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0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08화(208/466)
월요일 수업은 이론 수업으로 꽉 차 있었다.
“과거 전력을 양분하고 있던 마법사와 기사의 구도는 현재 완전히 붕괴됐다. 그 이유가 뭘까. 허인표 학생. 설명해 보도록.”
현재는 3교시. 역사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흠. 지순찬 학생?”
“그, 죄송합니다.”
교관님께서 ‘흐음’ 소리를 내며 주위를 둘러봤다.
다들 그런 교관님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다들 기사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군.”
“…….”
모두가 침묵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신하율 학생.”
교관님이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호명했다.
유일하게 교관님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내 이름을 부른 것이다.
“기사는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도태됐기 때문입니다.”
“그래. 정답이다.”
교관님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신하율 학생의 말처럼, 기사들은 현대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AI 기술은 감각적으로 육체를 움직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획기적인 진화를 이룬 마법사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다. 기사들이 했던 일은 모두 마법사들이 대체하게 되고, 기사들은 마법사들의 하위 호환격 인력이라는 인식이 세간에 깊숙이 자리 잡았지.”
기사들의 몰락에 따른 마법사들의 득세.
그에 따른 근현대사의 사건들.
“기사라는 호칭도 영국의 카일 벤티아 같은 근접 계열 마법사들을 부르는 명사가 되어 버렸다.”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다면 중요하지 않은 근현대사가 교관님의 입에서 계속 튀어나왔다.
“오!”
“아……! 그래서 폭풍의 기사라는 이름이 붙은 거구나.”
주위에서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기사와 마법사에 얽힌 얘기는 꽤나 흥미로운 서사를 지니고 있다.
역사고 뭐고 엄청 재미있을 테지.
‘이미 알고 있는 나는 아무 감흥도 없지만.’
제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라도 두 번, 세 번 들으면 아무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법.
나는 교관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다른 생각을 시작했다.
‘수업 내용 상, 이제부터 따로 질문을 할 법한 타이밍도 없고. 각성의 고리에 대한 거나 공부해야겠다.’
교관님껜 죄송한 말이지만, 굳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들을 필요는 없다.
그렇게 시간을 날릴 바엔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게 낫다.
나는 천천히 어제와 그제 공부했던 것들을 답습하기 시작했다.
‘마나의 구조. 조금은 알 거 같은데, 여전히 법칙을 잘 모르겠단 말이지…….’
각성의 고리를 엮는 데 가장 중요한 마나의 구조.
지난 이틀 간 파악한 마나의 구조를 다시금 분석해 나갔다.
* * *
그날 수업이 모두 끝나고.
우리는 간만에 훈련을 실시했다.
5일 만에 하는 훈련이니만큼, 몸을 푼다는 의미로 가벼운 훈련을 주로 행했다.
뭐, 말이 가벼운 훈련이지 다른 학생들 기준으론 하드코어 훈련이지만 말이다.
“후우우우우우.”
모든 훈련이 끝나고, 순찬이가 그대로 숨쉬기 운동을 시작했다.
흉부를 크게 열고, 최대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상당히 여유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지면을 굴러다니면서, 죽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타이밍인데.
“5일 동안 놀고 있지만은 않았나 봐?”
지난 5일 간 상당한 훈련을 실시한 모양이다.
그게 아니고서는 이렇게까지 멀쩡할 수가 없다.
“월반 시험이 코앞인데 어떻게 노냐. 훈련에만 몰두했다. 짜샤.”
순찬이가 그대로 주먹을 쥐더니 그대로 허공을 후렸다.
“어때? 이것만으로도 달라진 게 느껴지지?”
5일 전과 비교했을 때, 주먹에 깃든 힘이나 힘의 밀도가 현격히 다르다.
뭔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누구한테 배웠냐?”
“누구한테 배우긴. 당연하 나 혼자 했지.”
“퍽이나 혼자 했겠다.”
저 정도의 퍼포먼스 향상은 순찬이 혼자서 훈련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청색 마탑주님이 봐 주시기라도 했어?”
5일 동안 순찬이의 퍼포먼스를 저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그 중에서도 순찬이와 연관이 있는 사람은 한 명. 청색 마탑주님뿐이다.
“……눈치는 진짜 더럽게 빠르다니까.”
순찬이가 재수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래 인마. 청색 마탑주님이랑 정수아 님께서 도와주셨다. 됐냐?”
그러나 그런 표정도 잠시.
순찬이의 표정은 이내 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신실한 사제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청색 마탑주님에게 무한한 감사와 경애를 보내는 듯한 표정.
“청색 마탑주님이 너한테 거는 기대가 크긴 한가보네.”
“역시 그런 거지?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뭐, 내 친구라서 더 신경 써 주신 걸 수도 있는데. 그래도 기대를 안 했으면 본인이 직접 훈련을 봐 주시진 않았겠지. 정수아 비서님만 붙여줘도 되는 거였으니까.”
“그치? 맞지?”
순찬이가 환하게 웃었다.
“청색 마탑주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괴물 신인…… 흐흐.”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하면 안 쪽팔리냐?”
“뭐가? 팩트에 기반한 객관적인 사실만을 얘기한 것뿐인데.”
세상 행복하다는 미소.
저 웃음을 보고 있노라니, 뭔가 속에서 열기가 치솟았다.
“내일 훈련이 끝나고도 그렇게 웃고 있을 수 있는지 보자.”
“그렇게 말하면 쫄 거 같아? 어림도 없지. 지금의 난 저번 주의 나와 달라. 청색 마탑주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지금의 나는 고작 훈련 따위에 빌빌대지 않는다고.”
순찬이가 ‘음하하!’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진짜 지랄이네.
그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다.
‘……진짜 내일 훈련 때 보자.’
내일 내 목표는 순찬이의 저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우는 것이다.
훈련 강도를 어떻게 높여야 잘 높였다고 소문이 날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사악하게 웃었다.
그렇게 웃던 중, 옆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아델라가 눈에 들어왔다.
“…….”
뭔가 혼이 빠져 나간 듯한 표정이다.
“아델라 너는 오늘 푹 쉬고.”
“……네? 네에.”
아델라는 오늘 훈련에서 완전히 퍼져 버렸다.
아델라에게 있어선 가벼운 몸 풀기 훈련 정도였을 텐데. 훈련의 절반도 채 수행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니까 오늘 훈련은 쉬라고 했잖아. 아델라 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니까? 지금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순찬이가 한 마디 거들었다.
“……죄송해요. 오늘은 푹 쉴게요.”
순찬이의 말마따나, 오늘 아델라의 컨디션은 말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오늘 훈련을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을까.
저 정도면 진짜 5일 동안 한 숨도 못 잔 거다.
‘아마 나 때문이겠지?’
아델라가 5일 동안 잠을 못 잔 이유는 아마도 나 때문일 확률이 크다.
나와 샤를 단장님의 관계를 생각하며 5일 밤낮을 뜬눈으로 지샌 것이리라.
그 와중에도 훈련은 꾸준히 실시했을 테니, 저런 상태가 될 만도 하다.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
“그래. 내일은 부디 그 광대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이 없어져 있길 바랄게.”
“네.”
순찬이가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 근데 왜 너는 멀쩡하냐?”
“뭐가?”
“너도 아델라랑 별반 다를 바 없었는데. 지금은 왜 그렇게 멀쩡하냐고.”
“아침에 말했잖아. 그렇게까지 호들갑 떨 게 아니라고. 별로 안 피곤했어.”
아침에 다크서클이 진짜 광대까지 내려와 있었고 뭐고 간에, 진짜 그리 피곤하진 않았다.
그냥 비약을 제조하며, 신경을 너무 써서 그렇게 된 것뿐.
아델라처럼 엄청나게 무리를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점심에 어디 가더니. 그때 낮잠 좀 잤나 봐?”
“비슷해.”
점심시간에 슬쩍 텀을 내서 ‘아에스’를 1시간 착용하고 나니까 피로 따위 눈 녹듯이 사라졌다.
“넌 뭐 진짜 몸이 쇠로 이루어져 있기라도 하냐? 그게 한 시간 가면 취한 걸로 해결돼? 철인이 따로 없네 진짜.”
“이게 평소의 노력 차이 아니겠냐.”
나는 세상 재수 없는 미소를 띤 채 순찬이를 노려봤다.
순찬이가 ‘어우 재수 없어.’라는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이 피로는 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군요.”
“어?”
근데 예상치도 못하게 딜이 반대쪽으로 튀었다.
아델라가 급격하게 시무룩해졌다. 훈련을 다 소화하지 못한 게, 자신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 받아들인 듯하다.
“아니. 아델라 너한테 한 말이 아니라…….”
“와, 진짜 심했다. 어떻게 컨디션 안 좋은 애한테 그런 심한 말을 하냐? 인간도 아니네.”
순찬이가 이때다 싶어서 나를 물어뜯었다.
“아델라.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 말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푹 쉬어. 어떻게 휴식이 노력으로 해결이 된다고 하는지. 쌍팔년도 정신론도 아니고. 에휴.”
순찬이가 세상 즐겁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어디 반박해 볼 거면 반박해 보라는 표정이다.
날 바라보는 두 눈동자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여기서 또 노력이 부족했다는 얘기를 하면, 아델라 오늘도 안 잘 거 같은데. 또 할 거야?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하고 말이다.
실제로 여기서 뭐라고 더 말하면 아델라는 오늘 밤에도 무리를 할 테지.
그건 안 될 일이다.
“…….”
결국 나는 침묵을 선택했다.
그런 내 반응을 보고, 순찬이가 한층 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먹이를 눈앞에 둔 하이에나가 자제력을 상실한 듯이, 미친 듯이 물어뜯는다.
“너는 그러니까 말을 좀 가려서 할 줄 알아야…….”
간만에 잡은 공격 찬스에 신나서 속사포 랩을 쏘아내는 순찬이.
나는 그런 순찬이의 말을 그냥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내일 보자.’
내일의 훈련 강도가 10% 더 높아진 순간이었다.
* * *
그날 새벽.
나는 홀로 기숙사를 빠져나와, 인근 한적한 공원으로 향했다.
어둠이 드리운 공원.
얼마 전에 조경을 끝낸 것인지, 전경이 꽤나 아름답다.
하아아아암.
내 품에 안겨 있는 미호가 크게 하품을 했다.
저번 백두산행에서 한 번 더 무리를 했기 때문인지, 미호는 요즘도 매일매일 피곤해 보인다.
“미안해. 미호야. 피곤한데 괜히 같이 와 달라고 해서.”
미미르의 말에 따르면, 길면 2주일까지도 하루 종일 잠만 자야 완전히 회복될 거라고 했다.
그런 미호를 다시 데리고 나왔으니만큼, 괜히 미안해졌다.
내 사과에 미호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귀엽게 웃으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다.
“진짜 귀여워 죽겠다니까.”
나는 그런 미호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쫑긋!
그때, 미호의 귀가 쫑긋 솟았다.
방금 전까지 느껴지던 나태로운 기색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날카로운 기색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아무래도 온 모양이다.
“나름 오기가 생겨서, 평소 이상으로 기척을 감추는 데 전력을 쏟아 봤다만, 안 되는군.”
미호가 바라보는 지점의 지면에서부터 섀도우가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짐승의 눈을 피하는 건 포기해야겠어.”
이전, 공원에서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위 CCTV를 비롯한 마나의 감지만을 지울 정도의 얇은 그림자 결계를 형성한다.
이것으로 우리의 대화가 외부로 유출될 일은 웬만하면 없다.
“리스트는 준비해 왔습니까?”
“꽤나 매정하군. 안부 인사 하나도 없이 바로 용건으로 넘어가다니. 이쪽은 네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꽤나 심각한 상처를 입었었는데.”
섀도우가 자신의 신체를 가리고 있던 그림자를 서서히 지워나갔다.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이 드러난 섀도우. 그의 신체에는 딱 봐도 가볍지 않아 보이는 화상들이 가득했다.
사건 당시의 전투 흔적을 조작하고, 섀도우의 도주에 합리성을 부여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상처들이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완전 엎드려 절 받기가 따로 없군.”
섀도우가 픽 웃었다.
“그래. 괜찮다. 서서히 아물어가기 시작하기도 했고. 아픔도 이제는 느껴지지 않으니까.”
“……이제는?”
아픔도 이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 말은 즉, 이전까지는 아픔이 느껴졌다는 건가?
‘그림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통증을 얘기하는 건가?’
아니, 섀도우의 말에 따르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통증은 통증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했다.
그걸 굳이 아픔이라고 표현하진 않았을 테지.
‘그럼 진짜 통증을 느꼈다는 건가?’
헬리오스의 천마 때문인가?
그렇게 내가 생각에 잠기려 할 때였다.
“받아라.”
섀도우가 내게 신형 USB하나를 건넸다. 마법으로 보안 처리가 된 최고 보안을 자랑하는 간이 단말이었다.
“코드는 DR0FB-D45553-2SNWE-R02Z-GQPG-H. 마나 코드는 따로 동봉해 뒀다.”
USB 뒤에 겹쳐 있는 소형 칩.
섀도우의 말마따나 마나 코드가 각인되어 있는 샘플이었다.
이 샘플을 통해 마나 코드를 몸으로 습득한 자만이 이 USB를 열 수 있다.
“자료의 사용은 전적으로 네게 맡기겠다. 알아서 잘 사용할 거라 믿겠다.”
“예. 당신에게도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알아서 잘 사용하겠습니다.”
섀도우가 흑색 마탑 내적으로 의심받아 제거당할 일이 없도록 주도면밀하게 자료를 사용해야 한다.
추가로 다른 스파이가 도주할 기회를 잡지 못하도록. 일망타진할 작전을 구상해야겠지.
뭐, 이건 소피아 님에게 부탁드리면 알아서 잘 해 주실 테지.
“그렇다면 다음은 추가 보수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추가 보수.
이번 퍼레이드 처리에 있어서 도움을 준 일을 말하는 거다.
거래 외적인 도움이었으니만큼, 합당한 보답을 줘야 한다.
“뭘 원하십니까?”
“내가 원하는 거야 항상 한 가지 뿐이다.”
움브라의 그림자를 제거하는 것.
“죄송합니다만 그건…….”
“그래. 당연히 안 되겠지. 추가 보수라고 치기엔 너무 크니까. 한번 해 본 말이다.”
섀도우가 픽 웃었다.
“이번 일의 보답으로 내가 원하는 건, 네게 질문할 수 있는 권리. 달리 말하면 네가 내 질문에 무조건 진실로서 대답해야 할 권리다.”
“일단 질문부터 듣죠. 제가 대답하지 못할 질문일 수도 있으니까요.”
“흠. 내 입장에선 상당히 양보한 대가라고 생각한다만. 이걸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고 퉁 칠 줄이야.”
“……어지간한 건 다 대답해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대답할 수 없는 게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 말입니다.”
“……흠. 그렇군. 그럼 일단 네 말대로 질문부터 하도록 하지.”
섀도우가 내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헬리오스의 천마. 그 마법은 대체 뭐지? 뭐길래 내 촉각과 시각이 일시적으로나마 회복된 거냐.”
“시각과 촉각이 회복됐다고요?”
그 말은 헬리오스의 천마가 움브라의 그림자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인데.
‘헬리오스의 천마에 그 정도 힘은 없는데?’
섀도우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내 머리가 단숨에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