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3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30화(230/466)
마침 그 시간, 아델라도 혼자 방에서 쪽지를 읽고 있었다.
“……적어.”
쪽지에 적혀있는 글자의 수가 상당히 적다.
아델라가 쓴 쪽지 대비 글자 수가 1/4도 안 되는 것 같다.
그 사실이 묘하게 서운했다.
‘첫 날이라 아직 제대로 보고할 게 없다는 건 아는데…….’
그래도 이렇게 짧게 쓸 필요는 없지 않나?
이쪽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자세히 보고를 했는데.
너무 쌀쌀맞다고 해야 하나.
이쪽에 관심이 없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되게 묘한 기분이었다.
[이쪽은 특별한 게 아무것도 없었음.] [추가적으로 조사 후, 뭔가 깨달으면 그때 보고하겠음.]저 ~음으로 끝나는 문장들도 뭔가 서운하고.
별거 없다고 생략한 것도 괜히 서운했다.
아델라의 입술이 댓발 튀어나왔다.
그렇게 속으로 툴툴대고 있는 중.
‘근데, 나 왜 화를 내고 있는 거지?’
문득 자기가 화를 내는 게 이상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보고라는 건 원래 용건만 짧게 전달하는 법이다.
할 말이 없으면, 이런 식으로 축약해서 전달하는 게 맞다.
너무 큰 쪽지를 이용할 수 없는 만큼, 말끝을 축약하는 것도 당연하다.
굳이 경어로 페이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까.
지금 이 상황은 전혀 화를 낼 상황이 아니다.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을까?’
아델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언짢은 건지에 대해 고찰했다.
그러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냥,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서운했다.
‘그 일 후로……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그 일.
아델라가 납치되고, 아델라의 아버지인 위상철이 죽은 날.
그 날 아델라는 많은 걸 느끼고, 많은 걸 잃었으며, 많은 걸 배웠다.
그때의 아델라는 본인이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는 날이 잦았다.
슬펐고, 괴로웠고, 우울했으며, 화가 났다.
아마 지금 이것도 그러한 감정 폭주의 후유증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이렇게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걸 거다.
그게 아니고선 서운할 이유가 없으니까.
“후우.”
아델라가 심호흡과 함께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약 3차례의 심호흡이 끝나고, 아델라의 정신은 어느 정도 평소의 냉정함을 되찾았다.
‘일단, 마저 읽자.’
아델라는 말끔해진 정신으로 다시 쪽지를 읽어 나갔다.
10문장 밖에 안 되는 짧은 쪽지라, 읽는 거 자체는 금방 끝났다.
‘역시 별건 없…….’
그렇게 9문장 째를 읽고,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조사 도중, 스텔라 비노슈와 우연히 만나게 돼서, 국립 기사 학교 조사는 그쪽으로 활로를 열어보려 함.]‘……스텔라 비노슈?’
잔잔해졌던 아델라의 마음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 * *
베르사유 궁전에 뭔가가 있다는 건 알았다.
그곳이 아마 잭팟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마 높은 확률로 베르사유 궁전에 이그니스가 보관되어 있을 테지.
확률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베르사유 궁전에 잠입할 준비로 넘어가는 게 옳은 판단이다.
하지만.
‘베르사유 궁전에 잠입하는 건 남은 두 곳도 확실히 조사해 본 뒤에 해도 늦지 않아.’
그건 하책이다.
베르사유 궁전에 이그니스가 있을 확률이 ‘높은’ 거지, 100% 있는 게 아니다.
여기서 괜히 베르사유 궁전에 잠입한다는 짓을 했다가, 베르사유 궁전에 이그니스가 없기라도 해 봐라.
그땐 아주 난감해진다.
경비가 엄중한 곳이니만큼, 내 잠입은 금세 들통날 테고.
그렇게 되면 국제적으로 내 수배가 내려진다.
그럼 내 가짜 신분증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나는 더 이상 프랑스에 있을 수 없게 된다.
그럼 이그니스의 습득은 물건너간다.
그 정도에서만 끝나면 다행이지, 최악의 경우 루안 팔라티아가 신하율이라는 게 들통날 지도 모른다.
그럼 진짜 난리가 날 거다.
잠입은 리스크가 커도 너무 크다.
‘미호가 세 군데에서 감지를 한 이유도 알아내지 못했고.’
무엇보다 미호가 세 구역에서 동시에 이그니스를 감지한 이유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아직 시간도 많겠다, 지금 당장은 조사를 계속하는 게 맞다.
끼잉.
로브 속, 가슴팍에 숨어있는 미호가 답답하다는 듯이 신음을 냈다.
머리까지 옷 속에 감추고 있는 통에, 숨 쉬는 것도 답답할 테지.
“미안. 조금만 더 참아 줘.”
미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은 버텨줘야 한다.
새벽이라 인적이 드물긴 해도, 주위에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지금 미호가 고개를 내밀기라도 했다간, 주목이 쏠릴 수도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니까. 그때까지만 참으면 돼.”
미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울었다.
“고마워.”
나는 로브 너머로, 미호의 머리를 살짝 어루만지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달리긴지 걷는건지 모를 속도로 걸어 나가기 시작한 지 어언 3분.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호야. 이제 얼굴 내밀어도 돼.”
내 말에 먼저 미호의 귀가 쫑긋 솟았다.
그리곤 그대로 스윽 내 가슴팍 위, 턱 아래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제 좀 살겠다는 표정이다.
“미안. 답답했지.”
미호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 답답했지만, 이 정돈 충분히 참을 만했다고 말하는 듯했다.
“고마워. 역시 미호밖에 없다.”
진심을 담아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호가 세상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미호의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것이, 얇은 옷감 너머로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래서 미호야. 여기까지 오는 데 뭐 깨달은 거 있어?”
내가 미호를 굳이 로브 안에 숨기고 온 것은 여기까지 오는 길에 뭔가 깨닫는게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굴까지 푹 감추고 있었기에 눈으로 뭔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영적인 감지 능력은 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로브 안에 숨긴 채 오든, 가방에 숨긴 채 오든, 영혼 감지를 하는 덴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래서 미호를 이렇게 품에 넣고 온 것이다.
이 장소를 조사해 보는 게 목적이었으면, 그냥 와서 미호를 몰래 꺼냈을 것이다.
절레절레.
미호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 수상한 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그래.”
미호라면 뭔가 눈치 채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미호도 감을 못 잡다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앞으로의 일이 상당히 막막해졌다.
“그럼 여기는?”
한국에서 이그니스를 감지한 날, 미호가 점찍은 세 군데 중 한 군데가 바로 이곳이다.
이 위치에서라면 뭐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 물음에 미호가 눈을 날카롭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딱히 대수로운 표정 변화가 없는 걸보니, 여기서도 별다른 게 느껴지진 않는 모양이다.
“여기도 별게 없구나…….”
그때 미호가 살짝 아둥바둥거렸다.
“밖으로 꺼내 달라고?”
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호는 밖에서 직접 주위를 관찰해 보고 싶은 것이다.
“……어두운 골목이기도 하고. 괜찮겠다.”
으슥한 골목길이라서, 만약 사람이 들이닥쳐도 어떻게든 된다.
나는 미호를 꺼내, 대로변에 내려줬다.
미호가 그대로 여섯 꼬리를 쫙 펼치고 몸을 마구 흔들었다.
내 품에서 눌린 털들이 빠르게 원래의 형태를 되찾아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원래의 고고한 자태가 된 미호.
미호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주위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뒷골목이라고 부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으슥한 골목.
세 가게의 뒷문이 보이고.
민가로 보이는 건물 입구도 두 개 정도 보인다.
모든 건물에 불이 꺼져 있는 걸 보면 다들 자고 있는 것이겠지.
‘……다시 봐도 별게 없는데.’
다시 봐도 아주 평범한 골목이다.
이런 곳에 이그니스의 매개체가 잠들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역시 여기가 아닌 건가?’
주위를 샅샅이 살피는 미호를 살피며, 나는 이곳이 페이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미호나, 나나 감지 능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능력을 지녔다 자부한다.
그런 우리가 이 정도로 아무것도 못 느낀다면 이곳엔 진짜 아무것도 없는 게 맞지 않을까.
‘뭐가 됐던 여기 더 있어 봐야 의미는 없겠어.’
미호조차 아무런 감을 못 잡고 있는 이상, 여기 있어 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일단 이곳의 조사는 뒤로 좀 미루고, 국립 기사 학교 쪽을 조사해 보는 걸로 목표를 바꿔서…….’
그렇게 이곳을 떠나, 국립 기사 학교 쪽을 조사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그쪽 골목으로 갔습니다!”
저 멀리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B반은 그쪽으로 몰아넣어주세요! 포위하겠습니다!”
‘이 목소리…….’
귀에 익은 목소리.
하루 만에 세 번이나 들은 만큼, 익숙해지는 게 당연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텔라 비노슈?’
그녀가 어째서 이 시간에 이런 곳에…….
“미호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 이렇게 있는 건 좋지 않을 테지.
나는 곧장 미호를 불러, 품에 넣고는 위로 날아올랐다.
빠르게 건물 위까지 날아올라, 마나를 차단하고, 기척까지 차단했다.
석현 아저씨에게 수박겉핥기 식으로나마 전수받은 은신 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타다다다다닷-!
그때 골목 양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의 수를 봐서 못해도 열댓 명은 넘는 듯하다.
나는 조금 더 감지를 뻗어나갔다.
‘왼쪽 통로에 6명. 오른쪽 통로에 7명. 그 중, 오른쪽 통로 맨 앞의 한 명만 따로 떨어져서 달리고 있어. 12명이 1명을 쫓고 있는 건가?’
왼쪽 통로의 6명과 오른쪽 통로의 6명이 1명을 뒤쫓고 있다.
대충 이런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국립 기사 학교 학생들은 재학 중에도 민간 방범을 비롯한, 치안 유지를 위한 순찰 임무에 나서는 일이 많다고 하던데.
사실이었구나.
그냥 명목상으로 순찰하는 시늉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한국은 진짜 순찰하는 척만 하는데.’
한국의 높은 치안 때문에 순찰이 의미가 없다는 이유도 있긴 한데. 아무튼 이렇게까지 본격적이진 않은 건 사실이다.
‘프랑스 기사들은 확실히 다르긴 한가보네.’
발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질서정연함.
한 명을 구석까지 몰아붙이는 체계적인 운용.
벌써부터 한국의 기사들과는 천지차이다.
‘저 남잔가?’
그때 골목으로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 들어왔다.
동시에 반대쪽 골목에서 6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주로가 봉쇄됐음을 파악한 남자가 급격히 제동을 걸었다.
“개 같은 새끼들!”
그리고 뒤로 다시 돌아가려는 찰나.
“포기하세요. 당신은 포위됐습니다.”
뒤쪽 통로에서도 6명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일 앞에는 스텔라 비노슈가 서 있다.
아까 전 낮에 만난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입고 있는 옅은 청색 갑옷 때문인지 뭔지 분위기가 아주 차갑기 그지없다.
진짜 낮에 본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저런 모습 때문에 그런 별명이 생겼구나.’
확실히 저 모습은 얼음 여왕 그 자체다.
빙결 마법이 사람으로 변한다면 저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마엘 나달. 당신을 연쇄 살인범 혐의로 체포합니다.”
스텔라 비노슈가 검을 내밀었다.
그 검이 가리키는 건, 마엘 나달이라 불린 남자.
나는 그 남자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연쇄 살인범?’
프랑스에 연쇄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는 못 봤는데.
내 귀가 한층 더 쫑긋 솟았다.
* * *
마엘 나달은 자신을 향한 검을 보며, 거칠게 웃었다.
“운이 없군. 설마 너희 같은 병아리들에게 쫓길 줄이야.”
육식 동물을 연상케 하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스텔라 비노슈를 노려본다.
“경찰들이나 정규 경비대 쪽의 움직임만 파악하면 될 줄 알았는데. 설마 이런 데서 발목을 잡힐 줄은.”
남자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거기. 프랑스의 보물. 제안 하나 하지.”
그리고는 무덤덤하게 말을 걸었다.
“범죄자 따위와 협상할 생각은 없습니다.”
“됐으니까 일단 들어. 듣고 정해.”
마엘 나달이 작게 웃었다.
“지금 도망가면 살려 줄게. 딱히 의미 없는 살생을 하고 싶진 않아서 말이야. 굳이 벌집을 쑤시고 싶지도 않고.”
스텔라 비노슈.
저 여자를 건드는 건 하책이다.
굳이 기사를 처리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없는데, 그에 따른 후폭풍은 무지막지하게 크다.
스텔라 비노슈와는 어지간하면 엮이지 않는 게 좋다.
“거절합니다.”
“오우. 단호한데? 너무 단호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도 못 하겠어.”
마엘 나달이 다시금 혀를 찼다.
세상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굳이 벌집을 건들고 싶진 않다만, 내 신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제거해야지.”
마엘 나달의 신체를 중심으로 마나가 일렁였다.
“마법사……!”
스텔라 비노슈가 소리쳤다.
마엘 나달이 마법사라니.
“다들 뒤로 물러나!”
12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측되는 용의자 마엘 나달.
‘이런 정보는 없었는데!’
12건의 사건 모두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살인 사건이었으니만큼, 용의자는 일반인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었다.
그렇기에 스텔라도 마엘 나달이 마법사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일반인일 거라 생각하고 작전을 구상했다.
‘이 좁은 골목에서 정체불명의 마법사와 싸우는 건 좋지 않아!’
상대가 마법사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시간을 끄는 것밖에 없다.
3~4서클 정도의 하위 마법사면 모를까. 저 마나량으로 봐서, 놈은 최소가 5서클.
5서클 마법사와 이런 지형에서 싸우는 건 자살 행위일 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고 경찰들이 오는 걸 기다리는 것.
“다들 최대한 발을 묶는 것만 생각해!”
스텔라가 다시금 지령을 내렸다.
다른 12인의 기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대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게 목적인 거 같은데.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마엘 나달의 마나가 한층 더 짙어졌다.
마치 마나가 반전하기라도 한 것처럼, 마나의 성질 자체가 변화했다.
아니, 저 마나가 본래 저 남자가 지니고 있는 마나인 거겠지.
“흑마법사……!”
스텔라가 입술을 짓씹고 소리죽여 소리쳤다.
어중이떠중이 범죄 마법사도 아니고, 무려 흑마법사.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앞에 5서클을 붙여주지 않겠나? 나름의 자부심이라서 말이지.”
흑마법사에 더해, 예상대로 5서클이기까지 하다.
이 자리에 있는 12명이 떼로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수준의 범죄자다.
“모두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서……!”
스텔라가 재빨리 도주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늦었어. 도망갈 거였으면 아까 했어야지!”
이미 늦었다.
“원망할 거라면 괜히 오지랖을 부린 자신들을 원망해라! 크흐흐!”
놈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지옥불.’
남자의 손에서 검은색 화염구가 뿜어져 나왔다.
총 두 개의 화염구.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
그러한 두 개의 화염구가 골목 양쪽으로 날아들었다.
작은 화염구는 스텔라 비노슈 쪽으로.
큰 화염구는 반대쪽 6인의 기사 쪽으로.
얼핏 보면 반대로 던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이게 맞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스텔라 비노슈를 죽이는 건, 너무 리스크가 크다. 여기선 발을 막고, 눈을 가린 뒤, 튀는 게 맞아.’
거대한 화염구로는 반대쪽 어중이떠중이들을 죽이고.
작은 화염구로는 스텔라의 발을 묶는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화풀이도 되고, 도주도 용이해진다.
화르르르르르륵-!
빠르게 골목 너머로 날아드는 화염구.
‘지금이다.’
그것을 보며 마엘 나달이 골목 옆 통로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 순간.
드르르륵-!
뭔가 기계장치가 발동되는 소리가 울렸다.
서서히 변화하는 벽면.
벽면은 어느새 하나의 비밀통로가 되었다.
‘스텔라 비노슈. 날 귀찮게 해 준 보답은 반드시 갚아 주겠다.’
그리고 마엘 나달이 문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서걱-!
무언가 예리한 절삭음이 들렸다.
베여선 안 될 것이 베인 듯한 소리.
공기를 가른 것 같기도 하고, 바람을 가른 것 같기도 한 묘한 절삭음.
‘뭐지?’
마엘 나달이 그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뭐가 잘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거대한 화염구를 날린 방향을 바라봤고.
“……뭐?”
이내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남자가 쏜 화염구가 둘로 나뉘어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의문을 품고 있는 중.
좌우로 나뉜 화염구의 사이로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온통 검은 복장에, 하관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 그가 검을 쥐고 하늘을 날아오고 있었다.
마엘이 남자를 보고 소리쳤다.
“넌 또 뭐……!”
하지만, 남자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어라?”
눈치 챈 순간, 남자의 신영은 마엘의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고.
‘세상이…… 돈다?’
마엘의 시야는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시계방향으로, 마치 초침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릿하게.
‘……내 몸?’
그렇게 천천히 변화하는 시야 속. 자신의 신체가 보였다.
목 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처참한 몰골의 신체.
‘나, 베인… 건가?’
남자는 자신이 죽었음을 자각했다.
‘이럴… 수는…….’
그리고 그런 남자가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광경은.
‘죽어? 이렇게 허무하게……?’
자신의 목을 벤 남자의 뒷모습.
그리고 작은 화염구를 막아낸 스텔라 비노슈가 남자를 보고 경악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