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3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34화(234/466)
스텔라 비노슈는 지금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당황하고 있었다.
‘으으으. 거기서 괜히 욱해서…….’
지금 상황이 이 지경이 된 건, 순전히 스텔라의 탓이다.
스텔라가 ‘그분은 어머니만큼 강해요!’ 라는 말만 안 꺼냈다면, 이런 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어머니가 루안 님을 너무 무시하시니까…….’
물론 스텔라가 다짜고짜 신하율에 대한 얘기를 꺼낸 건 아니다.
신하율을 가문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표인 이상, 언젠간 말했을 거긴 하지만, 적어도 오늘 말할 건 아니었다.
신하율이 자신의 정보를 감추려고 하고 있는 만큼 그의 신뢰를 얻고 포섭하려면, 그의 정보를 어디 가서 떠벌리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스텔라는 어머니에게도 신하율에 대한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그가 임시 교관증을 발행받고 난 뒤, 조금 더 그의 정보가 알려지면 그때 말하자.
그렇게 마음을 정했었다.
‘아니, 그보다 어머니는 시험에 대한 걸 어디서 들으신 거지?’
하지만 이게 웬걸.
세인은 이미 신하율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니, 신하율에 대한 걸 알고 있었다고 하기 보단, 스텔라가 한 정체모를 기사의 신분 보장을 서 주고, 임시 교관증 발행 시험 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이런 사소한 사건까지 일일이 알아보실 분이 아닌데. 대체 누가 말한 거야?’
집사는 아닐 거고.
시험을 수리한 공무원들 중 누군가가 신하율의 활동 이력을 보고 걱정돼서 세인에게 보고를 한 건가?
‘씨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걸리면 죽었어.’
세인에게 이번 일을 보고한 미지의 존재를 떠올리며 이를 까드득 갈았다.
‘그 사람만 아니었으면, 어머니가 그분을 반푼이, 사기꾼이라고 무시할 일도 없었고. 내가 거기서 욱해서 그런 말을 할 일도 없었어. 그럼 이런 상황이 되지도 않았을 테고. 이게 다 그 사람 탓이야.’
보고를 한 당사자가 들으면 이마를 탁 칠만한 상황이었다.
제 딴에는 스텔라가 걱정돼서 보고를 한 건데, 원한을 받다니 말이다.
‘에이. 몰라. 어차피 근 시일 내에 다 알려질 사실이었는데 뭐.’
낭중지추.
뛰어난 사람은 언젠가 저절로 드러나는 법이다.
생각해 보면 신하율은 딱히 힘을 감추려는 생각은 없어 보였고.
신뢰 문제가 생기진 않을 테지.
……아마도.
‘우이씨. 그니까 어머니는 왜 그런 말을 하셔서.’
반푼이. 사기꾼. 허세로 가득찬 낭인. 그 외 기타 등등.
세인이 신하율을 무시하려는 의도로 사용한 멸칭은 아주 많다.
듣다듣다, 결국 참지 못한 스텔라가 욱해서 한 말이 ‘그분은 어머니만큼 강해요!’다.
‘……아. 부끄러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렸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그분에 대한 욕 좀 들었다고 바로 욱해서 애처럼 소리치다니.
‘내가 이렇게 감정적이었나?’
아닌데.
이래봬도 얼음 여왕이라고 까지 불리고 있는 몸이다.
감정을 제어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욱해서 뭔가 일을 저지른 적은 없다.
‘그럼 왜…….’
근데 오늘은 왜 그렇게 욱한 거지? 다시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날 도와주신 은인님이 무시당해서 그런가?’
아마 그런 거 같다.
누구든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 모욕 받는 건 못 참을 테니까.
스텔라는 자체적으로 그렇게 결론을 냈다.
‘아무튼 루안 님한텐 죄송하긴 한데…….’
스텔라가 다소 침착해진 표정과 예리한 눈빛으로 시험장을 바라봤다.
‘잘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상황. 나쁘지 않아. 나한텐 오히려 좋아.’
세상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세인.
그리고 대관절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신하율.
‘저 두 분의 전투를 이렇게 빨리 볼 수 있게 되다니.’
스텔라가 생각하기에, 가장 강한 기사 두 명의 대련.
그걸 코앞에서 직관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스텔라의 심장이 흥분으로 마구 뛰었다.
“그래. 지금 이 상황에 대한 건 언제 설명해 줄 거니?”
그때, 옆에서 계속 상황을 지켜보던 여인이 말을 걸었다.
릴리안 스테어트.
아델라의 어머니.
그녀가 싱긋 웃는 낯으로 스텔라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상당히 무서운 미소였다.
“다과회 중에, 다짜고짜 여기로 끌려 온 우리 생각도 좀 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 죄,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이곳으로 끌려 온 사람으로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분명 2시간 전까진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던 거 같은데.
어쩌다 보니 여기서 기사들의 전투를 구경하게 되었다.
심지어 이번 일에 얽힌 이야기조차 모른다.
이러니 짜증이 날 수밖에.
“간단히 설명드리면…….”
스텔라가 부랴부랴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스테어트가는 귀빈이다.
그런 귀빈을 소홀하게 대했다간 어떤 후폭풍이 생길 지 알 수 없다.
‘어머니는 왜 굳이 이 두 분까지 데리고 와서…….’
스텔라가 설명을 하면서, 옆에 앉아 있는 아델라 스테어트도 힐끔 바라봤다.
다시 생각해도 저 둘을 이 자리에 데리고 온 건 이해 불가였다.
‘마법사들은 이런 걸 좋아하지도 않을 텐데.’
마법사들은 기사를 은연중에 무시한다.
고로, 기사들의 전투는 애들 장난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마법사의 전투가 더 화려하고 배울 것도 많은데, 굳이 기사들의 전투 같은 땀 내나는 대전을 봐야겠느냐. 이런 말도 종종 하곤 한다.
‘봐. 되게 재미없다는 표정이잖아.’
아델라의 표정이 그 증거다.
지금 이 상황에 아무런 흥미도, 관심도 없다는 듯.
완벽한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다.
‘마법 외에는 그 어떠한 것에도 흥미를 갖지 않는 여자라는 소문은 익히 듣긴 했지만…….’
스텔라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경련했다.
뭔가 자존심이 상했다.
세인 비노슈의 전투는 절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닌데.
그 엄청난 기회를 앞에 두고도 저렇게 평온하다니.
‘흥. 대련이 시작 되고도 그렇게 평온하게 있을 수 있나 보자.’
어디 한번 언제까지 그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나 보겠어.
스텔라가 속으로 비아냥대며 릴리안에게 현재 상황의 설명을 했다.
“…….”
그러나 스텔라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델라는 딱히 태연한 상태가 아니었다.
무표정을 가장하고는 있지만, 이건 모두 연기일 뿐.
실제로는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당황하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거니까, 상관없겠지?’
계획 상 신하율과 아델라는, 아니, 루안과 아델라는 따로 만나선 안 된다.
그래야 ‘루안 팔라티아’라는 인물이 ‘신하율’이라고 의심받지 않는다.
‘……상관있나?’
근데 이게 웬걸.
예상치도 못하게 떡하니 만나버렸다.
그것도 이런 중대한 자리에서 말이다.
‘상관있으면 어쩌지?’
그러니 아델라가 당황할 수밖에.
이것만이 아니다.
‘아니 그보다 기사의 신분으로 다닌다는 말은 안 했잖아…….’
아델라가 알고 있는 건 신하율이 ‘루안 팔라티아’라는 가명과 가짜 신분증으로 활동한다는 것뿐이었다.
그가 기사로서 활동한다고는 듣지도 못했고, 생각도 못했다.
누가 생각하겠는가.
천재 마법사인 신하율이 기사의 신분으로 활동한다니.
하물며 견습 기사도 아니고, 무려 저 ‘세인 비노슈’에 필적하는 수준의 기사라니 말이다.
‘마법을 이용해서 기사의 전투를 모방한 건가?’
신하율은 마법사다.
그가 마나 서클을 지니고 있는 이상, 마나 코어를 생성하는 건 불가능.
고로, 그는 절대 기사가 될 수 없다.
예상컨대 마법을 이용해 기사의 전투를 모방한 게 아닐까.
신하율은 신무강가의 ‘신무’를 익히고 있기도 하고.
원래 몸을 잘 쓰는 사람이니만큼 흉내를 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근데……. 스텔라 비노슈는 몰라도, 저 분. 세인 비노슈 님의 눈은 못 속일 텐데.’
이게 아델라가 당황하고 있는 세 번째 이유다.
현재 저 자리에 서 있는 신하율이 걱정되고, 걱정돼서 미쳐 버릴 것만 같다.
‘기사 학교를 조사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저거 말고도 있었을 텐데, 왜 저런 무리수를 둔 거지?’
이대로는 루안 팔라티아의 정체가 마법사라는 게 들통난다.
여차하면 그가 신하율이라는 것도 들통날 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뺄 수도 없고.’
이런 자리가 마련된 이상, 빠지는 것도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신하율은 무조건 세인 비노슈와 싸워야 한다.
‘……아, 진짜.’
아델라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불안과 초조로 박동이 빨라진 것이다.
“이렇게 된 겁니다.”
때마침 스텔라가 모든 설명을 끝냈다.
“그럼 진짜 저 남자가 세인이랑 동격이라고?”
“전력을 다하시는 걸 본 게 아니라, 뭐라 단언은 못 하겠습니다만……. 예.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모든 얘기를 다 들은 릴리안 스테어트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
아델라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말했듯이, 무표정인 건 외견뿐.
속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초조해 하고 있다.
‘대체 어쩌려고…….’
이런 얼토당토않은 상황을 만든 신하율이 원망스러웠다.
“흐음. 그래. 그럼 볼 만하겠네.”
릴리안 스테어트가 씨익 웃으며 아델라를 바라봤다.
“아델라. 너도 잘 보렴. 이번 전투. 보는 것만으로도 얻을 게 많을 테니까.”
“……예.”
그렇게 세 명이 각기 다른 마음을 품으며 경기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 그때.
―지금부터 루안 팔라티아의 임시 교관증 발행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심판이 시험 시작을 알렸다.
스텔라와 아델라가 떨리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같은 떨림은 아니었다.
‘과연 어떤 전투를 보여주실까?’
한 명은 기대에서 비롯된 떨림이었고.
‘……으.’
한 명은 불안에서 비롯된 떨림이었다.
그렇게 서로 상반된 감정을 품은 채, 두 여인은 시험장 중앙으로 전 신경을 집중시켰다.
* * *
“그럼 5초 후에 대련을 시작하겠…….”
“되었다.”
세인 비노슈가 심판의 말을 끊었다.
“카운터 따위 세지 않아도 된다. 물러나라.”
“하지만…….”
세인 비노슈의 미간이 아주 살짝 찡그러졌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예.”
심판이 움찔하고는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아니,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아예 시험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무지한 자로다. 우리 둘 사이에 카운트 같은 건 불요(不要)한데 말이야. 그렇지 않나?”
세인이 환하게 웃었다.
“글쎄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적당히 대꾸했다.
“그렇군. 겸손한 타입인가.”
그런 내 대답이 마음에 들기라도 한 것일까, 세인의 미소가 더욱 더 짙어졌다.
“그 정도 성취를 이뤘음에도 자만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는다. 나쁘지 않아.”
나에 대한 평가가 상상 이상으로 고평가다.
대체 세인은 내게서 뭘 본 것일까.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직 제가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제대로 못 보셨는데…….”
“굳이 검을 휘두르는 걸 안 봐도 알 수 있다.”
세인이 내 단전, 마나 코어가 있는 부위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마나 코어에서 흘러나오는 마나의 밀도가, 양이, 정순함이. 네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증명하고 있는데. 무엇을 더 볼 필요가 있겠느냐.”
“…….”
세인의 기세가 한층 더 강렬하게 요동쳤다.
그 기세가 어찌나 격렬한지, 주위 것들이 떨릴 정도였다.
‘내 마나 코어 때문이었구나.’
내 마나 코어는 기사들이 사용하는 마나 코어와 다르다.
마나 코어 자체는 같지만, 코어와 연결되어 있는 인피니티 서클 때문에 그 처리량과 처리 속도 자체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내 마나 코어는 사실상 완성형에 가깝다.
내 마나 코어의 완성도를 한눈에 파악했다면, 저런 말을 할 법도 하다.
“물론 마나 코어에 비해 검을 다루는 실력이 다소 뒤떨어질 수는 있겠다만…….”
세인이 작게 웃었다.
웃으며 검을 빼들었다.
훈련용으로 만들어진 날이 서지 않은 모조검.
그 검끝이 나를 가리켰다.
“그거야 확인해 보면 알겠지. 자. 검을 들어라.”
“……이겨야 합격입니까?”
“그래. 이겨야 합격이다.”
“국립 기사 학교의 임시 교관증이라는 게 이 정도로 따기 어려운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흥.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을 얻는 게 그리 쉬울 줄 알았느냐.”
장난스러운 미소.
말은 저렇게 했지만, 진짜 이겨야 합격인 건 아닐 거다.
어느 정도 가능성과 실력만 보이면 알아서 합격시켜 줄 테지.
나는 그대로 검을 빼들었다.
부드럽게 검을 쥐고 자세를 취했다.
“선수는 양보하겠다. 와라.”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선공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
이전, 마엘 나달을 상대할 땐, 근처에 기사들 밖에 없었으니만큼 어느 정도 마법을 혼용해도 됐지만.
이 자리엔 릴리안 스테어트 님과 아델라가 있다.
마법을 썼다간 바로 들통난다.
‘순수하게 검과 신체 능력으로만 승부를 본다.’
마침 이번 전투는 검기를 포함한 마나 방출 행위가 일체 금지되어 있기도 하고.
신체만을 이용해 싸우는 거라면 굳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마나 코어가 한층 더 펌프질 속도를 늘렸다.
마나 코어에서 시작된 마나 순환 또한 덩달아 빨라졌다.
“좋아. 좋구나. 예상했던 대로의 모습이야. 하하하!”
세인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자, 어디 한번 와 봐라. 네 검을 내게 보여라.”
그렇게 마나 코어의 가속이 안정권에 들어선 직후.
‘벤다.’
그렇게 마음먹은 것과 동시에, 모든 잡념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 몸은 순식간에 세인 비노슈의 품속에 들어서 있었고.
내 검은,
후우우우우웅-!
환하게 웃는 세인을 향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앙-!
흡사 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이 시험장 전역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