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4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45화(245/466)
닥터의 소개가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들 갑작스런 거액 기부자의 등장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어색한 분위기의 교관들의 모습을 보며 닥터가 인자롭게 웃었다.
“너무 굳어계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평소처럼 행동해 주세요. 그걸 보기 위해서 온 거니까요.”
제법 길게 기른 수염을 어루만지며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누가 봐도 동네 인자한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인자해 보이는 건 모두 연기. 실제로 이 남자와 인자함이라는 말은 수십 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다들 반응이 자연스럽군. 침입자라면 닥터라는 이름에 반응했을 텐데.’
교관들의 표정을 일일이 관찰하며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교관들 중에 침입자가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하하. 다들 프로페……아니, 닥터의 말대로 편하게 계시면 됩니다. 수업을 하러 가셔야 하는 분들은 가셔도 되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소개를 드리고자 잠시 온 것뿐이라서요.”
이사장의 말에 교관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먼저……. 훈련장에 준비해 둬야 할 게 있어서요. 실례하겠습니다.”
“저도 먼저 가 보겠습니다.”
“오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렇게 교관들이 우수수 빠져나가고.
교관실에는 10명 남짓만이 남았다.
“다들 열정적인 게 보기 좋군요.”
닥터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속으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인자한 기부자를 연기하기 위해선 이렇게 말해야 한다.
“하하. 물론이죠. 저희 학교의 교관님들의 열정은 그 어떠한 학교의 교관, 교수님들 보다 뛰어납니다.”
이사장이 뿌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실제로 교관들의 열정을 높이 사고 있는 만큼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보다 프로…… 아니, 닥터. 예전엔 프로페서라고 부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예. 그랬죠.”
“한데 왜 갑자기 닥터라고…….”
닥터가 속으로 혀를 찼다.
‘쓸데없는 걸 기억하고 있군.’
귀찮게.
“하하. 요 3년 사이에 직위가 변해서 그렇습니다. 요즘 주위 사람들이 모두 닥터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명칭이 더 정감이 가더군요.”
“그런 이유였군요.”
“이사장님은 부르시던 대로 프로페서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프로페서라 부르시던 분들은 여전히 그렇게 부르시거든요.”
“아, 그렇군요. 그럼 평소처럼 프로페서라고 부르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 주십시오.”
닥터가 다시금 너털웃음을 지었다. 물론 속으론 ‘귀찮은 새끼’라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
이사장이 슬쩍 눈치를 봤다.
“오늘은 정말 학교의 평소 분위기를 보러 오신 것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닥터가 학교에 온 것은 침입자가 이 학교에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비밀 통로는 사실상 잠입 불가. 상가 단지의 통로도 조작법이 까다로워서, 사실상 잠입 불가. 만약 누군가가 잠입을 했다면 이 학교의 통로를 통해 잠입했을 확률이 크다.’
마침 최근에 학교 쪽 비밀 통로가 열리기도 했었고.
침입자는 높은 확률로 이 학교 관계자들 중에 있다.
“……정말입니까?”
이사장이 다시금 되물었다.
닥터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내 진짜 목적에 대해 눈치 챈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저런 반응이지?’
이사장이 닥터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뭔가를 걱정하는 눈초리다.
‘흠. 그러고 보니 요즘 기사 학교 쪽에 지원과 기부가 많이 줄었다고 했지. 나도 기부를 그만둔다고 말하러 온 게 아닌가 의심하는 건가.’
답은 이것밖에 없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저는 기부를 그만 둘 생각이 없습니다.”
“그,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이사장이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꿍꿍이를 꾸미다가 들킨 꼬마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진짜 그런 반응은 아니었지만, 닥터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여전히 감정적이군.’
이사장이란 사람이 계산적일 줄도 알아야지.
매사에 저렇게 감정적으로 나오니, 이 학교가 더 클 수가 있나.
‘하기야. 이사장이 잘 해도 의미가 없나. 이미 싹이 글러먹었으니.’
닥터가 속으로 비웃었다.
‘이 이사장도 그렇고, 이 학교 사람들은 다 멍청하단 말이야. 기사 따위를 키울 돈이 있으면 마법사를 키우는 게 백 배 나은데 말이지.’
물론 겉으로는 인자한 미소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 정말 수업을 참관시켜 드리기만 해도 되는 걸까요?”
이사장이 다시금 물었다.
닥터의 눈썹이 아주 살짝 떨렸다.
했던 얘기를 또 하게 하는 이사장에게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른 것이다.
“하하. 예. 그거면 됩니다.”
이번 연구가 다 끝나고, 이 학교에 더 볼 일이 없어지면, 그땐 저 귀찮은 이 이사장부터 죽여버리리라.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침입자를 잡아내야 해.’
닥터가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 참. 개인적으로 하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떤 부탁인가요?”
“3학년의 스텔라 비노슈 학생의 수업은 꼭 참관하고 싶군요.”
말했듯이 닥터는 이 학교 관계자들 중에 침입자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침입자는 높은 확률로 스텔라 비노슈라 생각 중이다.
“스텔라 양을……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최근에 비밀 통로를 연 게 다름 아닌 스텔라 비노슈다.
호기심에 아무 이유도 없이 통로를 열었으니만큼, 몰래 안에 들어왔어도 그리 이상하진 않다.
‘벙커 쪽 입구는 그리 찾기 힘들지도 않고.’
상가 단지 쪽 장치와 다르게 학교에서 이어진 벙커의 비밀 통로는 딱히 복잡한 장치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눈썰미가 좋으면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스텔라 비노슈 정도의 눈썰미와 호기심이라면 찾았을 법도 해.’
고로 용의자는 높은 확률로 스텔라 비노슈.
그녀 외에 침입자로 생각되는 인물은 없다.
“프로페서?”
닥터의 침묵에 이사장이 다시 되물었다.
생각을 너무 깊게 한 듯하다.
“아. 죄송합니다.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닥터가 짐짓 미안하단 표정으로 쓰게 웃고는 말을 이었다.
“이유가 뭐 별게 있겠습니까. 기사 학교의 보물이라는 인물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꼭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렇지요.”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오셨을 때, 스텔라 양은 임무에 나가 있었죠.”
“예. 아쉽게도…….”
“끄응. 스텔라 양은 누군가가 자신의 훈련을 보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사장이 난감하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다름 아닌 프로페서의 부탁이시니……. 예.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예.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닥터가 마지막으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 참. 뛰어난 검사를 보고 싶으신 거면, 한 명 더 추천할 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
닥터가 속으로 화를 삭였다.
뛰어나고 뭐고 검사 따위에 흥미는 없다. 흥미가 있는 건 스텔라 비노슈뿐이다.
그러나 캐릭터상 이런 얘기에 반응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닥터가 즐거운 기색으로 반응했다.
“오. 누군가요? 어떤 학생이 또 두각을 드러냈습니까?”
“아, 학생은 아닙니다. 새로 오신 교관님이신데, 루안 팔라티아라고…….”
이사장이 누군가를 부르기 위해 손을 들었다.
“학생이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저는 우수한 학생들이 성장해 나가는 걸 보고 싶은 거라서요.”
닥터가 유연한 방법으로 귀찮은 화제에서 회피했다.
“아. 그렇군요.”
이사장이 들었던 손을 내렸다.
“그러시다면야……. 그럼 스텔라 양의 훈련만 참관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될까요?”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때까진 일단 다른 수업을 참관하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지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이사장은 닥터를 데리고 교관실을 빠져나왔다.
* * *
닥터가 이사장을 따라 교관실을 나선 뒤.
나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로 향했다.
5분 전에 교관들이 우르르 빠져나갔을 때 같이 빠져나갔어야 하지만, 닥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야 할 거 같아서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깜짝이야.’
이사장님이 나를 부르려 했을 땐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물론 여기서 통성명을 한다고 내 정체가 발각되거나 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놈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건 피하고 싶다.
아까 슬쩍 내 얼굴을 보긴 한 거 같은데 딱히 흥미없어 보였고, 기억해 두진 않을 테지.
‘다행이야. 놈이 따로 흥미를 가지지 않아서.’
이걸로 놈의 목적이 나는 아니라는 건 확실해 졌다.
만약 내가 목적이었다면 방금 전 화제에서 굳이 관심이 없다고 대답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놈이 노리는 건 너무나도 명백하다.
‘스텔라 비노슈.’
닥터의 목적은 스텔라다.
무슨 이유에서인진 모르겠지만, 확실하다.
‘놈이 직접 스텔라의 훈련을 참관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고.’
놈이 스텔라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 놈의 주변 마나는 질척한 살의로 빛나고 있었다.
닥터는 명명백백 스텔라에게 살의를 지니고 있다.
‘노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놈이 스텔라를 실험체로 쓰기 위해 납치해 가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텔라에게 뭔가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오늘 연구소에 침입한 사람이 스텔라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직은 정보가 부족해서 뭐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아니. 마지막 가설은 너무 비약된 가설인가?’
애초에 놈들이 침입자의 존재를 깨달았는지 조차 확실치 않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놈들이 스텔라를 침입자로 점찍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비약적인 추론이다.
‘하지만…….’
닥터가 움직인 타이밍이 걸린다.
내가 잠입을 끝낸 직후에 학교로 찾아오다니.
그것도 이그니스가 폭주해서 뒤처리에 전념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마치 침입자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나마 눈치 채고, 범인을 찾기 위해 온 것 같잖아.’
이 정황 증거가 몽상에 가까운 비약적인 가설에 신빙성을 부여하고 있다.
‘뭐가 됐던 일단 스텔라와 닥터를 주시하며 상황을 지켜 볼 필요가 있어.’
닥터의 목적이 스텔라라는 걸 알게 된 이상,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수업이 끝나고 스텔라한테 먼저 가 봐야겠어.’
그걸 위해선 일단 닥터보다 빨리 스텔라와 만날 필요가 있다.
* * *
1교시가 끝나고.
나는 계획대로 스텔라를 만나기 위해, 스텔라의 교실로 향했다.
허나 아쉽게도 스텔라를 만날 수는 없었다.
참고로 한 발 늦은 건 아니다.
스텔라를 못 만난 건 나뿐만이 아니다.
“스텔라 양은 오늘 안 나왔어요. 몸이 안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스텔라는 오늘 결석했다.
이유는 병결.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에, 당연히 닥터도 스텔라와 만나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까 어제 대련으로 그렇게 무리를 했는데. 오늘 학교에 나올 수 있을 리가 없구나.’
스텔라는 어젯밤 나와 대련을 하다가 그대로 기절했다.
한계를 완전히 돌파한 훈련이었으니만큼, 오늘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었다.
순찬이를 수차례 괴롭혀 본 경험으로 보면, 적어도 내일까진 컨디션 난조를 겪을 확률이 크다.
‘나쁘지 않아.’
이유가 어떻든지 간에 닥터의 계획은 완전히 어긋났다.
오늘 닥터는 스텔라를 만날 수 없다.
닥터는 1년에 2번 정도 방문한다는 바쁜 사업가의 이미지인 듯하니, 내일 다시 방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즉, 놈이 스텔라를 정식으로 만날 기회는 영영 사라졌다는 말이다.
‘스텔라가 집에 있는 이상 강압적인 짓도 불가능 할 테고.’
비노슈가에는 괴물 같은 전투력을 자랑하는 세인 비노슈가 있다.
검이 마법에 비해 터무니없이 밀리는 건 사실이지만, 세인 비노슈만은 별개다.
제 아무리 닥터라고 해도 그녀가 지키고 있는 소굴에 쳐들어 가, 스텔라를 어떻게 하는 건 힘들 테지.
‘이러면 내가 굳이 스텔라에게 붙어 있을 이유가 없다.’
스텔라가 저택에 있는 동안은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즉, 지금의 나는 프리롤.
자유의 몸이라는 말이다.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빈집털이.
닥터가 밖에서 활동 중인 지금을 노려서 연구소로 쳐들어간다.
‘수업이고 뭐고, 지금 바로 연구소에 재잠입해서 이그니스를 훔쳐 온다.’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