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2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25화(225/466)
그날 밤.
나는 아델라와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말이 대화였지, 거의 나 혼자 말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아델라는 거의 듣고만 있었다.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내 얘기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이렇게 돼서 이번 사건까지 이어진 거야.”
그렇게 총 3시간이 흘러.
내 얘기가 모두 끝났다.
나와 흑색 마탑 사이에 얽힌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최대한 축약했는데도 불구하고 3시간이나 흘렀다.
진짜 샤를 단장님이 아는 만큼만 말한 건데도 이 정도라니.
샤를 단장님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들까지 모조리 말했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못해도 5시간은 넘게 걸렸겠지?
“이해 안 가는 거 있어? 궁금한 거나.”
“궁금한 거…….”
아델라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멍하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들어서 뇌에 과부하라도 온 걸까.
“……그, 모르겠어요.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뭐가 이해가 안 가는지 조차 모르겠다는 표정.
진짜 머리가 복잡하긴 한 모양이다.
“천천히 생각해.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예.”
아델라가 멍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 오늘은 일단 돌아가 봐도 될까요?”
“그럴래?”
“네. 혼자만의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확실히 머리가 복잡할 땐, 혼자서 있는 게 최고긴 하다.
누군가가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 머리가 잘 안 돌아가곤 하니까.
“그래. 그럼.”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아델라가 입고 온 외투를 꺼내줬다.
내가 일어났음에도 멍하니 앉아 있던 아델라가 이제야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정도로 멍한 걸 보면, 외투 안 꺼내줬으면 그냥 저 상태로 돌아갔겠는데.
“감사합니다.”
외투를 건네받은 아델라가 허겁지겁 외투를 걸치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생각하다가, 뭐 이해 안 가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늦은 시간이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예. 그땐 실례 좀 할게요.”
평소라면 곧 죽어도, ‘실례를 할 수는 없으니까, 내일 아침에 연락할게요.’라고 할 애인데.
그만큼 이번 일에 많은 생각을 품고 있단 뜻이리라.
“그럼 내일 봬요.”
이미 내일 다시 볼 거라 확신하고 있기까지 하다.
아마 오늘 밤새서 생각의 정리를 마치고, 의문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모조리 적어 온 뒤에, 내일 날 찾아 와 질문 세례를 퍼 붓지 않을까.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 아델라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 그리고 내일은 미호랑도 만나게 해 주세요.”
말했듯이, 샤를 단장님이 알고 있는 건 모두 전했다.
당연히 미호가 아공간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저런 말을 하는 거다.
“알겠어.”
내 대답에 아델라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내 방을 떠났다.
* * *
다음날 아침.
평소와 마찬가지로 미미르의 서에서 책을 읽고 있던 중.
방의 초인종과 연동시켜 둔 알람 마법이 발동했다.
누군가가 내 방의 초인종을 누른 것이다.
‘아델란가?’
아마도 아델라겠지.
밤새서 생각의 정리를 끝마치고, 해가 뜨자마자 다시 날 찾아 온 것이리라.
나는 반쯤 아델라라 확신하고 문을 열었다.
“하이.”
근데 이게 웬걸.
방문자는 아델라가 아니었다.
“……단장님?”
“왜 그렇게 놀라? 안에 여자 친구라도 숨겨 뒀어?”
방문자는 샤를 단장님이었다.
진짜 예상도 못했네.
“뭐야. 진짜야? 어제 얘기 좀 한다더니. 그대로 여기서 재웠어?”
샤를 단장님이 목소리를 낮췄다.
진짜 안에 아델라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아뇨. 아닙니다. 어제 돌아갔어요. 안엔 아무도 없습니다.”
“……에이. 뭐야. 없어?”
샤를 단장님이 김이 팍 식었다는 표정으로 실망한 티를 냈다.
“그 상황에 어떻게 그냥 돌려보낼 수가 있냐. 너 남자 아니지?”
그리고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장난치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저희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막말로. 그런 심각한 얘기를 하는 중에, 어떻게 그런 분위기가 됩니까?”
“어떻게 되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여자. 그 여자를 믿고 진실을 전하는 남자. 서로 하나 되는 믿음. 쌓이는 신뢰. 그리고 그 신뢰는 여태까지 쌓은 친애와 합쳐져 정열과 사랑으로…….”
마치 꿈꾸는 소녀 같은 표정이었다.
“단장님. 혹시 요즘 드라마 많이 보세요?”
“…….”
샤를 단장님이 순간 말을 잃었다. 정곡을 찔린 자의 반응이었다.
“맞나보네요.”
얼마 전까지 만해도, 한국에선 할 게 없다고 노래를 부르시던 분이.
어느 순간 그런 말을 안 한다 싶었는데. 드라마를 보고 계셨구나.
그럼 요즘 패션이 좀 바뀐 것도 드라마의 영향인가?
그렇다면 샤를 단장님은 상당히 드라마에 깊이 심취해 있다는 말이 된다.
“단장님. 걱정 되서 말씀드리는 건데.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에요. 다 픽션이에요. 한국인들도 그렇게 연애 안 해요.”
그리고 저런 과는 보통, 가상과 현실을 미묘하게 혼동하곤 한다.
샤를 단장님은 긴 용병 생활로, 일상적인 상식이 부족하신만큼, 더 크게 오해하신 게 아닐까.
“……그래?”
“네.”
“막 사탕 키스 같은 거 안 해?”
“안 합니다.”
“나 너 좋아하냐. 같은 말도 안 하고?”
“절대 안 합니다.”
“그럴 수가…….”
샤를 단장님이 좌절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표정이다.
진짜 드라마에 깊게 빠져드셨던 모양이다.
“나, 우리 애들한테 막 한국인들은 이렇게 연애한다고 진짜 썰 풀듯이 말했는데…….”
“드라마 얘기라고 안 하고, 진짜인 것처럼 말했다고요?”
“어……. 명색이 용병단 단장인데, 드라마 본다고 하면 뭔가 좀 그렇잖아……. 그래서 한국 얘기 해 달라고 할 때, 여기 사람들은 연애를 좀 특이하게 한다고…….”
샤를 단장님이 안절부절 못했다.
“딱히 문제될 건 없지 않나요?”
드라마를 현실처럼 말했다고 문제 될 건 없지 않나?
다른 용병 분들도 샤를 단장님과 비슷한 상식을 갖고 있다면 들킬 리도 없고.
만약 들켜도 드라마 좀 봤다는 게 흠이 되진 않는다.
문제될 건 아무것도 없다.
“문제될 거? 많아. 아주 많아. 진짜 미친듯이 많아…….”
“뭐가 문젠데요?”
“일단…… 우리 애들 중 한 명은 한국인이야. 20세에 넘어와서 용병 생활을 시작한 앤데……. 아무튼 한국에 대해선 빠삭하단 말이지?”
“……아하. 그럼 들켰겠네요.”
그 사람이라면 단장님이 헛소리를 했다는 걸 바로 눈치 챘을 거다.
“그리고 걔가…… 한국 드라마가 그렇게 재밌다고 노래를 불렀었거든?”
이 빌드업.
무슨 말이 나올지, 대충 예상이 간다.
“그걸로 뭐라고 하셨군요.”
“……어. 그딴 유치한 사랑 얘기가 뭐가 재밌냐고……. 엄청 핀잔을……. 막 꼬맹이라고도 했는데…….”
역시나.
“진짜 엄청 깐족댔는데……. 그런 상황에서 내가 드라마를 봤다는 게 알려져 봐…….”
샤를 단장님의 안색이 시퍼레졌다.
“업보를 엄청 쌓으셨네요?”
“……하하하.”
샤를 단장님이 오른손으로 눈을 가렸다.
“난 망했어……. 단장의 위엄이……. 내 카리스마가…….”
절망하는 샤를 단장님을 보며, 나는 작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 힘내세요.”
“망했어어어어…….”
그러나 내 위로가 오히려 독이 됐던 걸까.
샤를 단장님은 한층 더 절망한 표정이 되었다.
* * *
그 후, 샤를 단장님은 나를 찾아 온 용건만 간단하게 설명하신 후에 곧장 돌아가셨다.
평소라면 좀 더 있다가 가셨겠지만, 오늘은 수다나 떨 기분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바로 돌아가시더라.
멀어져 가는 뒷모습이 상당히 처량해 보였다.
‘……그니까 왜 그런 말을 하셔서.’
이 세상엔 여러 가지 업보가 있는데. 그 중에 사람의 취미를 건드는 건 최상위 업보에 속한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취미를 부정하는 것만큼 끔찍한 업보가 없다.
하물며 그 무시했던 취미를 추후, 당사자가 즐기고 있다?
‘어우.’
살짝 상상만 했을 뿐인데, 얼굴이 붉어진다.
엄청 부끄럽겠네 진짜.
‘애도를 표합니다.’
나는 세상 처량한 샤를 단장님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속으로 심심한 위로의 말을 보냈다.
‘뭐, 그건 그거고…….’
나는 샤를 단장님이 건네고 간, 보고서를 다시금 확인했다.
[썬더 버드 사체 처리 금액 정산 내역]이전, 백두산에서 처리해, 아에스를 통해 판매한 랭크 외 재해종의 부산물 판매가 끝났다.
이건 그 부산물을 어떻게, 얼마에 팔았는지가 자세히 적혀있는 보고서다.
‘확실히 정가보단 싸긴 한데.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지.’
밀수인 데다가, 70%만 받은 건데도 이 정도면, 정말 엄청난 거다.
샤를 단장님의 인맥과 명성이 아니었으면 이 값의 반도 못 받지 않았을까.
진짜 브로커를 잘 만나도, 이 값의 60% 정도였을 거다.
‘확실히 믿고 맡겨 달라 하실 만하네.’
용병과 브로커는 어느 정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인지.
브로커들이 꽤나 양보를 한 듯하다.
음지에서 샤를 단장님의 이름값은 거의 소피아 님 수준으로 높다고 하니까. 장난질을 못 친 것도 있을 테고.
‘아무튼 이 금액이면 어디든 갈 수 있겠어.’
나를 속박하던 학생 신분은 어제 월반 시험 통과와 함께 사라졌다.
이제 어딜 가던 내 자유다.
‘확실히 프랑스는 조금 비싸네.’
나는 그 자유를 만끽할 겸, 프랑스로 좀 갔다 올 생각이다.
참고로 여행 목적은 아니다.
애초에 여행 목적이었으면 굳이 이번에 썬더 버드 사체를 팔아 번 돈을 쓰지 않았을 거다.
그냥 가문의 지원을 받았을 테지.
‘가짜 신분증은 미리 신청해 뒀으니까…… 4일 뒤면 나오고. 비행기도 돈만 입금하면 3일 이내에 준비해 준다고 했고.’
내가 굳이 가문의 지원을 받지 않고, 썬더 버드의 사체를 판매한 돈을 쓰려는 건, 이번 일이 떳떳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프랑스에 불법 밀입국을 할 생각이다.
그걸 위한 준비는 이미 다 끝내 뒀다.
‘관건은 2달 내에 이그니스를 손에 넣을 수 있느냔데…….’
목적은 프랑스에 존재하는 이그니스의 매개체를 손에 넣는 것.
이번 밀입국은 그걸 위한 것이다.
‘정식으로 입국하는 거였으면, 2달 내에 무조건 찾을 수 있을 텐데.’
만약 정식으로 입국하는 거였다면, 어디든 갈 수 있었을 테지.
그랬다면 이그니스를 찾는 것도 굉장히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정식으로 입국하는 게 아니라, 불법으로 밀입국하는 거다.
행동에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흑색 마탑 놈들만 아니었어도.’
이게 다 흑색 마탑 때문이다.
놈들이 나를 주목하고 있지만 않다면, 굳이 큰돈을 들여서 밀입국할 필요 없었을 텐데.
‘후. 어쩌겠어. 상황이 이런데. 해외에서 불편을 겪는 것 정도는 감수해야지.’
흑색 마탑 놈들이 현재 나를 대놓고 노리지 못하는 건, 내가 있는 곳이 다름 아닌 한국이기 때문이다.
나라가 좁은 만큼, 경비의 밀도가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오밀조밀하고.
마도신가의 보안망이 수도권 전역에 쫙 깔려 있으며.
아버지와 김강인 님이라는 거대 전력이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니만큼, 섣불리 나를 노릴 수가 없는 거다.
하지만 내가 해외로 나간다면, 그건 얘기가 다르다.
미국에서 놈들에게 셀 수도 없이 많은 위협을 받았듯이.
해외로 나간 순간 나는 놈들에게 미친 듯이 물어뜯길 것이다.
그래서 밀입국을 하려는 거다.
내가 해외로 나갔다는 걸 놈들도 모르게 하기 위해서.
그래야 놈들이 나를 노리지 않을 테니까.
참고로 가문의 지원을 받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다.
흑색 마탑의 간부 놈들 중엔 해커가 존재한다.
그런 만큼, 괜히 가문의 돈을 움직였다간, 내가 몰래 해외로 출국했다는 걸 들킬 수도 있다.
그걸 막기 위해, 썬더 버드의 사체를 팔아 번 검은 돈을 사용해, 준비를 한 거다.
이러면 해커고 뭐고, 내 행방을 알 방법은 없다.
‘역시 현지에서 날 도와 줄 지원자가 필요하긴 할 것 같은데…….’
밀입국자인 내가 겪을 불편함을 다소 완화시켜 줄 도우미.
그런 도우미만 있다면, 이그니스의 매개체를 찾는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아델라가 하겠다고 하려나.’
그리고 그 도우미로서 최고인 건, 다름 아닌 아델라다.
내 사정을 다 알고 있는 만큼 신뢰도 되고.
프랑스의 명가인 스테어트가의 태생이니만큼,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어제, 얘기를 할 때. 프랑스로 가서 좀 도와달라는 얘기도 넌지시 건넸었다.
아직 답은 못 들었지만 말이다.
‘아델라가 도와주기 만하면 진짜 걱정이 없을 텐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망설이고 있는 걸까.
‘내 쪽에서 먼저 전화해 봐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폰을 어루만지고 있을 때였다.
우웅-!
때마침 폰이 울렸다.
[아델라]액정에 떠오른 아델라라는 세 글자 이름.
아델라에게 문자가 왔다.
나는 곧바로 문자를 확인했다.
[늦어서 미안해요. 정리가 좀 늦었어요.] [프랑스. 갈게요. 일정은 어떻게 짜면 될까요?]“빙고.”
문자의 내용은 바야흐로 내가 원하던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