.
놈이 백두산에 발을 디뎠다.
“전력으로 간다.”
그 뒤로 수많은 몬스터의 군세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절망이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뭐야, 겨우 그딴 게 전력이야?”
순식간에 주위를 가득 채운 몬스터들.
그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샤를이 코웃음을 쳤다.
“그거 참, 좆도 아니네.”
그리고 다음 순간.
쿠우우우우우우웅-!
샤를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샤를의 염력이 작용한 것이다.
“저 그림자 새끼는 네게 맡긴다!”
“예!”
신하율이 샤를을 뒤로한 채,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럼 나도 가보겠다.”
섀도우도 그런 신하율의 뒤를 쫓았다.
“그래. 잘 버티고 있어 봐! 내가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도우러 갈 테니까!”
사라져가는 섀도우를 힐끔 바라보며, 퍼레이드가 소리쳤다.
‘……글쎄. 그렇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만.’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잠기기 직전, 섀도우는 그런 생각을 했다.
* * *
샤를과 퍼레이드가 격돌하고 있는 곳으로부터 약 1km 가량 떨어진 곳.
나는 섀도우와 둘이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눈치챈 것 같진 않네요.”
“그 정도로 머리가 좋은 놈이 아니다.”
“예. 그래 보이네요.”
퍼레이드는 우리의 작전에 대해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
“맛있는 걸 먹여 준다고 하면서 백두산 쪽으로 유도할 땐 머리가 아팠다만……. 어찌어찌 잘 됐군.”
“……확실히 머리가 좋진 않네요.”
아니, 뭐 10살 남짓한 꼬마 유괴하는 것도 아니고.
맛있는 거 준다는 말로 사람을 꼬실 생각을 하지?
“아무튼 작전은 70% 가량 성공이라 봐도 되겠군. 이제 적당히 상황을 보다가, 네가 샤를 쪽의 지원을 가면 끝인가.”
이번에 내가 세운 작전은 이렇다.
먼저 섀도우에게 얻은 정보로 마땅한 조우 장소를 결정해, 거기서 만난다.
그리고 샤를 단장님이 퍼레이드를 도발, 1:1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섀도우는 나를 맡게 되고.
섀도우와 나는 따로 빠져 나올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섀도우가 퍼레이드에게 ‘신하율은 특 S급 위험인물로 지정되어 있다.’라고 말하는 게 포인트.
그 후, 한껏 불안스런 말을 쏟아 낸 뒤 나와 따로 전장을 이탈한다.
이렇게 해서 샤를과 퍼레이드의 1:1 구도가 완성되고.
나와 섀도우는 따로 빠져 나와서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후는 간단하다.
적당한 상황을 봐서, 내가 저쪽 전장에 끼어들면 끝.
‘섀도우는 도망갔다.’ 라고 말하면서 합류를 한 뒤에 2:1로 퍼레이드를 처리하면 된다.
“정확히는 그 후에 당신이 저에게 패배했다고 마탑 쪽에 보고까지 해야 작전 종료입니다.”
그리고 도주한 섀도우는 마탑에 이렇게 보고하는 거다.
‘백두산에서 신하율과 재전을 했는데, 패배했다. 지금의 나로서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강력했다.’ 하고 말이다.
“흠. 내 입지가 상당히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만, 그 정도는 감내해야겠지. 어차피 오래 있을 곳도 아니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
흑색 마탑이 날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오히려 반대다.
흑색 마탑은 나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기는커녕, 나를 방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내 입지보다, 네 안전이 더 중요하니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이유다.
흑색 마탑이 나를 제거하기 위해 행동을 하는 덴, 내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강하게 작용한다.
다른 특 S급 위험인물과 다르게 내가 따로 자위의 수단이 없기에, 제거할 수 있을 때 제거하자.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상황이란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섀도우가 저런 보고를 하면 어떻게 될까.
섀도우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는 보고를 한다면?
십중팔구 움직임이 소극적이 된다.
간부급도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처리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하고, 일단 내게 암살자를 보내는 건 보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게 이번 작전의 핵심이다.
“다시 생각해도 훌륭한 계책이군. 불은 더욱 큰 불로서 다스린다. 이건가.”
어차피 위험인물로 지정된 이상, 나는 흑색 마탑의 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나는 미래영겁 놈들의 타깃이다.
그렇기에 나는 놈들이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강력한 타깃이 되기로 한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놈들이 스스로 날 피하게 만들 수밖에 없으니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번 작전의 필수 조건은 너희 둘이 퍼레이드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놈이 살아남게 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
“예. 알고 있습니다.”
퍼레이드가 무사히 생환해 가면 높은 확률로 섀도우가 의심받는다.
섀도우가 현장과 증언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퍼레이드의 죽음이 필수다.
“그럼…… 현장 조작을 위해서라도, 싸운 척이라도 해야겠지.”
“예.”
추후, 흑색 마탑에서 파견될 조사원을 속이기 위해서라도, 전투 현장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제일 강하고 요란한 마법으로 부탁하지. 흔적이 많이 남으면 많이 남을수록 좋다.”
“알겠습니다.”
섀도우가 사방으로 그림자를 뻗었다.
“이쪽으로 쏘면 된다. 그럼, 내가 흡수한 마법을 증폭시켜서, 사방으로 뻗어 퍼트릴 거다.”
“당신의 그림자는 그런 것도 가능한가 보군요.”
섀도우가 픽 웃었다.
“내 그림자에 대해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었나?”
“세밀한 능력까진 모릅니다. 그 기원과 특성에 대해서 알뿐.”
“정직하군. 그래서 더 믿음이 가.”
섀도우가 다시금 작게 웃었다.
“그럼 어서 마법을 준비해라. 저쪽의 상황이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만, 미리 준비해 둬서 나쁠 건 없으니.”
“예.”
나는 그대로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섀도우가 펼친 그림자를 똑바로 마주하며, 깊게 숨을 내뱉었다.
‘공명(共鳴).’
공진은 추후 샤를 단장님과 합류했을 때 사용해야 한다.
고로,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건 공명뿐.
위이이잉-!
공명의 고리가 격렬하게 회전했다. 그 회전에 맞춰, 확장의 고리가 요동쳤고.
진리의 고리의 부속품 중 하나인 또 다른 공명의 고리가 회전했다.
그리고 그 회전은 이내 진리의 고리 전체를 뒤흔들었다.
말 그대로 공명.
이제는 공명을 하나 사용함에 있어서도, 모든 고리가 하나가 된 것처럼 회전한다.
“강력한 거 한 방 갑니다.”
“그래.”
섀도우가 가볍게 답했다.
내가 마법을 써 봐야, 얼마나 강력한 마법을 쓰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한 표정과 반응이었다.
‘글쎄.’
저 표정이 얼마나 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서서히 입을 열어, 주창했다.
“태양은 하늘 아래 둘 존재할 수 없고―”
영창 하는 것은 화 속성 마법.
영구동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두 번째 영창 마법.
‘헬리오스의 천마.’
태양을 품은 불꽃의 말.
불꽃으로 이루어진 말 한 마리가 투레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