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0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02화(202/466)
백에 가까운 몬스터들의 중심.
샤를이 여유롭게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고작 이 정도야? 별거 없네.”
“흥. 여유 있는 척하기는.”
그런 샤를을 보며, 퍼레이드가 비웃음을 흘렸다.
저건 진짜 여유가 있는 게 아니라, 여유로운 척을 하는 거다.
“너야 말로 별거 없는데? 짖기만 잘 짖고. 역시 개는 개일 뿐이라는 건가?”
퍼레이드가 조소했다.
전투가 무려 5분이나 이어졌음에도, 샤를은 아직 제대로 된 반격 한번 하지 못 하고 있다.
그러니 비웃음이 나올 수밖에.
“글쎄. 내가 마땅한 때를 위해서 힘을 아끼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
“그건 또 신박한 헛소리네. 마땅한 때? 뭐가 마땅한 때인데?”
퍼레이드의 눈이 빛났다.
동시에 벨벳 타이거와 부케팔로스가 동시에 샤를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아가리를 쩌억 벌리고 샤를을 씹어 삼키려는 기세로 달려드는 벨벳 타이거.
그리고 앞발을 들어올려, 그대로 찍어 내리는 부케팔로스.
“마땅한 때가 뭐긴.”
샤를이 한 손을 위로, 한 손을 오른쪽으로 들어올렸다.
콰아아아아앙-!
손바닥 위로 펼쳐진 무형의 장막. 염력을 이용한 장벽이 두 마리 몬스터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우리 꼬맹이가 그 음습한 그림자 새끼를 처리하고 돌아오는 때가 마땅한 때지.”
“……하.”
퍼레이드가 코웃음을 쳤다.
“그놈이 예상 외로 좀 치는 놈인 건 알겠는데. 섀도우가 그렇게 쉽게 쓰러질 것 같아?”
섀도우의 말에 따르면 신하율이 강한 건 사실일 테지.
하지만 제 아무리 신하율이 강하다고 해도, 섀도우는 그리 쉽게 쓰러질 만한 인물이 아니다.
“헛된 희망 품지 말고. 그냥 뒤져. 이 개새…….”
퍼레이드가 말을 하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느껴지나 봐?”
샤를의 미소가 짙어졌다.
저 멀리서 느껴지는 신하율의 기운에 웃음이 절로 난다.
‘마나량이 범상치 않다.’
퍼레이드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섀도우와 신하율이 함께 이동한 방향에서 느껴지는 마나량이 심상치 않다.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쟤가 내 위야.”
“……뭐?”
그런 퍼레이드를 보며, 샤를이 필사적으로 입꼬리를 비틀었다.
“신하율이 나보다 위라고.”
“저놈이…… 너보다 강하다고?”
거짓말은 아니었다.
샤를은 신하율의 호위.
위치상으로는 신하율이 위가 맞았으니까.
소피아도 그렇게 말했고.
‘거짓말은 안 했어. 거짓말은.’
물론 오해할 만하게 말하긴 했지만, 거짓말은 안 했다.
“거짓말 하지 마라. 어떻게 18살짜리 꼬맹이가…….”
“혹시 알아? 18살이 아닐지.”
이 또한 거짓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샤를은 신하율이 진짜 18살이 아닐 수도 있다고 누누이 생각하고 있으니까.
“…….”
샤를의 진실 어린 표정에 퍼레이드의 표정이 마구 떨렸다.
머릿속이 온갖 의심암귀로 가득 찼다.
신하율의 존재가 뭔가 거대한 괴물 같이 느껴졌다.
‘대체 뭐하는 놈이지?’
그리고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음이 울렸다.
‘섀도우와 놈이 이동한 방향!’
섀도우와 신하율이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발생한 굉음.
동시에 하늘 높이 불길이 치솟았다.
‘저건…….’
평범한 불길이 아니었다.
불꽃이 뭔가 특수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말……인가?’
말의 형태를 띠고 있는 불꽃.
하늘을 달리고 있기에, 천마라고 불러야 할까.
그것이 하늘에 우뚝 서서, 이쪽을 바라본 채 앞발로 지면을 비비고 있었다.
마치, 지금 당장 그곳으로 달려 갈 것이라는 듯이.
당장이라도 너를 불살라 버리겠다는 기세를 품고 사납게 콧김을 내뱉는다.
‘위험하다!’
그 형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 마법은 위험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피해야 한다. 퍼레이드는 확신을 품고 소리쳤다.
“엘리시움 터틀! 나를 지켜라!”
퍼레이드의 강력한 의지에 엘리시움 터틀이 반응했다.
모든 본능이 사라지고, 오로지 퍼레이드의 명령만 따르는 꼭두각시로 화한 엘리시움 터틀이 퍼레이드와 불꽃의 천마 사이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대로 등딱지 안에 머리를 넣고 방어 모드에 들어섰다.
‘제 아무리 대단한 마법이라고 해도 엘리시움 터틀의 갑각을 뚫을 수는 없다.’
심지어 엘리시움 터틀은 화 속성에 절대에 가까운 내성을 지니고 있다.
화 속성 마법은 절대 엘리시움 터틀의 방어를 뚫을 수 없다.
퍼레이드가 빠르게 엘리시움 터틀 뒤에 밀착하고 무게 중심을 낮췄다.
다음 순간.
히이이이이이잉-!
불꽃의 천마가 포효했다.
따그닥, 따그닥!
앞발로 두어 번 거칠게 지면을 쓸어내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륵-!
천마가 내달렸다.
세상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겠다는 의지를 품고.
태양을 뒤에 매고 있는 듯한 강렬한 화력.
천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
남은 거라곤 오로지 하늘을 흩날리는 잿더미들 뿐.
천마는 순식간에 퍼레이드와 샤를이 있는 곳까지 당도했다.
그리고.
화르르르르르르르륵-!
지옥이 펼쳐졌다.
단순히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었던 불꽃의 천마다.
그런 놈이 가만히 서 있다.
가만히 서서 주위를 노려보고 있다.
그 일대가 지옥으로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크윽!”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엘리시움 터틀의 보호를 받고 있는 퍼레이드의 피부가 타들어갈 정도였다.
‘신하율! 이런 마법을 쓴다는 얘기는 없었잖아!’
마법의 범위에 들어가 있는 건 샤를도 마찬가지.
퍼레이드 보단 낫지만, 샤를 또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열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땀이 흐름과 동시에 증발하며, 피부에는 소금이 눌러 붙은 흔적만이 남았다.
염력을 통해 어찌어찌 피해는 막고 있지만,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테지.
히이이이이이이잉-!
더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불꽃의 천마가 다시금 포효했다.
아직까진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듯, 힘차게 탭댄스를 추며 주위를 일주했다.
천마가 지나간 대지에는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지옥이 펼쳐졌다.
쿠에에에에엑!
키에에엑!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가 돌림 노래처럼 울렸다.
다들 전신이 불타, 짓이겨지며, 녹아내리고 있다.
A급 이하의 몬스터들은 어떤 특성을 지녔던 간에 상관없이 불타 내렸다.
‘초열지옥도 이 정도는 아닌데……!’
샤를이 이를 악물었다.
살아생전 이렇게 강력한 화염 마법은 처음이다.
아니, 단순히 위력이나 출력만이라면 초열지옥이 더 뛰어날 거다.
이 마법은 초열지옥보다 뛰어난 점이 단 하나도 없다.
‘근데…… 왜 이렇게 강력한 거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든 수치가 초열지옥 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초열지옥 보다 뛰어난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니.
‘이 구조는 대체 뭔데?’
무엇보다 이 마법의 구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격조차도 유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자가 바로 샤를이다.
화염의 유도는 얼마나 쉽겠는가.
샤를은 평범한 화염은 물론, 초열지옥까지도 완벽하게 무효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신하율의 마법은 아니다.
‘대체 어떻게 쓴 마법이길래 염력으로 유도할 수가 없는 거야!’
신하율의 화염 마법은 유도할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떤 형식을 통해 발동한 마법인지, 염력이 작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대로면 진짜 잿더미가 될 수도 있어!’
이대로 이 마법 내에서 버티는 건 무리다.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
‘다행히 이 마법은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어. 천마가 내게서 제일 멀어지는 순간. 가장 위력이 약해지는 타이밍을 노리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어.’
샤를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지금도 주위에서 난동을 부리는 천마를 관찰하며, 이탈 타이밍을 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약 10초가 흘러.
천마가 샤를에게서 가장 멀어지는 타이밍에 가까워져 갈 때.
“죄송합니다.”
“……!”
귀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너, 너……!”
신하율의 목소리.
샤를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그 전에 신하율이 먼저 움직였다.
빠르게 손을 샤를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열기가…….”
그 순간 열기가 모조리 사라졌다.
아니, 열기가 사라진 게 아니다.
샤를에게 전해지는 열기가 모조리 차단된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마법이 탄생해 버려서……. 샤를 단장님을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신하율이 다시 꾸벅 고개를 숙였다.
“…….”
샤를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딱히 신하율의 마법에 죽을 뻔했다는 사실에 분노로 말을 잃었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 것뿐.
“그럼 진짜…… 저 마법을 쓴 게 너라고?”
“음. 제가 쓴 마법은 맞는데, 애매합니다. 섀도우와 제가 같이 사용한 합동 마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합동 마법……?”
경악하는 샤를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신하율이 저 멀리 난동을 부리고 있는 불꽃의 천마를 바라봤다.
“마법의 이름은 헬리오스의 천마. 이전, 제가 사용하던 영구동토와 동격인 마법입니다.”
불꽃의 신화 마법의 잔재.
미호를 얻으면서 얻은 두 번째 영창 마법.
헬리오스의 천마.
그것이 마치 태양처럼, 꺼지지 않을 기세로 주위를 불태우고 있었다.
* * *
헬리오스의 천마가 탄생한 위치.
쑥대밭이 되어 버린 숲 한가운데서 섀도우는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헬리오스의 천마라…….”
전투 흔적을 조작하기 위해, 신하율의 마법을 흡수, 증폭해서 방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까진 좋았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신하율의 실력을 조작할 수도 있고.
섀도우의 도주에 명분도 만들 수 있다.
섀도우의 그림자가 마법을 증폭할 수 있다는 사실은 따로 흑색 마탑에 알린 적도 없었던 만큼 완벽에 가까운 작전이라 생각했다.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은.’
하지만 완벽하리라 생각했던 작전은 예상외의 변수와 함께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내 그림자로도 컨트롤할 수 없는 수준의 마법이란 말이지…….”
신하율이 사용한 헬리오스의 천마. 저 마법은 이상하다.
아니, 이상하다는 진부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괴한 마법이다.
‘분명 위력이나 출력은 내 그림자로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막상 흡수하려고 보니, 흡수할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도 없었다.
그냥 제대로 흡수가 안 됐고, 컨트롤도 안 됐다.
‘덕분에 작전이 완전히 어긋났군.’
컨트롤이 불가능했기에, 주위에 알맞게 전투 흔적을 남기는 게 불가능했다.
작전은 완전히 어긋났다.
‘물론 더 좋은 결과로 수렴하긴 했다만.’
여전히 힘을 잃지 않은 채, 주위를 불사르고 있는 헬리오스의 천마.
저 무시무시한 놈을 이 근처에 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타이밍에 내 상황을 단숨에 포착하고, 퍼레이드 방향으로 쏘라고 소리친 신하율에게 감사해야겠군.’
신하율의 충고가 아니었다면 정말 모든 작전이 꼬일 뻔했다.
‘만약 저놈을 이 근처에 해방했다면…….’
신하율의 말도 안 되는 마법을 본 퍼레이드는 도주했을 것이고.
그렇게 됐으면 신하율의 목적은 반만 달성한 채 끝났을 테지.
섀도우 또한 여러모로 난감한 처지가 되었을 테고 말이다.
다시 생각해도 참 다행이었다.
‘그럼 나도 슬슬 움직여 볼까.’
섀도우의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마가 남기고 간 잔재, 불꽃을 한 덩이 쥐어들었다.
치이이이익-!
그 상태로 불꽃을 자신의 신체에 가져다 대, 화상을 만든다.
3도 화상은 가벼울 정도의 끔찍한 열상이 섀도우의 전신을 가득 채웠다.
신하율과 전투를 하다가, 이길 수 없어 도주했다는 보고를 해야 하기에, 그 흔적을 만드는 것이었다.
“신하율.”
통증 따위 없다.
그림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통증은 있지만, 딱히 대수로운 고통은 아니다.
섀도우는 불타 녹아내리는 자신의 피부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나는 네게 보여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신뢰를 보였다. 다음은 네 차례다.”
이내 전신에 화상을 모두 채워 넣고, 불꽃을 다시 떼어 낸 후.
섀도우는 그림자로 자신을 감쌌다.
이제부터 섀도우는 본부로 돌아가, 지금 있었던 전투 내용을 거짓으로 보고하고, 조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작전은 무사히 종료.
모두 신하율이 바라는 대로 된다.
그렇게 되면 이제 섀도우가 그 보답을 받을 차례다.
‘그럼 보답으로 어떤 요구를 해 볼까.’
섀도우가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며, 씨익 웃었다.
‘그럼 이만 작별이다. 퍼레이드.’
그렇게 서서히 그림자에 먹혀 사라져가는 섀도우.
그림자 너머로 보이는 시야로 퍼레이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부터 열까지, 딱히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퍼레이드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걸 끝으로, 섀도우는 백두산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