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4화(24/466)
목요일.
렝 스미스가 언급한 결행일인 금요일의 전날 밤.
[그럼 작전대로 잘 부탁드립니다.]작전 시행에 앞서 마지막으로 김강인에게 연락했다.
[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보만 정확하다면, 우리 쪽에서 실수가 발생할 일은 절대 없습니다.] [믿고 있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김강인과 연락을 끝마친 뒤.
나는 인근에 위치한 가문의 계열사 건물로 향했다.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의 약속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속 상대가 기다리고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네 쌍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두 형님과 두 누님.
같은 핏줄을 타고 난 네 명의 형제가 나를 반겼다.
“오랜만이야. 하율아.”
넷째 누님, 신민지가 가장 먼저 내게 다가왔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그닥 달라진 게 없다.
머리칼이 좀 길어진 정도?
“오랜만입니다. 여전하시네요.”
“칭찬이지?”
“네. 물론이죠.”
“고마워. 하율이 넌 키 엄청 컸네.”
조신한 몸짓과 기품이 느껴지는 태도. 그리고, 예의를 옷처럼 입은 듯한 분위기.
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까지 1년 전과 판박이다.
‘역시 민지 누님은 아니야.’
내게 렝 스미스를 파견한 건, 민지 누님이 아니다.
그걸 다시 한번 확신했다.
“짜식. 진짜 많이 크긴 했네.”
뒤이어 다가온 셋째 형, 신민혁이 유쾌하게 웃으며 내게 오른손을 건넸다.
나는 그 손을 적당한 세기로 쥐었다.
“반갑다. 솔직히 마냥 기뻐하기만은 힘들긴 하다만. 아무튼 환영할게.”
“예. 감사합니다.”
여전히 화법이 솔직하다.
그냥 좋게 좋게 환영한다고 말하면 될 것을 굳이 ‘마냥 기뻐하기만은 힘들다.’라고 미사여구를 붙이는 면이 참 민혁이 형님답다.
‘위압감은 조금 더 강해졌나.’
요 1년 사이에 적당한 계열사를 맡고 제법 성장시켰다고 하던데.
그 덕에 뭔가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늘었다.
‘역시 이쪽도 흰색.’
원래부터 한없이 흰색에 가까웠던 회색이었긴 했다만, 아무튼 민혁이 형님도 민지 누님과 마찬가지로 흰색이다.
“하하. 젖살이 쫙 빠져서 엄청 남자다워졌네.”
“막내, 오랜만이야.”
마지막으로 첫째 형인 신지한과 둘째 누님인 신세아가 다가왔다.
이쪽도 참 여전하다.
‘얼굴만 웃고 있지 이건 뭐…….’
둘 다 나를 원색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히 전해진다.
연기력이 조금 늘었긴 한데, 1년 전과 똑같아서 헷갈릴 수가 없다.
‘역시 이 둘 중 한 명인데 말이지.’
흑색 마탑과 거래를 하고, 내게 렝 스미스를 파견한 건 이 두 명 중 한 명이다.
확실하다.
“일단 자리로 가자. 계속 서서 말할 수는 없잖아?”
신지한이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다들 저마다 동의를 표한 뒤에 자리로 돌아갔다.
“그래. 어디 우리 막내가 무슨 일로 우리를 불렀는지, 한번 이유부터 들어 볼까?”
가장 상석에 앉은 신지한이 대표로 물었다.
바쁜 사람들을 대체 무슨 이유로 모은 거냐.
그렇게 따지는 눈빛이었다.
‘왜 불렀긴. 나한테 렝 스미스를 파견한 사람이 누구인지 떠 보기 위해서 불렀지.’
……라고 정직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그냥. 1년 만에 형님, 누님들의 얼굴이라도 좀 보고 싶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나는 적당히 준비해 온 변명을 늘어놓았다.
“겨우 그런 이유로 바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고?”
세아 누님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그런 누님과 눈을 맞추며 싱긋 웃었다.
“굳이 제가 자리를 만들지 않았어도, 지한이 형님이나 세아 누님이 한번은 자리를 만드실 생각 아니셨습니까? 두 분의 귀찮음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손수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뿐입니다.”
“……말은 여전히 청산유수네.”
신세아가 혀를 찼다.
내가 아주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다.
“그래. 그럼 어디 툭 까놓고 얘기해 보자. 막내 너. 어쩔 생각이야?”
“어쩔 생각이라고 하시면?”
“모르는 척 가식 떨지 말고.”
누님이 한번 형제들을 쓱 훑은 뒤에 말했다.
“후계자 경쟁에 끼어들 거냐고.”
아주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제가 여기서 후계자 자리엔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믿으실 겁니까?”
“아니. 안 믿지.”
“그럼 그 질문에 의미가 있을까요?”
세아 누님의 시선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아, 됐으니까. 일단 대답해 보라고.”
“세아야. 그렇게 물어보면 안 되지.”
옆에서 여전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지한이 끼어들었다.
“말로만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겠다. 뛰어들지 않겠다 하는 건 의미가 없어. 이런 건 행동으로 증명하게 해야 해.”
신지한이 날 뚫어져라 노려본다.
“하율아. 비전 마법, 꽤 괜찮은 걸 얻었더라. 개변 마법이었나?”
점점 미소가 짙어진다.
“그 마법. 가문에 공유할 생각은 없어?”
“아~”
그 말에 세아 누님이 탄성을 내뱉었다.
지한이 형님의 말에 진심으로 감탄한 듯하다.
“그거 좋네. 하율이가 비전 마법을 공유한다면, 후계자 경쟁을 포기했다고 믿을 수 있겠어.”
신지한이 싱긋 웃으며 신세아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
좋은 수다.
비전 마법은 일종의 조커 카드, 비장의 한 수다.
이걸 가문에 공유하겠다는 건, 비장의 한 수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다.
즉, 내가 비전 마법을 공유하는 것은 후계자 경쟁에 진짜 미련을 버렸다.
라는 증명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비전 마법을 공유하지 않겠다고 하면, 후계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할 의사가 있다는 것으로 판단 해, 견제나 방해가 좀 더 노골적으로 들어오겠지.
다시 생각해도 좋은 수다.
‘하지만.’
외통수는 아니다.
“이건 제 유일한 희망입니다.”
“…….”
“부적합자인 제가 마법사로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을 섣불리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 않습니다. 후계자 경쟁이란 요소를 떠나서 말이죠.”
후계자 경쟁을 위한 게 아닌, 마법사로서의 생존을 위한 공유의 거부.
부적합자인 내 마지막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
공유 거절의 명분은 확실하다.
“그래.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지. 동생의 유일한 희망이라는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걸로 내 후계자 경쟁 참전에 대한 의지는 여전한 회색으로 남게 됐다.
‘흑색 마탑까지 동원해서 나를 배제하려 하고 있는 이상, 이렇게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긴 한데.’
뭐가 됐던 형제들에게 확답을 주는 것 보단 낫다.
‘가내 정치는 곧 명분.’
나를 견제할 확실한 명분을 주는 것과 애매한 채로 두는 건 명백히 다른 법이다.
“자자. 형님. 어차피 답도 안 나오는 경쟁에 대한 얘기는 일단 치우고. 회포나 풉시다.”
신민혁이 한층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끼어들었다.
“응. 나도 하율이 얘기가 좀 듣고 싶어.”
신민지도 한 팔 거들었다.
“그래. 그럼 그럴까.”
그 후로 시답잖은 잡담들이 시작됐다.
민혁이 형님이 맡은 계열사의 성장세가 어떻다느니.
세아 누님이 곧 새로운 고리를 엮을 것 같다느니.
민지 누님이 슬슬 작은 회사를 하나 맡을 거 같다느니.
그러한 사소한 얘기들이 오갔다.
나도 사이사이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들을 적당히 털어놓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40분이 훌쩍 흘러가 있었다.
‘슬슬 시간이 됐는데.’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때마침 신호가 왔다.
우웅-!
우웅-!
“갑자기 뭐야?”
“긴급 연락?”
내 폰을 포함해서, 형제들의 스마트폰이 일제히 진동했다.
제법 강한 세기의 진동.
가문에서 긴급을 요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만 보내는 긴급 연락이었다.
“이 시간에 갑자기 무슨 일이지?”
모두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나도 모두의 표정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벨리스크 아카데미 교직원 중에 흑색 마탑 소속 범죄 마법사가 숨어 있던 것을 확인.] [체포자는 잠시 볼 일이 있어 아카데미를 방문했던 청색 마탑 소속 마법사, 정수아.] [스파이의 이름은 렝 스미스. 프랑스의 명문 스미스가의 차남으로…….]이 뒤는 굳이 더 읽을 필요도 없었다.
작전대로 김강인은 렝 스미스가 흑색 마탑의 스파이라는 증거를 잡았고, 포박까지 성공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나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떼고, 주위 형제들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경악, 기겁, 공포, 혐오 등등.
온갖 감정이 느껴지는 표정들 사이로, 느껴져선 안 되는 이질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
그의 표정에선 느껴져선 안 되는 감정.
당황, 당혹이라는 감정이 여과 없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찾았다.’
신지한.
그가 내게 흑색 마탑, 렝 스미스를 보낸 장본인이다.
* * *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나는 폰으로 뉴스 포털을 확인했다.
[충격!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의 교관 중에 흑색 마탑의 스파이가 숨어 있었던 것이 밝혀져!]렝 스미스에 관한 기사가 온갖 포털을 장악했다.
[금일 오후 10시 31분, 청색 마탑 소속 6서클 마법사이자 김강인의 비서, 정수아가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의 훈련 자재실에서 렝 스미스의 수상한 행적을 포착했다.] [렝 스미스는 서바이벌 테스트 용 자재에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고 하며, 정수아 마법사가 우연찮게 훈련 자재실에 들르지 않았다면, 금요일에 치러졌을 서바이벌 테스트에서 어떤 참사가 벌어졌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한국 정부와 한국 마법협회 및 국제 마법 협회는 이번 흑색 마탑의 개입을 좌시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으며……]나는 스크롤을 적당히 내려, 기사를 흘겨 읽었다.
―이거 참, 전부 하율 군이 얘기한 대로 됐네요.
귀에 꽂아 놓은 코드리스 이어폰에서 김강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래이기에 일단 부탁하신대로 움직이긴 했습니다만, 설마 모든 게 다 사실이었을 줄은.
진심으로 감탄한 듯한 목소리다.
―대단하네요. 다른 것도 다른 건데, 대체 렝 스미스가 훈련용 자재 창고에서 수작질을 부릴 거라는 건 대체 어떻게 안 건가요?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추리를 한 것뿐입니다.”
렝 스미스는 금요일 이후론 나를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결행일은 금요일이라는 말이었다.
여기에 굳이 교관인 렝 스미스를 이용했다는 걸로 보아, 교내에서 뭔가를 할 확률이 다분했다.
그리고 마침 금요일은 대규모 배틀 서바이벌 시험이 있는 날이다.
그 시험을 노려서 뭔가를 해 올 확률이 지극히 높았다.
그리고 서바이벌 시험에서 내게 수작질을 부리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훈련용 자재에 손을 댈 필요가 있다.
서바이벌 시험용 보조 아티팩트에는 개개인의 안전을 위한 감시 기능이 존재한다.
내게 뭔 짓을 하려면 무조건 그걸 꺼야 한다.
‘그리고 보통 훈련용 자재의 점검은 전날 낮에 하지.’
즉, 아무에게도 걸리지 않도록 훈련용 자재를 만지기 위해선 목요일 밤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목요일 밤을 결행일로 잡고 작전을 짰다.
‘김강인에게 부탁해, 훈련용 자재 창고를 숨어서 감시하게 하고. 나는 형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렝 스미스가 붙잡히는 것을 기다린 뒤에, 형제들의 반응을 본다.
렝 스미스가 지금 잡힐 거라곤 추호도 생각지 못했을 테니, 필히 표정에 변화가 생길 터.
그 반응을 놓치지 않으면 이번 일을 사주한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짠 계획이었다.
‘다 잘 됐어.’
그 결과 모든 게 잘 해결됐다.
렝 스미스를 무사히 붙잡아 넣기도 했고.
신지한이 흑색 마탑과 연이 닿아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개입했다는 정보도 철저히 은폐했다.
위험은 배제했고, 정보는 얻었다.
작전은 완벽 그 자체였다.
‘지한이 형님과 렝 스미스 사이에 연결점이 있다는 증거를 못 잡았다는 게 좀 아쉽긴 한데.’
아쉽다 뿐이지 별로 상관없다.
솔직히 기대도 안 했다.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나한테 흑색 마탑을 보낸 사람이, 증거 같은 걸 남겨뒀을 리가 없다.
이번엔 심증이라도 얻은 걸로 만족한다.
‘흑색 마탑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증거는 천천히 찾다 보면 언젠가 찾을 수 있어.’
이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라는 건 없는 법.
거래를 했다면 그 증거는 어딘가에 남아 있는 법이다.
―추리도 추리입니다만, 렝 스미스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가. 그게 매우 신경 쓰이는군요.
“죄송합니다. 그 정보에 대해선 말했듯이 수비 의무가 있어서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냥 아쉬워서 해 본 말입니다.
김강인이 쓰게 웃었다.
―그나저나. 어쩌다보니 제가 또 득을 봐 버렸네요. 빚을 갚기는커녕 오히려 빚이 더 쌓인 느낌입니다.
이번 일로 청색 마탑은 이미지 상승이란 보상을 얻었다.
이미지 상승은 곧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확실한 보상으로 치환될 테지.
―이번 일에 대한 보답은 추후 치르겠습니다.
“굳이 주신다는 걸 거절하진 않겠습니다.”
―하하. 솔직하셔서 좋네요.
김강인이 껄껄 웃었다.
―그럼 남은 일 처리를 해 보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마무리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또 나중에 연락하도록 하죠.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끝났다.
나는 귀에 꽂아 둔 이어폰을 빼고 몸을 쭉쭉 늘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으아아~~”
일도 다 해결됐으니, 오늘은 마음 편히 마법 단련에 집중할 수 있겠다.
‘오늘 무조건 공진을 완성시켜야지.’
2서클 마스터, 공진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진짜 늦어도 오늘 새벽까진 끝낼 수 있다.
‘딱 38번만 더 시행착오를 겪으면…….’
그렇게 공진에 대한 걸 생각하며 편안하게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화르르르르륵!!
‘마법!?’
돌연 옆에서 마나의 유동이 느껴졌다.
강한 살의로 똘똘 뭉친 불꽃.
딱 봐도 4서클 급은 아득히 넘어 보이는 거대한 화염구가 내게 날아들고 있었다.
“죽어! 신하유우우우울!!”
화염구 너머에서 백사혁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