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0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09화(209/466)
그 이후, 나는 곧장 기숙사로 돌아왔다.
‘……헬리오스의 천마가 움브라의 그림자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침대에 앉아, 섀도우가 건넨 USB를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나는 섀도우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헬리오스의 천마가 움브라의 그림자에 영향을 줬다는 건 나도 처음 안 사실이다.
나도 모르는 걸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나는 USB의 외면을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쓸어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며 생각을 거듭했다.
‘일단 헬리오스의 천마가 섀도우의 움브라의 그림자에 영향을 줬을 만한 타이밍이라고 치면, 섀도우가 증폭의 그림자를 사용해 움브라의 그림자를 흡수했을 때일 확률이 커.’
그때를 제외하고는 딱히 헬리오스의 천마가 움브라의 그림자에 영향을 줄 만한 상황이 없었다.
섀도우의 말에 따르면, 그 후에 헬리오스의 천마가 남기고 간 잔재를 이용해 몸에 화상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했으니, 그때 영향을 받은 걸 수도 있겠지만.
고작 잔재 따위가 움브라의 그림자에 뭔가 영향을 줬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 최초의 흡수 때 영향을 끼친 걸 테지.
‘그럼 증폭의 그림자가 헬리오스의 천마를 완벽하게 삼키지 못한 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증폭의 그림자가 헬리오스의 천마를 삼킨 직후.
섀도우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제어 불능이라고 중얼거렸다.
당장이라도 폭주할 거 같다고도 덧붙였었지.
그래서 헬리오스의 천마를 퍼레이드의 방향으로 쏘아 버리라고 소리쳤다.
폭주한 헬리오스의 천마를 방출하는 장소론 그곳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
내 예상은 옳았고, 퍼레이드를 무사히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정보 조작까지 완벽하게 성공.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래서 일단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었던 건데…….’
완벽하게 성공한 작전을 굳이 복기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백두산 사건에 대한 건 아예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었다.
섀도우가 감각을 되찾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다시 떠올리지 않았을 테지.
‘……헬리오스의 천마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화된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당시 가장 의문인 걸 하나 고르라고 하면 헬리오스의 천마가 내 상정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위력이나 출력이 강했던 걸 꼽을 수 있겠다.
당시에는 단순히 ‘증폭의 그림자가 대단한 거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의문을 갖고 다시 한번 되뇌어 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잘 생각해 보면 끽해야 6.5~7서클 정도의 위력이어야 했을 헬리오스의 천마가 8서클 마법을 뛰어넘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는 게 말이 안 돼.’
샤를 단장님까지 위험에 빠트릴 정도의 위력이었으니, 8서클은 가뿐히 넘어선 위력이었다.
출력 또한 그 일대를 아우를 정도였으니, 최소가 8서클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
‘제 아무리 증폭의 그림자가 뛰어난 증폭력을 지녔다고 해도. 그 정도로 마법을 강화시키는 게 가능할까?’
내가 생각하기에 희대의 사기 마법인 ‘공진’도 1서클을 초월시켜 줄 뿐이었다.
하물며 6서클인 지금에 와서는 전체적인 마나의 총량과 처리량이 늘어서 0.5서클 가량의 위력, 출력 상승밖에 얻지 못한다.
그런 상황인데, 증폭의 그림자가 무려 약 두 서클을 뛰어넘을 정도의 증폭률을 보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었다.
‘이걸 왜 생각 못했지?’
각성의 고리부터 시작해서, 머리가 아픈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곤 해도.
이렇게 이상한 걸, 당연하게 생각하다니.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럼 증폭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이유가 뭘까.’
아마 여기에 답이 있을 거다.
나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헬리오스의 천마. 영창 마법은 신화 마법의 일부를 떼어 내서 만든 하위 체계.’
그렇게 꽤나 긴 시간이 흘러.
문득 한 가지 가설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움브라의 그림자는 신화 마법의 매개체가 되는 신화의 유산.’
둘 다 신화 마법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같은 것에서 시작된 만큼, 헬리오스의 천마가 움브라의 그림자의 일부를 흡수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증폭의 그림자에 흡수된 헬리오스의 천마는 그 상태로 움브라의 그림자를 흡수해 버린 것이다.
‘그럼 그 강력한 위력도 말이 되고. 섀도우가 통증을 느꼈다는 것도 말이 돼.’
움브라의 그림자를 흡수한 천마는 강해지고.
움브라의 그림자 중 일부를 잃은 섀도우는 약해진 움브라의 그림자 덕분에 오감 중 두 가지를 되찾았다.
이런 게 아닐까.
‘이것밖에 없어.’
나는 일단 그렇게 결론을 냈다.
* * *
그 후, 나는 USB에 담겨 있는 극비 문서들을 일괄로 샤를 단장님에게 전송한 뒤.
곧장 미미르의 서로 향했다.
그리고 미미르에게 오늘 섀도우에게 들은 의문스런 말들과 그에 따라 정리한 가설에 대해 설명했다.
“헬리오스의 천마가 움브라의 그림자를 흡수했다. 아직 그런 사례는 발견된 게 없지만……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야.”
모든 얘기를 전해들은 미미르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모든 마법이 바이테너식에서 시작됐듯이, 모든 신화 속 매개체도 결국 하나에서 시작됐어. 뿌리가 같은 이상, 우연찮게 그 힘에 영향을 끼치고, 흡수했다고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야. 실제로 신들끼리 서로 힘을 빼앗고, 강탈했다는 신화도 존재하고.”
미미르가 학자다운 표정으로 변했다.
예상외의 발견에 기뻐 몸서리치는 연구자 같은 눈빛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아주 생생한 표정이었다.
“물론 뿌리가 같다고 해도 서로 궤를 달리하게 변화한 힘이 그렇게 상호 작용을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되긴 해. 아마 ‘이그니스’와 ‘움브라’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걸 거야.”
미미르가 신나서 노트에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대 발견이야. 레이도 발견하지 못한 신화 마법 사이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어.”
레이도 발견하지 못한.
그 문장이 엄청난 임팩트였다.
“만약 이 법칙을 알아내기만 한다면, 움브라의 그림자를 신화 마법으로 벼리는 건 물론이고, 이그니스와 융합해, 최초의 신화 마법 융합도 가능할지 몰라.”
미미르의 흥분이 절호조에 다다랐다. 한껏 달아오른 얼굴과 찢어질 듯 솟아오른 입꼬리.
환희로 빛나는 두 눈동자까지.
일견 광기까지 엿보인다.
이게 그렇게나 기뻐할 일인가?
“이거 마지막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더 늘었네. 엄청 바빠지겠어.”
미미르가 입술을 핥으며 노트에 정리한 내역들을 다시금 확인했다.
“아무튼 나쁜 일은 아니라는 거지?”
“어. 나쁠 건 없어. 그 섀도우란 놈. 통각과 시각을 다시 잃었다고 했잖아? 그 말은 움브라의 그림자를 흡수한 게 일순간이었다는 말이나 다름없어. 후유증 같은 것도 없다고 하니. 아무런 해가 없다는 말이지.”
미미르의 톤이 평소 보다 높고, 말하는 속도도 평소보다 1.1배가량 빠르다.
대체 얼마나 흥분한 거야?
“아무튼 이에 대해선 내가 따로 조사를 더 해 볼게. 계승자는 일단 잊고 있어. 지금 계승자한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알고 있어. 나는 각성의 고리를 엮는 데 전념할 생각이야.”
움브라의 그림자에 얽힌 의문은 얼추 해소되었다.
그 이상 자세한 것까진, 내가 파고 들 영역이 아니다.
미미르에게 맡겨 두면 될 뿐.
‘뭐가 됐던 좋은 일이라고 하니까. 기다리면 되겠지.’
움브라의 그림자를 신화 마법으로 벼릴 수 있게 되던.
신화 마법을 융합할 수 있게 되던, 나한텐 모두 이득이다.
나는 언젠가 그 마법들을 무사히 사용할 수 있도록, 경지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전념하면 될 뿐.
“이렇게 되면 그 섀도우란 놈한테서 움브라의 그림자를 제거할 수 있는 시기가 상당히 빨라질 거 같은데?”
미미르가 씨익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얼마나 빨라지는데?”
“이그니스와 움브라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걸 확인했고. 그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출력이 대폭 감소할 테니까…….”
미미르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며 말을 흐렸다.
“미호의 힘을 빌려서 힘을 좀 약화시킨다고 가정하면……. 공진을 사용한다는 걸 전제로, 6서클의 경지만 되도 제거할 수 있을 지도 몰라.”
“……6서클?”
“어. 아마도.”
이전에는 최소 7서클은 돼야, 움브라의 그림자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했었는데.
6서클에도 가능할 거 같다니.
“그럼 거래 진행 속도를 조금 더 올려도 될 거란 말이네?”
섀도우에게 제시한 제안을 반쪽짜리로 하고 일시적으로 보류해 둔 건, 단지 신뢰적인 문제에 의거한 것만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신뢰가 아니라, 움브라의 그림자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방금 말한 것처럼, 최소 7서클은 돼야 무사히 제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거래를 서두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의도적으로 신뢰라는 이름에 묶어 거래를 늦추는 선택을 했던 거다.
근데 6서클 부터 그림자의 제거가 가능해 진다면, 굳이 거래를 늦출 필요가 없어진다.
최대한 빨리 거래를 성사시켜서, 움브라의 그림자도 회수하고, 흑색 마탑의 정보도 회수하는 게 좋을 테지.
“아니. 아직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일러. 아직 확실한 건 아니라서.”
“그건 나도 알아.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는 거 아냐?”
“응. 가능성은 충분해.”
“대충 반반 확률은 될 거 같아?”
“음. 50% 보다 조금 높을 거라고 생각해. 뭐가 됐던 이그니스가 움브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니까. 6서클 때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더라도, 6서클 마스터 정도가 되면 제거할 수 있을 거야. 그것도 아니면, 어떻게든 이그니스를 찾는다는 방법도 있고. 미호의 힘을 빌리면 어지간하면 가능할 테니까.”
이그니스를 최대한 빠르게 찾아낸다. 그 또한 좋은 방법이리라.
“뭐가 됐던 이전보단 확실히 거래가 빨라질 거라는 말이네?”
“그치.”
“그렇단 말이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렇게 급해? 굳이 빨리 제거할 필요는 없잖아.”
“저번 주까진 그랬는데. 지금은 얘기가 좀 달라졌어.”
“왜?”
“섀도우가 이번 백두산에서 도와 준 일의 대가를 안 받겠다고 했거든.”
섀도우는 처음 내게 움브라의 그림자에 대한 질문을 한 후.
내가 대답할 수 없다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모르는 거면 어쩔 수 없지.’
‘그 외에 달리 바라는 건 없다. 보답은 안 받겠다.’
‘이번 일은 단순히 내가 네게 신뢰를 보인 것이라고 받아들여 주면 좋겠군.’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리를 뜨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거래가 최대한 빨리 성사되기를 빌겠다.’
즉, 섀도우는 이번 일의 답례로 거래를 빨리 진행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자신은 이 정도의 신뢰를 보였으니, 너도 그 나름대로의 신뢰를 보여라.
그 신뢰로 거래를 앞당겨 주길 바란다. 이렇게 말한 거다.
“음. 놈이 그 정도의 신뢰를 보였으면, 거래를 마냥 미루는 것도 힘들겠네.”
방금 전 내 말로 모든 상황을 파악한 듯, 미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억지로 미루면 상대가 우리를 불신하게 될 테고. 그럼 배신을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그건 여러모로 손해지.”
“대충 상황은 이해했어. 그럼 움브라의 그림자를 제거할 수단을 찾는 걸 1번으로 두고, 최대한 빨리 조사해 볼게.”
“부탁할게.”
미미르가 맡겨만 두라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아주 믿음직스러운 미소였다.
* * *
그날 새벽.
나는 미미르의 서 한 구석에 홀로 앉아, 내면 관조를 실시하고 있었다.
아니, 내면 관조가 아니라 마나 관조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까.
‘나 오늘 엄청 기뻤어!’
‘나도! 모두가 기뻐하니, 나도 기뻤어!’
마나가 내 귓가에 속삭인다.
오늘 미미르의 기쁨이 마나로 전염된 듯.
다들 기뻐하고 있다.
“나도 기뻐.”
나는 그런 마나들을 느끼며 진솔하게 대답했다.
‘응! 느껴져!’
‘네가 기쁘면 우리도 기뻐!’
‘신난다!’
주위 마나들이 한층 더 활발해졌다.
마나는 일종의 카멜레온과 같아서, 근처의 사람들의 기분이나 성질에 따라 그 성질이 변화한다.
아까 전 미미르도 그렇고, 지금의 나도 그렇고.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만큼, 주위의 마나들도 하나같이 기쁨에 요동치고 있다.
‘너는 왜 기뻐?’
‘우리는 그냥 기쁜데.’
‘즐거운 이유가 뭐야?’
마나의 목소리가 더더욱 선명하게 들려온다.
이전에는 단순히 아이의 칭얼거림처럼 들렸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완벽한 문장으로 들린다.
마치, 마나가 성장해서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듯하다.
“나도 너희 때문에 기뻐. 너희가 그렇게 한껏 기뻐해 준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거든.”
그것도 아주 큰 깨달음을 말이다.
‘깨달음이 뭔데?’
‘우리 어려운 말 몰라!’
마나가 꺄르르 웃었다.
“음. 쉽게 설명하면. 너희를 더 잘 알게 됐다고.”
‘우리에 대해서?’
‘정말? 기뻐!’
마나는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한다.
그리고 변화한 마나는 구조 또한 변한다.
기뻐하는 마나와 슬퍼하는 마나는 전혀 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다.
나는 그걸 방금 막 깨달았다.
주위 마나가 모두 환희 일색으로 물들며, 그 구조 자체를 100% 이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얻은 깨달음이었다.
‘이게 이렇게 될 줄이야.’
이게 다 미미르의 덕분이다.
움브라의 그림자에 대해 들은 미미르가 진심으로 웃어 준 덕분에 미미르의 서 주변의 마나에 지대한 변화가 발생했고.
그 극적인 변화 덕분에 내가 마나의 구조가 지닌 비밀에 대해 깨닫게 됐다.
‘꺄르르르!’
‘나도 너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
‘우리 놀자!’
마치 요정처럼 내 귓가를 떠도는 수많은 마나들.
나는 그 마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기쁨에 잠식된 마나의 구조를 살폈다.
‘마나 별 성질에 따른 구조 변화. 이 법칙을 정리해야 해.’
오늘 또 다시, 각성의 고리에 한 걸음 다가갔다.
‘비약을 섭취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네.’
지금은 아에스에 잠들어 있는 비약, 천상의 눈물.
그 비약을 섭취하고, 각성의 고리를 엮을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