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5화(25/466)
코앞까지 다가온 화염구를 바라보며, 나는 있는 힘껏 서클을 회전시켰다.
‘공명의 고리, 강화!’
공명의 고리까지 사용하여 마법의 위력을 증폭.
마나를 수 속성으로 전환하여, 워터 실드를 형성한다.
푸시시시시-!
곧바로 격돌하는 화염구와 물의 장벽.
둘 사이로 무지막지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위력이 너무 강해!’
공명의 고리로 강화한데다가, 속성의 상성까지 내 쪽이 우위다.
1서클의 차이는 좁히고도 남았다.
원래대로라면 손쉽게 막아냈어야 정상이다.
푸시시시시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3서클 화 속성 마법, ‘플레어 볼’은 내 ‘워터 실드’를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
“윽!”
한껏 달아오른 물과 수증기가 내 피부를 태웠다.
이대로라면 워터 실드 채로 잿더미가 될 테지.
‘막는 건 무리야. 피해야 해.’
계산을 마친 나는 곧장 신체 중심을 우측으로 틀었다.
‘고정!’
동시에 워터 실드에 남은 마나를 모조리 투입.
내 손을 떠나도 그 형체가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세공한다.
거기까지 작업을 마친 나는 곧바로 자리를 박찼다.
푸시시시시시-!
고정에 성공하긴 했지만, 내 몸이 마법에서 멀어진 것으로 위력이 감소한 워터 실드는 곧바로 플레어 볼에 잡아먹혀 소멸했다.
콰아아앙-!
워터 실드를 잡아 삼키고도 아직 힘이 남아 있던 플레어 볼은 내가 원래 서 있던 곳에 격돌.
아스팔트를 아이스크림처럼 녹여 버렸다.
‘역시 완벽하게 피하진 못했나.’
불완전한 자세와 상태에서 억지로 회피로 전환한 것이기에, 회피는 완벽하지 못했다.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왼팔의 일부를 플레어 볼이 불태웠다.
대충 봐도 3도 화상은 가뿐히 넘는 것 같다.
‘다행인 건 왼팔이 움직이긴 한다는 건데.’
남은 전투를 한쪽 팔로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큭, 큭큭큭. 크하하하!!”
웃음소리가 들렸다.
비틀린 조소.
환희와 희열로 번들거리는 대소.
“그래. 이거지. 이게 원래 너와 나의 실력차지! 크하하하!!”
“……백사혁.”
백사혁.
내게 플레어 볼을 발해 온 백가의 장남이 시뻘겋게 충혈 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불량품 새끼가 계속 기어오르니까 그런 꼴을 당하는 거야. 알아? 응? 아냐고오!”
딱 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단순히 붉게 충혈된 것뿐인 줄 알았던 눈동자는 자세히 보니 실핏줄이 다 터져나간 것이었고.
피부 곳곳에도 붉게 터져나간 흔적들이 도드라진다.
‘불법 약물 도핑의 흔적.’
전형적인 드러그의 부작용이다.
심지어 평범한 약물도 아니다.
전쟁 중인 국가에서 패잔병들한테나 사용하는 목숨을 등한시한 위험도 특 1등급 약물.
버서커.
“……너, 진짜 미친 거야?”
복용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고.
마나 서클의 강제적인 가속에 의해 전신의 혈관이 모두 터져나가, 붉게 물든 모습이 한 명의 광전사를 보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백사혁은 그 미친 약물을 섭취했다.
“미쳤냐고? 아니. 그럴 리가. 나는 지극히 정상이야. 오히려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거라고 할 수 있지!”
백사혁이 그대로 지면을 박찼다.
버서커의 효과로 강화된 마나와 신체는 무지막지한 속도를 백사혁에게 선사했다.
“……!”
순식간에 내 코앞까지 다가온 백사혁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너를 내 마음대로 죽일 수 있게 됐으니까! 이게 정상이 아니면 뭐겠어! 으하하!!”
손바닥에 집중되는 마력.
‘버닝 임팩션!’
저번에 나에게 사용하려 했던 3서클 마법.
그것이 내 눈앞에서 발동하려 했다.
“큭!”
나는 곧바로 백사혁의 손을 올려쳤다.
저번처럼 똑같이 마법을 상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늦었어. 병신아!”
백사혁은 이전의 백사혁이 아니었다.
내가 백사혁의 손을 채 올려치기도 전에, 백사혁의 버닝 임팩션이 발동됐다.
피이잉!
일점에 집중되는 열기.
3서클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마나를 품은 아주 작은 태양.
그것이 내 미간을 노리고 쏘아졌다.
츠으으으으-!
살이 익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왼쪽 볼과 귀가 다 익어 버린 듯, 지독한 통증이 내 사고를 둔하게 만든다.
“이걸 막아?”
백사혁이 불쾌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위험했어.’
다행히 버닝 임팩션이 발동하는 순간에 내 손이 백사혁의 손을 쳐 냈다.
아주 살짝 비틀린 마법 각도.
나는 그 각도를 이용해 머리를 옆으로 꺾었고.
버닝 임팩션은 내 뺨을 스치고 가는 데 그쳤다.
“내 마법을……두 번이나 막아? 너 까짓 불량품 새끼가? 감히? 감히이이!!?”
백사혁이 짐승처럼 포효했다.
“흠.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다 언제 분노했냐는 듯이 돌연 침착해졌다.
그리곤 이제는 웃는 낯으로 변해 내게서 10미터 정도 떨어졌다.
‘……저 감정의 기복까지. 확실해. 버서커야.’
보면 볼수록 확실하다.
백사혁은 버서커를 섭취했다.
‘의아한 건 마법 위력인데…….’
버서커를 섭취했다고 해도, 마법의 위력이 저렇게까지 강해지지는 않는다.
대체 저 이해할 수 없는 마법 발동 속도와 위력은 뭐란 말인가.
“뭘 그렇게 꼬나봐? 이 씹새끼야.”
다시 분노로 변한 백사혁이 낄낄대며 삿대질을 했다.
“무서워? 쌀 것 같아?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을까 고민 돼?”
백사혁의 주위에 마나가 일렁였다. 딱 봐도 굉장히 거친 마나들이 백사혁의 살의에 동조하듯 더욱 거세게 떨린다.
‘설마 버서커만 섭취한 게 아닌가?’
3서클 유저라곤 생각할 수 없는 어마무시한 마나의 작용.
‘확인해 볼까?’
나는 적당히 몸을 낮춘 뒤, 마법을 쏘았다.
‘윈드 스피어.’
내 아이덴티티 같은 마법이자, 백사혁에겐 트라우마일 마법.
바람의 창이 백사혁에게로 날아들었다.
“이 새끼가…….”
윈드 스피어에 농락당한 것을 떠올리는 것일까.
백사혁의 얼굴이 훨씬 사나워졌다.
“이딴 쓰레기 마법 따위로!”
날아드는 4개의 윈드 스피어를 소멸시키려는 기세로, 화염 마법을 쏘았다.
딱 봐도 위력 과다인 마법이었다.
1서클 마법을 소멸시키기 위해 4서클 급의 마법을 사용하다니.
“윈드 스피어가 이중 격발하는 걸 경계한 건 좋은데 말이야.”
저건 과잉 대응이다.
“윈드 스피어에만 집중하면 안 되지.”
“……너, 이 새끼!”
그니까 나한테 추가 기습을 당하는 거다.
그냥 적당한 마법으로 처리했으면 이렇게 빈틈을 보일 일은 없었을 텐데.
백사혁이 한눈을 판 틈에 놈의 품까지 접근한 나는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백사혁을 중심으로 터져나가는 풍 속성 마법, 에어로 붐.
‘명중?’
에어로 붐은 정확히 백사혁의 신체를 갈기갈기 찢었다.
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못 피해?
버서커 때문에 생각이 둔화돼서 그런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크히히! 뒤져 버려! 신하율!”
에어로 붐을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백사혁이 소리쳤다.
동시에 솟구치는 마나.
‘붉은색!’
백사혁의 머리위로 광범위하게 흩어지는 붉은색 마나.
백사혁의 특기, 화 속성 마법인 ‘플레임 샷건’이리라.
나는 곧장 지면을 박차 거리를 벌렸다.
‘플레임 샷건의 특징은 짧은 비거리.’
플레임 샷건의 유효 비거리는 7.74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8미터 밖으로 나가기 만하면, 저 마법에 피격당할 일은 없다.
화르르르르륵-!
6미터쯤 떨어졌을 때.
백사혁의 플레임 샷건이 완전히 형체를 갖추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 속도면 나한테 닿기 전에 범위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렇게 확신을 갖고 다음 행동을 생각하려 할 때였다.
‘저 웃음…….’
왠지 모르게 백사혁의 미소가 눈에 걸렸다.
버서커로 인한 감정의 기복 때문에 웃는 게 아닌, 진심으로 웃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설마.’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의 가설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버서커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마법 발동 속도와 마법 위력.
저 승리를 확신한 듯한 미소.
‘거기에 백사혁의 습격 타이밍까지.’
확실하다.
‘렝 스미스. 그리고 IL칩.’
이번 일의 배후는 흑색 마탑이다.
‘백사혁이 IL칩을 이식한 거라면, 플레임 샷건의 비거리는 8미터가 아니야!’
나는 곧장 회피 플랜을 바꿨다.
플레임 샷건의 유효 비거리인 8미터를 넘어섰음에도 계속해서 달렸다.
‘내 계산이 맞다면…….’
점점 가까워지는 플레임 샷건.
나는 하반신에 마나를 돌려 신체를 한층 더 강화했다.
그리고 나는 목적한 곳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 플레임 샷건의 비거리는 9.12미터!’
백사혁으로부터 정확히 10미터 떨어진 거리.
나는 그곳에 서서, 가까워지는 플레임 샷건을 바라봤다.
‘빙고!’
푸스스스스-!
내 시야를 가득 채우던 플레임 샷건은 내가 서 있는 곳의 1미터 앞에서 완벽하게 소멸했다.
마법식의 유효 비거리를 넘지 못하고 자연 소멸한 것이다.
“너, 어떻게…….”
백사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상황이 이해 안 간다는 표정이다.
나는 그런 백사혁을 바라보며, 왼쪽팔과 얼굴의 화상을 살짝 어루만졌다.
‘이노베이션 레벨링 칩. 버서커. 그리고 렝 스미스.’
이번 일의 배후는 렝 스미스다.
‘렝 스미스는 금요일에 나를 습격할 인물로 백사혁을 점지해 놓은 거야.’
백사혁을 이용해 내일 나를 습격하게 만들고, 그 전투를 중재하기 위해 끼어들면서 내게 불법 인공지능 사용자란 프레임을 씌울 생각이었던 것 같다.
‘렝 스미스는 정신 조작 마법을 사용하니까. 내게 살의를 품고 있는 백사혁을 조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고.’
운 좋게 백사혁이 날 죽여주면, 더 좋고.
그렇게 생각했겠지.
‘……이건 예상 못 했네.’
내 실수다.
렝 스미스가 정신 조작 마법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제 3자의 개입을 가정했어야 하는데.
렝 스미스를 잡았다고 안심하다니.
‘반성해야겠어.’
입 안이 썼다.
“IL칩까지 쓸 정도로 내가 증오스러웠어?”
“IL칩?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백사혁이 코웃음을 쳤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래. 역시 기억 못 하는구나.”
자기가 버서커를 섭취했다는 것도, IL칩을 이식받은 것도, 그걸 행한 게 렝 스미스라는 것도.
백사혁은 모두 잊어버린 것이리라.
“헛소리를 할 거면, 지옥에 가서 지껄여!”
백사혁이 다시금 마법을 쏘았다.
내게 날아드는 세 개의 플레어 볼.
“IL칩은 사용자의 신체에 부스팅을 거는 것으로, 마법식을 강화하는 불법 개조 인공지능.”
가볍게 몸을 숙여 바닥에 손을 짚었다.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플레어 볼.
“그 효과로 인해, 마법은 위력과 비거리 등에 변화가 생긴다.”
플레어 볼은 정해진 비거리인 15미터를 훌쩍 넘어, 20미터 지점에서 폭발했다.
“하지만 변하는 건, 딱 수치로 정해진 것들뿐. 방향을 꺾을 수 없다거나 하는 특징은 그대로 유지되지.”
뒤에서 날아드는 후끈한 바람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서커도 마찬가지야. 마나 서클의 강제 가속으로 마법의 위력을 끌어 올릴 뿐. 마법의 특징은 바꿀 수 없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 버러지 새끼야!!”
백사혁이 소리치며 다시금 마법을 발동했다.
‘초록색.’
풍 속성 마법의 색.
화 속성 마법으론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이번엔 풍 속성 마법이다.
‘3서클 마법. 윈드 나이프.’
백사혁의 손 위로 탄생한 바람의 칼날.
나는 그것이 채 쏘아지기도 전에 뒤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게 참,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가 연구하고 있는 게, 서클의 구조적 변화와 마나, 마법식 변용에 따른 결과 값이거든.”
19.77미터.
딱 그 위치에 서서, 날아드는 바람의 칼날을 바라봤다.
후우우웅-!
내 코앞까지 다가온 바람의 칼날은 0.1cm 앞에서 완전히 형체를 잃고 소멸했다.
“그 덕분에 마나 증폭 및 서클 가속에 따른 마법의 변화에는 아주 빠삭하단 말이지.”
IL칩의 마나 변조율과 버서커의 서클 가속률에 대한 정보만 있으면 이 정도 계산은 쉽게 도출된다.
“그리고 이게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찝찝하다고 해야 할지.”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걸 불법 인공지능이랑, 불법 도핑에서 힌트를 얻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백사혁의 마법을 관찰하며 나는 공진의 마지막 실마리를 잡았다.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고!! 이 시발새끼야아!”
포효하며 내게 달려 들어오는 백사혁.
나는 그런 백사혁을 바라보며 작게 숨을 내뱉었다.
“고맙다곤 안 할게. 어차피 오늘 새벽에 완성하느냐, 지금 완성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라서.”
내 몸 속에서 무언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인피니티 서클이 회전하는 청명한 소리.
서로 다른 소리로 울던 두 개의 서클이 서서히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큰 소리가 되었다.
‘공진(共振).’
심의의 고리와 공명의 고리가 완벽히 하나가 되어 회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