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0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04화(204/466)
순식간에 불타 죽은 퍼레이드.
초열지옥에 불타 죽은 걸 증명이라도 하듯, 시커멓게 변한 신체가 바스슥 소리를 내며 재로 변해 흩날리기 시작했다.
마치 화장터에서 불타는 시체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후우.”
전투는 끝났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랭크 외 재해종 세 놈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건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지.
퍼레이드라는 지휘관을 잃고,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몬스터들은 우리를 노리지 않을 것이다.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서로 싸우기 바쁠 테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앙-!
키이이이이이이잉-!
아니나 다를까.
대충 40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부딪치는 물리적 충격음과, 마나가 부딪치며 나는 청명한 격돌음이 울렸다.
퍼레이드가 부랴부랴 불러들인 부케팔로스와 벨벳 타이거가 서로 싸우기 시작한 모양이다.
“후우. 죽는 줄 알았네.”
그때 샤를 단장님이 내 옆에 내려앉았다.
아무리 그래도 랭크 외 재해종 세 마리와 연전을 벌이는 건 힘드셨던 건지, 옷부터 시작해서 머리까지 전체적으로 엉망이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 했지. 암. 했고말고.”
샤를 단장님께서 찢겨나간 오른쪽 소매 부분을 아예 뜯어버렸다.
훤히 드러난 맨살 위로 상처가 가득했다.
딱 봐도 가볍진 않아 보인다.
“아우야. 로브에서 백팩 좀 꺼내 주련?”
“예.”
단장님이 내게 맡긴 백팩에는 긴급 시를 대비한 구급용품들이 들어 있다.
나는 빠르게 아에스를 걸치고, 그 안에서 샤를 단장님의 백팩을 꺼냈다.
샤를 단장님이 백팩의 뒷부분에서 연고와 붕대를 꺼냈다.
그리고 그대로 연고를 팔 쪽에 거칠게 펴 바른 뒤에 붕대를 감았다.
붕대를 한쪽 팔로 감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아주 능숙하다.
용병은 용병이라는 걸까.
“미안한데. 뒤에는 손이 안 닿아서. 좀 발라 줄래?”
이내 오른손의 응급 처치를 완료한 샤를 단장님께서 내게 등을 보였다.
머리칼을 옆으로 스윽 넘기자, 세 줄로 깊게 파여진 손톱자국이 드러났다.
“아~ 쪽팔리네. 맡겨 달라고 했는데. 이걸 기습을 당해 버려서. 허허.”
샤를 단장님이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죄송합니다.”
괜히 죄송해졌다.
내가 무리하게 양동을 부탁드렸기 때문에 이런 심한 상처가 생긴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함이 두 배로 커졌다.
“됐어. 작전을 지시한 건 너지만, 받아들인 건 나니까. 네 책임이 아니야.”
샤를 단장님이 그대로 목만 살짝 돌려, 나를 바라보며 픽 웃었다.
“암튼 빨리 연고 좀 발라 줘. 이러다 곯겠다.”
“아, 네. 죄송합니다.”
나는 샤를 단장님에게서 연고통과 붕대 등, 응급 치료킷을 건네받은 뒤.
상처 치료에 들어섰다.
바람 마법을 이용해 등을 가리고 있는 옷을 모조리 잘라내고.
수 속성 마법으로 증류수를 만들어 상처를 일단 씻었다.
“……안 아프신가요?”
이 정도 상처라면, 물에 닿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격통이 발생할 텐데.
샤를 단장님은 아주 태연해 보였다. 비명을 지르긴커녕, 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아프지. 근데, 뭐. 이 정도는 익숙하거덩. 더 심한 상처도 많이 입어 봤고.”
참는 거였구나.
“용병 일이라는 게……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군요.”
“엉. 뭐,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엄청 힘든 일이야. 나도 때려 치고 싶었던 적이 많아.”
깨끗이 씻어 낸 상처부위에 연고를 펴 발랐다.
소독 효과까지 겸비한 연고이니만큼, 따로 소독은 하지 않았다.
“우리 하율이. 손길이 야릇한데? 아주 짜릿짜릿해.”
“그야 짜릿하겠죠. 아프실 테니까.”
“아니. 통증 외적으로. 뭔가 상냥한 손길이라고 해야 하나. 손이 되게 부드럽네. 마음에 들어.”
“그 말에 제가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뭐라 답하기 힘든 말이었다.
샤를 단장님이 낄낄 웃었다.
“그냥. 우리 용병단 애들이랑 많이 다르다고. 내 감상을 말한 것뿐이야. 딱히 대답 안 해도 돼.”
샤를 단장님이 머리를 옆으로 넘겨 잡은 채, 다시금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피와 먼지로 더럽혀진 옆얼굴.
그 마저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끝났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대형 부직포까지 붙이고 난 뒤.
모든 치료가 끝났다.
“다른 데 또 다치신 데 있나요?”
“다친 데야 많지. 부끄럽게도 실수를 좀 많이 해서.”
샤를 단장님이 다시 내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다 찢어진 옷가지.
옷의 안쪽은 하나같이 상처들로 가득 차 있으리라.
“왜? 다른 데도 치료해 주게?”
단장님이 능글맞게 웃으며, 쫙 찢어진 자신의 허벅지 부위를 가리켰다.
저 부위가 앞서서 치료한 두 부위 다음으로 큰 상처를 입은 부위인 거겠지.
“……샤를 단장님이 혼자 하시는 게 더 효율적일 겁니다. 저는 치료가 미숙해서요.”
나는 스윽 시선을 돌렸다.
“어유. 진짜 귀여운 면이 있긴 하다니까. 고작 허벅지 가지고. 큭큭.”
내 반응이 자못 귀여웠던 듯, 샤를 단장님이 내 왼쪽 뺨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
“이런 면을 보면 또 영락없는 18세 꼬맹이가 맞는데 말이지. 신기하다니까…….”
샤를 단장님이 아직도 불타고 있는 퍼레이드의 시체로 시선을 돌렸다.
“사람을 죽이는 건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말이야.”
샤를 단장님이 다시 나와 눈을 맞췄다. 내 눈을 통해 뭔가를 보려고 하시는 모양새였다.
아마, 사람을 죽인 내 심경을 알고 싶어 하시는 거겠지.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에 내 친구나 가족을 죽이는 행위와 같다.”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버지가 몇 번이고 강조하셨던 말입니다. 그래서 죽였습니다. 여기서 퍼레이드를 살려 보내면, 그 피해는 제 가족들이나 친구로 그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 그 말이 맞지. 잘 했어.”
샤를 단장님이 픽 웃으며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근데, 그런 말을 자주 들었다고?”
“네.”
“몇 살 때 처음 들었는데?”
“13살 때였던 거 같습니다.”
샤를 단장님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진짜 신인혁 그 양반은…… 그게 애한테 할 말인가…….”
13살짜리 애한테 사람을 죽여라 마라 하는 충고를 한 아버지에게 화가 치밀어 오른 모양이다.
“저번에는 뭐, 13살짜리한테 흑색 마탑의 인체 실험 보고서를 보여 줬다질 않나……. 진짜 정상은 아니라니까.”
“…….”
반박할 수 없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버지가 정상적인 가치관을 지니신 분은 아니었으니까.
“에휴. 아무튼 고생 많았다. 뭐가 됐던 큰 업적 하나 세웠네.”
샤를 단장님이 내 등을 두어 번 두드렸다.
퍼레이드를 죽이는 데 성공한 내 공을 치하하는 두드림이었다.
“그럼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샤를 단장님이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다시금 뒤에서 폭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아까 전보다 훨씬 가깝게 들린다.
부케팔로스와 벨벳 타이거가 점점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듯하다.
전투 중에 우연찮게 이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거겠지만, 뭐가 됐던 여기가 위험한 지역이라는 건 변함없다.
최대한 빨리 여기를 떠야 한다.
“네. 갑시다.”
나는 그대로 샤를 단장님의 백팩을 다시 아에스 안에 넣었다.
다른 상처는 여기를 벗어난 뒤에 하시려는 듯하니. 일단 짐이 되는 백팩은 아공간 안에 넣어 두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백팩을 아에스에 넣고, 아에스까지 해제한 뒤.
그대로 대지를 박찼다.
아니, 박차려고 했다.
탁-!
샤를 단장님이 내 소매를 잡아 만류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뛰어갔을 테지.
“그, 진짜진짜 미안한데.”
샤를 단장님의 뺨이 다소 붉다.
새하얀 머리칼과 대비되어서 더더욱 홍조가 도드라진다.
“나. 상태가 좀 말이 아니라서…… 혼자 뛰기 힘들거든?”
“아.”
실제로 샤를 단장님의 다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니까, 그…….”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대로 단장님의 앞에 위치한 채, 한쪽 무릎을 꿇어앉았다.
“업고 가겠습니다.”
“……엉.”
샤를 단장님이 그대로 내 등에 업혔다.
“다가오는 몬스터들의 요격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거야 뭐, 문제없지.”
신체에 부하가 커서,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 샤를 단장님.
그리고 공진 때문에 정신력에 부하가 걸려서 마법사용에 문제가 생긴 나.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덴, 이 포메이션이 최고다.
“그럼 가겠습니다.”
나는 그대로 대지를 박찼다.
* * *
흑색 마탑의 중심 본부.
섀도우는 끔찍한 상처를 입고 본부로 복귀했다.
그리고 빠르게 상처의 응급 처치를 마치고, 보고를 하기 위해 흑마도왕의 방으로 향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온통 칠흑으로 물든 방의 중심에 대비되는 새하얀 왕좌가 우뚝 서 있다.
그리고 그 새하얀 왕좌 위에, 새하얀 색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검은색 왕.
흑마도왕이 턱을 괸 채 앉아 있었다.
섀도우는 그대로 적정 거리를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여덟 번째 어둠의 아이가 죽었구나.”
여덟 번째 어둠의 아이는 퍼레이드를 뜻하는 칭호였다.
“……예. 백두산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패배하였고,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섀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섀도우. 그때 너는 무얼 하고 있었지?”
퍼레이드가 죽을 동안 넌 뭘 하고 있었느냐.
그런 뜻이 담긴 말이었다.
“보고하겠습니다.”
섀도우는 최대한 태연하게 보고를 시작했다.
퍼레이드에게 지원 요청을 받은 일. 지원을 갔다가 신하율과 샤를을 만난 일.
퍼레이드의 강요로 둘과 전투를 벌이게 된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신하율에게 패배했다는 거짓 보고까지.
모든 걸 끝마쳤다.
“신하율. 네 번째 어둠의 아이를 죽였다는 이단분자. 그놈이 그 정도로 강했나? 섀도우. 네가 아무것도 못하고 도주를 택할 정도로?”
흑마도왕의 목소리가 한층 더 강력한 힘을 품었다.
섀도우의 보고를 의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예. 추후, 헤르메스나 예거를 통해 백두산의 전투 흔적을 복기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신하율. 놈의 힘은 범상치 않습니다.”
흑마도왕의 기색이 더 날카로워졌다.
“섀도우. 네 신체를 감싸고 있는 그림자를 해제해라.”
그림자 안쪽의 맨 얼굴을 통해, 섀도우의 진의를 확인하겠다.
그런 의미였다.
“부끄러운 모습이기에,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섀도우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으로 그림자를 해제했다.
서서히 드러나는 섀도우의 맨얼굴과 맨몸.
섀도우의 몸은 온통 화상투성이였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듯 심각한 상처를…….”
이내 모든 그림자가 사라진 직후. 섀도우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마치 무언가에 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
“꺄아아아아아악!”
날 선 비명소리.
참을 수 없는 수준의 격통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 아프다고? 아파? 내가?’
섀도우는 움브라의 그림자에게 오감을 빼앗겼다. 당연히 통증 또한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그런 섀도우가 현재 실시간으로 통증을 느끼고 있다.
그것도 지금 당장 기절할 정도의 끔찍한 격통을 말이다.
‘어떻게……?’
격통의 충격과는 별개로, 자신이 아픔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에 크나큰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크흡.”
섀도우가 그대로 입술을 짓씹으며 통증을 참아냈다.
그리고는 쓰러진 채, 고개만을 들어 흑마도왕을 바라봤다.
“……!”
그 순간, 안 그래도 커져 있던 눈이 한껏 더 커졌다.
‘보여?’
흑마도왕이 보인다.
그림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는 게 아니다.
섀도우 자신의 눈으로 흑마도왕을 보고 있다.
검은색이, 흰색이, 세상이 보인다.
‘어떻게…… 이게 대체…….’
섀도우는 혼란이 더 커졌다.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신하율의 작전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만약 지금 흑마도왕이 섀도우에게 질문을 한다면, 높은 확률로 허점이 드러나리라.
바야흐로 정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러나.
“네가 그 정도로 크게 비명을 지를 정도인가.”
다행히도 흑마도왕은 섀도우에게 무언가 추가로 질문을 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이해했다. 네 말대로 그 신하율이라는 이단분자에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군.”
흑마도왕은 섀도우가 오감을 지니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저 섀도우가 인내심이 많기에 통증을 잘 참는 것뿐이라고만 알고 있다.
실질적으로 그림자를 통한 간접 통증은 전해지는 만큼, 통증을 느끼는 모습을 몇 번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기에 흑마도왕은 현재 섀도우의 이상에 눈치 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 챌 수 없었다.
“이만 됐다. 다시 그림자를 둘러, 통증을 억눌러라.”
“네, 알……. 크읍!”
섀도우는 부랴부랴 그림자를 둘러, 통증을 억제했다.
“허억, 허억, 허억…….”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살아생전 이렇게 격렬한 통증을 맛 본 건 처음이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못 볼 꼴을 보여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통증의 소멸과 함께 빠르게 진정되기 시작한 정신.
섀도우가 재빨리 다시 한쪽 무릎을 꿇어앉고 고개를 숙였다.
“신경 쓰지 않는다.”
명령한 건 흑마도왕 자신이다.
섀도우가 어떤 추잡한 모습을 보였던지 간에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럼 이만 나가 보거라. 나가서 상처를 치료해라.”
“……예.”
섀도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짧게 고개를 숙인 뒤, 몸을 돌렸다.
“그리고 또 하나.”
등을 돌린 섀도우를 보며, 흑마도왕이 천천히 한 마디를 건넸다.
“신하율은 한동안 그대로 두거라. 굳이 대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쓸데없는 일로 전력을 더 소비할 수는 없으니.”
“……예. 알겠습니다.”
섀도우에게 발생한 변수로 인해, 계획은 상당히 어긋났지만.
모로 가든 도로 가든 서울로만 가면 되는 것.
섀도우와 신하율의 목적이 100% 달성된 순간이었다.
‘……대체 어떻게 내 시각과 촉각이?’
하지만 섀도우는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기뻐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에 발생한 이변.
꿈에도 그리던 오감의 회복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원인이라고 할 만한 건…… 헬리오스의 천마의 흡수, 증폭 정도.’
섀도우의 머리가 팽이처럼 회전했다. 그리고 이내 한 가지 결론을 냈다.
‘뭐가 됐던 하루라도 빨리 신하율을 찾아 가야 한다.’
섀도우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그걸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신하율에게 건네기로 약속한 스파이 목록표를 완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