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5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56화(256/466)
“일단 여기서 나갑시다. 섀도우. 그림자 성역을 풀어.”
지면에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섀도우를 일으켜 세웠다.
“괜찮은 건가? 지금 풀면 저게…….”
“상관없어. 어차피 저게 제대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그림자 성역이고 뭐고 다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지금 그림자 성역은 우리를 지키는 방벽이 아니라, 외부와의 연락을 끊는 방해 요소일 뿐이다.
“……이해했다.”
섀도우가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닥터에게 들은 말이 여태껏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는 것이리라.
“…….”
섀도우가 자신을 향해 흘러들어오는 그림자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자신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는 주범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흡수되고 있는 게 아주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항상 그림자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서 그런가. 그림자가 없으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에 다 티가 나네.’
하기야.
그림자로 전신을 다 가리고 있으니만큼 표정 관리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신체의 성장이 초등학생 정도에서 멈췄으니, 표정 근육을 세세하게 움직일 수도 없을 거고.
표정 관리를 못 할 만도 하다.
“……흠.”
그런 섀도우를 보며, 세인 님이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앞을 막은 섀도우를 방해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그런 건 아닌 듯했다.
“쯧. 약관도 안 된 애한테 저주까지 걸어서 이용해 먹는가.”
섀도우처럼 어린 아이를 이용해 먹고 있던 흑색 마탑에게 화가 나신 듯하다.
‘……오해를 좀 하시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섀도우를 피해자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확실히 닥터의 말과 섀도우의 반응만 보면, 피해자라 생각하는 것도 납득은 간다.
“준비해라. 5초 후, 완전히 해제된다.”
섀도우의 신체가 다시금 그림자로 뒤덮였다.
그림자의 성역을 이루고 있던 그림자가 다시 섀도우에게 집결된 것이다.
그렇게 섀도우의 얼굴마저 다시 어둠으로 덮이고.
그림자 성역이 완전히 소멸했다.
“오. 빨리 나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샤를 단장님이 우리를 반기려다가, 그대로 눈을 부릅떴다.
“뭐야 저 또라이 같은 마나는? 아니, 단순히 마나로만 이루어진 건 아닌 거 같은데…….”
우리와 함께 밖으로 나온 ‘카리에스’가 뿜어내는 폭주 직전의 불안정한 마나를 노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일이 잘 안 풀린 거야? 닥터는?”
“닥터는 죽었습니다.”
“죽어? 그럼 저 에너지는 뭔데?”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지금은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오케이 확인.”
샤를 단장님이 금세 평소의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늑대를 연상케 하는 특유의 기운이 마나를 통해 그대로 흘러나오고 있다.
“필요한 자료는 다 찾았나요?”
“찾았어. 여기. 데이터.”
샤를 단장님이 내게 USB 하나를 내밀었다.
딱 봐도 엄중한 보안이 걸려 있는 최고급 USB.
저 USB 안에 이 연구소에서 행한 연구에 대한 데이터가 들어 있는 것이리라.
“이 자료 외에 다른 증거물은 우리 애들이 먼저 가지고 돌아갔어.”
샤를 단장님의 부하 중에는 이러한 수색에 특화되어 있는 단원이 존재한다.
그 사람이 이곳을 샅샅이 뒤졌고, 모두 다 찾았다고 판단했다면, 그건 진짜 다 찾은 게 맞다.
“그럼 이 연구소엔 이제 진짜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거네요.”
“어. 연구소는 신경 안 써도 돼.”
이걸로 아무 거리낌 없이 저걸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저건 어떻게 할 건데? 저게 폭발하면 이 근처가 날아가는 정도론 끝나지 않을 거 같은데.”
“최소 열 댓 개의 나라는 소멸할 겁니다.”
“……그 정도 규모라고?”
“예. 확실합니다.”
이것도 최소로 잡은 거다.
카리에스가 여기서 2차 폭주라도 일으켰다간, 열 댓 개의 나라는커녕 지구 육지 면적의 1/3이 소멸할 수도 있다.
“그런 걸 무슨 수로 막을 건데?”
“폭발하기 전에 막으면 됩니다.”
폭탄의 해체와 같다.
폭탄이 폭발하기 전에 막으면 되는 것처럼, 카리에스가 제대로 폭주하기 전에 그걸 막으면 된다.
“맞네. 우리 비노슈가 가주님의 힘을 이용하면 저딴 마나 덩어리 따위. 그대로 지워버릴 수 있는 거 아냐?”
“불가능하다.”
시종일관 마나를 관찰하는 데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던 세인 님이 칼 같이 답했다.
“저건 이미 마나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이형의 무언가다. 내 검, 비노슈가의 비검은 마나를 베는 건 가능하지만, 그걸 초월한 ‘무언가’를 베는 건 불가능해.”
세인 님이 작게 혀를 찬 뒤, 쥐고 있는 검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자신의 힘이 부족함에 통탄하고 있으시는 듯했다.
“나로서는 저것의 폭주를 막을 방법이 없어.”
“…….”
세인 님의 단언에 샤를 단장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유일한 희망이 사라졌다.
그렇게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나는 그런 샤를 단장님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한테 방법이 있습니다.”
“……있다고?”
“흐음.”
샤를 단장님이 놀라고, 세인 님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세인 님은 놀란 듯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내가 ‘카리에스’의 정식 명칭까지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침착한 모습을 보고 예측하신 걸까.
내게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 예상하신 듯하다.
“어떤 방법이지?”
세인 님이 세상 침착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이해할 수 없는 에너지를 어떻게 막을 건지.
그 방법에 대해 아주 흥미가 넘친다는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흐음.”
그건 무슨 의미지?
라는 의미가 담긴 비음이었다.
“정확히는 말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설명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나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비틀어져가고 있는 카리에스의 에너지 구체를 가리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제 예상이 맞으면, 저건 앞으로 10분 뒤에 폭발할 겁니다.”
“10분이면 설명할 시간으론 충분한 것 같은데.”
“아뇨. 부족합니다.”
나는 다시 세인 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게 폭주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10분이지만, 세인 님은 지금 당장 여기서 벗어나 주셔야 하니까요.”
“…….”
세인 님의 인상이 와락 찌푸려졌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는 도움이 안 되니, 도망이나 가라.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 건가?”
“그럴 리가요.”
나는 필사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제겐 저 에너지의 폭발을 막을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사용하면 높은 확률로 지상에 영향이 갈 겁니다. 여기서 이어져 있는 세 통로를 따라 이동해, 일대를 모조리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겠죠.”
“그니까 우리는 네가 만들 2차 피해를 막는 역할이라는 건가?”
“예.”
이어 샤를 단장님과 섀도우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세인 님. 샤를 단장님. 그리고 섀도우. 세 분이 각각의 비밀 통로를 지켜주십시오.”
“…….”
“…….”
세 명이 침묵했다.
무슨 말인진 이해했으나,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는 표정이었다.
“……루안. 죽을 생각이더냐.”
세인 님이 다짜고짜 직구를 던졌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치미 떼지 말거라. 비밀 통로의 인근을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의 후폭풍이 발생한다면 이 장소도 멀쩡할 리가 없지.”
세인 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럼 당연히 여기에 남을 너도 무사하지 못할 터. 내 말이 틀리더냐.”
“…….”
나는 침묵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내가 사용할 방법은 막대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긴 하나, 내게는 그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무리를 해야 하긴 하지만, 죽을 일은 없다.
고로, 저 질문엔 그냥 아니라고 딱 잡아 대답하면 된다.
진심으로 대답하면, 세인 님도 납득해 줄 거다.
세인 님의 눈은 진실과 거짓도 파악하지 못하는 옹이구멍이 아니니까.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일종의 기회가 아닐까.
‘루안 팔라티아로서의 삶을 끝낼 절호의 기회.’
나는 이번 사건이 종결나면,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루안 팔라티아의 탈을 벗고 신하율로 돌아게 된다.
그 전에 루안 팔라티아라는 가상의 인물을 퇴장시킬 필요가 있다.
그게 여러모로 깔끔하다.
‘세인 님이나, 스텔라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게 최선이다.
내가 신하율이라는 극비 정보를 대놓고 발설할 수는 없으니까.
“……예.”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녀석!”
내 대답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세인 님도, 샤를 단장님도 아닌 섀도우였다.
“네가 여기서 죽으면……! 그럼 나는……!”
나는 그런 섀도우의 말을 억지로 끊으며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이 방법 밖에 없습니다. 저. 루안 팔라티아는 오늘, 여기서 삶을 마감할 생각입니다.”
“……!”
“…….”
내 말에 세 명이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세인 님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샤를 단장님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무표정을 고수했으며.
섀도우는 뭔가를 깨달은 듯 어깨를 흠칫 떨었다.
‘둘 다 눈치 챘나?’
나는 그 중 샤를 단장님과 섀도우의 반응을 조금 더 자세히 살폈다.
굳이 내가 ‘루안 팔라티아로서의 삶’이라고 표현한 이유에 대해 둘 다 눈치 챘을까.
“그래. 네가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면, 어쩔 수 없지.”
빙고.
일단 샤를 단장님은 눈치 챘다.
눈치 채지 못했다면 샤를 단장님의 성격에 저렇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리가 없다.
“……알겠다. 네 선택이 그렇다면, 존중하겠다.”
조금 전보다 훨씬 침착해 진 걸 보아, 섀도우도 눈치 챈 것으로 보인다.
하긴.
둘 다 내가 ‘루안 팔라티아’가 아니라 ‘신하율’이라는 걸 알고 있는 만큼 눈치를 못 채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하다.
“……진심이군.”
세인 님이 세상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신하율’이라는 걸 모르는 세인 님으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기사가 민중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기사로서 그 결의에 찬 물을 끼얹을 수는 없지.”
세인 님이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나와 눈을 맞췄다.
“루안 팔라티아.”
“예.”
세인 님이 내게 다가와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맞잡았다.
세인 님이 쓰게 웃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아들이 생긴 것 같아서, 썩 즐거웠다.”
세인 님은 그 상태로 나를 껴안았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그래.”
그때, 카리에스의 에너지가 다시금 팽창했다.
한층 더 폭주에 가까워졌단 신호였다.
“정말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가셔야 합니다.”
세인 님이 그대로 내 몸에서 떨어졌다.
“인사는 하지 않겠다. 이게 끝이 아닐 거라 믿고 있으니.”
“……예.”
“뒤를 부탁한다.”
그리곤 평소와 똑같이,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로 그렇게 말을 하셨다.
“예.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답하며, 섀도우에게 손짓했다.
“섀도우. 두 분을 각각의 비밀 통로로 전송시켜 줘.”
“……알겠다.”
섀도우가 뿜어낸 그림자가 두 분을 감쌌다.
그게 끝이었다.
지금쯤 각각의 비밀 통로 앞에 도착하셨을 테지.
“섀도우. 남은 통로 잘 부탁해. 그것만 잘 지켜주면, 약속대로 네 그림자는 제거해 줄게.”
“……그 약속. 확실히 기억해 두겠다.”
“그래.”
마지막으로 섀도우까지 자취를 감추고.
연구소에는 나와 카리에스의 폭주 에너지만이 남았다.
“후우…….”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서서히 비틀려 팽창해가고 있는 카리에스의 에너지를 노려봤다.
“이걸 이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심호흡과 동시에 아에스를 걸쳤다.
그리고 아에스에서 ‘카일룸’을 꺼내, 그대로 손에 쥐었다.
탁!
스태프가 지면에 부딪치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미호야.”
내 목에 걸려있는 붉은 보석이 반응했다.
팩티오.
나와 영혼으로 연결되어 있는 미호가 내 부름에 답해, 내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호가 내 어깨 위에 올라타며 애교스런 목소리로 교태를 부렸다.
“보조. 잘 부탁해.”
미호가 맡겨만 달라는 듯이 힘차게 울었다.
번쩍!
그 순간, 카일룸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화염을 상징하는 적색.
그 빛의 위로 각성의 고리를 나타내는 뫼비우스의 문양이 회전했다.
각성의 고리가 본격적으로 카일룸과 일체가 되어 회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내 컨디션은 최고조다.
‘지금.’
지금의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며, 아에스의 내부에서 돌 하나를 꺼내 들었다.
불꽃을 형상화 한 듯한, 일렁이는 적색 모양의 돌.
보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투박하고, 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술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무언가.
이그니스의 상징.
나는 그것을 손에 쥐어들고.
그대로 아에스를 해제했다.
이걸로 왼손에는 이그니스의 상징물이.
오른손에는 카일룸이 자리하게 됐다.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 마법의 트리거를 당기는 것뿐.
“적색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탄생한 신의 선물.”
이그니스의 상징물이 뿜어내는 화염이 카일룸과 공명하듯 한층 더 크게 팽창했다.