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2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22화(222/466)
유럽, 산골의 어딘가.
못해도 수십 년은 방치되었을 것 같은 고풍스러운 폐저택.
난잡한 방의 중심에서 헤르메스와 섀도우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상현을 멋대로 버림 말로 쓰다니. 무슨 짓이지?”
섀도우의 목소리는 자못 심각했다.
위상현은 마탑에서 10년에 걸쳐 포섭한 중요 인력이다.
그런 인물을 이렇게 쉽게 소모해 버리다니.
그것도 보고도 없이.
이건 명백한 월권행위다.
“첫 교섭에 실패한 순간, 위상현은 존재 가치를 잃은 거나 다름없어요. 괜히 살려둬서 저희의 발목을 잡게 둘 필요가 있었을까요?”
헤르메스가 싱긋 웃으며 태연하게 답했다.
“위상현의 입에서 우리의 정보가 누설될 걸 경계해서, 미리 제거한 거다?”
“네.”
“변명이군. 그럴 거였다면, 굳이 위상철을 죽이게 시킬 이유가 전혀 없었다.”
증거 인멸을 위해서라면, 위상현 하나만 죽이고 끝냈으면 될 일이다.
“겸사겸사 방해가 될 만한 인물을 같이 죽인 것뿐이랍니다.”
“의심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인가?”
“충분히 감수할 만한 리스크였다고 생각해요.”
“그럼 아델라 스테어트와 신하율을 끌어들인 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그거야 말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나요? 미래에 거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싹을 미리 잘라버리려고 했을 뿐이에요.”
헤르메스는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얼마나 좋나요? 처분해야 할 버림 말을 처리함과 동시에 미래의 잠재적 위험분자들까지 같이 처리할 수 있다니.”
“…….”
섀도우의 눈이 조금 더 가늘어졌다.
‘말은 청산유수군.’
헤르메스의 말은 모두 거짓이다.
헤르메스의 성격에 저런 이유로 이런 큰 사건을 벌일 리가 없다.
위상현을 처분할 거였으면, 딱 위상현만 처리하고 끝냈을 거다.
애초에 저렇게 할 생각이었다면, 흑마도왕에게 확실히 보고를 한 뒤에 절차에 따라 처리했을 거다.
그게 헤르메스다운 일처리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보고도 없이 위상현을 제거한데다가, 구태여 위상철을 죽인다는 과감한 수를 뒀고, 추가로 아델라와 신하율을 끌어들인다는 무리수까지 뒀다.
깔끔하고 확실한 일처리를 모토로 하는 헤르메스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하물며 이유가 고작 미래의 위험분자 제거를 위해서라니.
고작 그딴 걸 위해서 이런 과감한 짓을 벌인다?
그럴 리가 없다.
헤르메스의 말은 모두 거짓이다.
명백히 다른 의도가 있다.
“뭐, 실패한 이상 아무 의미도 없지만요. 에구. 흑마도왕님께 한 소리 듣겠네요.”
헤르메스가 살짝 혀를 내빼며 귀엽게 웃었다.
“설마 신하율이 그 정도로 강할 줄은…….”
“내가 분명히 말했던 거 같은데. 신하율은 나도 이길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건가?”
“조금 과장한 게 아닐까 싶었죠. 지고 나서 자존심 때문에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치켜세우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니까요.”
“……과연.”
섀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싶었다만……. 아무래도 맞는 거 같군. 너. 나를 배신자라고 생각하고 있나?”
“눈치가 빠르시네요. 네. 저는 당신이 저희를 배신하고, 신하율에게 붙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헤르메스가 활짝 웃었다.
“그도 그럴 게. 최근 당신의 움직임은 명백히 이상했는걸요. 굳이 담당 지역이 아닌 중국 쪽 임무를 받질 않나. 갑자기 10분씩 연락두절이 되지 않나. 보고가 늦질 않나…….”
눈꼬리가 서서히 치켜올라간다.
“심지어 보고도 없이 한국에 갔다 오시기도 하고 말이죠.”
“…….”
이 말엔 진심으로 당황했다.
‘내가 한국에 들어갔다 온 걸 알고 있었다고?’
물론 그 당황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그림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만큼, 감정이 겉으로 드러날 확률은 없었다.
“이전, 화엘리안 감옥에서도 이상한 모습을 보이셨고. 신하율에 대해 말할 때, 당신답지 않게 머뭇거리는 모습도 보이셨겠다. 신하율과 뭔가 거래를 하고 계신 게 아닐까 싶었죠.”
“…….”
“아니나 다를까. 퍼레이드도 신하율에게 죽었다고 하고요. 그것도 당신이 있는 자리에서 말이죠. 이러니 제가 의심하지 않고 배기겠어요?”
헤르메스가 입을 가리고 조신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건, 나를 숙청하기 전 마지막 인사 같은 건가?”
“에이. 그럴 리가요. 당신을 숙청할 생각이었다면, 제가 혼자 왔겠어요?”
헤르메스가 손사래를 쳤다.
“아쉽게도, 숙청을 하기엔, 당신의 의혹이 풀려 버려서요.”
“내 의혹이 풀렸다? 이유가 뭐지?”
사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척을 해선 안 된다.
아는 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섀도우가 배신했다는 증거가 된다.
“아까. 위상현을 이용할 때 굳이 신하율을 왜 끼워 넣은 거냐고 물으셨죠?”
“그래. 그 질문에 너는 미래의 싹을 미리 제거하기 위함이었다고 답했지.”
“사실 그건 거짓말이에요. 제가 신하율을 끌어들인 건, 신하율의 힘을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어요.”
섀도우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거짓말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만……. 뒷얘기는 무슨 의미지?”
하지만 말했듯, 아는 척을 해선 안 됐다.
섀도우는 다시 한번 모르는 척을 했다.
“당신이 배신자라면……. 신하율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면요. 신하율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보고 할 리가 없잖아요? 당연히 거짓 보고를 했겠죠.”
섀도우가 생각하는 척을 했다.
“즉, 이런 건가? 내가 보고한 것과 반대라면, 신하율이 지닌 힘이 사실 별게 아니라면, 그 사실 자체가 내 배신의 증거가 된다.”
“네. 정확해요.”
제법 그럴싸한 정황 증거긴 하다.
“그게 증거가 되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진실을 보고했을 수도 있다.”
“그럴 필요가 없죠. 신하율이 진짜 강력한 힘을 지녔는지, 아닌지는 저흰 모르는 일이니까요. 당신이 진실을 말했는지, 거짓을 말했는지는 저흰 알 수가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굳이 진실된 정보를 보고한다? 그것도 신하율이 당신을 압도하는 수준의 힘을 지녔다는 최중요 비밀을? 당신은 그런 바보가 아니에요.”
정론이었다.
“만약 제가 당신이었으면, 반대로 별거 없는 힘을 지녔다고 보고했을 거예요. 뭘 노린다고 해도, 가진 바 힘을 모두 공개하는 건 페널티일 뿐이니까요.”
신하율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보고 자체가 섀도우의 배신을 증명하는 하나의 증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거짓 보고를 한 거라 확신했어요. 신하율의 안전을 위해 그의 힘을 과대 포장해 보고한 거라고 봤죠.”
정론을 떠나 정답이었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헤르메스는 섀도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서운 여자였다.
섀도우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래서 확인해 본 거예요. 위상현을 이용해서 신하율의 중요한 사람인 아델라를 납치한 뒤, 혼자 오라고 협박을 시켰죠.”
“……친구의 위기를 앞에 두면, 감춰뒀던 힘이고 뭐고,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거다?”
“예. 따로 보는 사람도 없고. 굳이 힘을 아낄 이유는 없잖아요?”
“신하율이 신인혁이나 샤를 같은 지원군을 데려 왔으면 어쩔 생각이었지?”
“굳이 그런 강력한 힘을 숨기고 있으면서, 친구를 위험하게 처할 선택을 할까요?”
“……지원군을 부른다는 것 자체가, 신하율은 숨겨둔 힘이 없다는 증거와도 같다는 말이군.”
“예. 그렇죠. 제가 짠 설계지만, 꽤나 완벽하지 않나요?”
헤르메스가 미소를 지우고, 뚱한 표정이 되었다.
“뭐, 결국 헛다리였지만요.”
그리곤 쓴웃음을 지었다.
“제 예상과 다르게 신하율은 진짜로 강했어요. 최소가 7서클. 마지막 마법만 보면 8서클일까요.”
“그래서 내 의심이 풀렸다?”
“예. 신하율이 진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이상. 제가 세운 모든 가설은 그 의미를 잃게 되니까요.”
헤르메스의 논리는 정교한 톱니바퀴와 같아서, 하나가 어긋나면 다른 모든 것도 어긋난다.
하나가 어긋난 순간, 다른 의심은 자연스레 소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건 원점. 당신이 배신했을 확률은 다시 50%. 반반이 됐어요.”
“0%가 아니군.”
“예. 아직 당신의 의심쩍은 움직임이나, 화엘리안 감옥에서 보인 묘한 모습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과연.”
정말 쉽지 않은 여자다.
섀도우가 속으로 혀를 찼다.
“헌데……. 모든 의혹이 풀린 게 아니라면, 왜 그런 말을 내게 하는 거지?”
“맞춰 보세요. 왜일 것 같나요?”
헤르메스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섀도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경고의 의미인가?”
“정답이에요.”
헤르메스가 작게 박수를 쳤다.
“이렇게 경고해 두면, 당신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게 되잖아요? 만약 당신이 배신자가 아닐 경우엔 아무 문제도 없는 거고요. 뭐가 됐던 저한텐 이득이죠.”
헤르메스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섀도우의 코앞에 섰다.
그리곤 얼굴을 가까이 대고, 지근거리에서 방긋 웃었다.
“그니까, 만약 당신이 배신자고, 앞으로 배신자 짓을 더 하실 거라면…… 부디 주의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당신을 철두철미하게 감시할 거니까요.”
“만약 내가 배신자였으면,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운 경고군.”
“그럼요. 저 무서운 여자랍니다.”
헤르메스가 입을 가리고 조신하게 웃었다.
* * *
신비위가에서 사건이 벌어진 뒤로 이틀이란 시간이 흘렀다.
현재 나는 위상철 어르신의 장례식장 입구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 있었냐.”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니, 뒤에서 슬쩍 순찬이가 다가왔다.
이틀 간 잠을 거의 자지 않았기 때문일까. 몰골이 말이 아니다.
“아델라는?”
“잠들었어.”
순찬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내 옆에 나란히 섰다.
“어머니 품에 안겨서 엉엉 울다가 그대로 기절하듯이 잠들었는데……. 이거 참,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순찬이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네가 왜 울려고 그래?”
“그러게. 왠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하네.”
“……감수성만 풍부해가지고.”
순찬이가 픽 웃었다.
“감수성이 없는 것보단 낫지 않냐?”
“그렇긴 하지.”
나는 그대로 고개를 내려, 순찬이를 바라봤다.
“혹시 몰라 말하는데. 아델라 앞에선 절대 그런 표정 짓지 마.”
“……내가 바보냐?”
순찬이가 주먹을 내 가슴에 가져다 댔다.
평소와 다름없는 제스처였지만,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너 지금 몰골이 말이 아니야. 가서 조금이라도 자.”
“됐어.”
순찬이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내일 장례식이 끝날 때까진 이렇게 있으려고. 잠도 안 오고.”
“……그러냐.”
“잠은 너나 좀 자. 훈련장에서 나오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며.”
“나도 괜찮아. 누워 봤자 잠도 안 오고.”
“……너도냐.”
순찬이가 쓰게 웃었다.
“후우. 그럼 나는 다시 내려가 볼게. 넌 바람 좀 더 쐬고 와.”
“그래. 아델라 일어나면 불러 줘.”
“그래.”
순찬이가 내 등을 탁 두드리고는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런 순찬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쟤도 너도. 너무 착한 거 아니냐?”
그때, 내 뒤로 샤를 단장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고 계셨습니까?”
“잉? 몰랐어? 대놓고 근처에 있었는데.”
“……예. 눈치 못 챘습니다.”
“네가 머리가 아프긴 한가보구나. 평소엔 내가 뭔 짓을 해도 바로 찾아내더니.”
샤를 단장님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를 위로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보다 무슨 일인가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져서, 내가 먼저 화제를 전환했다.
“아, 음침이한테 연락 왔어.”
음침이.
섀도우를 지칭하는 일종의 은어다.
“헤르메스는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음. 일단 나에 대한 의심은 다소나마 줄어든 것으로 보임. 하지만, 의심을 받고 있는 만큼 지금처럼 자주 연락은 할 수 없을 듯. 이래.”
“나쁘진 않은 소식이네요.”
“그치. 좋지도 않지만.”
헤르메스의 의심을 누그러트린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진짜 그나마 다행이다.
“아, 그리고 신인혁이 신비위가의 내부 조사를 하면서, 위상현이 남긴 장부를 발견했나 봐.”
“……장부요?”
“어. 흑색 마탑과 돈을 주고받은 장부인데, 위상현의 거래 내역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거래를 중개해 준 내역도 적혀 있다는 거 같아.”
“그 말은…….”
“신비위가 내 다른 스파이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거지.”
샤를 단장님이 씨익 웃었다.
“저희가 지닌 리스트랑 일치하나요?”
“어. 음침이한테 받은 리스트랑 100% 일치해. 이걸로 신비위가 쪽 스파이는 거리낌 없이 일망타진 할 수 있게 됐어.”
“진짜 듣던 중 반가운 말이네요.”
바라마지않던 행운이다.
“아직 남았어. 그 장부에서 마도신가 쪽 장로의 이름도 나왔어.”
“위상현의 장부에 저희 가문 장로의 이름이요? 섀도우가 준 명단에 적혀 있는 이름인가요?”
“어. 있는 이름이야. 아마, 위상현과 별도로 불법 개조 AI 판매권의 권리를 놓고 거래를 했던 게 아닐까 싶어.”
내 인상이 와락 찡그려졌다.
“마도신가의 장로라는 양반이 한다는 짓이 고작…….”
불법 개조 AI칩 장사라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후. 아무튼 그 장부를 이용해서, 장로까지 잡아넣을 수 있다는 말이네요.”
“그것만이 아니지. 그 장로를 시발점으로 다른 놈들까지 줄줄이 소시지로 엮을 수 있어.”
“장로가 위상현처럼 증거가 될 만한 걸 남겨 뒀을 까요?”
“글쎄. 그건 모르지. 근데, 따로 장부를 기록해두지 않았다고 해도 상관없어.”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저희는 이미 진짜 리스트를 들고 있으니, 그 리스트를 이용해서 가짜 장부를 만든다거나, 페이크를 걸어서 자백을 유도한다거나 하면 되겠군요.”
“그렇지. 위상현의 장부에서 장로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면 모를까. 나온 이상, 줄줄이 엮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없으니까.”
“그렇게 차례차례 엮는 거면, 섀도우에게도 피해가 안 갈 테고요.”
“그거지.”
샤를 단장님이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딱’ 소리를 냈다.
“이렇게 해서 조금씩 엮어 가면, 다른 가문의 스파이를 색출해 내는 것도 가능할 거야.”
“……가짜 장부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관건이네요.”
“그거에 관해선 맡겨 둬. 우리 용병단 쪽에 전문가가 있으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뭔가 단숨에 일이 진척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대로 명단의 모든 스파이를 색출해 내면 참 좋을 텐데…….”
샤를 단장님이 짜증난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건 힘들겠죠. 가짜 장부를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니까.”
줄줄이 소시지도, 그 끝이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다.
무한히 엮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짜 장부를 만든다고 치면, 3개를 넘어서선 안 된다.
그 이상이 되면, 흑색 마탑에서 의심할 게 분명하다.
“에휴. 그냥 섀도우의 안위고 뭐고, 단숨에 조져버리고 싶구만.”
“……진짜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네요.”
“걔랑 뭔 거래를 하고 있는 건진 모르는데. 빨리 다른 정보도 받으면 안 돼? 그럼 아무 문제도 없을 텐데.”
우리가 섀도우의 안위를 걱정해 주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
섀도우에게 아직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섀도우가 남은 정보를 모두 공유한 뒤라면, 섀도우의 안위를 걱정할 이유가 없어진다.
‘뭐, 모든 정보를 공유한 뒤면 섀도우도 어련히 흑색 마탑에서 탈출할 테지만.’
뭐가 됐던 섀도우의 안위를 걱정할 이유는 사라진다.
“안 그래도 최대한 빨리 진행해 볼 생각이에요.”
“최대한 빨리라는 게, 얼마나 걸릴 거 같은데?”
“길면 3달 정도요.”
섀도우에게 남은 정보를 전해 듣기 위해선, 섀도우가 몸에 품고 있는 저주, 움브라의 그림자를 제거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움브라의 그림자를 제거하기 위해선, 그 전에 선행 조건을 클리어할 필요가 있다.
‘신화 마법, 이그니스를 얻는다.’
헬리오스의 천마 덕에 우연찮게 알게 된 상성.
움브라와 이그니스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이미 미미르가 끝마쳤다.
‘이그니스만 얻으면, 움브라의 그림자를 확실히 떼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